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32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28화(329/1201)
EP.328 328화 위그드라실 (3-37)
한여름은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염없이 걸어갔다.
‘씨발 설마 하루 만에 그걸 다 모은다고?’
점심때까지만 해도 그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합심해서 몬스터를 잡아도 증표는커녕 값어치 나가는 아이템 따위조차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들 어느 정도 시간을 소모하고 나니 이런저런 의견을 내며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었다.
혹시 땅을 파면 나오는 아이템이 아닌가, 아니면 나무 구멍을 뒤져볼까 등등의 별의별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었다.
인간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자기가 하던 행동이 아무의미도 없는 짓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이다.
가령 실재 게임에서도 어떤 몹에게 아이템이 나온다고 들어서 주구장창 잡는데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으면, 혹시 자기가 속아서 헛짓거리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공부하다가도 재깍재깍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기가 하는 공부의 방향성에 의심을 가지는 것처럼….
그렇게 파티원들이 왈가왈부하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성수호의 말과 행동으로 결국 모든 것이 안정화되어버렸다.
(저 새 잡아봐요.)
주위를 돌아다니며 도망치는 새.
한여름도 그 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시점에서 촉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촉은 성수호도 온 듯싶었다.
그리고 잡으니 정말 증표가 나왔다.
‘씨발… 방해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아무런 제약도 없다면 그냥 성수호와 좀 떨어져서 1층에 얌전히 머무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얻어야 할 아이템과 더불어서 계약서 때문에 그의 곁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설상가상 성수호는 한여름에게 한가지 명령을 걸어놨다.
(전투할 때는 괜히 허튼짓하지 말고 내 주변에 붙어 있어.)
(나, 나도 싸울 수 있어!)
(방해나 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라.)
(크읏!)
그 때문에 한여름은 사냥 중에는 그의 시종처럼 옆에 철석같이 붙어서 얌전히 있었다.
‘씨발, 자살하고 싶어….’
회귀하고 싶은 마음보다 죽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성수호에게 받은 반원 모양의 증표를 유심히 관찰했다.
2층으로 가는 열쇠.
다른 마을의 증표는 어떻게 얻는지 모르지만, 나머지 하나를 얻는 순간 2층으로 올라가는 일은 금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그렇다는 건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올라가지 못한다는 소리잖아?’
그는 반원을 보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굳이 지금 버려서 의심을 살 필요는 없지. 나중에 상황 봐서 버려야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실실 웃고 있을 때, 마침 채팅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쟨, 웃을 때가 제일 불안함.
└한봄 섹스씬 상상하니?
└아님, 민하연 섹스씬 상상하나?
└씨발 상상만 하지 말고 좀 보여줘….
‘개 같은 새끼들….’
한여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어디야?’
***
식당에서 밥을 먹던 우리는 식당 안으로 퍼지는 문소리에 시선을 돌려서 바라봤다.
여관 입구에는 한여름이 짜증 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그런 한여름을 향해 한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너 어디 있다고 온 거야?”
“…바람 좀 쐬고 왔어.”
“바람은 무슨… 혼자 돌아다니다가 길 잃은 거 아냐?”
“….”
내 말에 한여름은 인상을 찡그리며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긴 고팠나보다, 자존심 상해서라도 그냥 무시하고 바로 자기 방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그가 앉아서 조용히 밥을 먹는 모습을 보자 다들 신경을 끄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층에는 뭐가 있을까?”
“대충 보니까, 1층이 편한 편이라고 하더라.”
“아냐, 그건 또 여관 뺏는 녀석들 없을 때 이야기라고 하더라.”
다들 슬슬 2층을 올라갈 방법을 알아내니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 중에서 2층에 대한 궁금증을 크게 가지고 있는 인물은 단연코 한봄이었다.
“저는 다 좋으니까, 그냥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여기 짜증나….”
여관 쟁탈전, 회귀.
이 두 가지 덕분에 엄청난 시간을 1층에서 보낸 한봄은 일단 탈출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들 여관 쟁탈전만을 생각하며 그녀의 말에 웃지만 반박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굳이 빨리 올라갈 필요가 있나?”
얌전히 밥을 먹고 있던 한여름이었다.
다들 그의 말에 시큰둥하게 바라봤고, 민하연이 대표처럼 되어서 입을 열었다.
“언제나 여기 있을 건 아니잖아. 궁금하기도 하고….”
“뭐가 있는 줄 알고?”
“….”
다들 한여름의 말을 듣고 나서 불안한 내색을 비추기 시작했다.
사실 한여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인물들 모두가 운이 좋아서 여기서 웃으며 떠들 수 있는 것이다.
민하연과 나는 회귀가 아니었으면 보스전에서 진작 죽었을 것이고, 한봄은 우리가 없었으면 여관 쟁탈전에서 졌을 것이다.
그리고 삼인방은 보스전에서 죽든, 1층에서 여관 쟁탈전에 휘말리든 당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사실상 운이 좋아서 해결됐다는 식으로 생각할 법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삐끗했으면 모든 게 무너지는 젠가와 같은 상황에서 이겼을 뿐이다.
미지의 장소에 가게 된다면 또 그런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데도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야지.”
“흥…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한여름은 비아냥거리면서 내 속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림없지.
“가만히 있다가 죽은 새끼들 수없이 봐왔어.”
“뭐?”
“그리고 살아 남은 녀석도 수없이 봐왔지.”
“….”
“그런데… 뭐가 있는지 모른다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녀석치고, 살아남아도 살아남은 것처럼은 보이지는 않더라. 그냥 살아남은 겁쟁이더라.”
이번에는 내가 도발했다.
너는 여기 남아서 겁쟁이처럼 있으라는 식으로.
한여름은 질긴 고기를 한참을 곱씹더니, 짜증 나는 표정으로 일어선 뒤 자기 방으로 향하면서 중얼거렸다.
“흥, 겁쟁이? 웃기고 있네. 그건 네가 아직 죽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이미 죽은 녀석들은 너처럼 나불거리지 못했을 테니까.”
한여름의 말은 주위를 침묵시켰고, 우리는 그렇게 식사 자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
..
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중에 반은 불안에 떨었고, 반은 걱정이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하연과 한봄은 이미 회귀에 대해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한여름이 또 회귀하게 되면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회의를 나누며 어젯밤을 같이 보냈었다.
사실 민하연과 한봄은 걱정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서 삼인방은 회귀는커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진짜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뭘 해준다고 해서 걱정이 풀릴 것 같지는 않네.’
어제 한봄을 격려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들에게 따로 뭔가 위로나 격려의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어차피 회귀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인물들 아닙니까?]‘응, 도움이 되긴 하지. 그런데 만약에 여기서 멈출 거라면 차라리 빨리 멈춰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이기적인 게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서 멈출 사람들을 억지로 데리고 갔다가 서로 탈이 나는 것을 방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
가령 여관 쟁탈전에서 백기를 들었던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도 당연히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세상을 살아왔던 존재들일 것이다.
그런 찬란한 미래를 위해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아가는 과정이 길어지게 되면 몇몇 사람들은 포기하기에 이른다.
적당히 안전한 어둠 속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숨을 참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옆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앞에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여기서 같이 머물자고….
‘만약 여기서 멈출 정도면 도움은커녕 서로 방해만 될 뿐이야. 내가 끌고 가봤자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걸?’
[….]본인을 위해서라도 그냥 그 자리에 놓는 것도 중요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삼인방도 겉으로는 걱정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지만, 노력을 한다는 점이었다.
“저는… 최소한 그 여자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요.”
“채널에서 계속 겁주니까 귀찮네.”
“나도… 그리고 위층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각자 다른 성향의 여자들인데도 불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감을 떨쳐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여기서 마지막으로 정하고 가죠.”
우리가 정해야 할 일….
“던전을 경유해서 가느냐, 아니면 바로 직선 주로로 마을로 향하느냐.”
삼인방의 경험에 의하면 중앙 마을에서 던전에 들어가면 여러 번의 세 갈림길이 나오는 형태이지만, 정작 다른 마을에서 던전에 진입하면 중앙 마을로 가는 일직선 통로로 구성된다고 했다.
분명 던전을 경유해서 간다면 편할 것이다.
비록 지하 수로가 냄새가 나고, 답답한 점이 많지만 안전하다는 게 검증된 상태였었다.
그에 비해서 필드로 진행하는 건 위험 요소가 존재했다.
레드 소환사.
“저는… 개인적으로 안전한 게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삼인방은 시작부터 바로 던전 경유 쪽으로 손을 들고 있었다.
몬스터를 여러 차례 잡아본 경험 덕분에 이제 몬스터를 잡는 것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 소환사는 다르다.
걸리는 순간 분명 한 두 명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음… 저는 개인적으로 숲이 좋은 거 같아요.”
“저도.”
그에 비해서 민하연과 한봄은 숲 루트를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일단 던전을 경유하면 중앙 마을로 갔다가 다시 던전을 들어가서 왼쪽 통로로 이동해야 했다.
일단 이론상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 셈인 것이다.
거기다 이 두 사람이 숲으로 이동하는 것에 손을 드는 것은 나 때문이었다.
“저번에 수호가 한바탕하고 나서 다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더라고요.”
“진짜 혼자 그 사람들을 다 상대하신 건가요?”
“네.”
정작 처리한 나는 가만히 있고, 민하연과 한봄이 들떠서 내 자랑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사실 레드 소환사 녀석들이 레벨 다운만 아니었다면 1대1도 버거웠을 것이다.
보리스나 양지현이었으면 내가 발렸을 가능성도 크고….
내가 그 녀석들을 전부 때려눕힌 건 순전히 레벨 다운 덕분이었다.
삼인방은 민하연과 한봄의 설득을 듣고 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녀들도 실력자가 옆에 있다는 것에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반대의 입장이 나왔다.
“굳이 불안한 길로 갈 필요는 없잖아.”
한여름이었다.
“생각해봐. 시간이 단축되는 게 중요해? 아니면 모두 살아서 도착하는 게 중요해?”
“숲으로 간다고 해서 죽는다는 법은 없어.”
“죽을 확률은 존재하잖아.”
“….”
한여름은 겉으로 보면 어떻게든 무리에 불안감을 심어주려는 것처럼 안달하는 것 같이 보였다.
실제로 그런 심리겠지만….
하지만 상황만 놓고 보자면 합리적인 말이었다.
이 세상에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아무리 삼인방이 한여름을 별로 내켜 하지 않더라도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넋 놓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저는 과반수의 의견을 따를 거예요. 그러니까, 만약 세 분이 다른 선택을 해도 그걸 따를 생각도 있어요.”
“그럼….”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제가 여러분들의 의견을 따르는 건 아직 동료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
2층부터 뭐가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기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들이 산재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1층까지는 위험한 일이 적은 편이었지만, 위층도 그러라는 법은 없어요. 그때도 제가 여러분들을 동료라고 생각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
“냉정해 보이겠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지금의 선택으로 제 생각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누적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다들 내 말을 듣고 아무 말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이해했겠지.’
[충분합니다. 오히려 이해를 못 했다면 그거야말로 버려야 하는 인물입니다.]내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버리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침묵이 흐른 뒤에 박선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섭섭하냐고 하면… 섭섭해요.”
“….”
“그런데 그게 현실이고,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섭섭한 건 수호 씨였겠네요.”
그녀의 말에 양옆에 있던 두 여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만 받아놓고 등에 올라타는 것도 저도 별로 안 좋아해요.”
“…저도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대답하며 박선희가 대표해서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에서야 떠올랐어요.”
“어떤 거요?”
“우리가 후발주자였다는 거요.”
우리가 여기 온 건 소환 의식이 거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여관 쟁탈전에 있던 녀석들조차도 5층에서 전쟁을 피해 온 녀석들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5층까지 돌파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하루하루 어영부영 있다가는… 진짜 버려지겠죠.”
내 침묵을 대답으로 인식하며 세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서두르죠. 다음 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