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401)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00화(401/1201)
〈 400화 〉 400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1)
* * *
“당신입니다. 슈트라의 1등 학생… 성수호 씨.”
내 귓속에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내 눈앞에 그의 기질창이 뜨기 시작했다.
=====
릭 호프
[상재], [재빠른 눈치], [말재주], [강약약강]…=====
겉과 속, 모두 다 상인을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 양반이 상인이라는 사실뿐이다.
기질창으로는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는 알 길이 없었다.
내 침묵과 함께 새벽바람만이 남자와 내 사이를 흐르는 동안 남자는 멋쩍은 웃음을 내면서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죄송합니다. 다만, 다른 상인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을 봐와서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럼 저한테 무슨 볼일이시죠?”
릭 호프라는 상인은 내가 대화를 할 의지를 보이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릭 호프, 레빈에서 뢰베라는 상단을 운영하는 상단주입니다.”
상인의 소개에도 나는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다.
뢰베가 무슨 상단인지도 모르고, 릭 호프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니까.
중요한 건 그가 내 이름과 내 행적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릭 호프도 내가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자, 분위기 파악을 하고는 적당히 웃어넘기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성수호 학생께 지원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지원이요?”
이해할 수 없었다.
지원이라는 단어는 상대방에게 현재든, 미래든 얻어낼 것이 있기 때문에 성사되는 하나의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고작 해봐야 학생이고, 심지어 신분도 불투명하다.
그런 인간한테 지원이라니…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자, 상인은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원해드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희 상단은… 성수호 학생의 미래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슈트라 마법 학교로 입학하고 싶어 하는 이유.
그건 바로 슈트라에서 주는 졸업 증명서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졸업 증명서는 크게 한 가지의 혜택이 주어진다.
바로 슈트라 도시의 입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는 혜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혜택이 주어진다고 모든 사람이 슈트라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귀족들은 슈트라에 남기보다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환대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빈곤 계층이다.
아무리 슈트라에 입주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고 해도 돈이 없다면 슈트라 내부에서 노숙하는 게 아닌 이상 거주하는 건 불가능했다.
심지어 슈트라는 물가가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한다.
그만큼 땅값도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졸업조차 간신히 한 학생들 처지에서는 슈트라에 거주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걸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저희가 평생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흐음….”
오히려 학장을 만나달라고 닦달하는 사람보다 더 관심이 떨어지는 주제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졸업하면 이쪽 세상이랑 빠이빠이 해야 하는구만….’
내게 이쪽 세상의 미래와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나마 돈은 루나랑 데이트할 때 쓰면 좋은 수준이면 충분한데….
‘그것도 에넬로 해결이 되니까.’
괜히 속마음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녀석과 거래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릭 호프는 환한 웃음과 함께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응? 이건…?”
대략 A5 크기의 종이에 현란한 문자들과 함께 상단의 이름과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가 종이를 들고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가 설명해줬다.
“저희 상단은 레빈 왕국을 기점으로 전세계에서 활동 중입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실 때, 그 증서를 가지고 저희 상단 지부로 가시면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오….”
돈뿐만 아니라, 곤란한 일까지 최대한 처리해주겠다는 의미였다.
돈이 있으면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간혹 돈으로도 해결이 힘든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증서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서 받기 꺼려지기도 했다.
이걸 받는 순간 자칫 목줄을 차는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릭 호프는 그 부분도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무상으로 제공해드리는 것입니다.”
“…무상이요?”
“성수호 학생께서는 오늘 저를 처음 보는 입장이시죠. 그런데 대뜸 이런 식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하면 거부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순수한, 저희의 성의입니다.”
즉, 이 증서는 처음 신뢰를 얻기 위한 무상의 투자인 셈이었다.
일단 증서를 꼼꼼히 확인했지만, 딱히 문제 될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 문제 있으면 학장한테 해결 해달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무엇보다 이 증서는 상단 입장에서 큰 손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상단을 운영할 정도면 돈에 있어서는 국가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큰돈이 오고 갈 테니까.
나는 증서를 정복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말했다.
“이 증서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만약 이 증서가 필요 없어지면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즉, 이상한 짓거리 하면 난 너랑 척질 생각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대사였다.
“하하! 그건 평생 가지고 계셔도 좋습니다. 혹시라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레빈에서 저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그동안 성수호 학생의 앞길에 창창한 태양이 내리쬐길….”
릭 호프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하고는 떠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귀찮게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끌지 않아서 좋은 양반이었다.
“뢰베라… 이따 루나한테 물어봐야지.”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다시 숙취를 달래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
마차 안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루나가 동공을 크게 띄우며 되물었다.
“뢰베… 상단주가 수호 씨에게 투자 제안을 했다고요?”
“응. 아는 곳이야?”
“알다마다요….”
내 옆에 앉아 있는 루나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하염없이 바라봤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표정을 대변하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요. 뢰베 상단에서 그렇게 접촉한 것을 보면… 그들은 성수호 씨가 어마어마한 거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인물은 소냐의 남편, 칼이었다.
오늘은 어제처럼 득달같이 달려드는 상인이 없었기 때문에 다행히 마차에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칼은 내가 탄 마차에 탈 수 있었다.
‘상인 녀석들… 좀 더 유난을 떨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최대한 내 생각을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요? 에이… 전 그냥 학생인데요.”
“뢰베가 접촉을… 그것도 상단주가 직접 접촉했다면 성수호 씨를 엄청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칼은 악기를 주로 판매하는 상업을 도맡고 있었다.
그것도 슈트라에 본사를 차리고….
하지만 그런 칼조차도 뢰베 상단과 거래를 해봤을지언정 상단주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얼굴을 잘 비추지 않는 자입니다.”
“오… 진짜 거물인가 보네요.”
“거물 정도가 아니에요.”
루나는 침묵을 깨고는 뢰베에 관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레빈 왕국에 있는 귀족들의 절반 이상은 뢰베에게 묶여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묶여 있다고?”
어감이 좋지 않았다. 듣기만 해서는 상단 하나에 나라가 이리저리 휘두르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의미가 가진 부여는 그 의미를 떠올린 사람의 소유물일 뿐이었다.
루나가 그런 케이스였다.
“말은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를 포함해서 뢰베 상단에 묶여 있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에요. 뢰베 상단과 친분이 있는 귀족들은 또 다르게 이야기하죠.”
뢰베 상단은 초기, 귀족들에게 돈을 융통해주는 일을 시작으로 점차 세력을 부풀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귀족에게 돈을 융통해주는 건 도박성을 넘어서서, 절대 효율을 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해도 계급이 자리 잡은 곳에서 상인의 대우는 좋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우는 채권자의 행사를 방해하는 큰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계급이 높은 자에게는 돈을 빌려줘도 원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돈을 갚는 행위는 또 다른 치욕으로 느낄 수도 있으니까.
“뢰베는… 귀족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를 공제하며, 원금조차 일부러 받지 않고 있어요.”
“뭐?”
그럼 융통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돈 굴려서 돈을 얻으려는 게 대출이라는 개념의 업이 자리 잡는 이유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돈으로 성공한 이유는… 바로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합법적인 뇌물인 셈이죠.”
“하하….”
머리가 비상하다.
귀족을 상대로 한 대출업은 돈이 되지 않으니, 돈을 역으로 이용한 셈인 것이다.
영지가 없는 귀족들은 언제나 돈에 시달리기 마련이고, 심지어 영지가 있더라도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세율을 높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아쉬운 돈을 빌려준 뢰베 상단은 귀족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장사로 돈을 얻는 것이다.
아까 내게 증서를 건네준 것도 똑같은 이치일 것이다.
사람은 무상으로 뭔가 받으면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기 마련이다.
나조차도 증서를 거절하지 않고 일단 넙죽 받았으니까.
칼은 내 증서를 잠시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건네주면서 확신하듯 말했다.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문제가 될 부분은 없군요. 유용하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행이네요.”
나는 증서를 받아 든 뒤에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왔을까? 그것도 상단주가….”
그 정도 대형 상단이라면 굳이 상단주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적당히 사람 잘 꼬실 수 있는 인간을 보내는 쪽이 효율이 좋을 텐데….
일단 처음은 루나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면 뢰베 상단의 부족한 부분이에요.”
“부족한 부분?”
“네, 뢰베 상단은… 슈트라에 자리 잡지 못한 상단 중의 하나예요.”
“뭐…?”
이해할 수 없었다.
레빈 왕국에서 위세를 떨치는 상단이 슈트라에 자리를 못 잡았다는 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뢰베 상단은 생각보다 역사가 짧아요. 생긴 지 고작 해봐야 10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요.”
“와… 어떤 의미에서 대단한데?”
고작 10년이라는 세월 안에 레빈에서 위용을 떨치는 상단으로 성장한 것이니까.
그만큼 상단주의 능력이 좋다는 의미였다.
“아마 슬슬 슈트라에 발을 들여놓고 싶으니,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거 같아요. 전처럼 10년 정도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인 셈이죠.”
일단 뢰베가 왜 내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상단주가 직접 나섰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름 슈트라에서 고평가받는 학생에게 투자해서 거미줄처럼 연줄을 늘리다 보면 언젠가 슈트라에 정식으로 발을 들일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단주가 온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혹시 나랑 만나는 걸 핑계로 학장님과 연계시키려는 수작이 아닐까?”
“그건 아닐 겁니다.”
칼은 단호하게 내 말을 부정하면서 말을 이었다.
“학장님께서 여행을 결정하신 건 여행 당일이었습니다. 고작 이틀 만에 정보를 구하고, 상단주가 이곳에 방문한 건 말이 안 됩니다. 그의 목적은 애초에 처음부터 성수호 씨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요.”
루나와 칼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대략적인 퍼즐은 맞춰졌다.
루나는 골똘히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상단주가 직접 나선다는 게….”
“저도 그게 좀처럼 이해가 안 갑니다.”
아무리 미래를 도모한다고 해도 상단주가 찾아올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맞추지 못한 퍼즐… 차라리 퍼즐 자체가 없으면 모를까, 퍼즐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단계에서 퍼즐 조각이 보이지 않으니 불만족스러웠다.
“뭐… 증서에 문제가 없다면 조심하면 그만이지. 악의는 없어 보이니까.”
“그래도 조심하세요. 또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말씀해주세요.”
“응, 알았어.”
나는 루나의 걱정을 받으며 칼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언제나 두 분을 환영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의문이 적당한 선에서 해결될 때쯤에 마차가 점차 속도를 줄이며 멈추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마차에서 먼저 내린 뒤, 루나 쪽으로 손바닥을 들어 올리면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내리시죠. 루나 슈타트펠트 양.”
“…고마워요.”
루나는 내 모습에 나긋한 미소로 화답하며 내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린 뒤에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저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했는데… 가르치기를 잘했네요.”
그렇게 루나의 칭찬은 듣고, 그녀와 같이 테이블로 향하는 중에 칼이 나를 불렀다.
“잠시 이야기 가능할까요?”
“아, 그럼요.”
“저는 먼저 가 있을게요.”
루나는 대충 눈치를 챈 뒤, 나와 칼의 남겨두고 자리를 비켜줬다.
그렇게 나와 칼, 두 명이 남아서 저 먼발치에 모이는 일행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나의 모습을 본 루이스는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루나에게 바로 다가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학장은 마법진 부탁을 한 이후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고, 소냐는 그런 학장의 비서 역할을 자처했다.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건 소냐였다.
원래 업무차 레빈으로 향하는 그녀에게 학장의 비서 역할을 쉽지 않아 보였다.
나름대로 여행 느낌으로 출발했을 텐데.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여행 중에도 일을 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행을 보고 있을 때, 마침 칼이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다.
“소냐는 요새 정말 일에 치여 사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조교수 임용 건으로 피곤하셨을 텐데…. 안타깝네요.”
나는 맞장구 쳐줬지만, 칼이 내뱉은 말의 의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칼은 그런 나를 보며 갑자기 무언가 건네주기 시작했다.
“이건…?”
그가 건네준 것은 종이였고…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증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저희 상단의 증서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