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44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39화(440/1201)
〈 439화 〉 439화 마법 학교 슈트라 (350)
* * *
그렇게 카린은 나와 계약관계로 묶이면서 종속에 걸리지 않았지만,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되었다.
나는 카린과 열정적인 키스를 마치고, 식탁에 남아 있던 와인을 마저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담소는 의외로 마법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우리 둘이 이렇게 가까워지면서 서로에 대해서 크게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나대로 대충 설정상 맞춰져 있는 소개를 했고, 카린은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온 삶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카린은 마지막 와인을 마시면서 잠에 빠졌고, 나는 그렇게 잠이 든 카린을 그나마 깨끗한 바위 위에 눕힌 뒤 망토로 덮어줬다.
침구류가 존재는 했지만,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도저히 눕힐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서 패스하기로 했다.
물 마법으로 식기를 닦을 수는 있었지만, 빨래까지는 도저히 무리였다.
결국 나와 카린은 취기에 젖은 채 동굴 바닥에서 서로 껴안은 채 밤을 보내게 됐다.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자다 보니 어느새 잠에서 깨고, 우리는 다시 탈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카린은 나를 천천히 따라오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던졌다.
“어제 있었던 일… 꿈 아니죠?”
“마법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꿈이 아닙니다. 다만 저랑 첫경험을 한 꿈을 꿨다면 그건 꿈이 맞습니다.”
“후후…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시네요.”
카린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직접 겪으니까 신선하네요.”
“싫으세요?”
“흐음….”
카린은 내 등 뒤에 딱 달라붙어서는 속삭이듯이 입을 열었다.
“싫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시잖아요?”
나는 그런 카린의 말을 듣고 웃으며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어제 하지 못했던 계약에 관해서 세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마법을 전수한 건 비밀입니다.”
“물론이에요. 그 비밀만큼은 당신뿐만 아니라, 내 자손… 혹시라도 생길 당신의 자손에게도 비밀로 하겠어요.”
가문을 중시하는 카린이 저렇게 말한다면 그만큼 비밀을 엄수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좋아요. 그리고 다음은 마법에 관한 건데…. 일단 발현은 됐지만, 마법 실력을 성장시키려면 저와 가까이 지낼 필요가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나와 떨어져 있으면 능력이 오르는 것에 제약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일부러 가능성으로 열어둔 것이었다.
카린이라는 여자는 분명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는 수재이기 때문에 금세 성장하겠지만, 결국 막힌 기도를 뚫는 건 에넬로 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점을 빌미로 그녀에게 어느 정도 족쇄를 채워둔 것이기도 하다.
“이해했어요. 저는 당신이 없으면 마법을 못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당신을 따를 거예요.”
그녀의 다짐을 받았음에도 나는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서 그녀를 지긋이 내려다보면서 누차 강조했다.
“정말 못 쓰게 만들 수도 있어요. 명심하세요.”
“…명심할게요.”
카린은 내 압박이 담긴 대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족했다는 듯이 매혹적으로 미소로 나를 나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출구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이동하면서 다음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다음은… 슈트라네요.”
어젯밤 자기 전에 아르모니아에게 슈트라의 입학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다.
입학시험은 가을 학기부터 공표하기 시작하고, 겨울 학기가 돌입하면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입학시험이라고 하면 모두 모여서 동시에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겨울 학기 안에 슈트라에 방문해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입학에 걸맞은 실력이라고 판단되면 허가하는 시스템이었다.
먼 거리를 와서 시험을 볼 수 있게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이 바로 나이였다.
슈트라의 입학 최소 나이는 그 나라에서 지정한 성인식을 치른 사람을 기준으로 잡고 있었다.
성인식을 치른 시점에서 입학 조건이 충족되고, 그 이상의 나이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성인식을 치른 시점에서 마법을 못 쓰는 존재는 대개 평생 마법과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정설을 깨트린 존재가 내 눈앞에 있었다.
“슈트라 입학시험, 보실 건가요?”
“물론이에요.”
카린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즉답했다.
카린은 하루 만에 모든 계획을 세우고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레빈에 있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실력을 올리겠어요. 그리고 가을에 당신이 떠나면… 그때부터는 주변에 알리고 저도 시험 준비를 할 거예요.”
괜히 입방정을 떨어서 마법을 익혔다는 것을 주변에 알려버리면 루이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확실한 카드로 완성되면 그때에서야 히든카드처럼 사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카린은 철두철미한 여자니까 오히려 내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잘 해낼 것이다.
나는 그런 카린의 계획을 전부 듣고 나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럼 내 년에 제 후배로 오겠군요. 기대하겠습니다.”
“…기대 많이 하고 계세요. 당신을 꼭 따라잡고 말겠어요.”
카린의 도발이 담긴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었고, 그녀도 내 웃음을 보며 같이 웃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과 별개로 직면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았다.
나와 카린은 무너진 갱도를 마주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쉽지 않네요. 여기저기 무너져서 제대로 된 출구를 찾는 게 힘드네요.”
“그래도 저희가 쉬던 대기실에 있던 도적들이 도망을 쳤다면 분명 출구가 남아 있을 거예요.”
“숨을 쉴 수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출구가 있다는 것이니….”
그렇게 다시 몸을 돌려서 다른 굴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구구구구궁….
“…지진?”
“큰일이네요. 여기도 무너질 수 있어요. 최대한 빨리 이동을….”
그렇게 내가 카린의 팔을 붙잡고 뛰려는 순간이었다.
철광석 더미에 막힌 길 너머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언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리로만 들어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카린의 팔을 잡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일단 뭔지 모르겠지만, 뛰죠!”
“네!”
카린은 내 말을 듣고 내가 붙잡은 팔에 이끌려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구구구구구궁!!!
무너지는 소리라고 하기에는 생소한 음향이었다.
오히려 무언가 뚫고 오는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이 느껴졌을 때는….
구구구궁…..
오히려 잠잠해진 소리가 나와 카린의 발을 멈춰 세운 것이었다.
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아르모니아에게 워프를 준비시켜달라고 요청하고는 무너진 갱도 쪽을 유심히 바라봤다.
어느 정도 달려와서 그런지 내가 시전하고 있는 불 마법의 빛이 아까 막혔던 곳까지 닿지 않고 있었다.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뭔가….”
“맞아요. 분명 무너지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그 순간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발자국 소리?’
나는 카린을 뒤에 세운 뒤, 발자국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손을 뻗어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뚜벅.
한 사람의 검은 실루엣이 내 빛에 범위 안에 들어와서는 수려한 외모를 비추기 시작했다.
백발의 남자는 나와 카린을 보면서 여유롭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허허… 오랜만에 이렇게 동굴 탐사하니, 즐겁군요.”
“…학장님?”
슈트라의 학장… 그가 나와 카린을 마중 온 것이었다.
..
..
도적 토벌 및 자작 구출 임무는 단 한 명의 피해 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진짜 은신처도 찾지 못했고, 자작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결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진짜 혼자 쓸어버리고 동굴까지 뚫고 왔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모든 일을 학장이 처리해버린 것이었다.
학장은 계곡을 이동하는 도중에 기습하는 몇몇 무리를 발견하고 그들을 잡아서 고문한 뒤, 도적의 진짜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나와 다르게 전쟁에서 사용했던 제대로 된 고문을 통해서 진짜 은신처를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우리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아닌 도적의 은신처로 바로 쳐들어가서 자작을 구해낸 것이었다.
그 뒤에 바로 병사들과 합류해서 병사들에게 나와 카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무너진 동굴을 뚫고 구하러 들어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동굴을 뚫는 방법이 신기했다.
학장은 말을 타고 가면서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철광석이라는 물질도 결국 토양의 한 부분이죠. 지속성 마법을 익힌다면 언젠가 동굴을 원래 형태로 복귀시키는 마법도 익히게 될 것입니다.”
“하하… 하지만 학장님처럼 그렇게 굴 하나를 통째로 뚫을 자신은 없습니다.”
학장은 무너진 입구로 안내받은 뒤에 그 무너진 부분을 시작으로 마법으로 원상 복귀 시키며 탐색해 온 것이었다.
그렇게 탐색하기 위해서는 보통 수준의 실력과 마나로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슈트라의 교수들이 동원된다면 모를까….
“허허허, 당신이라면 언젠가 이런 수준도 우습게 해결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하하….”
또 압박이다.
그런데 그 압박을 주변 사람들은 전혀 다르게 느끼고 있었다.
병사들이 학장의 말을 듣고 나에 대해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괴물이야….)
(멍청아… 들리겠다.)
(헉… 드, 들으신 건 아니겠지?)
(나는 모르는 일이야. 저리 가!)
가뜩이나 나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상황에서 학장의 말까지 들으니 그 공포의 감정이 더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 두려워해라! 나 성수호를 두려워하라! 으하하하하!’
[….]나는 오히려 중2병의 감성을 품으며 즐겁게 받아들였다.
귀찮게 굴지 않으면 나야 편하지.
내 옆에 나란히 말을 타고 가던 카린이 학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학장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
“…? 학장님?”
학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카린의 감사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카린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학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이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네?”
“그런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보답으로 충분하겠군요. 허허….”
학장은 그렇게 대답한 뒤, 정면을 응시하며 말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장이 선두로 빠지자, 나와 카린은 덩그러니 남아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떠한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과 귀가 있는 한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뭘까? 학장이 알아차렸나?’
[행동을 보면 그쪽이 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거참… 고작 레벨 1인데, 그걸 찾아내는군.’
[아닙니다.]‘…?’
갑자기 내 눈앞에 카린의 기질창이 뜨더니, 아르모니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법력 LV 3]
[레벨 3입니다.]‘…미친.’
어제 그저 마법진을 미친 듯이 그린 것뿐인데, 에넬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레벨을 올린 것이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
..
아틀러로 돌아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질로 잡혀 있던 자작과 병사들은 크게 다친 부분은 없어서 같이 말을 타고 복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아틀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학장을 위한 감사 연회를 열려고 했지만, 학장이 한사코 거절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결국 우리는 학장 없이 화려한 만찬으로 환영식을 대신하게 되었다.
만찬에는 학장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한 사람은….
“손바닥이 왜 이렇게 빨개요!?”
나를 보며 닦달하는 루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무에 쓸렸어.”
화살도 나무는 나무니까….
루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쓸어내기 시작했다.
“하아… 제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아세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네요….”
“하하….”
나는 루나와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만찬 자리에 참석한 인물들은 안나와 카린, 그리고 소냐와 칼, 그리고 나와 루나였다.
아… 한 사람 더 있었다.
“카, 카린 영애께서 위험한 장소에 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제프였다.
제프는 토벌대 출병 당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지금 와서 카린의 옆자리에 앉아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제프가 출병 당일 왜 얼굴을 비추지 않았는지는 카린의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전날 과음을 하신 것 같아서 편히 주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알리지 않았어요.”
“그… 그게… 주, 중요한 업무를 보다 보니 술을 마시게 됐습니다. 하하….”
제프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로 카린에게 어떻게든 변명하고 있었다.
그의 변명은 딱히 만찬 자리에서 중요한 대화 요소가 아니었다. 다들 카린과 제프를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왜 저 녀석을 상대해주는 거지?’
카린은 평소에 제프가 말을 걸며 무시하거나, 주변 눈치가 보이면 그나마 단답형으로 대답해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카린은 제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온전히 주고받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던 카린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를 힐끗 바라봤다.
그리고는….
“훗….”
짧고 강렬하게 미소를 내게 건내준 뒤, 다시 무표정으로 바꿔서 제프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여자다.
‘뭐, 생각이 있으니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
질투심 따위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언짢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카린의 의도를 단 1도 알아내지 못한 채 만찬은 마무리가 되었다.
..
..
만찬이 끝나자마자 숙실로 와서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만찬이 끝나고 나와 루나는 평소대로 아쉬움 품은 채 헤어졌다.
테라스 같은 곳에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눠도 됐겠지만, 내가 피곤하리라 판단한 루나는 나를 놓아주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카린이었다.
그녀는 만찬이 끝나자마자 제프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더니, 그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나의 시선.
나와 루나가 꽁냥꽁냥 대화하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불만이 담긴 행동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종속의 영향 때문이었다.
안나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카린이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카린을 불러서 강제로 걸어버리시는 게 어떻습니까?]‘음….’
카린에게 종속을 걸 수 있는 기회는 진작에 있었다.
동굴 안에서 겁탈하듯이 그녀의 보지에 내 자지를 쑤셨더라도 그녀는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고, 내 종속에 쉽게 걸려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 행위를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믿고 기다릴래. 분명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
카린이 고작 내게 질투심을 끌어내겠다고 제프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갈 리가 없었다.
나는 카린을 믿으면서도 그녀에 대한 아쉬움 속에 복잡한 심경을 안고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한 시간을 넘게 누워 있었음에도 잠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복잡한 심경은 더 커질 뿐이었다.
‘몰래 루나한테 가볼까?’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겸 루나를 몰래 만날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똑, 똑, 똑.
내 객실 문에서 나는 소리였다.
“응? 누구시죠?”
“안나 브란트루프 님의 시종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안나의 시종?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시종은 몇차례 본 적이 있던 메이드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를 향해 허리를 숙이면서 용무를 말했다.
“안나 님께서 급히 와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지금요?”
“네, 지금 당장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종이 들고 있는 건 망토였다.
딱히 능력이 있는 망토가 아닌 그저 간단하게 신분을 숨기는 고급스러운 망토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내게 이 망토를 건넨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
내 의사를 묻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자는 의미였었다.
나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그녀를 따라 향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우주를 누비면서 감탄한 메이드는 단 한 사람이었다.
레나.
하지만 오늘부로 한 명 더 추가해도 될 것 같았다.
레나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를 안내하는 시종은 경비병이 자리를 비우는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아무도 마주하지 않는 장소만 골라서 이동했다.
그렇게 안나의 방에 도착하자, 시종은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줄 뿐이었다.
“….”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나는 시종을 밖에 세워놓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뭐야? 왜 불을 꺼놓고 있는 거지?’
안나의 방은 촛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상태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나마 달빛이 흘러 들어와서 방안의 구조를 눈에 익히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달빛의 인도를 받으며 방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오셨군요.”
“…?”
여자의 목소리였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이 방 주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목소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객실 방을 분리해 놓은 커튼 너머에서 양초가 올려져 있는 촛대를 들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불빛을 품고 있는 양초 너머로 두 여자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 명은 금빛으로 이루어진 촛대를 들고 있었고, 한 명은 그 옆에서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화려한 촛대를 들고 온 여자는 식탁 위에 초에 불을 붙이면서 주황색을 머금은 빛으로 방 내부를 은은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은은한 타오르는 촛불을 중심으로….
“….”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안나와….
“안녕하세요, 성수호 씨. 이렇게 부름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매혹적인 금빛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카린이 서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