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48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86화(487/1201)
〈 486화 〉 486화 가족과 가족의 사이
* * *
만마장의 말과 함께 레나는 다리가 풀리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내가 바로 옆에서 그녀를 잡아줘서 흙바닥에 쓰러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후 베아트리체의 배려를 받아서 우리는 빠르게 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의외로 잘 꾸며진 방이었다.
방에 비치된 화려한 침대 위에서 공작이 눈을 감고 힘없이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
“공작님!”
지금까지 그나마 차분한 모습을 레나도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고 페르온 공작의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는 레나를 혼자 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뒤, 자리를 떠나줬다.
그렇게 레나를 공작의 방에 두고, 만마장의 안내를 받아서 응접실로 향한 뒤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응접실에 모인 우리는 만마장에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페르온 공작은 저희가 이곳을 점령했을 때부터 이미 병세가 심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레나의 꿈에서 봤던 공작은 이미 레나가 전쟁터로 출격하는 시점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심지어 전쟁은 지고, 딸은 얼굴도 못 본 채 마왕성에 끌려갔다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신기한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나이 때문인가 싶었지만, 원래 지병을 안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지병?”
설마 공작을 구할 이유가 없어서 그냥 내팽개친 건가 싶었다.
어차피 전쟁도 이미 끝났고, 포로가 필요 없어진 상황에서 굳이 공작을 살려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만마장의 이야기는 내 예상과 달랐다.
“원래 지병으로 먹는 약이 있었는데… 지금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
이해할 수 없었다.
약을 안 구하는 게 아니라, 못 구하는 거라고?
내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자, 내 시선을 이해한 베아트리체가 직접 묻기 시작했다.
“약 이름이 뭐냐냥?”
“장군께서 잘 아는 약입니다.”
“…?”
“묘홍화입니다.”
“아!”
베아트리체는 묘홍화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미 알고 있는 존재인 듯 귀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베아트리체에게 묻기 시작했다.
“묘홍화가 뭔데?”
“내가 살던 곳에서 자라는 꽃이다냥.”
주황색으로 뒤덮이고, 고양이의 귀처럼 우뚝 솟은 두 개의 산, 묘홍산.
베아트리체는 그 묘홍산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자라왔다고 설명했다.
자기 고향에서 나는 식물의 이름이 나오니 기쁜 마음에 꼬리와 귀를 파닥거리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에 귀를 파닥거리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묘홍화는 왜 못구하냐냥? 그거 산에 널린 꽃인데? 설마 산이 사라졌냐냥?”
“산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럼 설마 산이 불에 탔냐냥?”
“그곳에 있는 마을은 불에 탔지만, 산은 멀쩡합니다. 꽃은… 분명 지금도 자라나고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묘홍화를… 찾을 수 있는 존재가 이제 없습니다.”
“…엥?”
의문을 표한 건 나였다.
산이 멀쩡하고, 꽃도 분명 아직 자라나지만… 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나와 아르모니아, 심지어 비올라도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베아트리체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이제 나밖에 없지….”
“…?”
베아트리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비올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왔다.
“베아베아체. 왜 그러세요?”
“그게… 묘홍화는….”
베아트리체는 귀를 시무룩하게 내린 채 간신히 입을 떼면서 말해줬다.
“묘족만 구분할 수 있다냥.”
묘홍산은 이름처럼 묘족이 살던 지역 중의 하나였다.
과거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베아트리체도 그 묘홍화를 구해서 파는 것으로 생계를 연명했다고 말해줬다.
“파는 건 아빠가 대신해줬지만, 묘홍화를 캐는 건 아마 나 뿐이었을 거다냥.”
“그런데 왜 묘족만 구분할 수 있다는 거야?”
“그게… 우리는 냄새로 바로 찾아내는데, 이상하게 다른 종족은 구분을 못한다냥.”
묘홍산의 있는 모든 존재는 주황색으로 뒤덮여 있다고 설명해줬다.
나무, 꽃, 풀, 바위, 흙, 이끼… 심지어 그곳에 사는 묘족까지 전부 주황색이라고 설명해줬다.
대표적인 예가, 베아트리체였다.
그녀의 몸은 서큐버스의 피를 받아서 인간처럼 살 색이었지만, 그녀의 머리에는 묘족의 상징인 주황색의 고양이 귀가 달려 있었다.
“우리 엄마도 그 꽃을 눈앞에서 보고도 전혀 구분을 못했다냥.”
베아트리체의 엄마는 서큐버스였다. 시력은 인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평범한 인간이나 마족의 시각과 후각으로는 찾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묘족은….
“다들 나 빼고 전부 죽었다냥.”
베아트리체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려고 한 것 같았지만, 표정에서 서글픔이 느껴졌다.
다들 베아트리체의 말에 침묵하자, 그녀는 너스레를 떨면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다냥! 그래서 그 묘홍화만 구하면 되냐냥?”
“그렇습니다.”
만마장은 베아트리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도 도저히 약을 구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으음….”
이해가 가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의문을 푸는 쪽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한 뒤 질문하기 시작했다.
“공작을 살려주려는 건 마왕님의 명령 때문인가요?”
만약 레나가 있었다면 절대 이런 질문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의도이든 간에 레나의 마음을 후벼파는 그런 질문이었으니까.
내 질문에 만마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은 맞습니다.”
“…?”
저게 무슨 소리인가? 명령 때문에 하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의미처럼 들리는데….
그리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다른 쪽으로….
“마왕님의 명령이 있어서 살려두는 것도 있지만, 저로서도 공작을 최대한 오래 살려야 합니다.”
“…이유가?”
“제의 임무는 페르온의 인간들이 완벽하게 마왕님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작은 최대한 오래 살아 줘야 합니다.”
마왕이라고 하면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존재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 일어났던 전쟁도 마왕이 먼저 공격한 것이 아닌, 인간 쪽에서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륙에 있는 모든 인간의 나라를 마왕군 아래에 복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복속이다.
마왕이 굳이 위험성을 안고 인간을 품으려고 하는 이유.
그것은….
‘에넬.’
한 세계를 평정한 인물들에게도 어마어마한 에넬이 나오지만, 그 못지않게 다른 평범한 지성체에게도 에넬이 지속해서 나온다.
그리고 그 에넬을 흡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배와 숭배.
마왕 가르디아처럼 강제로 지배해서 에넬을 뽑아내던가, 슈트라의 학장처럼 숭배의 원천이 되어서 에넬을 끌어모으던가.
하지만 지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배는 힘으로 강제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지만, 한편으로 반발심을 유발해서 본인이 피곤해진다.
하지만 슈트라처럼 계속 존경심을 주입한다면?
언젠가 인간이라는 종이 그저 마왕군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종족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다.
‘하긴… 공작을 최대한 잘 이용하려면 살려두는 것이 현명하지.’
마왕성에 있는 귀족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었다.
어린 나이의 귀족들을 데리고 와서 무작정 학살하는 것이 아닌, 시종으로 부려 먹는 것이다.
인간의 귀족이란, 마족의 노예 신분과 같은 것임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시가 몇백 년간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 인간들의 상징이 될 것이고….
‘오래 걸리겠지. 엄청나게 오래 걸리겠지만….’
시간은 마왕의 편이다.
슈트라의 학장처럼 억지로 수명을 늘리다 보면 분명 그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 이제 공작을 치료해야하는 건데….’
일단 사정을 알아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해결책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묘홍산은 5일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왕복 열흘….”
긴급한 상황치고는 굉장히 먼 거리였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걸어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말을 타고 가면 이틀, 정말 빠르면 하루 만에 주파 가능한 거리라고 설명해줬다.
그렇게 여기서 또 중첩되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가… 말이 없습니다.”
“…?”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없다니….
아무리 전쟁 때문에 죽었다고 해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가 타고 갈 정도의 말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그 기준을 인간으로 잡았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저희 마족 중에 말을 운용하는 종족은 드뭅니다. 그래서 말은 진작에 죽여서 식량으로 소비했습니다.”
“허미….”
말은 다른 가축에 비해서 사육하는 데에 있어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한 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마족들에게 쓸모가 없다?
당연히 도축해서 식량으로 소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말은 과거부터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인간들의 명실상부 최고의 가축입니다. 빨리 제거해야 후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와우….”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만약 반란군이 생기더라도 말이 있냐 없느냐로 그 반란군의 전력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말이라는 생물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반항할 수단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었다.
‘뭐 현실적인 건 넘어가고….’
중요한 건 지금 묘홍화를 구하는 것이다.
“참고로 제 부하 중에서 운송병이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서 물건을 운반하는 마족으로 간단한 물건 정도는 챙겨서 단숨에 날아갈 수 있는 마족이었다.
“무거운 건 들 수 없지만, 묘홍화 정도는 들고 반나절 만에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가는 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묘홍화를 구하면 공작을 치료하는 건 금방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가는 것도 단숨에 갈 방법이 있었다.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조용히 귓속말했다.
“아르모니아, 워프로 이동하는 거 가능해?”
“베아트리체 씨의 기억을 토대로 좌표를 계산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12시간의 충전이 필요합니다.”
“좋아. 일단 레나랑 이야기해보고 가자.”
나는 일단 다른 멤버들을 응접실에 놓고, 혼자서 레나가 있는 공작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내부를 조용히 둘러보니, 내부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공작은 아직 일어나지 못했고, 레나는 공작의 침대 끝에 얼굴을 파묻고 잠들어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서 레나를 확인해봤다.
한참을 울다 지쳐서 바닥에 다리를 놓고, 침대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엄청 좋은 광경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저 불안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주면서 안식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아무리 비참한 광경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속에 있던 응어리를 풀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레나에게 있는 제일 큰 응어리는 단연코 페르온 공작이었다.
죽은 부모는 잊을 수 있어도, 속절없이 헤어진 부모를 잊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속절없이 죽어가는 부모를 보는 건 어떨까?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들른 게 천운인 건지, 아니면 이렇게 될 때까지 들르지 않은 게 불운인 건지….
내가 방에 들어와서 아무 말 없이 레나를 쳐다보고 있자, 어느새 레나가 주섬주섬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레나는 나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일어나다가 구두 굽 때문에 삐끗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흐읏!”
“조심해.”
나는 그런 레나를 잡아준 뒤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줬다.
레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세상의 슬픔을 모조리 담은 그런 그림.
레나는 내 품에 안겨서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 죄송하….”
하지만 나는 그런 레나의 말을 끊고 말했다.
“미안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처음 레나를 만났을 때?
솔직히 말해서 그저 미모의 전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열광할 뿐이었다.
그녀의 꿈속을 유영하면서 철없는 생각으로 그녀를 가지는 것에 집착했었다.
나중에 레나를 데리고 가면 공작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낄낄거리며 철없이 웃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나타나서 미안해.”
“주인님… 그게 무슨….”
나는 레나를 지옥에 빠뜨린 최악의 인물이었다.
그 사실만큼은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페르온 공작이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공작님은… 애초에 포로 신분으로도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
“아니지.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포로가 문제가 아니라, 평생 레나 너랑 행복하게 살았겠지.”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는 마왕성에서 일평생을 지옥 바닥에서 맨발로 걷는 듯한 인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뭔가 전제가 자꾸 바뀌는데?
“아니지.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레나, 네가 마왕성에 갇히지 않았겠지.”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비올라가 평생을 갇혀서 지냈을 것입니다.”
“….”
뭐랄까… 그건 아니라고 말 못 하겠다.
너무 맞는 말이다.
레나는 나를 꼭 껴안으며 마지막 논리를 펼쳤다.
“주인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
“저는 평생 주인님을 뵙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저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
레나가 펼친 마지막 무논리가 내 모든 논리를 박살 냈다.
‘그래, 결과는 이미 지난 거야.’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미래를 바꾸는 거야.’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인 지금, 발버둥 쳐야 한다.
레나는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미안.”
“또… 미안하다고 하시는군요.”
“하하… 미안.”
레나는 내 사과에 피식 웃으며 나를 꼭 끌어안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