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52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21화(522/1201)
〈 521화 〉 521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고마워, 한철아!)
시호는 그 말만 남긴 채 생기발랄한 얼굴로 떠나갔다.
그리고 떠나가면서 또 보여준 장면….
“제발 좀….”
강한철은 고개를 돌리면서도 사라져가는 시호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했다.
분명 속바지 형태라 별 감흥이 없어야 정상이었지만, 강한철의 본능은 계속 그곳을 주시하게 했다.
“빨리….”
머릿속에 박힌 시호의 치마 속을 지우지 못한 채 강한철은 황급히 네트워크 안으로 접속했다.
그렇게 내부로 들어간 그는 금세 진정하면서 아까 시호와 나눈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갑자기 자기랑 비슷한 외형의 여자를 알려달라니….”
강한철의 정보력은 그저 정·재계에만 쏠린 것이 아니었다.
유명 인사, 소위 말하는 연예인들의 신상정보도 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상정보에는 남들도 모르고, 심지어 당사자도 모르는 정보가 강한철 머리에 빼곡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더 기억에 남는 건….
“…시호가 혹시 눈치챈 건가?”
강한철은 따로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시호와 비슷한 외형을 지닌 사람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일반인도 있었고, 심지어 연예인도 섞여 있었다.
“뭐… 결국 대부분 얼굴만 비슷했을 뿐이지만….”
그런데도 강한철이 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시호가 그 여자들한테 빙의해서 나타나 주면 좋을 텐데.”
강한철은 육체란 인간의 정신을 가두는 혐오스러운 살덩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인간이었다.
하지만 시호와 직접 접촉하고 싶다는 욕구가 간혹 그의 정신을 빼앗은 것이었다.
“쯧. 내가 무슨 생각을….”
강한철은 혀를 차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표정으로 화면을 띄우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화면에는 아까 시호에게 말해준 여자들이 띄워져 있었다.
연예인도 있고, 일반인, 심지어 외국인도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들에게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외형이 전부 시호와 비슷한 여자들이었다.
머리카락, 콧날, 이목구비, 눈매.
각자 살짝 달랐지만, 그 중심에는 시호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결국 비슷할 뿐이지. 시호는 아니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지우려는 순간이었다.
하아… 역시 이 시간이 최고야.
“…?”
강한철은 시호와 비슷한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재생 중인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자가 옷을 훌러덩 벗은 채 수증기로 가득한 욕조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강한철이 보는 화면에는 그녀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적나라하게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아… 그 PD 요새 자꾸 연락해서 짜증 나네. 어떻게 하지?
“….”
여자는 카메라가 당연히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흥겹게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욕실에 태블릿도 놓고 영화 감상과 메시지 전송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기기들이 여자의 알몸을 찍어서 전부 강한철의 눈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있었다.
하아…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오디션 바로 탈락 시킬 거 같은데….
“크흐….”
잠깐이었지만, 알몸 상태인 그녀에게 홀렸던 강한철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화면을 종료시켰다.
“하아… 이게 아닌데.”
순간이지만, 자신의 정신을 제어 못 했다는 사실에 혐오감이 피어오른 것이었다.
“…시호가 아니야. 정신 차리자. 강한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정신을 집중시키고, 언제나 하던 업무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하아… 또 연락 왔네.”
(흐응….)
시호의 귓속에 물기를 담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호는 그녀의 투덜거림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얼굴과 몸매를 관찰할 뿐이었다.
(씁… 비슷한가?)
시호는 화장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서 여자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시호의 입장에서는 욕조 안에 있는 여자와 자신의 차이점밖에 보이지 않았다.
귀도 없고, 꼬리도 없고, 심지어 가슴은 자신보다 빈약해 보였다.
거울과 여자를 번갈아 보던 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얼굴은 확실히 비슷하네. 체형은… 요새 애들은 다 빈약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일단 빙의해보자!)
시호는 그렇게 결심하며 여자의 몸속으로 빙의했다.
“흐으으….”
열기를 머금은 물이 가득한 욕조에 있음에도 여자는 오한을 느끼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한차례 몸을 떨고 나서 양손을 쥐었다 펴면서 자기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오! 높아! 동화율 높아!’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좋아! 한미소보다 훨씬 낫네. 일단 이 여자에 대해서 전부 알아내고….’
시호는 뜨뜻한 욕조에 앉아서 여자의 기억을 모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화율이 높은 편이라 그런지 금세 핵심 기억을 읽어볼 수 있었다.
‘연예인… 이라기에는 지망생에 가깝네. 으엑… 치근덕거리는 놈도 있고…. 내일 오디션이네?’
빙의한 여자의 미래까지는 관심 없었다.
하지만 그 오디션과 함께 떠오르는 게 있었다.
‘오호… 내일 불꽃 축제가 있네. 오디션 끝나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자고 약속했고…?’
시호는 여자의 계획을 차근차근 훑어보더니….
철썩!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거센 물길과 함께 속으로 외쳤다.
‘이거다!’
***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무기력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이민수를 보면서 감탄했다.
“오….”
당연한 말이지만, 쓰러진 이민수를 보며 가학적인 감정을 느끼며 감탄하는 게 아니다.
그가 이렇게 쓰러지게 된 이유가 나를 감탄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야, 그 정도로 돌아다녔으면 발에 불났겠다.”
(…죽은 사람이라 불 안 나.)
“그럼 연기 났다고 해줄게.”
(….)
짜증 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민수.
딱히 불만은 생기지 않았다.
그가 알려준 정보들이 그만큼 내 기분을 올려줬으니까.
“고생했어.”
(그런데 그걸로 괜찮겠어? 그야 내가 말해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걸 어떻게 이용할 건데?)
이민수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민수는 유령이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은 현실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설득도 담아서 건네줄 수 없다.
(무엇보다 투표일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어.)
정보는 넘쳐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J라는 녀석… 진짜 보통 녀석이 아닌 거 같더라. 초선 레벨만 협박하는 게 아니더라. 당대표도 쩔쩔매더라.)
이민수는 여러 정치인의 뒷조사를 하면서 J라는 녀석을 좀 더 상세히 알게 됐다.
J가 그저 소소하게 협박하며 즐기는 놈이 아닌,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그 녀석이 나서면 내가 가진 정보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이민수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이민수는 아직 J의 정체를 모르니까.
시간도 부족하고, 심지어 정보를 이용할 방법도 없는 이 상황.
이민수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민수는 수긍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끙…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네가 알아 오는 정보는 그만큼 도움이 돼. 이번에는 내가 말하는 언론 쪽에 가서 염탐해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언론사의 리스트를 이민수에게 읊어줬다.
참고로 언론사 리스트는 고민태와 척지거나, 적대관계의 언론사였다.
진이 빠진 표정을 짓던 이민수는 다시 목적이 생기니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사이에 너는 또 여자 만나게?)
“이 자식은 내가 뭐 여자에 환장한 줄 아나….”
내가 인상을 와락 구기자, 이민수는 시선을 피한 뒤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부러워서 그러지, 부러워서….)
“….”
직업 프로그래머, 심지어 남중, 남고, 군대.
그리고… 모태 솔로로 죽음.
이렇게 보니 좀… 아니, 졸라 불쌍하네.
“일단 지금 복수에 집중해. 나중에 뭐라도 해줄 테니까.”
(응? 뭘 해준다는 건지…?)
“아, 전화 왔다.”
나는 이민수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나 전화 받아야 하니까. 이제 가.”
(결국 여자 만나는구만 뭘….)
“쯧!”
(히익!)
이민수는 내 혀 차는 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집 밖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최근에 친해졌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몰라도 깐죽거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뭐, 저 녀석은 나중에 해결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소리는 살짝 오두방정 끼가 느껴지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오빠! 뭐해요?
“나? 누워 있었지.”
나는 대사만으로 상대방이 누군지 확신할 수 있었다.
‘시호네.’
한미소와 시호에게 빙의된 한미소의 목소리는 분명 똑같았다.
그런데도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대사와 톤.
차분하게 ‘여보세요.’부터 묻는 건 한미소, 오두방정 끼를 발산하며 ‘오빠!’ 소리를 내는 건 시호.
일단 나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으이구… 이 오빠는 맨날 잠만 자네.
“하하…”
나는 그렇게 시호의 애정이 섞인 잔소리를 들으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통화 끝에는 뜻밖의 부탁이 들려왔다.
오빠. 같이 불꽃 축제 보러 가요!
..
..
나는 시호와 같이 불꽃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무인 택시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시호는 어디서 알아 왔는지 행사장의 위치와 시간까지 이미 섭렵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인 택시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사람 진짜 많네.’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었다.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였다.
‘이거 불꽃 축제 구경 다 끝나고 나서 빠져나가는 것도 일이겠다.’
시호에게 끌려올 때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불꽃 축제는 데이트 장소로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무지막지한 인파를 보니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가족끼리 오는 건 몰라도, 데이트 코스로는 그렇게 썩 내키는 장소는 아니라는 것을….
‘시호는 괜찮나?’
나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시호를 봤지만….
“기대된다! 그쵸?”
“응.”
시호는 내가 걱정하는 것과 다르게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폭죽이 언제 터지나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으으… 너무 많아서 안 보이는데?”
폭죽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두리번거리지?’
그렇게 의문을 품는 사이에 시호는 갑자기 빙의를 해제했다.
그리고는….
(안 되겠다! 일단 위에서 찾아봐야지!)
그렇게 외치면서 내게 치마 속을 보여주면서 세차게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뭐가 뭔지.’
나는 그렇게 시호가 남기고 간 한미소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한미소는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다른 곳에 갈 걸 그랬어요.”
“하긴 너무 많네.”
한미소는 성향상 착한 편에 속하지만, 한편으로 엘리트 선망이 깔려 있었다.
이렇게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게 아닌, 소위 말하는 상류층처럼 지내는 것에 목말라하고 있는 여자였다.
가령 근처 호텔에서 여유롭게 불꽃 축제를 즐기는 그런 형태를 말이다.
그렇게 한미소의 불편함을 들어주던 찰나였다.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시호가 나타나더니,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았다. 일단… 얘는 보내자.)
시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미소의 몸에 빙의해서는 갑자기 스마트폰을 보더니, 국어책 읽기 수준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오, 오빠.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뭐?”
“나, 나중에 연락할게요! 그럼!”
“….”
이게 뭐야?
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도저히 쉽게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뭘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또 빙의를 풀었습니다.]‘엥?’
한미소를 그렇게 끌고 가놓고 빙의를 풀었다라….
좀체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나는 어디론가 이동하지 않고 기다렸다.
‘…혹시 이렇게 정 떼게 만들려는 건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우 혼령은 한미소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아… 그럼 큰일인데. 한미소가 그나마 중간 매개체였는데. 이러면 다른 여자를 구해야 하잖아.’
내가 그렇게 계획을 짜려는 순간이었다.
와락!
“흐억!”
가뜩이나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껴안은 것이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발이 걸려서….”
“….”
시호랑 똑 닮은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