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53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36화(537/1201)
〈 536화 〉 536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쫄?”
“….”
구내식당 내부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쉴 새 없이 퍼졌지만, 우리가 있는 테이블만 벽이 쳐진 듯 완전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마치 내가 내뱉은 말이 사람들에게 침묵의 마법을 건 듯했다.
특히 강한나에게 걸린 침묵이 예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멍하니 나를 보며 침묵에 편승했지만, 강한나는 입가를 파르르 떨며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나였다.
“하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아… 하하하!!”
내 말과 함께 주변에 멍하니 있던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강한나 씨, 한 방 먹었네!”
“강한나 씨한테 저렇게 말하는 사람 처음이야! 푸하하!”
다들 딱히 분위기 전환을 위해 웃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저 이런 상황이 즐거운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덩달아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미친놈들 소굴답네.’
내 목표는 분명 강한나였지만, 지금 주변에 있는 연구원들의 태도를 테스트하는 것도 있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굴욕을 즐기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 덕분에 분위기는 잘 흘러가기 시작했다.
연구원 한 명이 강한나에게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강한나 씨~ 설마 이렇게 당해놓고 그냥 가려고?”
“….”
이제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아마 강한나가 어떠한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물고 늘어지며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할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모인 자리니까….
강한나는 표정을 굳히고 나를 노려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가죠.”
..
..
술집에 오는 내내 강한나는 나를 노려볼 뿐, 따로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아까는 그냥 귀찮은 짐 하나 수준이었다면 이제 눈길 하나 마주하기 싫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였다.
나와 강한나, 그리고 연구원들은 술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술집 내부는 고급스러움과 단출함이 섞여 있었다.
규모가 작았지만 화려했고, 각종 술이 갖춰져 있었지만, 직원 한 명 없었다.
“크, 여기에 다른 사람이 오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 마지막으로 왔던 사람이 누구더라?”
“신경계 쪽 아니었나?”
신경계라는 말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계 연구소 출신인 강한나에게 쏠렸고, 강한나는 헛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김지아 씨 말이죠?”
“아! 맞아! 두 달 전에 열심히 참여하더니 이제 더 이상 안 오나?”
“마지막으로 과음하고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백기 들었어요.”
강한나의 말에 다들 폭소를 터트렸다.
“겨우 그 정도로 백기를 들면 쓰나.”
“딱 보니까 진급하고 싶어서 우리랑 술 마시는 거 같더니.”
“그 정도 주량으로는 진급은 고사하고 말단에서 평생 못 벗어나겠네.”
이게 연구원 모임인지 알코올 중독자 모임인지….
일단 내가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다면… 이 인간들에게 술은 친구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사실은….
‘술 못 마시면 이 인간들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못하겠지.’
이런 조직 단체에서 인맥은 훌륭한 진급 수단이 될 수 있다.
실력이 있고, 실적을 낸다면 인맥은 상관없겠지만….
다들 아무도 없는 술집 정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고, 나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강한나의 옆에 앉았다.
느껴졌다.
“하아….”
내가 옆에 앉자마자 나를 향하는 강한나의 한숨이….
강한나는 한숨을 쉬고는 삐딱하게 나를 보며 나만 들리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빠지는 게 어때요? 정말 후회할 거예요.”
“저 술 쎄서 괜찮아요. 그런데 여기 사람이 없네요?”
“…예전에는 있었는데, 우리가 모이면서 아무도 여기에 오지 않게 됐어요.”
대충 요약하자면 술에 미친놈들이 여기를 마음에 들어 하다 보니 평범하게 술을 좋아하는 놈들이 알아서 비켜나갔다는 것이다.
진상을 부리는 건 아니지만, 계속 달라붙어서 술을 먹이니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 것.
“사람이 없는 건 이해했는데… 직원이 없네요?”
나는 강한나에게 질문했지만, 강한나는 나를 무시하고 딴청을 부렸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답한 건 다른 연구원이었다.
“아, 외부에서 와서 모르는군요. 아까 구내식당처럼 모든 곳에 일반인은 없어요.”
직원이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 다 기계가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그 기계를 만든 것도 여기 고민태의 연구소였다.
“아…. 아까 구내식당도 돈을 안 내던데, 그럼 돈은 어디서 내나요?”
“푸하하! 여기서 살면 돈 한 푼 쓸 일 없어요. 다 무료니까.”
연구 부지 안에 있는 모든 시설 이용과 물품의 구입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었다.
아까 말도 안 되는 내기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돈은 계속 벌리는데, 돈을 쓸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미친 내기를 하는 거고….
‘캬… 이런 인간들한테 여기는 천국이나 다름없겠네.’
이 사람들에게는 천국이지만, 내 눈에 이곳은 바다 밑바닥에 있는 심연처럼 느껴졌다.
마치 천국 안에 거주하는 악마들을 보는 느낌처럼….
‘강한나도 여기에 와서 성격이 변한 걸 수도 있겠네.’
아니면 본인이랑 성향이 맞아서 잘 섞인 걸 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강한나를 힐끗 쳐다보며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연구원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마셔보죠!”
드디어 이 술에 미친 인간들과 미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
..
처음에는 이 술자리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술에 환장한 놈들이 그저 술만 마시는 자리인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왜 이 인간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술 마시면서 실수로 내뱉는 정보를 하나라도 건지려는 거였네.’
고민태의 연구 부지.
그 연구 부지 안에서 2급 시설로 분류된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원.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책임자들….
그들이 마련한 이 술자리는 주변의 모든 상황과 개개인의 성격이 총집합 된 결정체였다.
“히끅! 이번에 우리 쪽 연구가….”
“크흐…. 저번에 우리 부서의 스파이가….”
“키히히… 우리 쪽은 직원 한 명이 사고를 쳐서….”
미칠듯한 승부욕과 함께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척, 캐내는 자리.
이들의 소속은 고민태라는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한편으로 라이벌이라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번 승부욕에 불타니 물러설 수는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서로의 정보가 술김에 나오게 만들어서 이득이라도 취하려는 심보.
그게 바로 이 미친놈들의 술자리가 유지되는 이유였다.
‘이걸 합리적이라고 봐야 할지 그냥 무식하다고 봐야 할지….’
내가 멀쩡하게 연구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다 보니 연구원 중 한 명이 이제서야 눈치챘다는 듯이 내게 횡설수설하며 물었다.
“끄윽… 우와! 정말 술이… 커읏… 세네요!”
“흐어… 우리랑 마시고 이렇게 멀쩡한 사람 처음일세~”
“하하, 제가 술이 좀 쎈 편입니다.”
신기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 중에는 강한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더라도 취기가 없는 건 불가능했다.
[애주가] 기질을 가진 강한나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머리카락이 술잔에 살며시 담겨져 있었다.“흐응… 진짜 쎄네.”
강한나도 인정했다.
이곳에서 안주 하나 시키지 않고, 술을 이렇게 마시면서 얼굴에 홍조 한점 띄지 않는 인간은 나뿐이니까.
‘역시 에넬 짱.’
천하의 민하연조차 알코올로 굴복시키는 진정한 숙취 제거 요법.
에넬로 못하는 것 따위는 없다.
심지어 취기를 없애는 건 에넬도 별로 들지 않았다.
‘좋아, 일단 강한나가 살짝 기가 꺾였네.’
강한나가 내 주량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나한테나 중요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중요한 건….
“이야, 한나 씨 백기?”
“강한나 씨가 눈 피하는 거 처음이네.”
“이거 동영상 찍어도 돼요?”
“….”
강한나의 방탄유리 같은 자존심을 긁다 못해 총기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도발에 참지 못한… 심지어 술까지 거나하게 취한 강한나는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가 마시던 술병을 내게 내밀었다.
“이거 마셔보세요. 보니까, 끄읏… 일부러 도수 낮은 거만 마시는 거 같아.”
강한나의 말에 사람들은 소리 내지 않고 실실 웃었다.
강한나가 자신들의 도발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정상이 없어 정상이….’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겉으로는 최대한 미소를 유지하며 잔을 내밀었다.
“맛이 어떨지 기대되네요.”
“흥!”
강한나가 마시던 술은 원래는 잔의 1/3 정도만 채우는 술이었지만, 그녀는 병을 기울여서 내 잔을 꽉 채워줬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강한나의 시선은 내게 꽂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게 꽂힌 강한나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끝까지 가보자.’
..
..
나는 옆에 드러누운 강한나를 살며시 흔들며 물었다.
“괜찮으세요?”
“끄으….”
강한나는 한번 테이블에 드러누운 뒤에 도통 일어날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상태가 강한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쿨….”
“으으으….”
다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취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누구는 강한나처럼 드러누워 자고, 누구는 머리를 흔들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승리감에 취한 사람까지….
“크흐흐… 이번에는 내가 이… 이겨… 우웁….”
다만 그 승리의 대가는 구토를 앞둔 미래 같았지만….
나는 황급하게 구토하려는 사람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화, 화장실…!”
구토감을 참지 못한 연구원은 화장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외에 인간들은 전부 넉다운….
‘하아, 일단 오줌이나 한 발 쏘자.’
나는 입을 틀어막고 뛰어간 남자의 뒤를 쫓았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구토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내 귀를 테러했다.
“우에에엑!”
전혀 취하지 않은 나까지 토가 나올 거 같은 그런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소리와 별개로 화장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캬… 화장실도 장난 아니네.’
나는 깨끗하다 못해 화려한 화장실을 보며 감명 깊게 소변을 눈 다음, 예의상 변기에 토를 했던 인간을 확인해봤다.
변기에 모든 것을 쏟아낸 남자는 변기칸 안에 설치된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고 있었다.
‘무슨 변기칸마다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냐….’
나는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괜찮으세요?”
“어우… 네, 괜찮아요.”
그는 한껏 세수를 마치고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와, 세상 살면서 그쪽처럼 술에 취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아닌가? 내가 너무 취해서 정신이 없는 건가? 키히히….”
남자는 위장에 있던 모든 술을 토해냈지만, 간에 꽉 들어찬 알코올까지는 뱉어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직 취기에서 못 벗어난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좀 술이 쎄요.”
“크흐흐… 내일도 마시죠. 여기서 물러나면 평생 못 잊을 거 같네요.”
“좋습니다.”
“크흐흐… 마음에 드는 사람이네.”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와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새끼가 네크로필리아라고 누가 생각하겠냐….’
네크로필리아.
일명 시체애호가.
시체를 보면 성욕이 돋아나는 인간.
심지어 내 기분을 더럽히고 있는 건 [네크로필이라] 기질뿐만이 아니었다.
‘씨발 호모 새끼랑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기질에 [게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매칭되지 않는다.
겉으로만 보면 호승심이 좀 있는 연구원,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한 편이니까….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나가려고 하자 갑자기 그 인간이 나를 콱 붙잡았다.
“저기요.”
“…네?”
이 씨발 호모 새끼가 설마 이상한 짓 하려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내 마법의 해제술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그쪽… 강한나 씨한테 관심 있는 거 맞죠?”
“…네?”
너무 생뚱맞은 이야기라 잠시 뇌가 정지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뇌정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실실 웃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뭘,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이 놀라요. 강한나 씨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크로필리아 게이 새끼야….
심지어 게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게 더 이해가 안 갔다.
기질창에 양성애자는 없었는데….
내가 의문을 가지며 눈살을 찌푸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일부러 자리까지 만들어줬는데. 기억 안 나요?”
“하하… 물론 기억나죠.”
아까 내가 강한나에게 ‘쫄’이라는 단어로 도발할 때, 강한나를 술자리에 어떻게든 엮으려고 했던 인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유독 집착하며 강한나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인물.
‘뭐, 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끌어들이려고 했겠지만….’
굳이 이 남자에게 빚졌다는 기분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다음 말이 내 마음에 남아있던 빚의 흔적을 강렬하게 새겨주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엮어줄 테니까. 강한나 씨, 한 번 먹어 볼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