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57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69화(570/1201)
〈 569화 〉 569화 동서냉전
* * *
“사람이 나뉘었으니… 저분의 시간도 정확히 반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일단 저분이라는 게 나를 뜻하는 건 알겠는데….
“내 시간을 할당하다니요? 무슨 이야기인지….”
설마 내 몸을 반으로 가르겠다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아이러니한 건 정작 지목당한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강한나의 말뜻을 알겠다는 듯이 대화를 시작했다.
“말뜻은 이해하겠지만, 주인님의 시간을 나누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주인님의 시간은 주인님의 권리입니다.”
“정말 그렇게 어영부영 넘겨도 되겠어요?”
“….”
레나가 갑자기 침묵하면서 나를 힐끗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최 이해를 못 한 상황에서 세 여자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저기, 그러니까 무슨 소리인지….”
하지만 강한나는 내 말을 싹 무시한 채 레나를 보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만약 그렇게 어영부영 넘겼는데… 이 남자가 그쪽으로 방문하지 않으시면 어쩌시려고요?”
“….”
저기… 그 당사자가 여기 있다고요.
강한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시선을 애써 외면하면서 레나를 바라봤다.
레나는 강한나의 질문에 잠깐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휘휘 저으며 다부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약 그렇더라도 그건 주인님의 선택입니다. 저의 매력이 떨어져서 방문해주시지 않는다면 그건 결국 제 잘못입니다.”
“…정말 답답한 분이네요.”
강한나가 한숨을 쉬며 레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답답함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껏 당사자인 나를 인형 취급하던 강한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래요. 그렇다고 치죠. 당신의 매력이 떨어져서 이분께서 방문을 안 한다고 치죠.”
“….”
그저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했을 뿐인데, 레나의 표정이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리고는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봐? 나는 안 간다는 소리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강한나는 그런 레나의 모습에 흡족해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만약… 당신 때문에 그쪽의 방문 횟수가 줄면….”
“…?”
“당신이 담당하는 서쪽 생활실 인원들이 피해를 보겠네요?”
“읏!”
레나는 순간 자기 때문에 피해를 볼지 모르는 비올라에 베아트리체를 떠올리며 가슴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레나, 그런 행동하지 마…. 누가 보면 내가 진짜 안 간다고 말한 거 같잖아.
레나의 약점을 제대로 찌른 강한나는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승리감에 도취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 일은 그저 당신만을 위한 욕심이 아니에요. 아셨죠?”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정해졌네요!”
오늘 이후로 동쪽 생활실과 서쪽 생활실의 조약이 맺어졌다.
조약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함선에 지내게 되면 24시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생활실을 번갈아 가면서 밤을 보낸다.
부득이하게 한쪽에서 날짜를 초과해서 지내게 되면 다른 쪽 생활실에서 지낼 때 그만큼 시간을 연장한다.
한쪽 생활실에서 지내게 될 경우, 잠자리를 가지는 건 성수호의 사정에 맞춰서 인원을 정한다.
그것이 바로 조약의 내용이었다.
‘무슨 멀티 기둥서방도 아니고….’
강한나와 레나는 확실하게 조약을 맺은 뒤 희미하게 웃었다.
“이렇게 딱 정해 놓으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저도 막상 이렇게 정하고 나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습니다.”
“그럼 두 분의 대화는 끝난 것으로 확인하고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
아니, 그러니까… 내 의견은….
결국 당사자인 내 의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불평등 조약이 완성되고 나서 회의를 다시 진행했다.
..
..
강한나와 시호가 방문하고 나서 나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원래라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데에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두 사람의 적응을 위해서 시간을 좀 더 연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강한나의 교육이 진행된 뒤, 영사관에 가기 전에 아르모니아와 간부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간부 회의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떤 능력치를 올려야 할까….”
바로 내 능력치를 올리기 위한 회의.
“수중에 남은 에넬은 760만입니다.”
“아직 많네.”
이제 곧 다 쓸 예정이지만….
일단 능력치를 올리기 전에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마법력, 궁술, 뇌속성. 이 세 가지가 1순위입니다.”
내가 가진 전투 스킬들 중에 제일 활용성이 뛰어난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2순위는 은신, 상태 이상 해제 등등… 보조적인 능력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수 직업과 전설 직업의 스킬들은 한동안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 그쪽은 소모량이 너무 터무니없이 많으니까….”
소모량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도 있으므로 놔두기로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단을 내렸다.
“일단 마법력, 뇌속성, 궁술… 이 세 가지 기질을 전부 25로 맞춰놓자.”
“알겠습니다. 스킬을 올리는 것으로 인해 소모된 에넬은… 총 400만 에넬입니다.”
“나, 남은 건….”
“360만 에넬이 남았습니다.”
“아, 아직 반 남았네.”
아직 함선에 에넬이 절반이나 남았다구!
몸은 단 1도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에넬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후… 능력치 오른 건 영사관 가면 체감이 되겠지.”
나는 그렇게 위로하며 다시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하면서 능력치를 올렸다.
일단 공격을 올렸으니, 다음은 내 몸을 지킬 수단을 올릴 차례였다.
상태 이상 면역과 은신, 회복과 항마력.
저 네 가지 기질을 20까지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전부 레벨을 올린 기질들은….
[마법력 LV 25], [뇌속성 LV 25], [궁술 LV 25], [회복 LV 20], [항마력 LV 20], [상태 이상 면역 LV 20], [은신 LV 20].25와 20으로 깔끔하게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남은 에넬은….
“총 50만 정도의 에넬이 남았습니다.”
함선에 꽉 찼던 에넬이 한 모금정도 남았다….
“후… 그거라도 남은 게 어디야. 50만은 남겨 놓자.”
“알겠습니다.”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법이다.
긴급한 경우에 쓸 정도의 에넬은 확보해 놓는 것도 중요하니까.
나는 의자 등받이에 크게 기대며 주변을 둘러봤다.
화려한 집무실.
생각해보니 처음 왔을 때도 여기에 앉아서 옆에 있는 아르모니아의 브리핑을 들었지.
그때 처음 우리가 가졌던 전 재산이….
“2000 에넬이었지?”
아르모니아는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야… 격세지감이네. 2천 에넬로 벌벌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50만 에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네….”
“수호 님 덕분입니다.”
“에이, 그렇게 따지면 아르모니아 덕분이지.”
나는 아르모니아를 힐끗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여기 오게 된 건 전부 아르모니아 덕분이잖아.”
비록 중간중간 위험한 일도 있었고, 사경을 헤맨 적도 있었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지금처럼 행복한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아르모니아 덕분이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아르모니아는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침묵할 뿐이었다.
“….”
뭐랄까… 예전 생각을 떠올리는 분위기랄까나….
딱히 불편한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나는 아르모니아와 서로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렇게 바라보던 중에 문뜩 떠오른 생각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까. 간부 회의는 여기서 진행하고, 대표 회의는 네 집무실에서 진행하자고 했지?”
“네, 맞습니다.”
간부 회의는 나와 아르모니아만 참여하는 회의, 대표 회의는 거기에 레나와 강한나까지 포함한 회의였다.
사실 함선의 인원수를 생각하면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딱히 다들 단어에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 집무실.
“그냥 내 집무실에서 모두 해결하면 되지 않아? 어차피 여기서 잠도 자지 않아서 회의용으로 쓰는 것도 좋아 보이는데.”
동서 생활실 조약 협정(?)이 이루어진 뒤 나는 서쪽 생활실과 동쪽 생활실에서 번갈아 가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제는 시호와 시간을 보냈고, 그 전날에는 비올라와 시간을 보냈다.
사실 말이 집무실이지, 내가 여기서 잠을 잠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강한나와 시호가 없을 때도 복귀하고 나면 레나나 비올라의 생활실에서 지내는 편이니까.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아르모니아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제가 이곳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을 때, 한가지 당부드린 말씀 기억하십니까?”
“당부? 아… 여기서 여자랑 자지 말라고 했던 거?”
사실 집무실의 환경만 따지면 생활실보다 훨씬 아늑한 편이었다.
커다란 방에 사무실과 침실이 같이 붙어 있어서 희한한 구조였지만, 그래도 이런 컨셉이 또 흥분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응? 그거 말고 다른 말도 했던가?”
“…제 당부드린 말씀의 진짜 의미는 이곳에 여자를 일절 들이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아….”
그저 잠자리를 갖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이곳에 여자의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여자의 숨소리도 닿지 못하게 만들라는 의미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혹시 애들한테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함선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제일 먼저 당부하는 말이 그 부분이었습니다.”
어쩐지… 심심하면 한 번쯤 들어봐도 될법한데 비올라뿐만 아니라, 모두 다 내 집무실에 가자는 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 집무실도 분명 과거에 주인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 주인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 또한 굴러들어온 돌이니 얌전히 말을 따르는 게 중요하겠지.
여기서 궁금한 사실이 생겼다.
“아르모니아.”
“네.”
“여기 집무실의 원래 주인은 어디에 있어?”
내 질문에 아르모니아는 멀뚱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곳에 있습니다.”
“…뭐?”
설마 내가 안 보이는 귀신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예상외의 답변을 받게 되었다.
“이곳의 원래 주인은 저였습니다.”
“아… 난 또 뭐라고….”
놀랐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할 것이지.
아르모니아치고는 훌륭한 말장난이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럼 지금 아르모니아, 네가 있는 집무실 주인은?”
“….”
끙… 역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하면 안 되는 질문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르모니아는 지금까지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낸 적이 없었다.
분명 이런 커다란 함선에 혼자만 있었을 리가 없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미안, 괜한 이야기를 꺼내서.”
분명 그전에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지레짐작한 채 사과하며 말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아르모니아가 눈을 감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나중에….”
“…?”
“나중에 좀 더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는 저에 대한 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편한 상황이 오면 말해줘.”
쓸데 없는 기대감을 담아서 대답하지 않았다.
아르모니아는 분명 평소처럼 무표정이었지만….
“….”
그런데도 그녀의 분위기에는 뭔가 그리움과 서글픔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와 아르모니아는 집무실에서 침묵한 채 같이 시간을 보냈다.
..
..
사아악!
내 눈앞에 무수히 쏟아졌던 무지갯빛은 금세 거둬지면서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으… 오랜만이네. 내방.’
영사관에 있는 내 기숙사였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통신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웅 사관 학교 보조 교관 기숙사… 시설은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여기에는 기숙사 내부에 감시 장치가 없나요?]강한나의 목소리였다.
나는 강한나의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통신으로 말했다.
‘여기에 감시나 감청 장치 달면 난리 날걸요.’
영웅들이 지내는 기숙사.
그야 나는 보조 교관이지만, 나도 그들과 같은 건물에 지내고 있었다.
그런 곳에 감시, 감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설치한 놈과 녀석이 소속된 집단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서 우주 너머로 버려질 것이다.
교단이 그 더러운 파리 빙의 능력이 있는 고충신을 대우해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파리가 돌아다니면 그저 위생 문제로만 까일 테니까.
강한나는 고충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경악하는 목소리로 혐오감을 드러냈다.
[으엑! 파리요!? 뭐 그런 능력이….]‘그 녀석만 조심하면 웬만해서 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한나 씨는 밤에만 감독하는 역할 아니었나요?’
내 질문에 대답한 건 강한나가 아닌 아르모니아였다.
[한동안 적응과 교육을 위해서 낮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아… 하긴 예전에 레나도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숙사에 있던 TV를 틀어봤다.
그리고 그렇게 켠 TV는 아침부터 한 가지 기사로 도배하듯 재생되고 있었다.
<전날, 던전화와=”” 함께=”” 테러를=”” 당했던=”” 에브리카=”” 본사가=”” 하루만에=”” 던전화를=”” 회복하고,=”” 습격했던=”” 테러리스트들을=”” 잡아들였다는=”” 소식입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 일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아니, 애초에 나랑 성수아가 에브리카에서 싸울 때부터 이미 언론에서 난리였겠지만.
그렇게 뉴스를 쭉 보면서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혹시 내가 까먹은 게 있나 싶어서….
<상급 영웅=”” 성수아의=”” 활약으로….=””/>
<심지어 교관=”” 복부=”” 중임에도=”” 활약을….=””/>
<다들 성수아=”” 영웅을=”” 추대하며….=””/>
뉴스에는 온통 성수아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뉴스를 계속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와… 내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네.’
성수아와 다르게 내 이름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