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58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88화(589/1201)
〈 588화 〉 588화 영웅 사관 학교 (5)
* * *
나는 예리한 검날을 보면서 흥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역시 서가의 무기라 그런지 상태가 좋네요.”
“….”
하지만 내 칭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사실에 기뻐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서지은과 이소현은 토끼 눈을 한 채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나머지 사용인들은 입을 벌린 채 바라볼 뿐이었다.
그나마 다른 표정을 짓는 자가 있다면….
“….”
미간을 찌푸린 기철호와 창이었던 쇠몽둥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홍문석 정도였다.
나는 그런 기철호와 홍문석을 번갈아 보면서 나지막이 사과의 말을 입에 담았다.
“무기를 훼손해서 죄송합니다. 설마 창을 저렇게 대번에 휘둘러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괜찮습니다.”
입에는 괜찮다는 말을 담았지만, 표정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창피를 주려고 했는데, 되려 창피를 당한 꼴이니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기철호는 홍문석을 보며 턱짓을 하며 자리를 떠날 것을 무언으로 명령했다.
하지만 그런 기철호의 턱짓에 홍문석은 바로 흥분하며 외쳤다.
“아, 아직 안 끝났습니다!”
“추하게 뭐 하는 짓입니까? 빨리 자리를….”
“아직 한 수만 주고받은 것입니다! 좀 더 진행을…!”
“….”
기철호는 대답하지 않고 홍문석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침묵하기 시작했다.
홍문석은 그런 기철호의 모습을 보면서 기세에 눌린 듯 식은땀을 흘리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저 인간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홍문석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지른 주먹에도 기철호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이다.
그런 실력자가 능력도 없는 기철호의 기세에 눌리고 있는 것이었다.
홍문석은 식은땀을 훔치며 잘린 창을 거둬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홍문석은 기철호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갔다.
기철호는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꾼 뒤,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무리한 요구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성이 좋았을 뿐입니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빙의술을 해제했고, 그와 동시에 연호가 내 몸 밖으로 나왔다.
연호는 나오자마자 나를 바라보더니, 퉁명스럽게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흐음… 잘 처리한 모양이군. 직접 체감할 수 없어서 아쉽군.)
죽기 전에 검을 쓰던 자라 그런지 직접 검을 휘두르는 감각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는 사이에 기철호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아가씨는 주특기가 마법이십니다. 마법을 쓰는 사용인과 한 번 더 대결을 펼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놀랐다.
기질창으로 본 기철호는 이렇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상하네. 이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녀석은 아닌 거 같은데.’
[…조심하세요.]‘걱정하지 마세요. 마법 능력을 지닌 녀석들이면 내 상대가….’
[아뇨.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요.]거참, 섭섭하게 굴긴….
내가 그렇게 속으로 섭섭함을 느끼자, 강한나는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바로 설명해줬다.
[당신 실력을 보고 어디서 걱정을 하겠어요.]‘하하하….’
[제가 걱정하는 건 당신의 실력이 아니라, 당신의 안전이에요.]강한나는 기철호를 조사하다 보니 기질창과 그의 성격을 대조하며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시켜줬다.
[저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이 갑자기 감정적으로 나온다는 건… 정말 놓치기 싫은 함정을 꾸며놨다는 이야기예요. 진짜 조심해야 해요.]‘…명심할게요.’
강한나의 말을 들어보니 마냥 웃으면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전투에 관해서는 큰 긴장을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기철호가 나를 이기려고 기를 쓰는 중이라면 그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
..
여자 사용인의 목이 울리며 내 칼날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져, 졌습니다….”
나는 그녀의 목에 걸쳐져 있던 칼을 거둬들이며 입을 열었다.
“방어 마법이 뛰어나시네요. 빈틈을 찾는 데에 꽤 애를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대방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내뱉은 칭찬이었다.
이 여자의 전투 스타일은 내가 거리를 좁히려고 하면 마법으로 나를 위협하며 거리를 벌리고, 공격 마법으로 응수했다.
마법을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스타일.
전투 시간은 대략 3분.
이 여자의 경우에는 아까 홍문석과 다르게 최소한 나를 얕잡아 보거나, 나를 짓누르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까 봤던 전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기질창에 나온 성격도 상대를 업신여기는 스타일 같지도 않았다.
그만큼 나도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전투가 끝난 것을 확인하자, 기철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실력이 뛰어나시군요.”
입과 다르게 표정은 지금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상대한 사용인들의 실력은 영사관 교관급인데, 고작 보조 교관인 내가 손쉽게 상대했으니 말이다.
여자 사용인은 기철호의 눈치를 보며 퇴장했다.
그렇게 대결이 마무리되자마자 서지은은 내게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교관님 정말 대단하세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상성이 좋았을 뿐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마법사 대부분은 내가 진짜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으니까.
해체술 하나만으로도 마법사들은 내 선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그야 전력을 다한 성수아나 예리엘 같은 괴물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 중에 제대로 된 녀석이랑 싸우면서 확인해보고 싶은데.’
지금껏 해체술을 쓰면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한 두 개의 마법만 해체했기 때문이다.
만약 적의가 담긴 무수한 마법이 내게 달려든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아까도 방어 위주의 마법 능력자라 다행이었지.’
만약 공격 위주로 싸우는 녀석이었으면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해체술도 적당히 빈틈을 노리면서 써야 걸리지 않을 테니까.
서지은은 내 겸손에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교관님은 언제나 운으로 치부하시네요.”
“하하….”
그렇다고 내가 으스댈 수도 없잖니….
내가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적당히 넘기려는 순간이었다.
기철호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겸손하시다니, 제가 너무 보는 눈이 없었군요.”
기철호의 말에 비아냥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진심 같은 말투가 내 경계심을 더욱 부추겼지만….
‘차라리 아까처럼 툴툴거리는 느낌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나는 속으로 경계하면서 말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는 교관님의 실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후우….”
내 실력을 인정받은 것에 오히려 서지은이 안도하기 시작했다.
‘얘도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사실 이런 분란은 원래 가운데에 낀 사람이 제일 곤욕을 치르는 법이다.
서지은의 입장에서는 나와 기철호, 두 사람 중의 한 사람만 고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철호는 평생을 돌봐준 사람이고, 나는 마나 폭주를 제어해줄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모든 일이 해결되는 듯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다만 실력과 별개로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끈질김이었다.
긴장하면서 일단 물었다.
“어떤 부탁인가요?”
“괜찮으시다면… 아가씨의 수업 방식을 이곳에서 직접 보고 싶습니다.”
기철호의 꿍꿍이속은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수락할 수 없었다.
서지은과의 수업은 진짜 내가 가르치는 개념이 아닌, 어디까지나 그녀의 폭주를 해체술로 방지하는 개념이니까.
만약 서지은과 나의 수업을 옆에서 지켜보면 누구라도 의아해할 것이다.
해체술을 펼치는 장면을 편하게 감상하게 될 테니까.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세형 씨. 그건 안 돼요.”
“…어째서 안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가씨.”
서지은은 아까와 다르게 단호한 표정으로 집주인의 모습을 갖추며 입을 열었다.
“성수호 교관님은 저의 문제를 세밀하게 교정할 수 있는 분이세요. 저는 그런 부분을 알아보고 부탁을 드린 거고요.”
“정말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면 간단하게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그게 실례라는 소리예요. 저를 가르치는 일은 어느 정도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에요.”
“….”
아까까지 기철호에게 밀리던 서지은은 내 연승 덕분에 기가 쭉쭉 올라간 모양이었다.
애초에 다툴 정도의 사이가 아니지만, 원래 자존심 싸움은 친분이 깊을수록 더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이다.
그건 서지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세형 씨는 제가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싫으신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아가씨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그건 저를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성수호 교관님의 심기를 건드려서 저를 더 궁지로 몰아넣는 거죠.”
“….”
서지은의 발언에 기철호는 차분히 눈을 감고 침묵하기 시작했다.
침묵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금세 눈을 뜨고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내게 사과했다.
“아가씨의 안전에 눈이 멀어서 저도 모르게 치졸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변명도 수준급이었다.
사람이란 궁지에 몰려서 변명을 할 때는 당황해서 헛소리를 늘어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철호는 자기 잘못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앞세워서 사과했다.
서지은이라는 카드를 앞세워서….
그렇다고 서지은을 앞세웠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서지은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포함한 사과였으니까.
그럼 진짜 끝나는….
“정말…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뭔가요?”
기철호의 시선은 내가 아닌 서지은에게 향하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아가씨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다만 표정부터 말투, 눈빛까지 아까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기철호의 표정에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스러움이 서지은을 향하고 있었다.
그야 내 눈에는 정교하게 꾸민 가면으로 보였지만….
서지은은 기철호의 부탁에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저 힐끗 쳐다보는 것이 아닌 내 명령을 기다리듯이….
나는 얕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여주지 않으면 다들 걱정하겠지. 간단하게라도 펼쳐보는 게 좋겠네.”
서지은은 내 허가가 떨어진 것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
기철호는 이런 상황이 또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나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면 뭐 상황이 달라지나….
사실 이쯤 되면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렇게 억지로 일을 밀어붙이는 건지….’
외부에서 보면 기철호의 행동은 합리적으로 비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모습은 그저 서지은을 위해 이성을 잃은 집사의 모습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 눈에만 그렇게 비춰질 뿐이었다.
[분명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요.]‘…일단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할게요.’
서지은은 훈련실 중앙에 서서는 눈을 감고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서지은의 마나 제어 불능은 점점 개선되어간다는 게 눈에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는 마법을 시전하자마자 폭주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1분 정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이 대폭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야 진짜 치료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파아아악! 사아악!!
서지은의 마법이 시전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그림자가 무수한 칼날로 변하며 주변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
서지은의 능력은 그녀를 오랜 시간 보필해온 사용인들 눈에도 경이로운 광경으로 비친 모양이었다.
사아아악….
“후우….”
그렇게 30초가량 마법을 선보인 서지은이 점점 마법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최근 그녀의 마법 지속 시간은 1분이 리미트였다.
1분을 넘어가면 마나의 폭주 조짐이 서서히 보이기 때문에 정해 놓은 시간이었다.
‘별일 없네. …응!?’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이소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 아가씨!”
“!?”
싸아아악!
서지은이 펼친 그림자 칼날 하나가 유턴하더니, 그녀를 관통할 기세로 돌진하고 있었다.
서지은은 침착하게 다른 그림자 칼날을 이용해서 방어하려고 했지만….
파아앗!
“읏!?”
막으라고 지시를 내렸던 그림자 칼날마저 그녀를 향해 같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서지은이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카아앙! 카앙!
“괜찮아?”
“아! 괘, 괜찮아요.”
내가 두 개의 그림자 칼날을 막아낸 덕분에 서지은에게 닿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교, 교관님….”
아니, 더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칼을 비스듬히 세운 채 서지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서지은 생도… 내 뒤에 바짝 붙어.”
무수한 그림자 칼날들이 나와 서지은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에워싸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