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691)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91화(691/1201)
마법 학교 슈트라 (5)
계단을 오르며 학장이 흥얼거렸다.
“흠… 이런 곳에 계단이 있군요. 예전에는 없었는데.”
그 예전이라는 기준이 참 모호했다.
누구에게는 예전이지만, 누구에게는 역사이니까.
앞장선 루나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봤던 장소라… 예전에는 어땠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음…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계단 없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이곳에서 전투가 자주 일어나서 계단을 설치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고요.”
학장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루나에게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루나는 그런 학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가끔 계단에 걸려 넘어질 정도로 루나는 학장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긴… 여기 이야기면 결국 슈타트펠트 가문과 관련된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 거니까.’
흥미가 있을 만 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이야기를 귀에 담아서 기록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역사란 아무리 잘 기록해도 시간이 지나며 틀어진 언어로 인해서 의미가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장의 말에는 당시 경험했던 톤이 남아 있었다.
현대에 맞춰 교정된 긴박함과 느슨함이 루나의 머릿속에 담겨 있던 슈타트펠트 가문의 역사가 다시 잘 짜 맞춰지는 중일 것이다.
그렇게 학장의 예전 일이라는 슈타트펠트 가문의 역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묘소에 도착했다.
묘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다름 아닌 영혼들이었다.
그런데….
(또 왔나? 자네 시간이 널널한가 보군.)
(저 친구도 심심한가 보지.)
(쯧쯧,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할 게 없다니….)
반긴다기 보다는 슬슬 지겹다는 듯이 툴툴 거리고 있었다.
그런 툴툴거리는 영혼들을 향해 일갈하는 클라우디아.
(이것들이, 어르신이 왔으면 인사를 해야지!)
(아! 죄, 죄송합니다….)
(오, 오셨습니까. 클라우디아 님….)
(흐흐흐….)
대충 느낌이 왔다.
‘클라우디아를 데리고 오는 내가 불만인가 보네….’
이곳의 혼령들은 클라우디아에게 첫날부터 기선 제압을 쎄게 잡혀서 그런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영혼들의 표정이 한결 같이 내게 눈빛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발 빨리 떠나라. 좀!-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니 좀 참아 보쇼.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와 함께 묘지 건물에 들어섰다.
나랑 다르게 학장과 루나는 조용한 분위기에 어울리게 침묵한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의 커다란 묘비석이 자리한 곳이었다.
그녀의 사망 연도, 그리고 그녀가 남긴 무수한 업적들이 나열되어 적힌 묘비석.
학장은 미소도, 울상도 짓지 않았다.
무표정.
감정이 없는 무표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학장의 표정에 클라우디아는….
(예전에는 싫다고 꺼지라고 할 때는 언제고, 나 같은 여자를 왜 계속 기다려….)
서글픈 눈으로 학장을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 갈라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감정선을 잡기 쉽지 않았다.
학장은 침울, 루나는 학장에 분위기에 맞게 침묵.
클라우디아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영혼들은 클라우디아의 눈치를 보며 침묵.
생과 사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어디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그렇게 침묵의 향을 흐트러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싶군요. 만약 피곤하시면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 아닙니다. 저희도 방문한 김에 묘소를 둘러볼까 했습니다.”
“허허허… 감사합니다.”
학장은 루나의 대답을 자신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는지 고마워하며 다시 묘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학장의 모습을 보니, 고민이 들었다.
클라우디아는 다른 영혼들과 다르게 반지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었다.
몰래 그녀의 묘지 주변에 두고, 학장과 단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아… 아냐. 여기에 날 두지 말아줘. 그냥… 그냥 나를 데리고 다른 곳을 가줘.)
“…?”
클라우디아는 전쟁통을 겪는 소녀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의아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그리워했다면 이 순간 같이 있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네가 없을 때… 저 사람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워….)
“….”
클라우디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단이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도 학장에게 듣는 비난만큼은 버틸 수 없는 듯 보였다.
‘딱히 비난을 할 거 같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에 반지를 제대로 넣고 학장에게 말했다.
“만약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지체 마시고 불러주세요.”
“허허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학장의 대답과 함께 나와 루나는 장소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디아는 학장과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안도했다.
그렇게 복잡한 심경을 가진 클라우디아를 데리고, 루나와 같이 이동한 곳은….
“…저 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위르겐과 노라의 묘지였다.
(혹시 안 올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여보.)
(…응.)
위르겐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루나의 모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노라는 그런 위르겐과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내게 질문을 했다.
(혹시 저희 유골을 묻어준 분도 당신과 친분이 있는 분인가요?)
노라가 말하는 유골을 묻어준 사람.
레나였다.
내가 직접 해야 했지만, 갑자기 일어난 여러 일들 때문에 유골을 묻어줄 시간이 없어서 레나가 직접 해준 것이었다.
레나의 성격상 아마 묘지에 유골을 묻어주면서 어떠한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레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노라를 향해 나는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역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매력적인 분 같던데….)
(그 여자, 몸놀림이 보통이 아니던데…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혼령들은 무수한 질문으로 내게 물어봤지만,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루나가 옆에 있어서 함부로 입을 열 수도 없고….
그렇게 위르겐과 노라의 묘지를 보며 침묵하던 루나가 갑자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수호 씨, 전에 말씀드린 거 혹시 기억나세요?”
“어떤 거?”
“아버지께서 엄격하셨다는 거요.”
“아… 기억나지.”
위르겐은 루나의 말에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런 위르겐을 보지 못하는 루나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엄청 엄격하셨어요. 작은 잘못에도 매를 드셨고, 큰 잘못을 저지르면…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엄한 벌을 내리셨어요.”
“웃는 법이 없으셨고, 언제나 엄격하셨어요.”
“제가 아무리 울어도 절대 그만두는 법이 없으셨어요. 어렸을 때는… 제가 친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죠.”
루나의 말이 계속 이어질 때마다 위르겐의 표정은 점점 죽어가기 시작했다.
(크읏… 흐으읍….)
아까 클라우디아가 왜 학장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어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루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지만, 정작 당사자인 위르겐이 듣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위르겐이 죄책감이 온몸에 독기처럼 퍼져 흐르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감사해요.”
“응?”
(…뭐?)
지금껏 위르겐이 행했던 엄격함에 대한 서움함을 토로한 것 치고는 생뚱맞은 결말이었다.
루나는 피식 웃으며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나중에 가서 알 수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사랑 대신에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
고생하지 않은 자는 그 고생에 상응하는 위기가 왔을 때, 해결은커녕 정신력조차 유지하기 힘든 법이다.
근육이 있어야 싸울 수 있고,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고난이 필요한 법인 것처럼….
멸문했음에도 루나가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서 위르겐이 쌓아준 고난을 이겨내는 힘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애초에 위르겐이 생각 없이 루나를 몰아세우지는 않았을 것이고….
가문을 이어갈 외동딸에게 혹독한 경험도 감수할 정도의 강한 정신력을 주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루나는 미소를 지우며 점점 울상을 짓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죄송해요. 어렸을 때,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사과드리지 못했으니까요.”
(크으윽….)
위르겐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던 위르겐은 갑자기 묘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클라우디아가 그런 위르겐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이랑 다를 게 없네.)
(다를 게 없다뇨?)
클라우디아는 노라와 내 눈치를 몇 차례 보더니, 얕게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자기 딸 혼낼 때마다 내게 찾아와서 울면서 참회하던 녀석이었으니까.)
(아… 그, 그건 저도 몰랐네요.)
대단한 양반이었다.
위르겐은 평생을 약속한 배우자조차 모르게 속앓이하면서 루나를 교육해온 것이었다.
‘…이대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은데.’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루나도, 위르겐도 서로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루나가 죽거나, 함선의 소속이 되는 것 정도랄까나…?
전자는 애초에 생각하는 것조차 화가 나는 상황이었고, 후자는 현재로서는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데… 아! 그거라면….’
[혹시라도 말씀드리지만, 두 사람은 어차피 평생 이곳에 머물 것입니다. 만나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위르겐과 노라는 평생 이곳에 머물 것이다.
나중에 이곳 임무를 제대로 마친 다음 루나를 함선 소속으로 만들고 나서 만나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시간이 지나서 사후 세계로 가게 되더라도 내가 가진 [영혼 소환술]을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떠올린 건 다른 방법이었다.
비록 완벽하지 않고, 살짝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법이지만… 분명 만나게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계획을 떠올리며 울고 있는 루나를 껴안고 위로해줬다.
어느 정도 진정된 루나를 향해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내가 물 떠 올게.”
“지, 지금요?”
“응. 저번에 부랴부랴 떠나느라 꽃을 태운 채로 그냥 떠났었잖아.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서.”
“후… 알았어요.”
루나는 쓰게 웃으며 자리를 다시 지켰다.
혼자 두기에는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위르겐과 만나는 게 중요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루나와 노라를 두고, 위르겐을 찾기 위해 건물 밖으로 향했다.
‘조금만 기다려 아버지 뵙게 해드릴 테니까….’
***
성수호가 돌아온 뒤에도 루나는 그와 같이 조용히 묘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목에 힘이 풀리며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의 볼이 성수호의 어깨에 닿는 순간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서 숨을 삼켰다.
“흐응….”
“…피곤하지?”
“아… 아뇨.”
서툰 거짓말도 이런 거짓말이 없었다.
루나는 원래 피로를 잘 느끼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간 너무 큰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 탓에 평소의 정신적 한계치보다 살짝 낮아져 있었다.
연달아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로 큰 사건들이었다.
그렇게 억지로 다시 눈을 뜬 루나는….
“흐으….”
다시 눈을 끔벅이더니, 성수호의 어깨에 기대버렸다.
분명 성수호의 어깨에 기댈 때만 하더라도 눈은 아직 뜬 상태였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 안에는 보란 듯이 부모님의 묘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흐으….”
결국 부모님의 묘지를 눈 안에 담은 채 눈꺼풀을 천천히 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마치 우주를 누비는 듯한 장면이 루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
그렇게 우주를 누비며 행복에 겨운 루나의 눈앞에 나타난 건….
“루나!”
“아… 아버지!?”
꿈에서 단 한 번도 나타나 주지 않던 위르겐 슈타트펠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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