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823)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22화(823/1201)
Chapter 822 – 822.마법 학교 슈트라 (6)
나는 정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늦네….”
아까까지 산봉우리에 잘려서 반쪽이던 태양은 어느새 완벽한 원 모양을 이루며 하늘로 오르는 중이었다.
내가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는 건 다름 아닌….
“아! 선배! 여기예요!”
밀레나였다.
밀레나는 정문을 나오자마자 손을 흔드는 내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뛰어오는 밀레나를 보며 안도했다.
‘하넬로네보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오늘은 토요일로, 하넬로네가 외출해서 동아리 부장들에게 뇌물을 받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뇌물 받는 현장을 잡기 위해 나는 밀레나와 같이 외박을 신청하기로 했다.
뇌물을 받는 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밀레나에게 외박하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요새 내 말은 잘 들으니까. 혹시나 외출로 변경하지는 않았겠지. 어디 데이트 복장을… 뭐야? 저건?’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밀레나를 보며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내가 표정을 굳힌 이유는 하넬로네가 나타나거나, 에드가가 나타난 것 같은 변수 때문이 아니었다.
“미, 미안! 늦었지? 정말 미안해!”
“괘… 괜찮아요.”
내가 당황한 이유는 밀레나가 입고 있는 드레스 때문이었다.
밀레나는 마치 무지개가 담겨 있는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참고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무지개가 담겨 있다기보다는 욱여넣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밀레나가 입고 있는 옷은 촌스러운 것을 넘어서서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함이 담겨 있었다.
‘저런 쓰레기를 설마 돈 주고 산 건 아니겠지?’
만약 밀레나가 저 복장을 돈 주고 산 것이라면 저 드레스를 판 놈은 사형시켜야 한다.
사기죄, 명예 훼손죄, 인격 모독죄 등등… 모든 죄를 쑤셔 넣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드레스는 어디서 맞추신 거예요?”
“아, 이 드레스? 내가 살던 고향 의류점에 있던 옷이야.”
밀레나의 고향에 사형제도가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
밀레나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내 앞에서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자랑했다.
“어때? 슈트라에 입학한다고 하니까 마을 분들께서 돈 모아서 사주신 거야.”
동네 사람들을 전부 형장의 이슬로 만들려고 하다니.
밀레나… 무서운 여자다.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선배.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응?”
나는 밀레나를 끌고 근처에 대기시켜 놓은 마차에 같이 탑승했다.
밀레나는 마차에 타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횡설수설 묻기 시작했다.
“이, 이 마차는 뭐야?”
“제가 미리 준비해 놓은 거예요. 오늘 이 마차 타고 조심스럽게 뒤를 쫓을 생각이에요.”
슈트라 도시에는 웬만한 왕국 수도보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미행이 쉽게 들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재수 없게 걸리는 순간 내가 하넬로네를 따먹는 계획은 한참 뒤로 미뤄질 것이다.
밀레나는 내 말을 듣고 경악하며 떠들었다.
“마, 마차는 비싸잖아!? 거기다가 하루종일 대여하는 거라면 가격이….”
“선배는 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전부 지불했으니까.”
“너 혼자 내면….”
밀레나는 어깨를 축 늘이며 주눅 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밀레나를 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제가 제안한 계획이니까. 그만큼 돈을 썼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럴 때는 고맙다고 하는 거예요.”
“고,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살면서 이렇게 좋은 마차는 처음 타봐서….”
“그 정도면 충분해요.”
“후우….”
밀레나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친해진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화 한번 하기 힘든 여자였는데, 일주일간 서열을 제대로 잡아놓으니 어느새 내 말에 꼬박꼬박 대답하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정도로 가까워진 건 아니었다.
지금 상태에서 에드가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면 밀레나는 바로 에드가에게 달려갈 것이다.
‘둘이 만난 기간이 연 단위니까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시간으로 만들어낸 애정도 오늘 내가 전부 지워버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밀레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 지, 지금 하넬로네가 정문을 나왔어!”
“…!”
나는 밀레나의 말을 듣자마자 황급히 그녀의 옆에 붙어서 같이 창문 밖을 확인했다.
밀레나의 말대로 하넬로네가 막 정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하넬로네는 초록색의 금색 수실이 새겨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넬로네의 드레스는 밀레나의 드레스와 다르게 판매자에게 오히려 포상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다.
그런 하넬로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잠깐 우리 마차에 시선을 줬다.
하지만 그 시선을 오래가지 않았다.
하넬로네는 마차에서 시선을 거둔 뒤에 도심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하넬로네의 모습을 보며 마부에게 그녀를 따라갈 것을 명령했다.
마차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자, 나는 밀레나에게 자랑하듯 유세를 떨었다.
“어때요? 마차 타길 잘했죠? 마차 없었으면 걸렸을지도 몰라요.”
“그… 어… 그….”
“…?”
설마 내가 거만하게 굴어서 또 위축된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를 내려다보며 알 수 있었다.
나는 하넬로네가 나오는 장면을 보겠다고 나도 모르게 밀레나의 옆에 딱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밀레나를 포옹하듯이 자세를 취해버린 것이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제대로 말도 못 꺼내는 밀레나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하넬로네, 네가 얼마나 열받게 했으면 이런 여자가 빡친 거냐.’
거기다 더 웃긴 사실은 하넬로네와의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여자도 못 꼬시다니, 루이스… 너도 진짜 한물갔구나.’
사실 루이스가 밀레나를 꼬시지 못한 이유는 루이스가 못나서가 아니었다.
그저 루이스의 성격과 밀레나의 성격이 조화를 이루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도 못 마주치고 창밖만 바라보는 밀레나에게 좀 더 밀착하며 입을 열었다.
“선배, 너무 창밖만 보지 마세요. 그러다가 하넬로네 선배한테 들키겠어.”
“어!? 미, 미안해!”
밀레나는 더 당황해하며 몸을 더 움츠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밀레나를 보며 웃었다.
“농담이에요. 하넬로네 선배가 만약 눈이 좋다고 해도 마차 내부까지 볼 수는 없을 거예요.”
“그, 그렇겠지? 하하하….”
“그리고 너무 신경 곤두세우지 마세요. 마부분께서 알아서 잘해주실 거예요.”
지금 우리가 탄 마차를 이끄는 마부는 총 둘이었다.
그 두 마부는 이 슈트라에서 마부 일만 20년 가까이 했고, 슈트라의 지리를 완전히 머릿속에 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두 마부에게 거금을 주며 고용했다.
이틀간 내 명령에 따르고, 오늘 있었던 일은 함구하는 조건으로….
거기다 하넬로네의 뒤를 따라다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시호가 잘 붙었어요. 웬만해서 놓칠 일은 없을 거예요.]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시호도 소환해 놓은 상황이었다.
이로써 하넬로네를 놓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고마워요.’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 말고 나중에 시호한테 고맙다고 하세요.]나는 통신으로 피식 웃어주며 밀레나를 내려다봤다.
“하넬로네 선배는 마부분들께서 잘 미행할 거예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저녁에 있을 거래 현장을 확인하는 거예요. 그때까지 우리는….”
“…??”
밀레나가 내 품에 안긴 듯한 자세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넬로네 선배 뒤나 따라다니면서 데이트나 즐기죠.”
..
..
하넬로네가 처음 들은 곳은 옷 가게였다.
슈트라에서 가게라는 표현은 좀 애매한 편에 속하는 단어였다.
슈트라 도시는 대부분 거대한 상회가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거대 상회에서 운영하는 옷 가게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놓고 운영하는 식이었다.
지금 하넬로네가 들어간 옷 가게는 7층으로 구성된 거대한 석조 건물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밥도 안 먹고 쇼핑하다니… 정말 하넬로네다웠다.
나와 밀레나도 하넬로네가 들어간 건물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밀레나는 들킬지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나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옷 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마, 만약 들어갔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제가 눈썰미 좋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다 지금 우리가 들어간 건물은 사람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다.
만약 하넬로네가 우리 근처로 접근하면 시호를 통해서 내게 통신으로 알려줄 것이다.
웬만해서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웬만해서는 말이지….
“선배… 들키고 싶지 않으면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야 할 거 같아요.”
“어!? 왜? 너, 너무 화려한가?”
그럴 때는 화려하다는 단어가 아니라, 기괴하다는 단어를 쓰는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까지는 입에 담지 않았다.
“네. 너무 튀어요. 그리고 이렇게 색이 너무 많은 드레스는 솔직히 좋지 않아요.”
“으으… 미안.”
“아니, 사과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요….”
나는 한숨을 쉬며 점원을 불렀다.
“저기요.”
“네, 고객님!”
내가 부른 점원은 밀레나보다 외모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입고 있는 생기있는 드레스 덕분에 밀레나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옷을 판매하는 사람인 만큼 패션 감각이 굉장히 높아 보였다.
그리고 옷 가게 점원은 고도의 패션 감각을 탑재한 만큼 밀레나의 드레스를 보자마자 공포심에 덜덜 떨었다.
“드… 드레스가 굉장히… 화, 화려하시네요!”
“후후,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야….
나는 다시 고개를 절레거리며 점원에게 부탁했다.
“여기 여성분께 제일 어울리는 드레스를 추천해주세요.”
“제일 어울리는 이라면…?”
“말했다시피 제일 어울리는 거로.”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점원은 환하게 웃으며 나와 밀레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환하게 웃은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이런 가게에서 옷에 대해서 문의할 때는 구입하려는 가격대를 먼저 묻는 것이 순서였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이미 제작된 기성복과 고가의 맞춤복을 동시에 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가격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듯이 허세를 부렸으니, 맞춤형 드레스를 팔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친절한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자, 밀레나가 공황장애가 온 듯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내게 말했다.
“나, 나… 이런 곳에서 옷 살 정도로 돈 없어. 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제가 설마 선배한테 돈 내게 하겠어요? 그냥 얌전히 따라오세요.”
“으으으으으….”
밀레나는 내 말에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얌전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평범한 매대가 아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드레스들이 수십 벌 진열되어 있었고, 우리를 안내한 직원과 비슷한 여자 직원 다섯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시는 드레스를 골라주세요. 한 벌도 좋고, 여러 벌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고른 드레스의 디자인을 조합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손가락을 튕기자, 대기하고 있던 여자 직원들이 밀레나의 옆에 달라붙어서 칭찬 세례를 퍼부으며 드레스 고르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고객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제가 본 고객님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우세요.”
“드레스 색깔은 어느 게 끌리시나요?”
“지금 이 디자인이 요새 인기가 있는….”
밀레나는 다섯 명의 직원에게 둘러싸여서 마치 술에 취한 듯이 해롱해롱 거렸다.
“저… 저는… 그게….”
“후후후,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숨을 고르시고….”
“후우… 네.”
나는 밀레나를 진정시키는 직원들의 응대 솜씨에 감탄했다.
직원들은 밀레나를 진정시킨 뒤에 옆에서 차분히 조언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그저 밀레나의 옆에서 조언이나 아부만 입에 담은 게 아니었다.
말동무를 해주며 옷을 골라주고, 드레스에 홀려서 구경하는 밀레나의 치수를 조심스럽게 쟀다.
그리고 부스스한 밀레나를 머리카락을 손질해주며 그녀의 외형도 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직원들의 경이로운 직업정신을 보며 쓰게 웃었다.
‘돈 존나 많이 깨지겠군.’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카린에게 부탁해도 되고, 여차하면 레빈으로 워프 타서 왕자에게 받아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밀레나의 드레스가 돈을 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저 무지개 파워가 담긴 거지 같은 드레스를 벗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멍하니 밀레나와 직원들을 바라보자, 안내했던 점원이 내게 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기실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네.”
드레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정확히 치수도 재야하고, 무엇보다 갈아입는 모습을 남자가 보는 건 좋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루나나 카린이었다고 해도 나는 자리를 비켜줬을 것이다.
그렇게 점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에 도착한 나는 차를 홀짝이며 밀레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허기가 느껴지는 시간이 도달했을 때쯤 문을 열고 직원들이 우수수 들어왔다.
양옆에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등장한 밀레나는….
“어, 어때…?”
“와….”
내가 지금 가진 전 재산을 털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