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875)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74화(87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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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사관 학교 (6)
“무, 무슨 짓이에요!”
성수아의 비명이 내 고막에 고통을 준 뒤에 내 몸이 뒤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주변이 암흑에 가까운 어둠이 깔린 터라 몸을 지탱하지 못한 탓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쾅!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이곳에서 큰 소리로 엉덩방아를 찧으니 성수아도 덩달아 놀란 듯이 목소리를 낮췄다.
“괘, 괜찮으세요?”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예비용 전등을 꺼내서 켰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주변에 있는 인물들끼리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의 빛이 나왔다.
전등 빛에 비친 성수아의 표정은 오묘함 그 자체였다.
“그… 죄, 죄송해요. 갑자기 달려들어서….”
“….”
나에 대한 불신과 죄책감, 그리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오늘 성수아의 얼굴에는 그동안 그녀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이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이왕이면 더 몰아붙여서 다양한 표정을 볼까 싶었지만….
‘성수아 입장에서는 진짜 위험한 상황이겠지.’
여기서 그만두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냥 가벼운 상황이지만, 성수아의 입장에서는 목숨이 오고 가는 절박한 상황일 것이다.
아무리 내가 확실하게 구해줄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장난치는 건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됐어. 오해받을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
내 진지한 대답에 성수아는 다행히 덩달아 진정하기 시작했다.
“전이 기믹이었던 거죠?”
“맞아. 혹시라도 말하지만, 내가 한 거 아냐.”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성수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서 열심히 통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스마트 워치를 응시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성수아를 보며 물었다.
“연락 안 돼?”
“…네.”
적당히 거짓말로 둘러도 됐을 텐데도 성수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에 대한 불신과 별개로 나와 한동안 같이 다녀야 할 것 같으니 거짓말을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일단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나 보네.’
하지만 성수아와 다르게 나는 그쪽 상황을 알 방법이 있었다.
‘아르모니아, 지금 어때?’
[서로 대치하는 중입니다.]예상대로 우리 쪽보다 그쪽이 훨씬 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수색대 쪽에서는 리더인 성수아가 사라졌고, 문주아와 레나 입장에서는 내가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레나 쪽은 함선 통신으로 어찌어찌 설명하면 그만이지만, 수색대 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마 내가 기믹을 조종해서 성수아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레나, 내 말 들려?’
[네, 들립니다. 주인님.]‘그럼 그쪽에 우리 쪽 사정을 설명해줘.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나는 일단 간단하게 레나에게 나와 성수아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최대한 평화적으로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바로 성수아에게 말했다.
“지금 내 동료한테 설명하라고 말해놨어.”
“어!? 설마 통신이 닿은 건가요?”
“어. 우리 쪽 동료랑은 대화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주인님, 수색대 쪽에서 제 말을 전혀 믿고 있지 않습니다.]‘…당연한 거겠지.’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 곧이곧대로 레나의 말을 믿으면 그것도 진짜 바보 같은 행동이다.
나는 성수아에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저쪽에서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래.”
“하아… 당연하겠죠. 혹시… 당신이 쓰는 통신을 제가 쓸 수 있나요?”
“아니, 불가능.”
“하아… 그럼 그쪽 동료에게 제 말 좀 전해주세요.”
성수아가 전달한 내용은 아까 나눴던 사적인 대화였다.
성수아는 사적인 대화라고 해도 알려주는 것을 내켜 하지 않긴 했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대부분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는 성수아에게 들은 내용은 레나에게 온전히 전달했고, 얼마 뒤에….
[일단 다행히 믿는 눈치입니다.]‘좋아.’
자칫 피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잘했어. 그쪽에서 일단 믿는 눈치래.”
“휴우… 다행이네요.”
그렇게 성수아는 몇 차례 더 사적인 이야기를 내게 건넸고, 나는 그 이야기를 계속 레나에게 전달했다.
그 덕분에 레나 쪽에 있는 수색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사태를 진정시킬 때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어!?”
성수아가 스마트 워치를 보며 경악하는 표정을 지은 뒤, 다급하게 통화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뭐지? 설마 전파가 닿았나?’
[아닙니다. 수색대 쪽에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따로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다른 쪽 수색대와 연락이 닿았나 싶어서 안도하려는 순간이었다.
성수아가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미소를 머금고 내게 말했다.
“저, 저희 쪽 인원과 연락이 닿았어요.”
“다른 수색대 말하는 거지? 그럼 그쪽이랑 네가 맡은 수색대랑 연락되겠네? 네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대신 전달해 달라고 전해.”
“아… 그, 그건….”
성수아의 곤란한 표정을 보며 예상외의 수확을 건질 수 있었다.
‘…예리엘이랑 연락이 닿았구나!’
만약 내 예상이 맞았다면 횡재라고 할 수 있었다.
내 기준에서 탑의 수색대 대원들 전원보다 성수아와 예리엘이 더 중요하니까.
성수아는 재빠르게 내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다른 쪽 수색대도 전이 기믹이 발동된 모양이에요. 그래서 서로 흩어진 모양이에요.”
“흐음… 통신이 닿은 대원의 위치는 알 수 있어?”
“네. 연락이 닿을 정도의 전파 거리가 되면 대략적인 방향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쪽에 마침… 당신이 원하시는 분도 계세요.”
“….”
일단 상황이 대충 정리가 됐다.
레나와 문주아는 리더를 잃은 수색대와 같은 구역에 있고, 나는 성수아와 예리엘과 같은 구역에 있는 상황.
대충 1층에 레나와 문주아, 리더를 잃은 수색대가 있고, 2층에 나와 성수아, 그리고 예리엘이 있다고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1층과 2층은 전파가 서로 닿지 않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몰래 잠입한 조직의 떨거지들도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겠지.
나는 얕게 한숨을 쉰 다음 예비용 전등으로 주변을 비췄다.
아까 숙영하던 거대한 홀과 다르게 이곳은 두 명 정도만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복도 형태의 구조였다.
“그럼 네 동료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안내할게요.”
그렇게 성수아와 나의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
..
평소 성수아와 같이 있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였다.
포근함, 안락함, 부드러움, 안정감 등등….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모두 하나의 단어로 귀결되었다.
안식처.
내가 느끼는 성수아라는 존재는 안식처 그 자체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성수아는 나를 품어주고, 감싸주었다.
저 커다란 가슴으로….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아니….”
망토를 쓰고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내 눈이 드러난 상태였다면 가슴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들켰을 것이다.
하지만 추잡한 행위를 들키지 않는 것과 별개로 답답한 건 사실이었다.
‘평소라면 막 아무 말이나 던지다 보면 알아서 이야기가 오고 갔을 텐데….’
지금 나는 성수아에게 아무 말이나 던질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초기 컨셉을 재수 없는 놈팽이로 잡는 바람에 일어난 참사.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친절하게 굴걸….’
성수아와 같이 있으면서 이렇게 조용한 건 그녀와 같이 눈을 붙이고 잠이 들었을 때뿐이었다.
지금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나를 경계하는 중이었다.
내가 그렇게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중에….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기도를 막고 있는 듯한 침묵을 성수아가 녹이기 시작했다.
‘좋지!’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겉으로는….
“말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냉기를 풍기며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성수아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혹시 전에 들어온 저희 동료가 어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늦게 질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애초에 원활한 대화가 오고 갈 관계가 아니었으니 오히려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솔직하게 답해줬다.
“몰라.”
“…그렇군요.”
성수아의 안도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에 투입한 선발대와 나와 상관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는 살짝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나?
“내 말을 그냥 믿는다고?”
“….”
성수아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굳이 당신이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수아는 한번 질문이 오고 가자, 말문이 트였다고 생각하는지 연이어 질문을 이어 나갔다.
“저희를 기습한 자들에 대해서 아시나요?”
“알아.”
“얼마나요?”
“그건 너한테 해줄 이야기가 아니야.”
“…제 직급이 낮기 때문인가요?”
“어, 책임질 수 있는 책임자랑 해야 할 이야기야.”
“….”
성수아는 내 말을 듣더니, 살짝 삐친 표정을 지었다.
수색대의 대표까지 맡은 마당에 아랫사람 취급하는 게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표정으로 불만을 표할지언정 말로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사회생활을 해본 것을 넘어서서 영사관의 교관, 거기다 탑 수색대의 대표까지 맡은 여자다.
사적인 감정을 휘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성수아는 삐친 표정을 금세 풀면서 내게 또 질문을 했다.
이번 질문은 아까와 다르게 의미심장한 감정을 담아서 물었다.
“저희와는 중립이라고 하셨죠? 그럼… 저희를 기습한 자들과도 중립인가요?”
지금까지 했던 질문 중에서 어떤 의미로 제일 중요한 질문이었다.
성수아는 내 대답 여하에 따라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탑은 쓰레기나 오물과도 관계를 구분하며 지내나?”
“하아… 정말 대답하고는….”
성수아는 한숨을 숨기지 못했고, 한편으로 미소를 숨기지도 못했다.
일단 내가 기습한 녀석들과 긍정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풀어야 하나 걱정했지만….
“동료들 걱정 안 드세요?”
성수아의 분위기를 띄우는 방식 덕분에 쉽게 풀어졌다.
“내 동료보다는 네 동료들이나 걱정하는 게 좋겠군.”
내 말에 성수아가 발끈한 듯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 던전에 이상한 기믹 때문에 곤란했을 뿐이지, 제 동료들도 보통 실력자들이 아니에요.”
“이상한 기믹?”
“….”
내가 모르는 척하며 묻자, 성수아는 잠깐 고민하고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마나가 제어되지 않는 기믹이에요. 당신 동료들은 마법을 쓰지 않아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저희 마법사에게 굉장히 치명적이죠.”
성수아는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그리고 설명을 전부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짜 헛똑똑이였군.”
“뭐, 뭐라고요!?”
내 평가를 들은 성수아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컨셉대로 말한 것뿐이긴 하지만, 나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사과의 의미로 그녀에게 물건 하나를 던졌다.
성수아는 내가 던진 물건을 양손으로 잡아낸 뒤에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보석인가요?”
“보석처럼 보이면 보석상에 가서 팔아봐. 영웅이 짝퉁 보석 팔려다가 걸렸다는 뉴스 나오면 참 재미있겠네.”
“아니, 말을 해도!”
성수아가 발끈하며 큰소리를 치려고 하자, 나는 그녀의 말을 끊고 보석의 정체를 알려줬다.
“마법 제어 불능 현상이 발생하면 그거 써서 해결해.”
나는 성수아에게 간단하게 사용법을 설명해줬다.
성수아는 마나 제어 불능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손에 쥐었음에도 마냥 편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설마 당신이 그 현상을 만든 건….”
“내가 뭣 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해.”
“하지만….”
“진짜 헛똑똑이네. 내가 그런 현상을 만들었으면서 너한테 그런 아이템을 주겠어?”
“그럼 설마…?”
“중요한 말은 탑의 수장이랑 해야 하니까. 빨리 안내나 해줘.”
“….”
성수아는 또 말을 아끼는 내 모습에 살짝 삐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당신이 정말 중요한 인물인 건 확실해졌네요.”
“헛똑똑이지만,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군.”
“하아….”
성수아는 계속 평가당하는 것에 질렸는지 몸을 오소소 떨더니, 황급히 발걸음을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마워요. 잘 쓰고 돌려줄게요.”
성수아는 내게 보석을 슬며시 보여주며 나지막이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빨리 안내나 해.”
“후우… 알았어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다시 침묵이 감돌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까 느껴졌던 숨 막히는 침묵은 사라지고, 느슨한 분위기의 침묵이 우리 둘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