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87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78화(879/120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성수아가 난처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
성수아의 눈빛 안에는 당혹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성수아는 마치 보면 안 되는 장면을 마주한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나는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차분하게 바닥에 앉았다.
바닥에 앉자마자 벽에 등을 기대며 포기했다는 듯이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1~2시간 쉬다가 가지.”
내 말을 들은 성수아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 고마워요.”
내가 갑자기 이렇게 휴식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설마 갑자기 잠들 줄은 몰랐군.”
예리엘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갑자기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수아는 처음에 예리엘의 갑작스러운 수면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금세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이렇게 잠드실 줄은….”
갑자기 풀린 긴장감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잠들어 버린 것이었다.
“잠시 통화 좀….”
성수아는 조심스럽게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서 통신을 시작했다.
동료들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라면 억지로라도 예리엘을 깨울 것이다.
그게 정답이니까.
성수아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마침 두 수색대가 만났다고 하네요. 한동안 그 자리에서 휴식하라고 말해 놨어요.”
이로써 예리엘이 잠시 쉴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해졌다.
성수아는 자기 허벅지를 베고 자는 예리엘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긴장이 풀리셨나 봐요.”
“….”
성수아의 말처럼 긴장이 풀린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예리엘은 성수아를 만나기 전까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종횡무진하는 중이었다.
‘아마 수색대랑 떨어지고 나서 계속 그 상태를 유지했겠지.’
24시간 가까이 혼자서 쉬지도 않고 그 속도로 수색대를 찾아 다녔을 것이다.
무서워서?
당연히 아니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걱정돼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이 주도해서 수색대를 편성하고 이끌고 들어왔는데, 책임자인 자신만 동떨어진 상황.
심지어 전이 기믹을 당하는 그 순간에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중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으니 속에서 두려움이 피어났을 것이다.
자신이 이끌고 온 수색대에 큰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덕분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고, 그 스트레스가 하필….
“배부르면 졸린 법이지.”
내가 준 음식으로 인해 단숨에 풀려났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한 뒤에 바로 눈을 감고 벽에 잠을 청하듯이 기대었다.
그러고는 나지막이 목소리를 흘렸다.
“나도 한숨 자야겠군. 그 여자가 깨어나면 그 뒤에 깨워. 그리고….”
“…?”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수아를 보며 눈을 감고 머리를 마저 벽에 기대었다.
“그 여자 깨어나면 내가 먼저 잤다고 말해. 괜한 자존심 때문에 날뛰는 건 사양이니까.”
“…고마워요.”
성수아라면 내 말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예리엘이라면 분명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실수를 자책할 것이다.
최소한 내가 먼저 잠들었다고 하면 죄책감은 좀 더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수아는 내 배려는 적당히 이해한 모양이고….
‘아르모니아,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알겠습니다.]‘만약 레나랑 문주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워프 사용해줘. 문주아도 마찬가지고.’
[알겠습니다.]나는 아르모니아의 믿음직한 대답을 들으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
내가 깨어난 건 2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그리고 분위기는 2시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왜 그랬니?”
“죄, 죄송해요. 너무 곤히 주무셔서….”
“하아….”
예리엘은 이마를 감싸며 한숨을 쉴 뿐, 성수아를 과하게 질타하지는 않았다.
자신도 아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예리엘은 성수아에게 계속 잔소리했다.
“네가 배려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도 잘 알잖니.”
예리엘은 화를 낸다기보다는 자기 잘못을 질책하는 것 같은 잔소리였다.
“내 잘못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내가 실수하면 그 옆에 있는 네가 바로 잡아주는 것도 중요해.”
“…죄송합니다.”
사실 예리엘의 말대로 성수아도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
성수아는, 아무리 상대가 탑의 수장이라고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예리엘이 깨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리엘은 그저 피로 누적과 포만감에 잠든 것뿐이었다.
사실상 깨우는 게 타당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성수아가 깨우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렇게 자고 있으면 어떻게 깨우겠나.’
예리엘의 자는 모습이 성수아의 모성애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예리엘의 정신연령은 한참 위였지만, 잠이 든 예리엘의 모습은 초등학생일 뿐이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예리엘의 모습에 성수아는 도저히 그녀를 깨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게 문제가 생기면 최고 책임자는 너야. 부디 그 사실을 자각했으면 좋겠구나.”
“…명심하겠습니다.”
“…나야말로 미안해. 설마 그렇게 잠들 줄은 몰랐네.”
“아, 아니에요! 피곤하실만한 상황이셨잖아요.”
성수아도 예리엘의 말이 속에 와닿았는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성수아와 대화를 마친 예리엘은….
“….”
뒤에 따라오는 나를 슬며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성수아는 내가 미리 말해둔 대로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고 설명한 상황이었다.
아마 예리엘이라면 성수아의 말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성수아의 말대로 내가 먼저 잤다는 것, 두 번째는 자신이 자는 모습을 보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잤다는 식으로 말이다.
둘 중 어느 것을 믿어도 상관없었다.
‘내 정체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지.’
내게 향하는 예리엘의 호감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안전하게 이곳을 나가고, 그 뒤에 내가 예리엘에게 용건을 건네면 그만이었다.
‘용건을 전하려면 결국 수색대 전원이 안전해야겠지만….’
만약 수색대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예리엘이 감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나에 대한 호감도와 별개로 신뢰도는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예리엘의 노려보는 눈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어? 웬 문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석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석문의 높이와 폭은 대충 50미터씩 되었고, 석문 상단에는 거대한 태양과 달이 새겨져 있었다.
중단에는 거대한 사자와 뱀, 독수리 등등 동물들이 태양과 달을 우러러보는 형태로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우리 눈높이에 있는 하단에는 눈동자 두 개가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눈동자의 크기는 사람 손바닥을 올려놓을 수 있는 수준의 크기였다.
우안(右眼)은 황금색으로, 좌안(左眼)은 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들 위에는….
“알 수 없는 문장이네요.”
성수아의 말대로 알아보기 힘든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실 석문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수색대와의 합류였다.
이런 중요한 문은 나중에 정식으로 던전을 탐색할 때 들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곳이 길인 거 같은데 어쩌죠?”
우리가 가는 방향을 이 문이 막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통로가 있긴 하지만….”
성수아의 말대로 거대한 석문 말고도 다른 좌측에 뚫린 통로가 있었다.
그 통로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석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요한 재보가 있을 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저 통로는….
“저쪽은 아닌 것 같아요.”
누가 봐도 수색대를 가리키는 방향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방향만 따지자면, 우리가 막 이곳에 도착할 때 통과했던 통로 쪽에 가까웠다.
“예리엘 님, 어떻게 할까요? 일단 저쪽 통로로 이동할까요? 어쩌면 돌아서 가는 길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성수아가 그렇게 상황을 전달하며 예리엘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리엘은 성수아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눈앞에 있는 석문에 집중하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생명의 무게를 이용해서 태양과 달을 이을 수 있는 자만이 이곳을 통과할 수 있을지어다.”
“어!? 이, 읽으실 수 있으세요?”
“응… 그리고 밑에는…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어.”
방법은 심플했다.
오른손을 황금빛 눈동자에, 왼손을 은빛 눈동자 위에 올려서 조건에 부합하면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법 밑에도 다른 문장이 적혀 있던 흔적이 있지만… 너무 훼손되어서 알아볼 수가 없네.”
하지만 일단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수확이었다.
‘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지식이 해박하네.’
‘….’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누굴 바보로 아나….
내가 그렇게 투덜거리는 사이에 예리엘과 성수아는 계속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논의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일단 시도는 해보자. 돌아서 간다고 길이 이어진다는 법도 없으니까.”
“네!”
석문을 돌파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동료들의 위치가 문으로 향하고 있는 마당에 상황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예리엘은 그렇게 결정한 뒤에 자기 손을 눈동자 위에 올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예리엘 님! 잠시만요!”
성수아가 예리엘의 팔을 잡고는 제지한 것이었다.
그녀가 제지한 이유는 단순했다.
“제가 먼저 할게요.”
먼저 위험을 무릅쓰겠다는 뜻이었다.
분명 석문에 적힌 문장대로라면 손만 올리고,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알아보는 게 끝이었다.
딱히 위험할 게 없어 보였다.
겉으로는 말이지….
예리엘도 성수아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안돼. 손을 올렸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내가 대처하는 쪽이 나을 거야.”
예리엘은 성수아를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위험을 자신이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예리엘의 말대로 함정이 있다면 그녀가 이 일에 안성맞춤일 것이다.
하지만 성수아는 다른 방식으로 예리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예리엘 님은 수색대를 이끄셔야 하잖아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죠. 만약 혹시라도 예리엘 님께서 문제가 생기시면… 수색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요. 저보다는 예리엘 님이 수색대에 더 필요해요.”
“….”
성수아의 의견도 타당했다.
예리엘은 수색대의 중심과도 같은 존재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성수아가 일단 확인차 시도해보는 것이 정석이었다.
“아까 말씀하셨죠? 이런 곳에서 사적인 감정을 담지 말라고….”
“…그래. 그랬지.”
예리엘은 자신의 말에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 만약…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들 거야.”
“부탁드릴게요.”
성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직접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지? 지금이라도 컨셉 버리고 말릴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응? 왜?’
[저 문은 그저 통과하는 자를 확인하는 기능밖에 없습니다.]‘엥? 어떻게 아는데?’
[저 문의 기질창을 보여드리겠습니다.]‘뭐? 기질창?’
돌로 만들어진 문에 뭔 기질창이 있나 싶었지만….
=====
파라오 봉인문
[죽음의 저울], [무감정], [공명정대]…=====
파라오 봉인문이라는 이름의 기질창을 가지고 있었다.
‘거참… 신기하네.’
[일단 -[죽음의 저울]-라는 기질을 확인해주십시오.]파라오 봉인문이 가진 -[죽음의 저울]-이라는 기질은 아까 예리엘이 말한 문을 통과하기 위한 확인 절차였다.
눈동자에 손을 대면 삶의 무게를 측정한 뒤에 부합하는 자일 경우 문을 열어주는 식이었다.
다만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삶의 무게…? 나이를 말하는 건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허…. 일단 손바닥을 댄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 보네.’
아르모니아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안도하며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성수아가 황금빛이 흘러나오는 우안에 오른손을 올렸다.
그러자….
“히익….”
갑자기 눈동자 안에 있던 동공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이거… 살아 있는 눈동자 같은데요?”
“….”
성수아의 말을 들은 예리엘이 조심스럽게 우안에 손을 살며시 댔다.
이번에도 동공이 요동쳤다.
“…정말이네.”
요동치는 이유는 그저 맨 눈동자를 손으로 만진 탓에 고통스러워서 그런 것 같았다.
성수아는 다시 자리를 잡은 뒤에 손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일단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이제 양손을 올려 볼게요.”
성수아가 양쪽 눈동자에 손을 올리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요동칠 뿐, 성수아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어…?”
갑자기 거대한 석문 상단에 그려진 태양 모양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양을 시작으로 그 밑에 동물들이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눈에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사자, 뱀까지 눈을 빛내고 나서….
구궁!
성수아가 손을 대고 있던 눈동자가 눈꺼풀을 내리며 모든 불빛이 꺼져버렸다.
이쯤 되면 지금 상황이 뭘 뜻하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죄송해요. 실패한 거 같아요.”
실패했다는 의미였다.
대충 확인 절차가 어떤 식인지 알 수 있었다.
눈동자에 손을 올리면 태양 빛이 흘러나온다.
그 뒤에 태양 빛이 중단에 있는 동물들의 눈으로 차례대로 이어 나간 뒤에 왼쪽 문에 있는 달까지 밝히면 되는 것이다.
“일단 안전하다는 게 확인됐으니, 내가 해볼게.”
다음은 예리엘이었다.
예리엘이 다가가자, 다시 눈꺼풀이 올라가며 눈동자를 드러냈다.
예리엘은 키가 닿지 않아서 공중 부유를 한 다음 양쪽에 손바닥을 올려놨다.
양팔을 양쪽으로 쭉 뻗으며….
“크으….”
예리엘은 뭔가 창피한 장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살며시 붉혔다.
눈동자 사이의 거리는 성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작은 체형의 예리엘에게는 살짝 버거운 거리였다.
‘귀엽네.’
내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리엘은 얼굴을 슬며시 붉힌 채 눈동자에 손을 올렸다.
그녀가 그렇게 손바닥을 올리자….
태양이 아까보다 훨씬 더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밑에 있던 사자, 뱀, 독수리 순으로 동물들의 눈에 차례대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예, 예리엘 님! 이제 거의 다 됐어요!”
성수아의 환호와 함께 달이 불빛이 닿는 순간….
구궁!
“크읏!”
석문에 있던 모든 불빛이 사라져 버렸다.
예리엘은 아쉬움에 신음을 흘렸지만, 성수아는 폴짝 뛰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몇 번 더 시도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후우… 그럼 다시 한번….”
예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손바닥을 올렸다.
하지만 그 뒤에도 아슬아슬하게 달 근처까지 갈 뿐, 달빛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살짝 지쳐서 그런지 광량이 낮아지고, 거리가 점점 짧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리엘 님, 일단 쉬고 나서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
예리엘의 체형이 어린애라고 해도 정신까지 어린애는 아니었다.
급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예리엘은 오히려 명상을 통해 정신을 집중한 뒤에 깨끗한 정신으로 시도해보려는 듯 보였다.
‘예리엘이 안되면 나도 안 되려나? 예리엘이 저래 보여도 나이가 꽤 있으니까.’
[수호 님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 같습니다.]‘엥? 손기술을 이용해서?’
저 눈깔을 만져서 눈으로 가버리게 만들라는 의미인가?
[….]‘….’
통신으로 말한 것도 아닌데, 설마 내 생각을 읽은 건가 싶었다.
아르모니아는 한동안 침묵을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는 내게 설명했다.
[봉인문에 있는 기질에 주목해주십시오.]‘기질?’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나는 파라오 봉인문의 기질창을 쭉 훑어봤다.
그리고 눈에 띄는 기질이….
‘오! 이거면 되겠는데?’
하나 있었다.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천천히 봉인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내가 봉인문으로 향하니, 성수아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명상하던 예리엘도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실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나를 옆에 두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시도하려는 걸까요?”
“…안될 거야.”
예리엘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들으며 나는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일단 합류하는 게 중요하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양쪽 눈동자 위에 양 손바닥을 올렸다.
내가 손바닥을 올리자, 눈동자가 고통을 느끼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양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성수아보다는 밝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예리엘의 광량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예리엘은 내가 만들어낸 광량을 확인한 뒤에 안심하며 눈을 감고 다시 명상하기 시작했다.
‘…부디 자존심 상하지 말길.’
분명 이대로라면 예리엘의 기대대로 달빛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자, 써볼까?’
이 문을 쉽게 통과할 방법이 있었다.
정작 손바닥에 힘을 주지 않고, 눈에 힘을 주며 양쪽 눈을 쳐다봤다.
그러자….
파그그그극!
눈동자가 죽음의 신을 마주한 것처럼 요동치더니….
파아아아아앗!
태양의 광량이 온 주변을 밝힐 정도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양이 빛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 달빛이… 빛나고 있어요!”
“!?”
달빛조차 주변을 휩싸일 정도로 강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쿵!
석문은 아까 실패한 두 사람과 다르게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석문이 열렸고, 나는 열린 석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캬… 케르베로스, 네 눈깔 쩔더라.’
그와 동시에 아까 아르모니아가 띄워줬던 파라오 봉인문의 기질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언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