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0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06화(907/1201)
위그드라실 (7)
어… 그….
“….”
정적이 감돌았다.
아까까지 환호성과 격분을 토해내던 관중과 진행자가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참상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사람은….
“와… 언니… 수준이 너무 다른데”
한봄이었다.
한봄은 잔인한 장면을 보면서도 얼굴에 전혀 두려움을 담지 않았다.
오히려 경이로움만 담을 뿐….
그리고 이어서 입을 연 건 한가을이었다.
“이길 거라는 예언을 보긴 했지만… 내가 본 장면이랑 차원이 다르네.”
이미 한가을이 예언으로 승리를 점쳐줬기 때문에 대충 이길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아니, 애초에 예언이 아니더라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다.
전설 스킬 10레벨.
포인트로 올릴 수 있는 위그드라실에서 정한 최대치.
포인트를 퍼부어도 더 이상 올리는 게 불가능한 신의 영역.
민하연은 앞에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타나토스의 병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게 신의 힘.’
사실 민하연도 전설 스킬 10을 찍고 나서 따로 써보지는 않았었다.
A급 선수가 된 이후로 굳이 도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이제야 능력을 처음 써본 것이었다.
‘대단해….’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높은 곳에 마련된 VIP 관람석.
그곳에 있는 성수호에게 향했다.
지금 민하연이 능력을 얻는 데에는 그녀의 노력과 운은 단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성수호가 없었다면 0층 보스전에서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성수호가 없었다면 1층 보스전에서 케르베로스를 만나기는커녕 만났어도 도망조차 못 쳤을 것이다.
성수호가 없었다면 2층에 못 가고, 전설 직업도 못 얻었을 것이고.
성수호가 없었다면 전설 직업을 얻었더라도 레벨업 따위는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그래, 이 모든 것이….
‘수호 덕분이야.’
성수호에게 받은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민하연에게 단 하나의 보상도 바라지 않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뭔지 몸소 보여줬다.
민하연의 눈동자에는 만족스러워하는 성수호의 표정이 담겼고, 그녀는 성수호의 표정을 보며 성취감을 얻었다.
그리고 성취감을 얻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의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게 웬일인가요!
심지어 환호성이 너무 커서 진행자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하지만 진행자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사람들 귓속에 욱여넣기 위해 자신도 목청 높여 소리쳤다.
허무하게 끝났지만, 시시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아니, 이런 진풍경을 누가 시시하다고 하겠습니까!!!
진행자의 말대로 허무하게 끝날지언정 시시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런 경기를 또 어디서 보겠는가.
“언니, 이제 가자.”
“응.”
경기가 끝나자마자 민하연, 한봄, 한가을은 대기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을 돌리자, 마침 등 뒤에서 도미 드레크와 케닐, 그의 멤버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악!”
“패, 패배를! 인정… 하겠… 어…”
다들 죽기 직전의 기억을 간직한 채 부활했다.
‘뭐… 굳이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겠지.’
민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퇴장에 집중했다.
관객들 대부분이 상대편에게 포인트를 걸어서 속이 쓰린 것 같았다.
하지만 보는 재미는 만족해서 그런지 다들 환호성으로 그녀들을 배웅해줬다.
콜로세움 복도에 들어서자, 고막을 울리던 환호성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복도를 걷자 점점 더 줄어들더니, 대기실에 들어가는 순간 환호성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더 이상 지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이 대기실이 방음이 잘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아니, 민하연은 일단 그 부분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민하연은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주저앉듯 털썩 앉았다.
그 모습을 본 한봄이 갑자기 걱정되는 표정으로 민하연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언니, 혹시 힘 많이 써서 힘들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한봄과 한가을은 서로 바라보며 민하연과 같은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민하연의 축 늘어진 모습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시 비위가 안 좋아서 그래”
“하긴… 내가 봐도 좋은 장면은 아니긴 했지.”
민하연이 소환한 타나토스의 병사들은 도미 드레크와 케닐 팀을 순식간에 죽여 버렸다.
그것도 평범하게 죽은 게 아닌, 인간에게 짓밟혀 터져버린 개미처럼 처참하게 죽어버렸다.
하지만 민하연의 비위는 생각보다 강했다.
“아냐, 그런 건 아냐.”
“그럼…”
“언니, 힘든 거 있으면 빨리 말하는 게 좋아. 괜히 속에 담고 있으면 본인만 힘드니까.”
한봄과 한가을의 말을 들은 민하연은 한숨을 푹 쉰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나 싶어서….”
“응 무슨 소리야 언니가 한 게 뭐가 있냐니…”
“….”
한가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고, 한봄은 민하연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처럼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한봄도 알고 있는 것이다.
민하연이 한 말의 의도를….
한봄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이유는 단순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한봄도 평소에 민하연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을은 갑자기 두 사람이 침울한 표정을 짓자, 그제야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아하… 뭔지 알겠네.’
이 중에서 유일하게 성수호와 뒤늦게 만난 한가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흥얼거렸다.
‘진짜 남자에 빠지는 게 무섭긴 하구나. 언니들이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한가을이 아는 민하연과 한봄은 절대 이런 여자들이 아니었다.
남자에게 붙어서 철면피처럼 구는 여자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되려 그 남자가 의지할 수 있는 강단을 가진 여자라는 의미였다.
‘하긴… 언니들이니까 이런 모습을 하는 거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여자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가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노력으로 끝장을 본 여자들.
어린 나이에 국가 대표를 하고, 어린 나이에 국립 발레단에 들어간 여자들이다.
두 사람은 언제나 남자에게 의지하는 것을 오히려 창피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 위그드라실에서 두 사람은 성수호에게 한없이 베풂을 받았다.
성수호는 두 여자에게 은혜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아낌없이 도와줬다.
심지어 목숨까지 걸고 구해준 적도 몇 차례 있었다.
여자의 마음속에 신뢰를 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성수호는 두 여자에게 신뢰라는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서서 신뢰의 숲을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진짜 웃기네.’
한가을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질투심도 생겨났다.
‘투정 부리는 거 같네….’
한가을도 성수호에게 만만치 않게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후발 주자에 지나지 않았다.
한가을의 눈에는 성수호가 민하연과 한봄을 끔찍이 사랑하고, 나머지 멤버를 살짝 소홀히 하는 듯 보였다.
아마 삼인방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성수호가 자신들보다 민하연과 한봄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씁… 질투 나지만 어떻게 할 수 없지. 그래도 언니들인데….’
한가을은 내심 품고 있는 질투심을 심연 깊숙이 쑤셔 넣은 다음, 두 사람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에휴,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누가 보면 실적 못 내면 버림받는 여자들인 줄 알겠네.”
“…버림”
“하아… 쓸모없어지면 버림받으려나… 더 우울해지네.”
두 사람은 단어 하나에 꽂혀서 오히려 더 심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니, 이 여자들이….’
한가을은 다시 꿈틀꿈틀 기어 올라오려는 질투심을 다시 억지로 누른 다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왜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건데 생각해 봐! 지금까지 오빠가 언니들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지금이야 좋아하겠지만… 나도 나이 먹을 거고….”
“언젠가 질리지 않으려나…”
두 사람이 걱정하는 부분이 대충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있었다.
한가을은 한숨을 푹 쉰 뒤에 손뼉을 크게 쳤다.
짝!
“응!”
“뭐, 뭐야!”
우울해하며 멍해 있던 민하연과 한봄이 한가을의 손뼉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가을은 어리둥절한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진짜 어처구니없는 거 알아”
“응 그게 무슨….”
“그렇잖아!”
한가을은 울분을 토하듯 두 사람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 위그드라실 오기 전에 매번 밖에 놀러 나갈 때마다 나한테 하는 말이 뭐였는지 알아”
“뭐, 뭐였더라…”
“남자 좀 안 꼬였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리는 거였어.”
민하연과 한봄은 친자매보다도 훨씬 친하게 지냈고, 만나면 자주 밖에 놀러 다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밖을 돌아다니면 1~2분에 한 명씩 꼭 남자가 꼬이곤 했다.
그야 한여름에게 호되게 데인 두 사람은 벌레처럼 꼬이는 남자들을 쉽게 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하긴 우리가 매번 그렇게 이야기하긴 했지.”
“나갈 때마다 그러니까 짜증 나서 그랬지.”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그건 가을이 너랑 겨울이도 마찬가지 아니야”
다른 여자들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한가을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니…. 나랑 겨울이는 그 정도는 아니거든”
한가을도 자기 외모에 어느 정도 자신 있어 했지만, 민하연과 한봄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니들이 그렇게 인기 있는데, 오빠가 언니들을 질려하겠어”
“하지만 수호는 여자도 많고….”
“맞아. 아저씨는 인기 많잖아.”
한가을은 두 사람의 말을 듣자마자 두 사람이 걱정하는 부분을 번뜩 떠올릴 수 있었다.
‘아… 당해본 적이 있어서 걱정하는 거구나.’
성수호를 만나기 전에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아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한여름.
두 여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쓰레기.
민하연과 한봄은….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는 거구나.’
예전에 받았던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하는 본능이 발휘된 것이었다.
‘끙… 이건 쉽지 않은데.’
한가을의 생각대로 이 부분은 마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가을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한가을도 연애에 관해서 조언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나도 처음인데, 뭘 알겠어….’
한여름 덕분에 경험한 첫 남자, 성수호.
한가을도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두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히 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두 사람과 다르게 한가을에게는 냉정함이 남아 있었다.
한가을은 그 냉정함을 앞세워서 두 사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가 봤을 때, 우리는 지금 걱정해야 할 처지가 아니야.”
“그럼…”
“기대해야 하는 처지지.”
“…기대”
민하연과 한봄이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자, 한가을을 폭풍같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잖아! 우리는 오빠가 시킨 일은 완벽하게 수행했어. 오히려 오빠가 우리한테 상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야 하는 거 아냐”
“그, 그런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분명 성수호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 성장한 건 맞다.
하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칭찬받아야 하는 것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봐! 오빠가 포인트를 많이 벌어도 몇억… 더 나아가서 몇십억을 언니들에게 투자했어. 그것만으로 사랑은 충분하지 않아”
“아… 그, 그렇지….”
두 사람은 한가을의 말에 천천히 넘어오기 시작했다.
한가을은 두 사람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마지막 말을 터트렸다.
“오히려 언니들의 행동이 오빠한테 실례라고 생각해.”
“실례…”
“그렇잖아. 기껏 여기까지 도와줬는데, 힘없이 축 늘어져 있으면 오빠만 오히려 힘 빠지겠지. 안 그래”
“어… 그, 그건….”
“으….”
두 사람은 한가을의 말에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한가을의 말이 두 사람의 정곡을 찔렀다.
버림받느냐는 의심 자체가 결국 사랑을 더 받고 싶다는 욕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뭐… 언니들이 그렇게 야비한 여자들은 아니지만….’
하지만 충격 요법은 어떤 의미에서 잘 통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그래… 가을이 말이 맞아. 여기서 축 늘어져 있는 건 예의가 아니지.”
“나도 동감! 간만에 가을이가 말 잘하네.”
힘을 내며 얼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을 간신히 위로한 한가을은 오히려 속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에휴… 이래서 연애 초보들이란….’
그렇게 한가을이 허탈하게 웃으며 분위기가 진정되는 순간이었다.
철컥.
“응 다들 여기에 있었네 나오지 않고 뭐해”
성수호가 대기실에 방문했다.
성수호가 등장하자마자 민하연과 한봄은 팔짝 뛰며 성수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수호야, 오늘 나 어땠어 잘했어”
“아저씨! 언니가 활약 다 뺏어가서 내가 할 게 없었어요!”
아까까지 우울해하던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하연아, 잘했어. 그리고 봄이 너는 팀전에서 언제나 활약하잖아.”
성수호는 그렇게 두 여자를 껴안으며 격려와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화사한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
‘아오… 괜히 위로했어.’
한가을은 아까 두 사람을 위로하던 자기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가을아, 너도 잘했어.”
“어… 저는 한 게 없는데요”
“아까 예언 봐줬다며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지. 다들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었잖아.”
“아….”
한가을은 순간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얼굴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거… 기분 좋은데’
성수호의 칭찬에 홀린 한가을은 일어나서 성수호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성수호 앞에 도착한 한가을.
성수호는 그런 한가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조만간 4층 갈 거잖아. 이렇게 된 거 넷이 함께 도시나 구경하며 돌아다니자.”
성수호의 말을 들은 민하연, 한봄, 한가을은….
“응!”
“좋아요!”
“네!”
애교가 담긴 목소리를 흘리며 앞장서는 성수호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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