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18)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17화(918/1201)
위그드라실 (7)
어깨에 걸쳐지는 하늘색 머리카락, 그런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여성.
170정도 하는 키와 온몸에 음영이 살짝 띄워진 근육들이 예술이었다.
이잔카처럼 무자비한 근육과 전혀 다른 근육.
마치 댄스를 하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체형의 여성이었다.
가슴은 한가을과 비슷한 C컵 느낌.
거기다 가슴을 부각하는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복근 배가 자랑스럽게 드러난 탱크탑과 허벅지를 꽉 조일 듯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점은….
‘존나 예쁘네.’
한봄, 한가을처럼 엄청난 미모를 지녔다는 사실이었다.
한봄이 앳된 느낌, 한가을이 커리어 우먼 느낌이라면 지금 다가오는 여성은 마치 활발한 댄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 여성의 정체는….
“언니랑… 하연이 언니도 있네!”
한여름의 마지막 여동생인 한겨울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그토록 찾던 한여름 전용 NTL 퍼즐의 마지막 피스를 찾았다.
이름하여 한피스(Han Piece).
애초에 만날 걸 알았지만, 막상 직접 만나니 나도 모르게 감격이 차올랐다.
‘아르모니아!! 기질!’
[알겠습니다.]아르모니아는 바로 내 눈앞에 한겨울의 기질창을 띄워줬다.
=====
한겨울
[정령술], [긍정적], [저돌적], [솔직함], [성장 욕구]…=====
거친 외형에 어울리게 기질에 저돌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능력.
‘정령술…’
한가을의 예언가처럼 처음 보는 능력이었다.
당연히 훈련실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터라 무기를 쓰는 무술 능력을 지녔을 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멍하니 한겨울을 보는 사이에 한겨울이 민하연과 한봄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와! 여기서 언니들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러게… 사실 이렇게 보지 않는 게 좋은 거지만….”
한겨울은 민하연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오히려 방긋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에이, 세상일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면 그것만큼 지루한 게 어디 있겠어”
“하하… 겨울이 너는 달라진 게 없구나.”
“크흐흐.”
잠깐이나마 축 처질 뻔한 분위기가 한겨울 덕분에 금세 정화될 수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네.’
4명의 남매가 이렇게 성격이 다를 수 있나 싶었다.
한여름, 한봄, 한가을, 한겨울.
찌질함이 가득한 한여름, 책임감이 넘치는 한봄, 능글맞은 한가을, 활기찬 한겨울.
남매 전부가 개성이 넘쳤다.
그렇게 오랜만의 재회를 만끽하던 한겨울은 세 사람을 보며 외쳤다.
“이렇게 된 거 일단 자리를 옮기자! 이잔카 대장, 나 잠깐 쉬어도 돼요”
“쉬어도 되냐고 애초에 넌 오늘 쉬는 날이잖아!”
“푸하하, 맞아. 나 오늘 쉬는 날이었지.”
뭐랄까…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것 같았다.
능력이 정령술이던데, 친화적인 성격이 강해서 직업을 얻게 된 건가
내가 그렇게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사이에 이잔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정리는 됐으니까 가족들이랑 시간이나 보내.”
“고마워요! 가자, 언니!”
그렇게 한겨울이 파티원들을 이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 순간….
“어…”
한겨울이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토끼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보는 한겨울.
궁금했다.
한여름은 ‘야’, 한봄은 ‘저 아저씨’, 한가을은 ‘저 남자’.
한 씨 남매가 나를 보고 처음 내뱉은 호칭.
한겨울은 과연 나를 보고 뭐라고 부를까
내가 그렇게 기대하자, 때마침 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궁금한 듯이 한겨울의 입만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내 첫 호칭이 담겼다.
그리고 드디어 한겨울의 입에서 나온 역사적인 호칭은….
“쟤는 뭔데 따라와”
쟤였다.
..
..
나는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허탈하게 웃었다.
숙소 내부는 전쟁 중인 것을 고려하면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혼자 지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숙소의 모습을 보면서도 숙소에 대한 감상 따위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가 떠오를 뿐이었다.
“설마 쟤가 나올 줄은 몰랐네.”
저 남자나 저 사람 정도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초면에 쟤라니….
“쟤라니~”
나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기는커녕 오히려 실실 웃으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사실 기분 나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한봄이 처음 내게 했던 아저씨라는 호칭이 당시에는 더 충격적이었다.
그야 그 아저씨라는 표현이 지금은 애정의 표현이 되어서 오히려 다른 호칭이 싫게 되었지만….
“나중에는 바뀌겠지.”
한가을이 오빠라고 부르는 것처럼 한겨울도 언젠가 호칭을 바꿀 것이다.
그야 그 과정에서 결국 호감도를 쌓아야 한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한겨울이 한봄, 한가을과 자매이니 어차피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일단 확실한 사실은….
“오늘은 포기해야겠네.”
오늘은 내가 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한겨울은 민하연 일행과 같이 재회의 기쁨을 맛보는 중이었다.
아마 오늘 하루는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한겨울을 만나는 것도 목적 중의 하나였으니까 괜찮겠지.”
우리에게 남은 목표는 이제 하나.
보스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다.
“어차피 제한 시간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니까 좀 여유를 가져도 되겠지.”
그렇다고 무작정 태평하게 이곳에서 희희낙락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차피 보스 던전을 가기 전에, 움브라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지금 내가 아는 보스 던전의 정보는 딸랑 두 가지.
첫 번째, 이번 시즌에 도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저번 시즌에 몇백 명이 한꺼번에 도전했지만, 클리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딸랑 그 두가지뿐이었다.
심지어 던전의 위치도 모르는 상황.
“아들이 와서 알려줄 거라고 했는데… 언제 오는 건데”
웨드록은 4층에 머무는 자기 자식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건네주고는 내게 임무를 맡겼다.
당시에는 진행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마담의 말을 듣고 바로 안심할 수 있었다.
(4층에 계신 웨드록 님의 아드님이라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담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나야지. 도움을 받든지 하지….”
아직 웨드록의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그 생각도 금세 접을 수 있었다.
“뭐… 도움이 된다는 건 그만큼 정보력도 뛰어나다는 거겠지. 여기서 지내다 보면 알아서 찾아올 거고….”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침대 위에 누운 채 하품했다.
딱히 졸린 건 아닌데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나도 모르게 나른함이 덮치기 시작했다.
“잘까…”
낮이라고 해도 할 일이 없다면 자두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런 의지도 결국….
똑, 똑, 똑.
누군가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누구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바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건너편에 서 있는 건….
“다행히 계셨군요.”
눈을 감고 미소를 짓고 있는 남궁 유하였다.
“어 무슨 일이세요”
“잠시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나는 바로 문을 열자마자 남궁 유하가 들어올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켰다.
남궁 유하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내 행동을 봤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네고 차분히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문을 닫은 뒤에 남궁 유하를 테이블로 안내해서 같이 앉았다.
앉자마자 바로 용무를 물었다.
“무슨 일이 신가요”
“마침 여유가 생겼으니, 향후 어떤 식으로 훈련할지 논의할까 싶어서 왔어요.”
“아! 좋죠.”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다.
어제 대화할 때는 그저 단전 개화를 도와주겠다는 식의 말만 주고받았었다.
단순히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서로 바쁜 일 처리를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남궁 유하는 내 활기찬 대답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의욕이 넘치시네요.”
“아, 너무 과했나요”
“아니에요. 가르침을 받는 분의 의욕은 가르치는 자의 재능보다 더 중요하답니다.”
“하하하, 그러면 다행이네요. 그러고 보니까 남궁 유하 씨는 이제부터 제 스승님이 되는 거잖아요.”
“스승이라….”
남궁 유하는 스승이라는 표현을 듣자마자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 부끄러워하네’
나는 그런 남궁 유하의 표정이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장난기를 담아서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무림에서는 사제지간이 되면 구배지례를 드린다던데, 지금 당장 구배지례를….”
“아, 아니에요! 그,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남궁 유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을 휘휘 젓기 시작했다.
펄럭이는 그녀의 무복 소매가 인상적이었다.
‘재미있긴 한데, 처음부터 과하게 놀리지는 말자.’
상대는 진지를 좀 심하게 빠는 무림인이다.
아무리 이곳에 적응했다고 해도 장난이 길어졌다가는 자칫 심기를 거스를 가능성이 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곤란하게 만들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예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아… 저야말로 너무 과하게 반응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서로 사과를 주고받았다.
다행히 남궁 유하는 내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좋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남궁 유하의 쑥스러워하는 모습.
‘띄워주는 거에 약하네.’
일단 내 판단은 그랬다.
그렇게 아무런 절차도 없이 훈련 계획을 짜나 싶은 순간이었다.
“…잠시 생각해봤는데.”
“”
남궁 유하는 아까처럼 얼굴을 붉힌 채 입 안에 말을 담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남궁 유하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허리를 곧게 펴서는 자세를 바로잡고는 내게 말했다.
“비록 저희가 이해득실을 따지며 같은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만, 사승(師承) 관계를 약속했으니 약식으로라도 진행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다행히 남궁 유하도 나와 사제지간이 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남궁 유하가 긍정적으로 나오니, 내 쪽이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혹시 제가 한 말 때문에 부담을 느끼셔서 그런 거라면 억지로 하실 필요는….”
상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장님이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눈치를 보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까 내가 부담스럽게 말한 탓에 갑자기 내 눈치를 본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남궁 유하는….
“아니에요. 오히려… 제 쪽에서 감사드리고 싶어요.”
“감사라고요…”
남궁 유하는 마치 봄날에 꽃잎을 흘리는 선선한 바람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평생을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답니다. 그럼에도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살았어요.”
남궁 유하는 장님이지만, 어디에서 무시당하거나 경시 받은 일 따위는 없다고 했다.
강호에 몇 없는 명문 세가의 장녀로 태어난 남궁 유하를 누가 함부로 욕하고, 멸시하겠는가
하지만….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지만…. 누구도 저를 무림인으로 봐주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남궁 유하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여자이고, 더 나아가서 장님이었다.
그녀는 가문을 넘어서서, 무림 전역에서도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남궁 유하는 아까까지 부끄러워하던 표정을 지우고, 감격이 흐르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달싹거렸다.
“그런 저를 남궁 세가의 여식이 아닌 한 사람의 무림인으로 봐주신 건 당신이 처음이랍니다.”
“….”
살짝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지. 생각해보면 남궁 유하가 한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남궁 유하에게 단전에 관련된 능력을 배우고 싶었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그녀를 원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뒷배경 따위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그녀의 실력과… 몸을 원했을 뿐이다.
남궁 유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마지막 말을 흘렸다.
“무엇보다 평생 다시 없을… 제자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
남궁 유하는 나를 마지막 제자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었다.
나는 그런 남궁 유하의 말을 듣고는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그… 구배지례는 아홉 번 절하는 건가요”
엉뚱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남궁 유하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푸훗…. 제가 어렸을 적에 조부님께 했던 질문과 비슷하네요.”
“구배라길래 당연히 아홉인 줄 알아서….”
“구배(九拜)는 아홉 번 절하라는 뜻이 아닌, 절의 아홉 가지 방식을 뜻해요. 지금은 계수배(稽首拜)라고 해서 크게 한 번만 절을 하면 충분해요. 그 뒤에는….”
남궁 유하는 그 뒤에 내게 이런저런 설명을 부가하며 사승 관계를 맺을 때의 절차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설명이었지만….
“그리고 절을 올린 제자가 본명과 금일의 날짜, 출생지, 가문, 소속 등을 읊으며….”
남궁 유하의 열띤 목소리와 환한 미소가 내 마음속에 지루함이 싹틀 틈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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