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56)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55화(956/1201)
위그드라실 (7)
바론 왕은 매일 똑같은 악몽에 시달렸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고, 전쟁에 나가고, 학살하는 꿈이었다.
그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없었고, 심지어 한번 잠자리에 들면 똑같은 장면만 몇백 번을 돌려보듯 봐야 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꿈으로 치부했다.
그리고 그 꿈이 자신의 나약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존재했다.
바론 왕은 불사의 힘을 얻었지만, 정작 아버지를 죽인 트라우마에 씌워서 정신과 육체가 썩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과 육체가 썩을 뿐, 죽음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무한히 썩어가는 지옥 같은 악몽을 매일 꾸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 지옥의 굴레에 갇혀서 또 아버지를 죽이는 트라우마를 겪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촤아아악! 서걱!
“끄아아아아악!!”
“죽어!!!!”
아버지가 죽고 나서 처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솨아아악! 서걱! 서걱!
“크아아아아아악!!”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체험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잘리자마자 바로 재생되어야 할 신체 부위들이….
서걱! 쏴아아악!!
“끄아아아악!!”
잘릴 때마다 피를 분출하며 고깃덩이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렇게 다리가 잘리며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순간….
“크으윽… 존나 아프네….”
남자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몸을 절뚝거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바론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바론 왕은 아직 붙어 있는 하나의 팔을 남자에게 뻗었다.
파아아앗!
팔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창으로 변했고, 그 창이 남자를 날아갔다.
살기가 가득 담긴 창.
하지만 창의 살기는….
채애앵!
“크으윽!”
남자가 가볍게 휘두른 사이드에 의해서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바닥에 떨어진 창은 피 웅덩이에 다시 녹아내리듯 들어갔다.
피 웅덩이에 녹아내리는 창을 보며 남자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약해빠진 주제에 왕이 되겠다고 깝친 거냐”
“이… 이놈!!”
젊은 시절 바론은 아버지에게도 꾸중을 들은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굴욕적인 언사를 들을 위치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살면서 처음으로 조롱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정체도 모르는 인간에게….
하지만 그런 조롱을 당했음에도 어느새 바론의 심장에는 분노보다 더 큰 두려움이 밀려 들어왔다.
바론은 턱을 덜덜 떨며 외쳤다.
“주, 죽여 버리겠…!”
다시 한번 분노하며 어떻게 해서든 남자에게 달려들었지만….
서걱! 퍼어억!
“끄어어어어어억!!”
남은 한 팔을 베이고, 발로 차이며 남아 있던 분노마저 두려움에 삼켜져 버렸다.
양팔이 잘린 채 바닥에 처박힌 바론이 남자를 보며 애원했다.
“사… 살려줘….”
“….”
하지만 바론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버지의 무기를 들고 마치 사신처럼 서 있는 사내.
‘아… 아버지….’
사신처럼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에게서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평생 웃음으로 자신을 대해줬던 아버지.
바론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약한 게 아니었어. 아버지는… 내 앞에서 약한 것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
..
어둠은 죽음이다.
죽음은 자신이다.
그리고 다음 죽음은 네가 될 것이다.
언제나 아버지가 해주던 말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다스리는 움브라의 백성들 대다수가 죽음처럼 아버지를 따랐다.
그렇다면 선왕이 두려움의 대상일 것 같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움브라 백성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축복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죽음이란, 삶이라는 선물을 잘 포장해주는 매듭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매듭을 아름답게 묶어주는 것이 바로 아버지였다.
존경했다.
모든 백성이 죽음으로 여기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신.
분명 존경… 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욕심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마음속에 욕심이 자리 잡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빛 한줄기 때문이었다.
평생 어둠에 싸여 있는 움브라에 빛 한줄기가 몰래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빛이 도착한 장소는….
“너는 누구냐”
바론의 방이었다.
후광으로 인해 얼굴조차 보기 힘든 존재가 말했다.
“당신에게 어둠을 극복할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바론에게 빛의 말은 악마의 속삭임이나 다름없었다.
바론은 빛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꺼져라.”
그 대답을 들은 빛은 망설임 없이 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바론은 그 빛을 봤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도….
마치 빛을 봤다는 사실만으로 죄를 짓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신을 어둠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왔습니다.”
빛은 마치 바론의 죄를 더 깊이 새기듯 다음 날에도 나타났다.
두 번째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꺼져라.”
하지만 이번 빛은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
1초.
1초간 바론을 응시한 뒤에 떠나갔다.
그 이후에도 빛은 쉬지 않고 밤마다 방문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과정에서 점점 달라지는 사실이 있었다.
바론의 대답은….
“…………꺼져라.”
점점 망설임이 담겨 있었고, 천사의 머무름은….
“………….”
그의 망설임의 시간만큼 길어졌다.
바론은 빛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버지에게 말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던 바론은….
“…용건이 뭐지”
결국 빛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
..
그 이후에 빛과 대화를 나눴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와… 왕좌를 빼앗아야 해.”
그의 본성은 빛으로 인해 완전히 변해 버렸다.
중립을 고수하는 아버지를 뒤에서 힐난하고, 어둠을 존경하는 백성들을 비난했다.
빛을 받아들이고, 전쟁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설득했다.
바론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축한 세력을 이용해서….
“드디어!!! 드디어 내 세상이다!!”
선왕을 죽이고 왕좌를 빼앗을 수 있었다.
바론은 자신의 팔에 가슴을 관통당한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보이지 않아.’
자신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죽은 아버지는 시신도 남기지 않은 채 천천히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평생 옆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어, 어떤 모습이셨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 강제로 얼굴이 지워진 듯이 말이다.
“흥! 잘됐어! 애초에 기억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으니까!’
바론은 그렇게 합리화하며 움브라의 왕권을 찬탈했다.
그 뒤에 빛의 인도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고, 신계까지 치고 들어갔다.
분명 빛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해줬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객이구나!!”
그에게 돌아온 보상은 죽음보다 지독한 불사였다.
매일 밤마다 아버지를 죽이는 꿈으로 인해 정신이 썩어갔고, 정신이 썩으면서 자연스럽게 육체도 썩어갔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입에 담지 못하는 괴물이 된 것이었다.
매일 아버지를 죽이는 악몽을 꾸며 지옥처럼 살아가는 그에게 미래 따위는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서 꿈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아니, 꿈의 균열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지옥과 같은 악몽의 균열이었다.
까드드득!
아버지와 똑 닮은 남자로 인해….
쨍그랑!
드디어 지옥 같은 악몽이 처음으로 깨져버렸다.
..
..
바론이 악몽에서 깨어나자마자 처음으로 본 장면은….
“그간 잘 잤느냐, 아들아.”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다.
매번 악몽에 나타났지만, 나타날 때마다 얼굴이 표현되지 않았다.
그렇게 평생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얼굴이….
“히이익… 아, 아버지….”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바론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이미 썩어서 부서질 것 같은 팔.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버지가 팔을 천천히 매만지며 속삭였다.
“오랜만에 보는데, 얼굴을 보고 싶구나.”
“아… 아버지… 저, 저는… 저는….”
녹아내릴 것처럼 처참한 얼굴에는 두려움이 잔뜩 실려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얼굴을 봤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바론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바론의 마음에 두려움을 풀어버릴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
“나이를 먹어도 멋진 얼굴은 여전하구나.”
하지만 그렇게 다정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바론은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저 삭아버린 턱을 덜덜 떨며 울먹일 뿐이었다.
“요,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저를 용서해주세요.”
바론은 더 이상 팔을 움직일 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아버지를 애처롭게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입에서 한줄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다 이해하니까.”
“아… 아버지….”
자신을 꼭 끌어안는 아버지.
다시는 못 느끼리라 생각했던 포근함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런 포근함 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속에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모든 걸 용서하마.”
바론은 그런 아버지를 꼭 끌어안으며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 같은 녀석을 용서하시는 겁니까”
지독한 패륜을 저질렀다.
친부를 자기 손으로 죽인 패륜아.
심지어 아버지가 세운 나라를 자기 손으로 파멸로 끌고 갔다.
그런 패륜아를 용서하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마디로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네가… 내 아들이니까.”
“아….”
모든 게 이해됐다.
바론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아버지는….”
평생 잊어온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저보다 훨씬 강인한 분이셨군요.”
“아버지는….”
바론은 그 말과 함께 눈을 감으며….
“저보다 훨씬 강인한 분이셨군요.”
불사의 저주라는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한 영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보던 묘지기는….
“크으윽….”
침대 위에서 아들을 끌어안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묘지기의 슬픔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렇게 슬퍼하는 걸 보니까. 바론의 영혼은 네오 니플헤임에 못 가고 끝났나 보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자,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악몽이었어.’
나는 바론의 꿈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전부 설명해줬다.
묘지기의 정체, 왕좌를 찬탈한 바론, 그리고 전쟁, 더 나아가서 살육을 저지른 일까지….
‘묘지기… 강하긴 강하더라.’
마지막으로 묘지기의 힘을 빌려 그를 죽인 일까지 전부 설명해줬다.
그리고 전성기 시절 바론을 죽이자마자….
‘…바론도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어.’
바론의 꿈속에서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만악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한 줄기의 빛.
‘정체불명의 빛 때문에 저렇게 된 거야.’
[정체는….]‘나도 모르겠어.’
아쉽게도 빛의 정체도 모르고, 심지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빛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침몽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침몽을 유지할 수 없었어.’
그 잘린 꿈을 본 뒤에 이렇게 묘지기와 같이 현실로 강제로 튕겨 나온 것이었다.
‘아마 죽기 직전의 상태라 강제로 침몽이 해제된 것 같네.’
나는 다시 침대를 바라봤다.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묘지기를 바라봤다.
“미안하다… 아들아… 이 못난 애비 때문에…!”
“….”
도저히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자식이 없는 입장이지만, 자식의 죽음을 바라보는 부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묘지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한동안 혼자 있게 해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침실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응”
갑자기 머릿속으로 들려온 여자아이의 목소리.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통신으로 물었다.
‘목소리 들었어’
[무슨 목소리 말씀이십니까]‘여자아이의 목소리였는데….’
[…따로 음성으로 전송된 건 없었습니다.] [저도 들은 거 없는데요.]‘뭐지….’
아르모니아와 강한나가 못 들었다면 내가 착각한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시면… 안 돼요.
“….”
분명히 들렸다.
나는 경계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침실에는 묘지기와 죽은 바론 왕밖에 없었다.
뭔가 싶어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부디 저 아이를 도와주세요.
“…아이”
나가지 말라는 건 그렇다 치고, 아이를 도와달라니
하지만 그런 의문과 별개로 나는 나도 모르게 침대로 재빠르게 다가갔다.
“…!”
침대 위에는 안개가 되어서 점점 사라져가는 바론 왕과….
“허으으으….”
사라져가는 아들을 껴안은 채 점점 몸이 희미해져 가는 묘지기.
죽음에 대해서 완벽하게 모르는 나도 묘지기가 무슨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흐으으으….”
묘지기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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