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5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56화(957/1201)
위그드라실 (7)
묘지기는 말했다.
죽은 영혼의 수명은 자신을 기억하는 산 자들의 기억으로 결정된다고.
그리고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허으으으….”
죽음의 땅을 다스리는 묘지기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기억하는 아들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영혼이 서서히 소멸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해!”
내 목소리에 먼저 답한 건 아르모니아와 강한나였다.
[묘지기의 상태를 보여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하냐니….]‘아냐. 두 사람한테 말한 거 아냐!’
[]그렇게 내가 아르모니아, 강한나와 만담을 하는 사이에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아쉽지만… 그 아이의 죽음은 막을 수 없어요.
“….”
순간 빡쳐서 뭐라고 할 뻔했다.
설마 부른 이유가 묘지기의 죽음을 잘 지켜보라는 의미에서였나 싶었다.
‘아니지. 그게 용건이라고 해도 화낼 이유는 아니지.’
사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일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묘지기가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을 테니까.
다행히 목소리의 주인은 내 감정을 읽지 못했다는 듯이 다정하게 내게 말했다.
그 아이를… 니플헤임의 산꼭대기로 데리고 가주세요.
“….”
잠깐 고민을 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
내 기억 속에 비슷한 패턴이 존재했었다.
바론 꿈속의 빛.
처음에는 그 빛과 유사한 존재인가 싶어서 망설여졌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부탁드려요. 부디 그 아이에게… 마지막 안식을 주시길….
목소리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이 어두운 방에 남은 건 이제 나와 묘지기뿐이었다.
나는 이를 콱 깨물며 결심했다.
“지금 움직일 수 있으세요”
“흐으… 아… 안될 것… 같습니다….”
묘지기는 대답조차 수명을 끌어다 쓰듯 간신히 내뱉었다.
이 상태로 묘지기를 데리고 갔다가는 가기 전에 수명이 다해서 사라질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나는 즉시 묘지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잠시만 버텨주세요.”
“흐으으….”
빙의술을 시전하자, 묘지기의 영혼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묘지기의 영혼이 내 몸에 들어오는 순간….
“크어어억!!”
죽음의 감각이 내 심장을 옥죄여오기 시작했다.
내 행동을 보자마자 아르모니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수호 님! 영혼을 빼내셔야 합니다! 지금 그대로 있다가는!]‘아냐! 괜찮아!!’
[괜찮지 않습니다! 제 말을…!]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을 무시한 채 인벤토리에서 2층 통행권을 꺼내서 사용했다.
통행권을 사용해서 도착한 곳은 2층, 네오 니플헤임이었다.
하늘에 있는 빛 한 줄기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안개.
죽은 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
통행권을 이용해서 도착한 곳은 네오 니플헤임 마을 한복판이었다.
“뭐, 뭐야 산 자”
“아… 전에 왔던 친구구만….”
다들 처음에는 놀래 하다가 금세 내 정체를 알고 아쉬움을 토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영혼들의 상태 따위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그들에게 외쳤다.
“니플헤임의 산이 어디야!”
“니, 니플헤임의 산 그거라면….”
“묘지기 님의 성 뒤편에 있는 산일세.”
나는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고맙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묘지기의 성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내 모습을 보며 당황해하는 영혼들….
“저 친구 전에 왔던 살아 있는 인간 아닌가”
“맞아! 요근래 묘지기님을 이승으로 불러갔다는 그 친구야.”
“그런데 어디를 저렇게 급하게 하는 거지”
“저쪽이라면 니플헤임의 산 아닌가”
“니플헤임의 산….”
성으로 향하는 길에 다른 영혼들이 나를 보며 숙덕거렸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그들의 모습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크으으윽!”
심장으로 점점 조여드는 죽음을 버티며 달릴 뿐이었다.
[수호 님! 더는 위험합니다!] [일단 영혼이라도 빼고 데리고 가세요!]순간이지만, 두 사람의 말에 혹할 뻔했다.
그만큼 내 몸에 감도는 죽음의 기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는 늦어!’
애써 두 사람의 속삭임을 버텨내고 전력을 다해 달렸다.
달리면서도 내 몸속에 있는 묘지기 영혼의 촛불이 점점 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제발 조금만 더 버텨…!’
나는 단전을 활성화하며 내공을 끌어올렸고, 내공을 이용해서 천풍신법을 펼쳤다.
그냥 전속력으로 달렸을 때와는 다르게 나무 사이사이를 유려하게 피한 덕분에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는 순간….
‘…어’
갑자기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
..
망토를 두른 한 해골이 주변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죽었구나.”
죽음을 거둬야 하는 존재였던 그가 누군가에게 죽었다.
그것도 지천을 뒤흔드는 신이나 화술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신이 아닌….
“바론….”
아들에게 죽었다.
해골의 정체는 선왕.
선왕은 깊은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안개가 자욱한 곳.
죽은 자들이 영혼이 소멸하기 전에 마지막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
니플헤임이었다.
선왕은 안개가 가득한 니플헤임의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너를… 막지 못해서 미안하다.”
분명 선왕의 실력은 바론의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모든 신은 아니지만, 몇몇 신과는 싸워서 직접 이길 힘을 지닌 존재가 바로 선왕이었다.
그런 선왕도 결국 아들을 이기지는 못한 것이었다.
“부디 죄업을 쌓지 않기를….”
선왕은 그렇게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니플헤임에 정착했다.
니플헤임에는 이미 죽은 자들이 넘쳐 있었다.
하지만 관리가 안 되는 사후 세계는 엉망 그 자체였다.
“일단 체계부터 다져야겠군.”
선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죽은 자들을 결집하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은 선왕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바로 그를 숭배하듯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니플헤임을 관리하고 며칠 정도 흐르자….
“폐, 폐하!!”
움브라의 백성과 그의 신하들이 니플헤임에 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이기에 당연히 죽음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다 같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마치 떼죽음을 당한 듯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었다.
“폐하….”
다들 말하기를 망설이더니, 결국 실토하듯 사실대로 말했다.
“저희는… 반역죄로 처형당했습니다.”
“크윽….”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오는 소식이었다.
“폐, 폐하!”
선왕은 소식을 듣자마자 고통스러운 듯이 가슴을 부여잡았고, 그 모습을 본 백성들이 그를 진정시켰다.
선왕은 백성들의 배려를 받아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멈추거라….’
하지만 그런 선왕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들을 계속해서 몰려왔다.
“폐하….”
“전하….”
계속해서 니플헤임에 쏟아지는 백성들….
하지만 선왕은 가슴 통증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일일이 전부 사과했다.
“미안하네… 내 부덕함 때문에….”
그리고 그런 선왕의 사과는 다행히도 움브라 백성들에게 닿았다.
“아닙니다!”
“비록 죽음은 허무했지만, 제 삶은 허무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폐하의 은덕 덕분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선왕의 사과가 닿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네, 네 녀석의 아들 때문에!!”
“평화 조약을 맺어놓고 침공하다니!!”
바론에게 죽은 엘프들이었다.
“미안하네….”
선왕은 진심으로 그들에 허리를 굽히고 사과했다.
하지만 선왕의 사과는….
“네 녀석의 사과 따위는 받고 싶지 않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왕은 사과를 멈추지 않았다.
매일매일 엘프 무리를 찾아가서 진심으로 다해 사과했다.
“미안하네….”
“꺼져라!! 네 녀석의 흉측한 몰골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1년이 지났다.
“미안하네….”
“닥쳐… 진심이 아니라는 것 다 알고 있다.”
2년이 지났다.
“미안하네….”
“…꼴도 보기 싫다.”
3년… 4년… 5년… 그리고 어느덧….
“미안하네….”
“….”
50년이 지났다.
선왕은 50년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사과했다.
처음 선왕에게 폭언을 터트렸던 엘프가 복잡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낸 채 입을 열었다.
“…이왕 왔으니, 들어오게.”
“내가 어찌 그대들의 대접을 받겠는가.”
“흥… 내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당연히 아닐세.”
“그러면 들어와라.”
그렇게 엘프 무리가 선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에는….
“푸하하하! 정말 웃기군!”
“에잇! 웃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움브라의 백성들과 엘프들이 같은 무리를 이루며 화목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종족의 자긍심이나, 우월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궁금한데 엘프들은 귀를 파닥거릴 수 없나”
“그게 될 리가 있나!”
“우린 되는데”
“자넨 수인이잖나!”
“연습해보는 게 어떻나 귀를 파닥거리는 엘프를 보고 싶은데.”
“절대 하지 않을 걸세!”
마치 종족 따위는 존재하지 않듯이 지냈다.
그리고….
“폐하.”
엘프들도 어느새 선왕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선왕은 엘프들의 갑작스러운 호칭에 당황하며 손을 절레거렸다.
“나는 이제 왕이 아닐세. 거기다 그대들이 내게 그런 존칭을 쓸 필요가 없네.”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아주십시오.”
“….”
선왕은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하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인정…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매일 되새기겠네.”
그리고 지도자가 되자마자 선왕이 다스리는 니플헤임 주민들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성을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성…”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성을 만들어서 큰 도시 형태를 유지하면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들이 자리 잡기 쉬울 것입니다.”
니플헤임은 무수한 영혼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장소였다.
선왕이 도착한 뒤에 체계가 잡혔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자네 말대로 그게 좋겠군.”
납득한 묘지기는 성을 만드는 것을 찬성했다.
사실 성을 짓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영혼이라고 해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겠지.’
오히려 지루한 영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좋았다.
하지만 예상외의 상황도 펼쳐졌다.
“성을 두 채 짓겠다고”
한 채가 예정되어 있던 성을 두 채를 짓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그렇게 제안한 건 이유가 존재했다.
“마을에 있는 성은 저희의 터전이고, 던전에 지어 놓은 건 혹시 길잃은 영혼의 보금자리로 만들까 했습니다.”
영혼 중에서는 니플헤임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한 채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도 꽤 됐다.
그런 영혼들이 숨어서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머무는 영혼과 점차 교류하며 친분을 쌓고, 안식을 줬으면 합니다.”
“굉장히 훌륭한 생각일세!”
선왕은 그들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원래 살던 마을에 성을 짓고, 거리가 먼 던전 안에 도시를 하나 더 지었다.
그것도 선왕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하며….
-일주일 후부터 위그드라실의 주민은 던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혼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갑자기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다니!”
“기껏 열심히 도시를 만들었더니…!”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위그드라실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
하지만 선왕은 그런 명령에 반항하듯 저주가 걸린 물건들을 던전 내부에 놓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물건은….
“폐하, 그 거울은…”
거울이었다.
“후후후, 내가 특별히 만들어낸 거울일세.”
과거, 선왕이 죄를 지은 자를 가두기 위해 만든 거울이었다.
하지만 다들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던전은 이제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만….”
“후후후,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게. 거울은 이 던전 내부에서만 효과를 발휘하게 조작했네.”
작은 보복이었다.
주민들이 열심히 세운 도시를 쓰지 못하게 만든 것에 대한 작은 보복.
“자네들이 열심히 만들었더니, 훗날 엄한 녀석들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들어갔으면 그만한 값을 치러야지.”
“하하하! 폐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선왕의 행동 덕분에 다들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세월이 흐르기 시작했다.
라그나로크가 끝나고….
“아버지!”
“세라!”
이곳에 정착한 움브라와 엘프들의 자식들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어요!”
“미안하다! 너를 혼자 남기고 죽어서!”
비록 죽음으로 인한 만남이었지만, 그 누구도 비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언제까지… 죄업을 쌓을 생각인 것이냐.’
선왕은 그저 아들이 이곳에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기도가 닿기 전에….
“폐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야말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네.”
움브라의 백성들이 먼저 떠나갔다.
그리고 몇십 년 뒤에는….
“폐하… 먼저 떠나가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네.”
엘프들도 점점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슬프지 않았다.
‘다들… 고맙네.’
선왕을 떠나가는 영혼들 전부가….
“부디 폐하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시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그의 마음에 안식을 채워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엘프를 떠나보내며 하늘을 지켜보던 선왕의 머릿속에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아이야.
“…오셨군요.”
선왕은 이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감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선왕의 경청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부디… 더 이상 고통받지 말고, 안식을 받아들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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