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6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59화(960/1201)
위그드라실 (7)
“그… 그래. 나 갈게.”
“….”
한겨울이 그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사실 한겨울이 나타났을 때부터 억지로라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미안하네.’
도저히 반갑게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안한 기분이 들어도 도저히 얼굴에 미소가 담기지 않았다.
심지어 한겨울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마지막 말을 남겼을 때도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시했다고 생각하려나’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은 어둠에 뒤덮인 탓에 가시거리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어둠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눈동자가 어둠에 적응해서 왕궁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실루엣에 담긴 성은….
‘많이 다르네.’
묘지기가 살아 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성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성을 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는 추스린 마음을 토대로 통신으로 말을 걸었다.
‘아르모니아, 한나 씨. 미안해요.’
[네 갑자기 무슨….]강한나는 뜬금없는 듯한 내 사과에 놀라 했고, 아르모니아는….
[….]예견했다는 듯이 침묵을 유지했다.
나는 창밖을 유심히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까 제가 막무가내로 행동했잖아요. 두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에이… 뭐….]내 사과를 들었음에도 강한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본인 자체는 이미 용서를 한 모양이지만….
[….]아르모니아의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대답을 못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1분 정도 침묵에 시간이 흐른 뒤에….
[후우…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다음에는 제발 주의해주십시오.]‘하하… 고마워.’
[고마움을 받을 정도로 화가 풀린 건 아닙니다.]‘…미안.’
함선에 돌아가면 그때 직접 사과하겠네.
그렇게 아르모니아와의 감정의 골을 풀어내고 바로 채널 대화를 활성화했다.
“게꼬수, 아까는 고마웠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응 뭐가
“아까 얌전히 경청하라고 했잖아요.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내 말은 진심이었다.
게꼬수가 만약 나를 말리지 않았다면 묘지기를 제대로 배웅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게꼬수는 쑥스러운 듯이 채팅을 쳤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 양반이 후회 없이 갔으면 했을 뿐이야. 그야 그렇게 화려하게 떠날 줄은 몰랐지만….
“묘지기랑 아는 사이였나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니, 나랑 접점이 없었어. 하지만 이번 계기로 확실히 알겠더라.
“…”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칼부림뿐인 나보다는 훨씬 대단한 양반이라는 거.
“하하….”
칼부림이라… 살아생전 뭘 하던 양반인지 더 궁금해졌다.
어차피 더 물어봤자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아서 적당히 넘어갔다.
그렇게 게꼬수와 채팅으로 잡담을 나누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중에….
“아… 아직 있었네.”
“…”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혼자서 뭐해”
한겨울이었다.
한겨울은 내 옆에 서서는 내가 바라보던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흥얼거렸다.
“어두워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뭘 보고 있던 거야”
한겨울은 평소에 먼저 말을 걸기는커녕 내가 말을 걸어도 대충 대답하는 편이었다.
그런 한겨울이 오히려 내게 먼저 말을 걸고, 더 나아가서 말투에 친근함까지 담았다.
아까보다 기분이 풀린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냥 생각 정리하는 중이었어.”
“올… 분위기 좀 타네”
한겨울은 실실 웃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뭐지’
평소랑 다른 태도에 뭔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에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풀리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크음….”
그렇게 실실 웃던 한겨울은 목소리를 한 차례 다듬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저기… 어제 고마웠어.”
“어제…”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한겨울이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설마 치매 왔어 어제 나… 아니, 주민들 구해줬었잖아!”
“아….”
바론의 꿈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시간관념이 살짝 틀어진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도 고마워.”
나는 그런 한겨울의 감사 인사에 침묵이 아닌….
“고마우면 나중에 밥이라도 쏴.”
없어도 될 약속을 잡으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나갔다.
한겨울은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실실 웃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열변도 쏠 수 있어!”
“참고로 내가 원하는 건 3층 호텔 레스토랑이야.”
“뭐! 야! 거, 거긴 조, 좀 비싸지 않냐”
“한 명당 20만 포인트밖에 안 해.”
“이… 이십만….”
20만 포인트에 저렇게 쩔쩔매는 것을 보면 한겨울도 마냥 포인트가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포인트를 모아 놓기보다는 재깍재깍 스킬 레벨 올리는 데에 썼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
나는 쩔쩔매는 한겨울의 모습을 보며 실실 웃었다.
“10번 쏜다고 했으니, 기대할게.”
“기, 기대하라고! 하·하·하·하….”
한겨울은 호두 깎기 인형처럼 입을 달그락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웃는 순간이었다.
“흐으으!”
갑자기 양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마치 갑작스러운 폭설을 맞이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추워”
나는 물으면서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움브라가 추운 편에 속하긴 하지만, 성 내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온기가 돌아다니는 편이었다.
그런 곳에서 갑자기 몸을 떨다니….
한겨울은 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한번 강하게 털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그, 그냥… 흐읏…. 좀 쌀쌀하네.”
“…”
한겨울의 부르르 떠는 모습에 갑자기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찾아와서는 싸우자고 한 날.
그날도 훈련소에서 외투를 벗으며 추위를 느끼는 듯 지금처럼 몸을 오소소 떨었었다.
‘이 정도에도 추위를 느낄 정도인가’
내가 그렇게 의아해하자, 때마침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위와 관련된 기질이 있습니다.]그 말과 함께 한겨울 머리 위에 두 가지 기질이 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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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추위)], [쌓여가는 한기(한기 11)]=====
딱 봐도 추위와 관련된 안 좋은 기질이었다.
즉시 기질의 설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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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추위)]특정한 상황에 놓이면 추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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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할 정도로 단순한 기질이었다.
‘트라우마가 생긴 이유랑 특정한 상황이 어떤 건지는 나와 있지 않네.’
그리고 다음 기질은….
=====
[쌓여가는 한기(한기 14)]설화 정령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긴 디버프.
매시간 일정량의 한기가 신체에 쌓인다.
신체에 쌓인 한기 수치에 따라 디버프가 걸린다.
10~99 추위를 느낀다.
100~199 손, 발이 둔해진다.
200~499 온몸이 둔해진다.
500~999 가사 상태에 빠진다.
1000 초과 사망.
외부에서 받은 열기나 내부에서 발산하는 열기를 통해서 한기 수치를 줄일 수 있다.
해제 불가.
=====
첫 번째 기질이 단순한 트라우마인 것에 비해서 두 번째 기질은 굉장히 치명적인 디버프였다.
‘허… 이건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한겨울이 매일 훈련하며 몸을 움직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한기를 없애려고 했던 거였네.’
몸을 움직여서 생긴 열기로 한기를 제거한 것이었다.
‘와… 봄이나 하연이나 나서도 해결이 안 되네.’
상태 이상 해제와 저주 해제가 먹히지 않는 디버프.
하지만 무작정 치명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이야기니까.’
거기다 한겨울은 다른 사람들보다 과할 정도로 활동량이 많은 아이였다.
몇십 분 정도 운동하면 금방 한기를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이 해소되자마자 의문이 하나 더 생겼다.
‘나랑 있을 때만 저러는 거 같단 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나랑 단둘이 있을 때만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거기다 그것을 증명하듯 한겨울의 한기 수치는….
‘처음 볼 때는 11, 그다음은 14, 지금은… 20이네.’
이상할 정도로 나랑 있는 동안에만 한기 수치가 실시간으로 증가 중이었다.
‘그냥 복도가 추운 거일 수도 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바닥을 슬쩍 들어 올린 뒤에….
화르르륵!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흐아아악! 뭐, 뭐야!”
갑자기 튀어나온 불덩이에 놀란 한겨울이 뒷걸음질 쳤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추운 거 같아서 만들었어.”
“미, 미리 말을 좀 해줄 것이지….”
한겨울은 떨떠름한 목소리와 별개로 입가를 씰룩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
“….”
나와 한겨울은 노랗게 타오르는 불덩이를 사이에 놓고 서로 조용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두운 복도에 장작불 같은 불덩이가 생기니 나름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분위기보다도….
‘떨어지긴 하네.’
한겨울의 하락하는 한기 수치가 더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에 28까지 찍었던 한기 수치가 금세 25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계속 떨어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겨울의 한기가 떨어지는 것과 별개로….
“….”
“….”
주황색 불덩이가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겨울은 이 어색함이 싫은지 입을 오물오물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있잖아….”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나 때문이 아니었다.
“여기 계셨군요!”
“아….”
7대 계승자의 등장 때문이었다.
나는 계승자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불덩이를 끄고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어두워서 불을 좀 켠다는 게….”
“하하하,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불덩이 때문에 경고하려고 다가왔나 싶었지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애초에 내게 용건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었다.
“내일 중으로 어둠의 산에 들어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일 처리를 끝낼 줄이야.
“그거 다행이네요. 설마 그 말씀을 하시려고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그런 거라면 나중에 말씀해주셔도 되는데.”
“하하하! 다른 분도 아니고, 움브라의 영웅이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와서 말씀드려야지요.”
계승자는 마치 왕에게 보고를 올리듯 내게 정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한겨울은….
“오….”
신기한 듯이 나와 계승자를 번갈아 봤다.
계승자는 그제야 한겨울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한겨울 씨.”
“아, 안녕하세요. 하하하….”
갑작스러운 인사에 한겨울이 부담스럽다는 듯이 쭈뼛거렸다.
처음에는 계승자가 한겨울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목숨을 걸고 저희 주민들을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하…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아닙니다. 현재 상황이 안정되면 꼭 보상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어제 한겨울의 활약을 계승자가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는 걸 보면 나라 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하지만 인지도는 인지도이고, 계급은 계급이다.
한쪽은 움브라의 차기 왕이 될 자고, 한쪽은 움브라 군 소속 일반 병사다.
한겨울이 인지도가 있다고 하지만, 너무나 큰 계급 차이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는 계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혹시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네, 있습니다. 다만….”
계승자는 슬며시 한겨울의 눈치를 봤다.
딱 봐도 나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제스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리를 옮길까요”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계승자를 따라가기 전에 외투를 벗어서 한겨울에게 덮어줬다.
“어 뭐, 뭐야”
“그거 껴입고 하연이 있는 곳으로 가. 거긴 따뜻하니까.”
“아, 아니 나는 괜찮…!”
나는 그런 한겨울의 외침을 외면하고 그대로 계승자를 따라갔다.
한겨울은 외투를 툭 올려놓고 떠나가는 성수호의 뒷모습을 보며 툴툴거렸다.
“뭐… 뭐야….”
하지만 툴툴거리는 목소리와 다르게 입가는 씰룩거렸다.
“정말 사람 챙기는 게 몸에 뱄네.”
그렇게 말하면서 성수호가 던지듯 건네준 외투를 확인했다.
외투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살짝 얇은 느낌이 나는 옷이었다.
한겨울도 자신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외투로 한기 수치를 없애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지만….
“주… 준 거니까 일단….”
자신도 모르게 성수호의 외투를 후다닥 입어버렸다.
그렇게 외투를 껴입자, 외투에서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코로 살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하면서 한편으로 청량한 그런 향이었다.
“…냄새는 좋네.”
한겨울은 성수호의 외투를 꽉 조이며 민하연 일행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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