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6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66화(967/1201)
위그드라실 (7)
보리스를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아무리 [비겁자의 술법]이 사기성이 짙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좀 천천히 가지. 똥 마려운 것처럼 존나 달리네….’
기질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꼬리 자르기 용도로 한 번만 썼다.
‘하나만 있었나 보네. 뭐, 더 써도 상관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유롭게 보리스를 따라갔다.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이었다.
‘…사람이 살 곳이 아니네.’
딱 봐도 포격으로 인해 주민들이 버리고 간 지역 같았다.
움브라가 아무리 주민들을 위해 복구 작업을 한다고 해도 이런 외곽까지 복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포인트 문제뿐만 아니라, 인력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 이곳에 살던 주민들도 이곳을 버리고 중심지로 터전을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그렇게 터전을 옮긴 주민들에게 동정심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불쌍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버려진 지 꽤 오래된 거 같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아직도 살고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버려진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엘프가 아닌 식물에게 점령당한 건물들….
전쟁의 참상이지만, 사진으로 찍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장면이기도 했다.
그렇게 안타까움과 감탄을 동시에 흘리며 보리스를 따라가다 보니 거대한 석조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리스는 딱 봐도 암호처럼 느껴지는 노크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똑, 똑… 똑, 똑, 똑.
그가 그렇게 두드리자마자 바로 문이 열렸다.
“…후우.”
마치 직장 상사의 사무실에 들어가는 듯이 한숨을 쉬는 보리스.
나는 그가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재빠르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같이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혔고,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혼자 왔냐”
동료라기에는 과하게 하대하는 듯한 남성 목소리.
그리고 내 생각대로 목소리의 주인은 보리스보다 윗선이었다.
“…들켰습니다.”
“애미….”
아랫사람의 존칭에 대한 예의 따위는 없는 저렴한 말투.
“나머지는 어쨌는데”
“…한나절 정도 흩어졌다가 집결지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잘했어. 나머지는 내게 맡겨.”
저렴한 말투와는 다르게 친근한 목소리.
“뭐, 애들 죽이는 건 아깝긴 하지만, 상대가 상대니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친근한 목소리와 다르게 잔인한 의도가 담긴 대사.
‘아르모니아, 이제부터 보이는 족족 기질창 띄워줘.’
[알겠습니다.]아르모니아의 대답과 함께 남자의 기질창이 떴다.
=====
베이어
[마법]………=====
평범한 마법사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특수 직업이네.’
위그드라실에서 마법사는 회복사나 예언가처럼 몇 명만 고를 수 있는 선택받은 직업이었다.
설마 이 녀석이 현 수장인가 싶었지만….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수장 같지는 않아.’
내 직감이 절대 두 존재를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직감을 증명하듯 베이어라는 마법사가 낄낄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보스한테 보고하기 전에 나한테 좀 알려줘.”
보스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니, 수장이 따로 있다는 것이 알 수 있었다.
보리스는 베이어의 말을 듣자마자 어깨를 축 늘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가자.”
그렇게 베이어와 보리스가 같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베이어는 보리스에게 추궁하듯 아까 상황을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실패했길래 전부 버린 거냐…”
“그게….”
보리스는 자기가 기억하는 일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베이어는….
“와씨…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
“….”
“너무 기죽지 마. 애초에 그런 괴물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긴 게 문제였으니까.”
성수호의 실력에 감탄하며 보리스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위로에 걸맞게 친근함이 담긴 포용력도 드러냈다.
“표정 풀어 임마! 내가 보스에게 직접 말해서 징계 수위 좀 낮춰줄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보리스는 위로와 격려들 들었음에도 전혀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임무 실패에 대한 자책감으로 저러는 건가 싶었지만….
“야, 보리스.”
“…네.”
“지현이는 잘 지내냐”
양지현의 이름이 튀어나오면서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왜 그의 입에서 양지현의 이름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관심 있었나 보네.’
베이어는 양지현에게 관심이 있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을 증명하듯 보리스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최근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아하! 요새 나를 못 만나서 그런가 하하하!”
“….”
보리스는 분명 망토를 쓰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썩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더 들으면서 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다.
‘보리스한테 잘해주는 이유가, 양지현 때문이었네.’
베이어는 양지현에게 관심이 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직속 부하인 보리스에게 잘해주는 것이었다.
“매번 말 걸면 틱틱거리더니, 내가 없으니까 허전하긴 한가 보네.”
그리고 보리스는 그런 베이어를 싫어하지만, 간부에게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것 같았다.
“….”
나는 두 남자를 따라가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재미있게 노네.’
이미 양지현의 마음은 내가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내가 버리더라도 내게 줬던 마음을 돌려받지 못한 채 평생 나를 떠올릴 것이다.
이미 우주 저편으로 떠나간 여자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두 남자의 모습이 우습게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실없는 대화를 들으며 따라가다 보니….
“내가 누군지 아느냐!”
귀에 익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고함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은 길드온! 아르보스의 근위대장이다! 지금 당장 포박을 풀고, 예의를 갖추면….”
도박 중독 엘프 길드온이었다.
길드온과 몇몇 엘프들이 포박당한 채 붉은 초승달 조직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역시 저 녀석 때문이었네.’
감옥을 습격한 이유가 정말 저 녀석 때문이었을 줄이야.
내가 그렇게 구경하는 사이에 베이어가 길드온에게 다가가서는 험악한 목소리로 그를 협박했다.
“야, 엘프.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지 한 번만 주둥이 나불거리면 귀때기 찢어서 입 안에 쑤셔 넣어 버린다”
“이… 이 천박한 녀석이…!”
베이어의 살기가 가득한 협박 덕분에 길드온의 시끄러운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조용해지자, 베이어는 살기가 담긴 목소리를 유지하며 부하 한 명에게 말했다.
“야, 네가 날개 달린 말을 맡았던 녀석이지 날개 달린 말은 어떻게 됐어”
베이어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보리스에게 보여줬던 친근함 따위는 없었다.
그저 살기.
살기가 가득한 말투에 기가 눌린 부하가 목소리를 떨며 대답했다.
“그… 그게… 마구간까지는 잘 침입했지만….”
“…어떻게 됐는지만 말해. 그 날개 달린 말 못 훔쳤어”
날개 달린 말이란 페가수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페가수스가 아닌, 내가 노획한 페가수스를 말하는 것 같았다.
“어, 어떻게 해서든 데리고 오려고 했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게 변명이 이어지는 순간….
퍼어어어엉!
“끄아아아아악!”
보고하던 부하의 몸이 갑자기 화염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악!!!”
온몸에 붙은 불을 어떻게든 끄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그의 시도는….
타탁, 타타탁!
“….”
온몸이 검게 타면서 생명에 대한 갈망이 더 이상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베이어는 그렇게 혐오감이 드는 시체를, 마치 모기 사체 보듯 침을 뱉으며 투덜거렸다.
“퉤! 쓸데없이 혓바닥을 길게 늘이고 있어.”
기질창을 보지 않고도 베이어의 성격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실력도 대충 체크할 수 있었다.
‘보리스가 쫀 이유가 있었네.’
짜증 나게 굴어도 함부로 못 하는 건 그저 직책이 높기 때문이 아니었다.
베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보리스를 지금 불타 죽은 부하처럼 한 줌의 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계속 그들을 관찰했다.
“큭….”
천하의 길드온도 불에 타 죽은 시체를 보니, 더 이상 입을 나불거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른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에 때마침 한 부하 한 명이 나타나서 베이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그….”
귓속말로 속삭이는 부하.
베이어는 한동안 부하의 말을 듣고는….
“좋아. 이 귀쟁이 새끼들 끌고 따라와.”
“이… 이거 놔…!”
길드온과 엘프 무리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방이었다.
참고로 지금 붉은 초승달의 은신처는 폐가 수준으로 처참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도착한 방만큼은 나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꾸며져 있었다.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비겁자의 술법]를 재사용했다.
‘이거 5층 가기 전에 다 떨어지겠네….’
소우타 덕분에 50개가 넘게 쌓여 있던 비겁자의 술법이 어느새 스무 개밖에 남지 않았다.
‘나중에 이거 만드는 법 좀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아쉬워하며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방 안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망토와 가면을 뒤집어쓴 채 신분을 가린 다섯 명.
한 명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네 명은 경호원처럼 소파 뒤에 나란히 서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엘프들을 놓고 가주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오케이.”
베이어는 기분 상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프만 놓은 채 부하들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나는 거만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녀석을 보며 통신으로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수장인가’
[기질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로벤
….
=====
아르모니아가 띄워진 기질창을 통해 앉아 있는 녀석의 정보를 확인했지만….
‘뭐야 평범한 녀석인데’
거만하게 앉아 있는 것치고는 특별한 능력은 없었다.
그나마 옆에 서 있는 경호원들이 능력을 갖추긴 했지만, 그마저도 평범한 수준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아까 베이어의 태도를 떠올리면 더더욱이 수장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녀석도 아닌데….’
내가 그렇게 의아해하는 사이에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 있던 자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길드온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길드온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진짜 추한 몰골이군.”
“가, 감히 내게…!”
“감히…”
가면과 망토로 신분을 꽁꽁 숨긴 로벤은 길드온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당신은 내가 아니었으면 평생 감옥에 갇혀서 지냈을 것이오.”
“우, 웃기지 마라! 네 녀석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잘 못 본 거 같은데…”
“….”
딱 봐도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듯 보였다.
로벤은 계속 길드온을 몰아붙였다.
“내가 직접 탈출 루트를 제공하고, 심지어 저들까지 고용했소. 들키는 순간 나도 반역죄로 처형당했겠지.”
반역죄
일단 로벤이라는 남자의 출신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설마 움브라 출신인가 그런데 루트를 제공하고, 붉은 초승달을 고용할 정도면 일개 주민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 레나 씨를 통해서 정보를 파악해 보는 게 좋겠네요.]강한나는 그렇게 말한 뒤에 레나와 따로 통신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바로 로벤이라는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레나 씨가 아르디아에게 물었는데, 로벤이라는 이름의 후작이 있다고 하네요.]‘하하하… 미친.’
움브라의 후작이 적국의 엘프와 아는 사이인 것을 넘어서서 그의 탈출을 도왔다
‘특종이네.’
나는 속으로 실실 웃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처음에 기세등등하던 길드온도 로벤의 기세에 밀리더니….
“그…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결국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벤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너무 몰아세워서 미안하오. 하지만 알아주시오. 나도 큰 결심을 하고 국가를 등졌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나는 그들의 대화를 계속 엿들었다.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길드온과 몇몇 고위직 엘프들이 움브라의 귀족 몇몇과 손을 잡았고, 그 귀족 중의 한 명이 로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로벤은 엘프들과 손을 잡고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개판이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며 실실 웃는 순간이었다.
철컥.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다른 녀석들처럼 망토를 깊게 눌러 써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양옆에는 베이어와 보리스가 따라 들어오는 중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그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길드온과 로벤이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걸어 오는 분위기와 발걸음 소리로 단번에 녀석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드디어 등장하셨군.’
그렇게 들어온 정체불명의 존재는 로벤과 길드온 앞에 서서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붉은 초승달의 수장이 직접 행차하다니… 굳이 자네를 부른 적은 없네만….”
“하하하. 당연히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지요.”
비록 망토로 가려져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토록 찾아 헤맸던 녀석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기질.’
[….]‘아르모니아’
설마 통신에 또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르모니아의 목소리는 통신을 통해 전달되었다.
다만….
[죄송합니다, 수호 님. 저자의 기질창을 띄울 수 없습니다.]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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