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7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71화(972/1201)
위그드라실 (7)
간신히 빠져나온 공방 바깥세상은….
“와… 개 징그럽네.”
‘진짜’ 인형으로 뒤덮인 세상이었다.
과장 따위가 아니었다.
공방 바깥에도 땅은 존재했지만, 그 땅의 대부분이 인형으로 뒤덮여 있었다.
심지어 몇몇 군데는 높게 쌓여 있었다.
참고로 언덕처럼 적당히 쌓여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설마 인형으로 된 산인가”
해발고도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인형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도 존재했다.
인형으로 뒤덮인 세상을 보며 혀를 내 두르자, 때마침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게 무슨…!”
“뭐, 뭐야! 여기를 나가면 빠져나가는 거 아니었어!”
때마침 도착한 토쟁이들이 인형 세상을 보며 경악했고….
“마… 말도 안 돼….”
“사… 살려줘….”
나보다 먼저 도착한 두 녀석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없는 기력을 쏟아내서 빠져나왔더니, 헛된 희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 내린 모양이었다.
기질창을 확인해 본 결과….
‘버려도 되겠네.’
살려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쓰러진 녀석들을 무시한 채 토쟁이들에게 말했다.
“일단 앞으로 진행한다. 가자.”
“아, 네!”
토쟁이들도 쓰러진 두 녀석에게 동정심을 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같이 지냈으니, 굳이 동정할 만한 인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아까 동료 버리는 것만 봐도 어떤 녀석들인지 대충 알겠고….’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로 인성이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재빠르게 이동을 시작하자, 뒤에서 힘없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퍼걱! 파칵!
“컥!”
“끄아아악….”
인형에게 잡혀서 인형이 되어가는 인간.
그리고 그 인형들은….
“…진짜 많네.”
이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불쾌함을 넘어서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그리고 내가 혐오감을 느낄 정도라는 건….
“크윽… 설마 우리도….”
“젠장….”
토쟁이들은 그런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는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저 둘의 두려움까지 챙겨줄 상황이 아니었다.
‘…출구랑 본체는 어디 있는 거지’
일단 해결책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출구야 없어도 워프로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료스케의 본체만큼은 찾고 싶었다.
‘분명 이 안에 있을 거 같은데….’
그나마 공방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한가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공간이 무한하지는 않네.”
이 세상이 무한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곳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금 계시는 공간의 넓이는 대충 가로 세로로 5킬로 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아요.]한 변의 길이가 5킬로 미터 정도 하는 정육면체 형태의 공간.
작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득히 넓은 공간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공간의 형태와 규모를 알았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스톱.”
“허억, 허억! 네!”
토쟁이들은 멈추자마자 숨을 미친 듯이 몰아쉬기 시작했다.
내 페이스에 맞춰 뛰느라 죽을 맛인 모양이었다.
‘뭐… 진짜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인형밖에 없었다.
심지어 인형들이 죄다 똑같은 체형과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인형들은 조종하지 못하는 건가’
아까 우리를 덮쳤던 인형들과 다르게 진짜 시체처럼 버려져 있었다.
그렇게 인형을 관찰하는 순간….
파아아앗!
내가 관찰하던 인형이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즉시 화살을 쏴서 달려들던 인형의 머리에 명중시켰다.
콰직! 풀썩!
머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인형.
나는 인벤토리에서 즉시 도검을 꺼낸 뒤 인형의 사지를 잘라내면서 중얼거렸다.
“깜짝 놀랐네.”
사실 진짜 놀란 건 아니었다.
그저 추임새랄까….
그런데 그렇게 추임새를 넣는 순간….
“어, 어어어!”
“이런 씨!”
주변에 있던 인형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에 있던 인형들이 전부 일어나서 우리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토쟁이들이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너, 너무 많은데”
“고, 공방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녀석들의 말대로 숫자가 너무 많아서 공방을 나온 게 오히려 최악의 수로 작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정 안되면 마법을 쓰면 그만이니까.’
광역 마법 한방이면 싸그리 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인형을 처치하기에는 내 마나가 많이 후달리겠지만….
인형들이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할까요”
“흠… 공방으로 돌아가서 거기를 뒤져봐야 하나”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다가오던 인형들이 갑자기 일제히 멈췄다.
그러고는 인형들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설마 바깥까지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인형들의 사이에서 망토를 두른 존재가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걸어왔다.
나는 망토를 두른 존재를 보며 투덜거렸다.
“손님 대접이 형편없네.”
“하하하, 죄송합니다. 원래는 혼자 남으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녀석은 내 뒤에 있는 토쟁이들을 보며 껄끄러운 목소리를 냈다.
“동료를 만드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긴…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까 다른 녀석들처럼 도망쳤다면 지금쯤 나 혼자 남았을 것이다.
토쟁이들이 인형들을 향해 무기를 겨눈 채 외쳤다.
“료, 료스케 님!”
“설마 저희를 이곳에 데리고 오신 것이…!”
료스케는 두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너희들의 실력은 입증됐다. 무기를 거두고 이쪽으로 와라. 돌려보내 주지.”
혹할만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료스케의 그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
“….”
토쟁이들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무기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고는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흥… 부하를 그런 식으로 죽인 녀석의 말을 들을 것 같냐”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두 사람의 선택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웃어 버렸다.
‘기본은 되어 있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당연한 결정 같겠지만, 누군가는 그 당연한 결정을 앞두고 유혹에 흔들려서 일을 망치기도 한다.
패배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콜을 외치는 길드온 같은 녀석 말이다.
두 사람의 단호한 대답을 들은 료스케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붉은 초승달에 있는 녀석들은 죄다 쓸모가 없어.”
료스케의 대답과 동시에 인형 두 대가 토쟁이들에게 달려들었다.
“고작 인형 주제에!”
“죽어엇!”
토쟁이들 인형과 싸우기 시작했다.
거들어 주기에는 너무 초라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런 초라한 싸움의 원흉이 내게 다가와서는 내 시선을 빼앗듯 입을 열었다.
“제 인형들이 저 둘과 놀아주는 사이에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해봐.”
당장 토쟁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나도 녀석의 의도가 궁금했다.
‘얘도 본체 아니지’
[아쉽게도 아닙니다.]그렇게 아르모니아의 대답에 아쉬워하며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원래는 조용해지면 그때 마중 나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조직원 두 명을 갑자기 데리고 다니자,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용건이나 말해.”
“하하하… 사족이 길었군요. 일단 첫 번째 용건은….”
료스케는 주변을 훑어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제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뭔 생뚱맞은 소리야
설마 능력을 과시하고 싶다는 말인가
료스케는 내 의문을 읽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미 이곳까지 오시면서 제 능력이 뭔지 파악하셨겠죠”
“그래.”
시체를 이용해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을 조종하는 능력.
정확한 직업의 명칭까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인형술사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료스케는 시원한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제 능력이 어떠십니까”
“…”
일단 소환사들 기준에서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인형을 뽑아내고, 그 인형으로 싸우고, 인형을 죽인 녀석을 다시 인형 재료로 쓴다.
그야말로 무한 동력 같은 능력이었다.
심지어 산채로 이곳에 넣으면 알아서 인형의 재료가 되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그건 소환사들 기준이었다.
“별것 없던데”
내 기준에서는 워프가 아니더라도 위협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 태연한 모습을 본 료스케가 킥킥 웃기 시작했다.
“실력이 출중한 줄은 알았지만, 이 안에서도 그렇게 여유로우시다니… 저도 한참 멀었군요.”
나는 다시 잡담하려는 료스케를 보며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사담을 잘라냈다.
“용건만 말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죄송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은 오랜만이라….”
료스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 용건을 말했다.
“저와 손을 잡으시지 않겠습니까”
“…미쳤냐”
이제 와서 갑자기
설마 길드온과 로벤에게 반지를 끼운 것처럼 내게도 그런 비슷한 제안을 하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십시오. 동등한 위치를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제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
대화가 진행될수록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바라보자, 료스케는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실력은 익히 들었습니다. 아니, 듣다못해 귀에서 피가 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녀석은 한동안 내 칭찬을 쉴 새 없이 늘어놓은 뒤에 자신의 장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능력은 인형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그것도 대량의 인형을 다룰 수 있죠.”
이 인형들을 전부 컨트롤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인형들을 이용해서 혼란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제가 채워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붉은 초승달도 당신에게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내게 전부 바치려는 건가
그리고 그 대답은 단순했다.
“당신이 죽인 자의 시체입니다.”
“…뭐”
시체로 인형을 만드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시체를 대놓고 원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인형 존나 많은 거 같은데, 굳이 또 시체를 원한다고”
내 말을 들은 료스케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색에 잠긴 듯이 중얼거렸다.
“…형편없는 시체는 안 됩니다.”
그가 원하는 건 나조차도 간신히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의 시체였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을 서포터하겠습니다. 부디… 당신이 죽인 존재의 시체를 저에게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
일단 녀석의 목적은 모르겠지만, 원하는 게 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시체… 그것도 남들이 넘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녀석의 시체….’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서 있는 무수한 인형들….
나는 그 인형들을 보며 한가지 질문을 건넸다.
“일단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
“말씀하십시오.”
“지금 여기 있는 인형은 누구 시체로 만든 거야”
“…레드 소환사를 하다 보니 시체 수급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득이하게….”
“정확히 대답해.”
나는 살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대답해. 여기 있는 수많은 인형… 무슨 시체로 만들었냐고.”
지금까지 죽인 소환사들을 이용해서 이 정도 숫자의 인형을 만들었다
여기 있는 인형들의 숫자는 모든 소환사를 다 합쳐도 도저히 채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료스케는 입을 꾹 닫고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료스케를 추궁하듯 계속 질문을 던졌다.
“설마 몬스터로 만들었냐”
“…아닙니다.”
“그러면 지나다니던 동물”
“…그것도 아닙니다. 인형은 지성체의 시체로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설마….”
나는 이를 갈며 입 밖으로 내뱉기 싫었던 질문을 던졌다.
“4층에서 시체를 수급한 거냐”
그리고 내가 그토록 하기 싫었던 질문의 대답은….
“크흐흐흐흐흐.”
료스케의 웃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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