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8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79화(980/1201)
위그드라실 (7)
헐레벌떡 뛰어온 계승자가 나를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뛰어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환한 얼굴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반가운 손님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내가 전하는 소식은 반가운 손님에 걸맞은 소식은 아니었다.
나는 계승자에게 내가 봤던 장면을 필요한 부분을 쳐내면서 설명해 줬다.
움브라의 귀족과 엘프들의 밀약, 그리고 붉은 초승달의 중재.
내 말을 들은 계승자는 가뜩이나 희멀건 낯빛이 훨씬 더 창백해졌다.
계승자가 놀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과 다르게….
“역시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하셨군요”
“네, 예전부터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진작에 처리하지 않았죠”
“확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계승자에게는 확신과 더불어서 권력도 없었다.
왕권이 바론 왕에게 유지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니, 자신의 세력이 약해서 비밀을 캐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면 그건 조만간 해결되겠네요.”
현재 궁 내부가 소란스러운데, 그 이유는 바로 즉위식 때문이었다.
아무리 전시 상황이라고 해도 즉위식까지 허접하게 할 수는 없어서 요란하게 준비 중이었다.
“즉위식이 기대되네요.”
“하하하…. 이런 힘든 시기에 괜한 일을 벌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계승자는 그런 요란스러운 상황이 못마땅한 거 같았다.
“이런… 또 말이 새었군요.”
계승자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근심이 쌓인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쉽게도 제가 왕권을 가진다고 해도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죠”
“왕권이 비어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바론 왕이 치매에 걸리는 사이에 귀족들의 힘이 너무 커져 버린 것이었다.
“심증만 가지고 몰아붙였다가는 다른 귀족들이 오히려 합세해서 달려들 것입니다.”
현재 계승자는 사실상 아무런 힘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애초에 로벤 후작이 움브라를 버리려고 한 이유도 더 이상 빨아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해서였으니까.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계승자를 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흐음… 어쩌지’
사실 모른척하고 넘어가도 상관없다.
권력 싸움은 자기들끼리 하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놓고 가기에는 찜찜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마무리 정도는 해줘야겠는데.’
묘지기가 남기고 간 유산은 두 가지다.
네오 니플헤임과 움브라.
네오 니플헤임이야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만, 움브라는….
“후우…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그들을 잡을 힘이 없습니다.”
꼬락서니를 보니 잘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꼬락서니의 결론은 하나였다.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수밖에요.”
매국 행위를 눈감아주고, 최대한 설득하며 타협점을 찾는 것이었다.
‘소멸한 묘지기가 통곡할 만한 일이네.’
그야 내가 아는 묘지기는 이런 일로 진짜 통곡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 장면을 본다면 껄껄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웃냐고
‘하아… 해결하자.’
내가 해결해 줄 거라고 믿을 테니까.
‘하아, 귀찮아 죽겠네.’
[귀찮다고 하는 사람치고는 너무 웃는데요]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웃는 그 양반의 모습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분명 귀찮은데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새겨졌다.
‘뭐… 심심한 것보다는 낫잖아요.’
나는 그렇게 웃으며 계승자에게 말했다.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계승자는 어떻게 해서든 표정 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실룩이는 입가를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껏 입가를 실룩이던 계승자는 다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아쉽지만,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아뇨. 너무 잘 믿습니다.”
계승자는 온화한 성품이 담긴 자세로 내게 말했다.
“당신은 이미 움브라의 영웅입니다. 그런 분에게… 이런 더러운 일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계승자가 내 해결 방식을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무력으로 죄다 쓸어버리리라 생각한 거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그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런 귀찮은 일은 사양이니까.”
“그, 그러면…”
“즉위식이 언제죠”
“이, 이틀 후입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데스사이드를 꺼내며 바닥에 쾅 찍었다.
쾅.
작게 울리는 바닥.
그리고 그런 데스사이드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계승자.
나는 그런 계승자를 보며 씩 웃었다.
“마침 잘됐네요. 즉위식에 어울리는 이벤트를 열죠.”
천년 만에 즉위식이 열렸다.
그 덕분에 움브라에 있는 모든 귀족이 전부 참석했다.
귀족들은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전시 상황인데, 이렇게 성대하게 치러도 되는 건지….”
귀족의 말대로 과할 정도로 성대했다.
거대한 홀과 각종 장식, 그리고 평소에 보기 힘든 만찬들까지.
하지만 웃기게도 그 말을 한 귀족의 복장은….
“복장은 어디서 맞췄나 뛰어난 자의 솜씨가 느껴지네만….”
이 성대한 즉위식에 어울리는 화려함을 품고 있었다.
귀족은 자기가 한 말을 잊은 채 옷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소환사의 솜씨입니다. 위그드라실에 오기 전에 재봉사였는데, 자신이 살던 세계의 기술을 접목해서….”
모든 귀족이 한입이라도 된 것처럼 즉위식을 비난했지만, 그 반대로 자신들의 칭찬을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
“그 재봉사 나에게 소개해 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오히려 소개해 드릴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로벤 후작님.”
“하하하, 고맙네.”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자의 정체는 로벤 후작.
엘프와 손을 잡고, 레드 소환사에게 정보를 팔고, 심지어….
‘붉은 초승달에게 말해서 이 녀석을 죽이고, 재봉사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군.’
귀족조차 체스 말처럼 여기는 존재였다.
“로벤 후작님과 이렇게 대화를….”
“저도 이런 기회를….”
로벤은 귀족들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에게는 매번 아끼라고 지랄하더니, 정작 즉위식에는 포인트를 펑펑 써대는군.’
계승자는 언제나 효율과 절약을 중시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정을 함부로 쓰지 않고, 과소비하는 귀족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끼면서 한편으로 병사들과 백성들의 복지는 신경 썼다.
‘흥… 귀족을 버리고 평민을 위한 왕이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궁금하군.’
로벤은 즉위식을 보며 빨리 폐위식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렇게 미래를 희망하던 로벤의 귀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7대 계승자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웅성거리던 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각종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대신해 줬다.
웅장함이 담긴 행진곡과 홀에 입장하는 계승자.
이때쯤이면 귀족들이 전부 고개를 숙여서 예를 차려야 했지만….
“….”
다들 고개를 뻣뻣이 들고 계승자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중에 몇몇 귀족들은 주변 귀족들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힘 있는 귀족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그들도 눈치를 보며 눈동자만 아래로 내릴 뿐이었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임에도 계승자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차분하게 단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단상으로 향하는 계승자 옆에는….
“저자는….”
성수호가 나란히 걸어가는 중이었다.
“영웅이 행차하셨군.”
“즉위식에 올 줄은 알았지만….”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저렇게 옆에 대동하는 건….”
계승자로 조용해진 홀이 성수호로 인해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분위기는 반반이었다.
“혼자서 페가수스 기병대를 몰살시켰다지”
“거기다 일평생 한 명의 주인만 인정한다는 페가수스의 마음까지 빼앗았다고 하더군.”
“페가수스라… 정말 부럽군요.”
우호적인 귀족이 있는가 하면….
“흥, 다 헛소문이지.”
“맞습니다. 원래 소문이라는 게 귀 하나만 거쳐도 변질되기 마련이니까요.”
“평민들 입과 귀는 믿을 게 못 되지.”
적대적인 귀족도 있었다.
당연히 로벤의 마음에 드는 집단은 적대적인 귀족이었다.
그가 성수호에게 적대적인 이유는 단순했다.
‘저 새끼만 없었어도!!’
성수호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져 버렸다.
성수호가 없었다면 아직도 움브라에 포탄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을 것이다.
그 뒤에 엘프들이 물러나면 로벤과 고위 귀족들이 계승자에게 전쟁에 대한 피해 책임을 물으며 재미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기대하던 질책 타임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이딴 걸 내 눈으로 보는 날이 오다니!!’
평생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즉위식이 열린 것이었다.
계승자는 단상에 올라가자마자 겸손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승자의 겸손한 인사는 모든 귀족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이미 즉위식이 열린 마당에 겸손까지 물고 늘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 새끼는 뭔데 저기서…!’
옆에 있는 성수호는 마치 왕이 된 것처럼 주변을 훑어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예의를 차리고 계승자의 말을 경청했다면 그것 또한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호는….
“가, 감히 저런 태도를….”
“지금이라도 끌어내야 하는 거 아니오…”
마치 자신이 국왕인 것처럼 뒷짐 지고 모든 귀족을 하찮게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그 모습에 우호적인 귀족들도 슬슬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홀을 뒤덮던 계승자의 말이 점점 귀족들의 웅성거림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불만을 가지던 로벤은….
‘흐흐흐… 제 발로 불길로 뛰어들어 주는군.’
오히려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즉위식을 깽판 칠 수 있는 명분이 갖춰졌다.
‘좋아. 내가 나설 차례군.’
그렇게 로벤이 폐에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에 큰 소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성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새빨간 사이드를 꺼내서 단상을 내리찍었다.
쾅! 쾅! 콰아앙!
성수호가 사이드로 단상 바닥을 내리찍자, 주변 일대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런 지진에 걸맞은 함성.
“조용!!”
“헙….”
성수호의 함성에 모든 귀족이 쥐 죽은 듯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그 모습에 반응하는 존재가 있었다.
“이 무례한 놈이!!!”
로벤이었다.
‘좋아!! 이거라고!’
로벤은 속으로 실실 웃으며 성큼성큼 단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성큼성큼 다가가던 그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진짜 쓰려고 꺼낸 건 아니겠지’
성수호가 들고 있는 붉은색 사이드 때문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로벤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다시 강하게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흐, 흥! 어차피 소환사 녀석들은 함부로 누굴 못 죽여.’
성수호가 들고 있는 사이드는 그저 협박용이라고 생각했다.
로벤은 자신의 목숨이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단상에 올라갔다.
그러고는 성수호를 향해 삿대질하며 외쳤다.
“성스러운 즉위식 중에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다니! 당장 이놈을 끌어내라!”
로벤과 계승자를 번갈아 보며 우물쭈물하는 병사들.
그들은 마치 로벤과 계승자의 권력을 저울질하듯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병사들의 저울은 어느새 한쪽으로 기울었다.
“다, 당장 끌어내라!”
저울질 끝에 성수호를 끌어내려는 병사들.
성수호는 그런 병사를 보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엉망이네. 엉망이야.”
그리고 그런 성수호의 말에 새하얀 얼굴을 붉히는 계승자.
“죄송합니다. 제가 못나서….”
계승자는 이런 상황이 창피한 것을 넘어서서 수치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
성수호는 그런 계승자의 사과에 오히려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귀족들 전부 모인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좋아.”
로벤은 계승자와 성수호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저렇게 여유로운 거야…’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왜 이렇게 꾸물대느냐! 빨리 저 녀석을 끌어내라!”
“아, 알겠습니다!”
이 즉위식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재차 명령했다.
‘일단 저 녀석의 만행을 빌미로 즉위식을 취소하고….’
로벤이 그렇게 계획을 짜는 사이에 우물쭈물하던 병사들이 황급히 성수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에게 포위된 성수호는 도망치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성수호의 미소를 본 로벤의 뇌가 그에게 도망치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도, 도망쳐야…!’
그리고 경고를 받아들이듯 뒷걸음치던 로벤 후작은….
콰아아앙!
“허어억!”
다시 한번 사이드가 단상을 찍으며 울려 퍼지는 소리에 석화가 된 듯이 굳어 버렸다.
진짜 석화에 걸린 게 아니었다.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이 뇌로 파고들어 와서 로벤 후작의 육체를 묶어 버린 것 같았다.
“무… 무슨…!”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다른 병사들… 더 나아가서 귀족들도….
“허어억…!”
“뭐… 뭐야…!”
“모, 몸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계승자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즉위식 후반에 잡힌 일정을 앞으로 당겨야겠군요.”
계승자의 말을 들은 성수호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단상에 사이드를 내리찍었다.
콰아앙!
“자, 즉위식의 하이라이트… 사상 검증의 시간이 왔습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