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8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88화(989/1201)
위그드라실 (7)
나는 꿈에 들어오자마자….
“어우, 추워.”
갑자기 파고드는 한기에 흠칫 놀라며 양팔로 어깨를 감쌌다.
바람은 없지만, 살을 파고드는 한기.
체감 온도만 따지면 어둠의 산보다 대략 -5도 정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살을 파고드는 한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을 보며 감탄했다.
“와… 예쁘네.”
발목까지 쌓인 새하얀 눈.
그리고 구름에 가려져서 회색빛을 내는 태양까지….
칙칙했던 어둠의 산과 다르게 내가 지금 있는 장소는 설원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기가 훨씬 낫네.”
이쪽이 훨씬 더 추웠지만, 밝은 분위기 덕분에 오히려 마음의 안정감이 생기는 그런 장소였다.
그렇게 아름답게 펼쳐진 설원을 보며 감탄하던 나는….
“아차,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을 차리고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오직 하나.
한겨울이었다.
나는 한겨울을 찾기 위해 꿈을 조작할까 했지만….
“일단 찾아보자.”
바로 고개를 저으며 한겨울을 직접 찾기 시작했다.
꿈을 조작하면 바로 한겨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중요한 꿈일 수도 있으니까.”
본능이 내게 외치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 오히려 찬스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밭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이야… 이쁘긴 진짜 이쁘네.”
나도 모르게 애처럼 실실 웃으며 눈을 뻥뻥 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응”
저 멀리서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목소리가 내 귓속에 들려왔다.
(구름 위에 있는 거 같아!)
(천국 같아 천국!)
메아리치는 목소리로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애들…’
딱 봐도 어린애들의 목소리였다.
나는 즉시 은신을 켠 뒤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 예상대로….
“눈사람 만들자!”
어린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애들은 눈밭에서 폴짝폴짝 뛰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캬하하하!”
이 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얇은 옷은 입은 채 뛰어다니는 아이.
처음에는 한봄인 줄 알았다.
워낙 추위에 강한 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다 보니 한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봄이가 아닌데’
예전에 한봄의 꿈속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본 적이 있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눈밭을 뛰어다니는 애는 한봄이 아니다.
나는 혹시 몰라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총 다섯.
초등학생 저학년쯤 되는 아이들의 정확한 정체를 순식간에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림짐작으로 아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쟤가 하연이지 가서 볼 만지고 싶다.’
젖살이 남아 있는 민하연부터….
‘저기 있는 건 봄이 같네. 저 때는 동생들보다 컸구나.’
동생들을 걱정하는 눈으로 보는 한봄과….
‘추워서 떨고 있는 아이가 가을이겠네.’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가을과….
‘와… 가서 한 대 때리고 싶네.’
그리고 꿀밤 한대 쥐어 박아보고 싶은 한여름까지….
‘캬… 어렸을 때도 재수 없게 생겼었네.’
저 멀리서 민하연과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한여름.
어린 시절의 한여름도 지금과 똑같이 재수 없게 생겼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가서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아냐. 일단 보기만 하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내 목적은 한여름 괴롭히기가 아니다.
바로….
“눈 진짜 많아!!”
엄동설한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추운 날씨에 얇게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정체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한봄이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겨울아, 옷 좀 더 입어야 하는 거 아냐…”
“싫어어어! 추운 게 좋아!”
뛰어다니는 아이의 정체는 한겨울.
한겨울은 지금 이 추운 날씨에 가을 옷차림을 하고 눈밭을 헤집는 중이었다.
‘어렸을 때는 추위에 강했나 본데’
지금 한겨울의 모습은 성인이 된 한겨울과 완전히 달랐다.
맨손으로 눈을 만지고, 옷 속으로 눈이 들어와도….
“캬하하하!”
활기찬 망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닐 뿐이었다.
‘지금이랑 너무 다른데’
현실에 있는 한겨울이었다면 어깨를 미친 듯이 비비며 추위를 버티는 데에 온 힘을 쏟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한겨울을 떠올리며 확신했다.
‘사건이 있었구나.’
성인이 되어서 변한 체질.
분명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추측하며 계속해서 아이들을 구경했다.
구경하다 보니 무슨 상황인지도 대충 알아낼 수 있었다.
‘두 가족이 진짜 친했나 보네.’
민하연 가족과 한여름 가족이 같이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거대한 산장.
그 산장 쪽에서 성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오렴! 점심 다 만들었으니까!)
병아리처럼 삐악삐악하며 외치는 아이들.
“네!”
이곳에 있던 모든 아이가 병아리처럼 눈밭을 헤치며 산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홀린 듯이 그런 병아리들의 뒤를 따라갔다.
‘아… 지금 당장 납치하고 싶다.’
농담이 아니라, 전부 데리고 가서 하루종일 같이 놀고 싶었다.
참고로 거기에는 한여름도 포함이었다.
‘쟨 왜 저렇게 때리고 싶게 생겼냐.’
어린 시절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
잘생겼냐고 떠나서 그냥 표정이 재수가 없었다.
싱글벙글 웃는 아이들과 다르게 건들건들하는 모습.
딱 봐도 지금 재미없어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나마 민하연과는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반면에….
“오빠, 같이 가.”
“아, 귀찮게…”
한봄, 한가을, 한겨울을 마치 짐짝 취급하듯 대하고 있었다.
저 때까지만 하더라도 세 자매가 한여름을 오빠로 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꼬라지가 된 이유가 있었네.’
한여름이 얼간이 취급받게 된 게 자업자득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민하연과 한남매를 따라가다 보니….
“어”
갑자기 배경이 확 바뀌었다.
바뀐 배경은 아까와 같은 장소였지만….
‘오, 석양 진짜 예쁘네.’
아까는 회색빛을 띠던 태양이 붉게 타며 산에 먹히고 있었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는 중에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빨리, 빨리!)
(하아아… 귀찮게….)
목소리의 형태만으로도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겨울이랑… 한여름’
뭐랄까 현실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장면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목소리의 출처를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장소에는 예상대로 한겨울과 한여름이 있었다.
그것도….
‘응 나머지 애들은 어디 갔지’
단둘이만 있었다.
처음에는 왜 두 사람만 있나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나머지 애들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일은 같이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낫겠지.”
민하연, 한봄, 한가을… 셋이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셋이 감기에 걸려서 쉬는 중에 한겨울이 한여름을 끌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한겨울이 한여름을 이곳까지 끌고 온 이유는….
“오빠! 내가 먼저 숨을게!”
숨바꼭질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이런 추위 속에서 숨바꼭질해야 하나 싶었지만….
‘아니지… 어렸을 때는 저거만 한 게 없지.’
숨바꼭질은 어린 시절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 중의 하나였다.
무엇보다 숨바꼭질의 묘미는 바로 장소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게임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한여름에게 보이지 않았다.
“하아… 귀찮게….”
그저 돌아가고 싶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30초 세고 나 찾아!!”
“하아… 알았어.”
하지만 그런 귀찮음도 결국 한겨울의 행동력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그 뒤에 두 사람은 나무가 빼곡히 박혀 있는 눈밭에서 숨바꼭질하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는 한겨울과 설렁설렁하는 한여름.
하지만 그런 차이점이 있음에도 한겨울은 그저 이 눈밭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좋은 듯 보였다.
하지만 즐거움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가자.”
더 이상 귀찮음을 참지 못한 한여름이 가자고 말한 것이었다.
“좀 만 더 하자!”
그리고 그런 한여름의 냉정한 말에 애원하는 한겨울.
그렇게 한겨울과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이던 한여름은 짜증이 꽉꽉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았어! 그럼 숨을게!”
그렇게 한겨울이 나무 사이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리고 그런 한겨울의 모습을 본 한여름은….
“…가야지.”
그대로 한겨울을 놓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간다고’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놓고 가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숨바꼭질은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찾는 쪽이 중간에 내빼면 숨는 쪽은 자칫 바보가 되는 게임이 숨바꼭질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여름은….
“뭐… 중간에 알아서 돌아오겠지.”
그런 무책임한 말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처음에는 튀어 나가서 쥐어팰까 싶었지만….
‘어차피 꿈이야.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나는 나중을 기약하며 숲으로 들어간 한겨울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꿈속의 한겨울은 추위에 극도로 강한 편이었다.
좀 오래 숨는다고 문제가 생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아냐…. 만약 이 꿈이 트라우마랑 관련이 있다면….’
나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금방 접어 버리고는 한겨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흐아아아앙!)
애절한 울음소리가 내 귀에 포착되었다.
나는 재빠르게 울음소리를 향해 달려갔고, 울음소리가 퍼지는 곳에서는….
“흐아아앙! 오빠!! 흐아아앙!”
한겨울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서 울부짖는 중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들었지만….
“응!”
갑자기 주변 배경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 바뀐 배경은….
‘…밤’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어둠이 깔린 낭떠러지였다.
그리고 그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인 낭떠러지 밑에는….
“허으으….”
한겨울이 쓰러진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서는 한겨울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새파랗게 물든 한겨울의 안색.
“흐으으….”
거기다 추위에 장시간 노출된 탓에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한겨울이 이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뼈에 금이 갔나’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을 당시에, 뼈에 금이 간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술래가 찾아서 진작에 구조되었어야 했지만….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술래인 한여름은 중간에 내뺀 상황.
그 때문에 한겨울은 구조되지 못한 채 이런 상태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한겨울의 트라우마는….
‘한여름… 안 끼는 곳이 없네.’
한여름 때문일 것이다.
나는 즉시 한겨울의 작은 몸을 품에 안아서는 들어 올렸다.
“조금만 기다려. 구해줄 테니까.”
“흐으으….”
분명 꿈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
바꿀 수 없는 기억.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한겨울을 구하기 위해 그녀를 품에 안고 낭떠러지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어”
낭떠러지 위에 착지하는 순간 내 품에 안겨 있던 한겨울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진짜 사라진 줄 알았지만….
“…뭐지”
한겨울은 다시 낭떠러지 밑에 누워 있었다.
나는 다시 낭떠러지 밑으로 내려가서 한겨울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이거 왜 이래”
한겨울의 신체를 낭떠러지 밖으로 빼낼 수 없었다.
심지어 꿈을 조작해서 산장으로 억지로 가려고 했지만….
“미치겠네….”
다시 낭떨어지로 돌아왔다.
나는 다시 낭떠러지 밑으로 내려가서 한겨울을 품에 안았다.
낭떠러지를 올라갈 때마다 내 품에서 사라지던 한겨울은….
“흐으으….”
이번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상황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건가’
한겨울의 꿈이 그녀를 이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이미 정해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듯이….
나는 순간 고민했다.
‘…강제로 바꿀까’
아까도 조작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었다.
힘을 써서 강제로 바꾼다면 이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벗어난다고 한들 과연 그게 구해주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다른 꿈으로 넘어간다면 결국 이 꿈은 여기서 끝나는 게 되어 버린다.
결국 추위에 죽어가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안 되겠어.’
나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나는 외투의 앞쪽을 풀어낸 뒤 그 안으로 한겨울을 집어넣으며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과 손을 전부 감싸며 속삭였다.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 금방 사람들이 올 거야.”
내 목소리를 들은 한겨울은….
“흐으응….”
나를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으으읏!
주변을 감싸던 지독한 냉기와 칠흑 같은 어둠이 걷혔고.
그 뒤에 따스한 온기와 밝은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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