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99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996화(997/1201)
위그드라실 (7)
참여 인원 6명. 남은 시간 8분 51초
아까 56이었던 숫자가 어느덧 51로 바뀌어 있었다.
5초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50초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9분 후에 뭔가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네.”
내 말을 들은 멤버들이 숨을 들이켜며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어둠.
어둠의 산을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시야는 제한되어 있었다.
공간이 잘린 듯한 시야.
나는 어둠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이동하기 시작하자,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굽 울림소리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울퉁불퉁했던 산길과 다르게 깔끔한 대리석 바닥 때문에 소리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딱 봐도 우리가 있는 공간이 건물 내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바람 한 줄기조차 흐르지 않는 고요한 공간.
그 공간을 걷자, 뒤쪽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보이는 거 있어”
“…아니, 안 보여.”
한봄과 한가을의 대화였다.
“지금까지는 잘 보였는데… 여기에 온 이후는 전혀 보이지 않아.”
어둠의 산을 오르면서 유효했던 예언이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먹통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가을의 말에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 전원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예언이 닿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무언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으니까.
또각, 또각….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건 위험이 아니었다.
“막혀 있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둠으로 둘러싸인 벽.
나는 막힌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해 봤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도착한 곳은….
“아까 그 장소네.”
한 바퀴 쭉 둘러서 아까 마주했던 장소였다.
우리가 있는 공간이 둥그렇게 둘러싸인 채 막혀 있었다.
막다른 곳 너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6분 남았네.”
3분이 지나 있었다.
그렇게 3분의 시간이 흐르자, 때마침 메시지가 하나 더 작성되기 시작했다.
참여 인원 여섯, 특수 스킬 셋을 부여합니다.
특수 스킬이라는 말에 다들 의아해했지만, 메시지는 우리가 의아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작성되었다.
중앙에서 원하는 특수 능력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멤버들이 모두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들 내 결정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우리가 도착했던 중앙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중앙에는….
“이건가 보네.”
아까까지 없던 테이블이 생겼고, 테이블 위에 자그마한 보석 세 개가 올려져 있었다.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의 보석.
아마 보석마다 특수 능력이 담겨 있는 듯했다.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한 개의 특수 스킬을 가질 수 있고, 한번 획득하면 양도 불가능합니다.
은신 사용 시 9초간 은신-접촉 시 은신 해제- (쿨타임 3분)
점멸 6미터의 거리를 순간이동-벽 너머도 이동 가능- (쿨타임 6분)
순간이동 사용하면 맵의 랜덤한 장소로 이동-바로 옆으로 이동할 수도 있음- (쿨타임 9분)
붉은색 보석이 은신, 푸른색 보석이 점멸, 초록색 보석이 순간이동이었다.
각자 나름 좋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 명을 골라야 하네.”
스킬을 얻는 건 셋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내 옆에 있던 민하연이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얘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네.”
그리고 맞장구치는 한봄.
“역시 언니 말이 맞았어. 이 공간… 우리 이간질하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느낀 것처럼 민하연 일행도 어둠의 산을 오르며 똑같이 느낀 모양이었다.
고의적인 트러블 유도.
지금 스킬 세 개가 부여된 이유도 아마 우리의 싸움을 유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호야, 누가 가지는 게 좋을까”
우리는 그런 유도에 걸려들 정도로 신뢰가 약하지 않았다.
나는 민하연의 말을 듣자마자 즉시 대답이 나왔다.
“일단 비전투 직업을 가진 봄이랑 가을이가 가지는 게 좋을 거 같아.”
내 말을 들은 전투 직업을 지닌 민하연과 남궁 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도 그게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정작 한봄과 한가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맞아. 전투가 발생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어.”
두 사람의 걱정이 이해가 갔다.
타이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심지어 한가을의 예지도 발동되지 않는 상황.
전투가 일어난다는 것을 가정하면, 효율적으로 스킬을 분배하는 게 올바르긴 하다.
그래, 올바르긴 하다.
하지만….
“효율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우리 파티는 효율을 지향하지 않는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안전이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완벽한 승리가 아닌, 파티원 전원의 생존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너희 둘은 스킬 챙겨.”
두 사람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알았어.”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일단 두 사람을 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겨울 씨가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남궁 유하의 의견으로 정해졌다.
사실 나도 한겨울에게 스킬을 줄 생각이었다.
한봄, 한가을, 한겨울.
세 자매에게 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문제는 내 입장이었다.
파티를 이끄는 리더가 공정하지 못하면 쌓인 불만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폭탄이 되기 마련이다.
사실 민하연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남궁 유하.
그런데 그 남궁 유하가 먼저 양보의 말을 꺼낸 것이었다.
남궁 유하의 말에 화들짝 놀란 한겨울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저는 이래 봬도 날렵해요. 그러니까….”
“한겨울.”
“응”
“말 들어.”
“아니, 그래도….”
한겨울은 남궁 유하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한겨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궁 유하의 실력이 자신보다 한참 위이고, 자신이 스킬을 가져야지 파티 전체에 안정감이 생긴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이렇게 눈치를 보는 건, 그동안 쌓인 친분 때문이었다.
한겨울은 어느새 남궁 유하에게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을 드러냈다.
그런 친분이 생겼으니, 눈치 없이 행동하기는 또 싫을 것이다.
그리고 눈치 100단인 남궁 유하는 바로 한겨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겨울 씨, 수호 씨가 이기심으로 무언가 결정한 적이 있나요”
“아, 아뇨.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수호 씨의 결정이 모두를 위한 결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아….”
남궁 유하는 미소와 함께 나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니 남은 한 사람은 한겨울 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언니.”
“후후….”
그렇게 남은 한 스킬을 한겨울이 갖기로 결정했다.
일단 인원은 정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특수 스킬을 갖기로 한 멤버들은 한자매들이었다.
나는 한자매를 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면 누가 어떤 스킬을 갖느냐인데….’
특수 스킬은 총 셋.
그리고 셋 다 전부,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위험에서 탈출해야 할 수단을 제공한다는 건….
‘무조건 싸움이 있을 거라는 건데.’
분명 전투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수전이 될 수도, 단일전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신한 사실은 하나였다.
‘보통 녀석이 나오지는 않겠지.’
이 난관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지막에 걸맞게, 케르베로스 뺨치는 괴물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대충대충 스킬을 분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 다들 의견을 내줘. 누가 어떤 스킬을 갖는 게 좋을지.”
우리는 머리를 싸매며 스킬 분배를 위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봄이가 은신, 가을이가 점멸, 겨울이가 순간이동.”
이렇게 세 개의 스킬을 세 명에게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분배의 방식은 효율.
첫 번째 스킬인 은신은 누군가와 접촉했을 때, 해제된다고 쓰여 있었다.
“스킬을 쓰더라도 해제된다는 설명은 없지.”
즉, 회복 스킬을 쓸 수 있는 한봄에게 최적화된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두 번째 스킬인 점멸.
점멸은 벽을 뚫고 도주할 수 있는 특수 스킬이었다.
그리고….
“지금 예언이 먹히지 않지만, 나중에 예언이 다시 발동된다면 가을이가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예언가인 한가을과 꽤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점멸 전에 미리 예지가 된다면 그만큼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스킬인 순간이동.
맵 어딘가로 랜덤하게 이동하는 능력.
사실 한겨울에게 준 순간이동은 그녀가 자주 활용하라고 준 능력이 아니었다.
바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쓰지 마.”
최후의 보루로 건네준 스킬이었다.
진짜 위급한 상황을 빠져나가야 할 경우.
그럴 때만 쓰라고 건네준 것이었다.
내가 한겨울의 양 어깨를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한겨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아, 알았어. 최대한 아낄게.”
“그리고 진짜 위급한 상황에는 주저하지 말고 써.”
나는 한겨울의 양손에 좀 더 힘을 주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최대한 빨리 가서 구해줄 테니까.”
“….”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한겨울.
한겨울은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더니….
“…꼭 데리러 와.”
헤실헤실 웃었다.
“문제 생기면 바로 데리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최대한 몸 사리고.”
“응.”
그렇게 나는 한겨울과의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서 멤버들을 바라봤다.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표정이….
“아하….”
“헤에….”
“흐응….”
착 가라앉아서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민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셋도 온천장 들어갔지”
“와… 설마 셋이 같이 온천 들어간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이미 정답을 알면서도 내게 정답을 갈구하는 듯이 웅얼거리는 세 여자.
나는 세 여자의 웅얼거림을 못 들은 척하며 딴청을 피웠다.
“자, 시간 얼마 안 남았네. 다들 준비하자.”
“와… 아저씨, 말 피했어.”
“맞네, 맞아.”
“같이 들어갔네….”
“….”
나는 소곤거림에 어떠한 반응도 주지 않았다.
‘변명은 나중에 하자.’
지금 당장은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나는 그렇게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2분….’
어느새 남은 시간은 2분.
생각보다 빨리 결정한 탓에 시간이 널널했다.
우리는 2분 동안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뭉칠 경우, 흩어질 경우, 그리고 저번처럼 팀별로 나눠질 경우까지….
그리고 사실상 기대하지 않는….
“이대로 진행했으면 좋겠네.”
아무런 이변 없는 시작까지.
내 말에 동의하듯 다들 허탈하게 웃으며 각자 입을 열었다.
“또 떨어지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아저씨랑 떨어지는 거 싫어.”
“혼자만 아니면 되긴 하지만….”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 10초.
그렇게 남은 시간을 응시하던 우리 눈에는 어느새….
0초.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쿠르르르….
카운터가 끝난 것과 동시에, 갑자기 얕은 지진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들 긴장한 듯이 내게 딱 달라붙었다.
혹시라도 다른 곳으로 또 전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그리고 그런 불안감을 드러내듯 다들 내 옷을 한 움큼 쥐고 있었다.
하지만 0초가 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어 이번에는 이동하지 않나 본데”
멤버들의 모습은 그대로 내 눈에 들어 있었다.
“휴우… 다행이네.”
“또 이동했으면 어쩌나 싶었어.”
다들 따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내 옷을 잡고 있던 손을 하나둘씩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손을 놓는 순간이었다.
“아… 또 메시지가 들리네요.”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 전원이 남궁 유하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천장에 또 다른 메시지가 떠 있었다.
퀘스트 제단에 영혼 석을 바쳐라.
남은 제단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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