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252)
제252화
모처럼 머리를 정리하고 드레스차림을 한 치트는 테이블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건 다름 아닌 마스크를 벗고 있는 클로.
“여기가 그 한 끼 가격이 세 자릿수가 넘어간다는 레스토랑이야? 음식에 금칠이라도 한 건가.”
이런 고급 레스토랑이 익숙하지 않은 치트는 주변을 둘러보며 왜 이렇게 비싸냐 농담을 했다.
하지만 정말 금가루가 뿌려진 조개관자가 나오자 우스갯소리로 들을 수가 없었다.
“오, 진짜 금칠을 했네. 흐흐…….”
툭.
메뉴가 나오자 클로가 마스크를 벗었다. 리벨리온의 빌런인 그녀들은 이 자리에서는 정장 차림과 드레스 차림의 평범한 여성처럼 보였다.
특히 화장을 하고 잔뜩 꾸민 치트의 모습은 평소의 너저분한 모습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주변의 시선을 끌 정도. 그 때문인지 치트를 지켜보던 훤칠한 남성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저, 첫눈에 반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엥? 나?”
치트는 남자의 말에 클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봐. 내가 아직 먹힌다니까? 하는 반응과 함께 자랑스럽게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치트.
심기가 불편해진 클로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남자는 클로의 불편한 기색을 읽지 못한 듯 보였다. 치트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깔깔 웃더니- 남자를 보며 말했다.
“에이~ 난 해커라 연락처는 못 주는데~ 나 완전 무서운 빌런이야! 현상수배도 걸려 있다니까?”
“재밌는 분이시군요. 그럼 연락처가 알고 싶으면 수배 전단을 확인하면 될까요?”
“에이 거기엔 안 적혀있지.”
자신이 빌런이라는 치트의 말을 남자는 유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마치 데이트를 하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심기가 불편해진 클로는 남자를 향해 손짓을 했다.
“당신, 이리 가까이 와보세요.”
까딱까딱.
검지만 움직이는 클로의 무례한 손짓에도 남자는 별다른 반항 없이 다가왔다.
“아, 네! 두 분 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실례가 되지 않으시면 B석에서 합석을 권하고 싶군요.”
아름다움이란 향기를 풍기는 꽃과 같아서 상대의 방어를 허물어 내리는 힘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대낮의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어떤 일을 당할지 남자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좀 더 가까이.”
의자에 몸을 기댄 클로가 더욱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자.
“아, 네!”
남자는 성큼 클로에게 다가왔다. 그는 클로의 행동이 관계의 어프로치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꽃의 향기에 홀려 다가갔을 땐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클로가 숨기고 있는 건 따끔한 가시 정도가 아니었다.
툭.
클로가 남자의 팔목을 잡았다.
남자는 급작스러운 클로의 행동에 당황한 모양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파앗!
손목이 붙잡히자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남자.
“아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언제는 나보고 침착하라더니! 넌 나보다 극단적이야!”
치트는 볼 멘 소리를 했지만 순식간에 사람을 해치운 클로를 담담하게 답했다.
“장시간 바라본 게 문제였다. 신원을 들켰을 수도 있으니 처리했을 뿐.”
“놀고 있네. 저 남자가 네가 아니라 나한테 말을 걸어서 화난 거 아냐?”
치트는 못 마땅한 얼굴로 포크를 들어 관자를 집었다. 그리곤 질겅질겅 금박을 뿌린 조개 관자를 씹었다. 반면 클로는 품위 있게 나이프로 관자를 썰며 말했다.
“대장이 아닌 다른 이의 관심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치트는 한때는 사람이었던 테이블 옆의 먼지를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찼다.
“아, 이 불쌍한 인간. 내가 여자로서의 매력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사실이 까마귀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았군.”
치트가 불쌍한 남자를 동정하는 그때. 누군가를 데리고 종업원이 들어왔다.
“C석은 이쪽 테이블입니다.”
“아 저기 오네. 꼬마야 여기야~”
모처럼 치트가 손까지 흔들며 반기는 상대는 다름 아닌 겁에 질린 류밍이었다.
“에이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너희 오빠가 보낸 거니까. 류진 말이야 류진.”
싱긋.
치트가 웃으며 오빠의 이름을 언급하자. 류밍은 그제야 쭈뼛쭈볏 테이블로 다가왔다.
“하지만, 오빠는…… 지금 국가 대항전에…….”
“미리 부탁한 거지. 자, 앉아봐.”
류밍은 치트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류밍의 몫까지 음식을 가져오는 종업원.
“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배고플 텐데 이것부터 먹어봐.”
하지만 상냥한 치트의 제안에도 류밍은 크게 당황했다.
“아, 저는 이런 일반 음식은 먹을 수가…….”
류밍은 치트가 무안하지 않게 최대한 예의를 차려 거절을 했지만.
툭-
치트가 테이블 위로 꺼낸 건, 작은 돌조각이었다.
“우린 류진이 부른 사람들인데 그걸 모르겠어? 근데 이걸 쥐면 이야기가 다를걸?”
류밍은 치트가 돌조각을 잡아보라는 시늉에 순순히 따랐다.
“자, 어디 이렇게 꽉 잡아봐.”
치트의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홀린 듯 행동을 따라 하는 류밍.
“옳지 잘하네.”
류밍의 손이 꽈악- 힘을 다해 쥐자 돌덩이는 액체처럼 변해 류밍에게 흡수됐다.
“읏!”
손바닥의 격통에 당황한 것도 잠시. 류밍은 이내 몸의 변화를 눈치챘다.
계속해서 느껴지던 머리를 찌르는 듯한 두통이 사라지고, 몸 전체를 압박하던 마나의 격류도 사라졌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류밍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클로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가 순환석과 마정석을 배합해 만든 시제품이다. 순환석의 마나를 융해하는 성질과 마정석의 증폭력. 그리고 몸에 흡수가 잘되는 성질을 합쳐 만든 제품이지.”
류밍은 클로의 어려운 설명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제, 한 달간은 멀쩡할 거야. 자주 사용하면 몸에 좋진 않지만. 아티팩트를 갈아 넣으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
마정석은 본디 마족의 부산물인 위험한 성질의 재료였다. 그러나 류진이 선택을 마칠 순간까지는 류밍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다.
“손이 많이 가는 데도 우리가 직접 만든 거야. 왜인 줄 알아?”
생색을 내는 치트의 물음에 류밍은 벙 쪄버린 얼굴로 대답했다.
“저, 저희 오빠, 때문에요?”
치트는 그 대답에 파하핫-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네 오빠를 영입하라는 것도. 순서가 다르다고. 잠시만이라도 널 치료하라는 것도. 전부 우리 대장의 명령이야.”
치트는 자신이 사용하던 포크를 다시 잡았다.
“우리 대장은 말이지. 그렇게나 잔인한데도 애들이 아픈 건 잘 못 보더라고.”
쿡-
치트가 포크로 스테이크 한 조각을 찍었다. 그리곤 그 포크를 류밍의 입을 향해 내밀자. 류밍은 아기 새처럼 고기를 받아먹었다.
우물우물.
류밍은 지금까지의 긴 치료 기간으로 미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어린 나이부터 큰 스트레스와 약물 치료를 받으니 몸의 감각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음식의 맛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 맛있어요.”
“그래? 그럼 가서 너희 오빠한테 말해~ 우리를 도와주면 평생 걱정 없게 만들어 주겠다고.”
류진의 이름에 류밍은 그제야 둘을 바라보았다. 정체불명의 이 둘은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지금의 차림만으로 둘의 정체를 아는 건 불가능했지만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오빠…….’
대체.
자신의 오빠인 류진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누구의 손을 잡은 걸까. 하지만 류밍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네.”
“겁먹긴. 장난이야 장난~”
그저 지금은 치트의 말에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 * *
가온의 대기실.
아델라는 홍차를 타는 스미레를 바라보며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가온으로 돌아왔다는 실감 때문일까?
“이건 저랑 벨벳이 직접 만든 쿠키에요. 벨벳이 아델라 씨를 만나면 꼭 전해주라고 말했어요. 참 기특하죠?”
타지에 있을 아델라를 위해 직접 쿠키를 만들어 주다니. 벨벳의 상냥한 마음은 아델라 자신에겐 없던 마음이었다.
‘분명…….’
상냥한 스미레나 속이 깊은 신유성을 닮은 거겠지.
홀짝.
아델라는 스미레가 만든 홍차로 입술을 적시고, 벨벳이 만든 쿠키를 한입 물었다. 떨어진 게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아델라는 너무나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스미레.”
아델라가 스미레를 불렀다.
좀 전까진 서로를 탈락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이제 둘은 같은 장소에서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다.
“네? 부르셨나요?”
쿠키를 입으로 가져가던 스미레가 고개를 들자. 아델라는 지그시 스미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는 민망한 대치 상황.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뜨거워질 이야기를 너무나 진지하게 말하는 아델라의 모습에 스미레는 괜히 볼이 붉어졌다.
“에……. 저, 저도요.”
“벨벳은 잘 지내고 있나요?”
“그럼요! 벨벳이 아델라씨 이야기를 무척 많이 했어요! 하루마다 언제 오는지도 물어보고, 오면 같이 뭘 해야겠다 같은…….”
스미레가 해준 벨벳의 이야기에 아델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아델라에게 지금까지 가온에 입학한 후, 반년이 넘는 시간들은 더욱 강한 헌터가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왜 강해져야 했을까?
루이스의 복수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아덴이 마쳤고. 이미 모든 가족을 잃은 아델라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목적 없이 강해질 뿐, 긴박한 전투 속에서 가슴이 뛰는, 잠시나마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델라는 그 물음에 답 할 수 있었다.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수많은 위험이 있다. 지금의 아델라가 꿈꾸는 헌터란 자신과 그들을 위해 강해지는 헌터였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돌아오지 않을 부모님을 기다리는 건 자신으로 족했다.
자신의 동료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누구도 더 이상 그런 고통을 받기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닥쳐올 비극을 최대한 막아낼 힘을 기르자.
‘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영원히 얼어버린 부모님을 위해. 아직도 자신만을 걱정하는 아덴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세상을 더…….’
위험이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치는.
‘좋은 곳으로 바꾸자.’
그게 바로 아델라가 헌터로서 새로이 얻은 마음가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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