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87)
제87화
1학년 A반.
코앞까지 다가온 축제에 학생들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너, 축제 때 약속 있어?”
“나? 당연하지. 왜 끼워줘?”
축제의 스케줄을 이야기하며 떠드는 무리.
“다음 반 대항전 기대되지 않냐? 이제 아델라도 없는데.”
“S반? 이젠 밥이지~ 민성혁 정도는 은아가 그냥 박살낼 걸?”
아델라가 귀국을 하게 된 걸 축하하는 무리.
“너흰 파트너 정했어?”
“나? 글쎄~ 어떨까?”
“뭘 그런 걸 숨겨? 알려줘!”
축제 때 각종 이벤트에 함께 참여할 파트너를 정하려는 무리. 그리고 그중에는 교내의 유명인을 위주로 모인 무리도 있었다.
“은아야 넌 어때?”
“은아한테는 남자애들이 엄청 메시지 보냈을걸? 이번에는 재밌는 이벤트도 많고.”
“아아~ 그럼 은아는 이미 파트너 정해 뒀겠네?”
김은아는 옆에서 떠드는 A반의 여학생들. 김은아는 찝찝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파트너? 축제 자체를 까먹고 있었는데 무슨…….’
하지만 파트너가 없다고 곧이곧대로 말하기엔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
“뭐, ……그, 그렇지?”
김은아가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을 하자. 3명의 여학생 무리는 눈을 빛냈다.
“역시!”
“아, 나 알겠다! 은아 파트너!”
“누구?”
“신유성 아냐?”
“아~ 그러네! 같은 파티고!”
갑자기 파트너에 관한 이야기가 신유성 쪽으로 흘러가는 상황.
“……솔직히 걔 엄청 잘생기지 않았어?”
“맞아. 그리고 일단 강하잖아! 아델라도 이겼고!”
“그렇게 보면 은아의 상대로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3명의 여학생이 즐겁게 떠들며 웃는 동안. 김은아는 생각에 빠졌다.
‘……신유성?’
혼수상태에서 깨어낸 김준혁과 시간을 보내느라, 김은아는 신유성을 본지 꽤 오래됐다. 마침 만나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찰나.
축제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김은아는 고민에 빠졌다.
‘마침……. 하고 싶은 말도 있긴 한데.’
이제 옆에서 여학생들이 떠드는 소음은 김은아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 근데 내가 신청하면 ……난 그냥 이야기하고 싶은 건데. 괜히 그림이 좀 이상하지 않나?’
무엇보다 파트너가 있는지 물어보자니 김은아는 지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갈팡질팡 움직이는 김은아의 마음. 옆에 있던 여학생들은 이미 각자 흩어졌지만 김은아는 여전히 고민에 꽂혀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물어보는 건 괜찮지 않나? 별거 아니잖아? 우린 파티원이고…….’
생각이 깊어지자 점점 합리화를 시작하는 김은아.
‘오히려…… 신경 쓰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결국 합리화를 끝낸 김은아는 시원한 기분으로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KimsilverA: 축제 때 뭐하냐?]김은아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신유성: 귀신의 집.]곧이어 도착한 신유성의 메시지.
“아니 이거 말고…….”
김은아는 작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KimsilverA: 아니 반에서 하는 거 말고. 따로 뭐하냐고.] [신유성: 아직 안 정했어]돌아온 신유성의 메시지에 김은아는 은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김은아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KimsilverA: 그럼 6시부터 같이 다닐래? 싫음 말고.]마지막 자존심 때문인지 굳이 [싫음 말고]라는 단어를 덧붙이는 김은아. 하지만 나름 쿨하게 말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김은아는 은근히 답변을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 어떤 시간보다 길었던 5초.
띠링!
신유성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신유성:그래 좋아.]신유성의 답변은 승낙.
‘그럼 그렇지!’
기분이 좋아진 김은아는 턱을 괴고 흐흥- 소리를 내며 웃었다.
* * *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F반.
신유성이 내놓은 깜짝 아이디어에 칠판 앞에 있던 레니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데?”
교탁 근처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스미레의 해골이었다.
“딱, 따닥!”
스미레가 소환만 하면 알아서 움직이는 해골. 까다로운 이시우도 신유성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확실히…… 이 정도 퀄리티의 해골은 어디에도 없겠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이 언데드들이라면 D반을 이길 수 있어! 쩔어! 스미레!”
귀신의 집 관리를 떠맡게 된 레니아가 진심으로 칭찬을 하자. 스미레는 어쩐지 부끄러웠다.
“네? 그, 그…… 정도인가요?”
“그 정도? 후……. 박쥐에 해골에 구울! 이 정도면 귀신의 집을 위한 특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레니아가 운을 띄우자.
F반의 학생들은 스미레의 특성을 한마디씩 칭찬하기 시작했다.
“구울 이거…… 진짜 무섭다.”
“이건 뭐 변장도 필요 없겠는데?”
“스미레 너만 믿을 게!”
F반 학생들의 쏟아지는 관심에도 스미레는 평소처럼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 * *
밤 7시.
축제를 준비했기 때문인지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귀가했다.
저벅저벅.
신유성은 스미레와 기숙사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신하윤을 생각하느라 고민이 깊었다.
[난 널 알아. 고고하고, 의지력이 강한 너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버텨내겠지.]신유성은 신하윤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분명 신하윤은 신유성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 동료들도 그럴까?]입을 닫고 웃던 신하윤의 모습.
평소 신하윤의 성격대로라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무슨 수든 가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신유성은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스미레를 바라봤다.
지금의 스미레는 처음에 보여주었던 어두웠던 모습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그건 스미레만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신유성은 가온 아카데미에서 파티원들과 보낸 시간들이 정말 즐거웠다. 무신산에서 권왕에게 강해지는 법과 스스로 서는 법 배웠다면. 아카데미에선 나누는 법을 배웠다.
기쁜 일을 나누고.
슬픈 일을 나누고.
신유성은 여러 가지 감정을 나누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내면은 물론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수련만을 좇던 그때보다 신유성은 외적으로도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신유성에게 파티원들은 이젠 가족이나 마찬가지.
‘……그런 파티원들을 위협하다니.’
신유성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이젠 무엇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 무신산의 힘들었던 수련은 무언가를 쟁취하고 가진 것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내가 더욱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꽈악-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는 신유성. 스미레는 그런 신유성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차가워진 손가락을 비비며 호호- 불었다.
“으으, 4월에도…… 나, 날씨가 쌀쌀하네요. 아직 봄일 텐데요…….”
스미레의 말에 신유성은 깊었던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러네.”
그럼에도 신유성은 표정은 평소와 달리 어딘가 어두웠다. 자신을 분명히 버렸음에도 다시 찾아오는 신오가문.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대항전과 여러 가지 준비들. 신유성은 마음이 복잡했다.
스미레는 그런 신유성을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도로 삼켰다.
‘여, 역시 주제넘은 일이야.’
스미레는 이렇게 신유성이 고민에 빠진 모습을 처음 봤다.
‘……이럴 때, 내가 유성 씨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유성이 자신을 구해줬던 것처럼, 스미레는 신유성을 구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위로받은 것처럼, 신유성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마음을 품어본 건 처음. 하지만 스미레는 방법을 몰랐다.
저벅저벅.
산책로를 따라 점점 넓게 펼쳐지는 꽃밭. 무언가를 발견한 스미레는 꽃밭에서 멈춰 섰다.
“아, 저, 저건…….”
스미레가 가리킨 건 하얀색 꽃. 스미레는 어쩐지 반가운 얼굴로 다가서더니 한 송이의 꽃을 꺾어왔다.
“……흰색 제비꽃이네요.”
“제비꽃?”
“네. 꽃에…… 대해 박식한 건 아니지만. 이 꽃은 알고 있어요. 제 이름이랑 똑같거든요. 아, 죄, 죄송해요……. 궁금하시지도 않을 텐데.”
스미레가 멋쩍게 웃자. 신유성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 그래도 스미레 너한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잖아?”
신유성의 다정한 말에 스미레는 새삼 귀가 뜨거워졌다.
‘중요한 의미…….’
흰색 제비꽃.
그리고 신유성.
스미레는 어머니인 스이카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어머! 제비꽃이잖아? 정말 예쁘다! 마당에 이런 꽃이 피다니…….] [뭐? 네 이름을 왜 제비꽃으로 지었냐고? 음 그야 당연히……. 예쁘니까?]해맑게 싱글싱글 웃던 스이카는 장난이라며 스미레의 등을 두드리더니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스미레. 흰색 제비꽃의 꽃말을 알고 있니? 모른다고? 너 정말……. 그래서야 모처럼 지은 이름이…….]스이카는 못마땅한 얼굴로 자기 입술을 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흰색 제비꽃의 꽃말은 바로 순진무구한 사랑! ……스미레 너는 신타로 씨와 내가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다는 증거란다. 쪽!]그 말을 끝으로 스이카는 스미레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 어떤 대가조차 바라지 않는 순진무구한 사랑. 무엇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사랑. 스미레는 조금은 스이카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똑.
스미레는 흰색 제비꽃을 따내어 신유성의 귓가에 꽂아주었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배시시 웃는 스미레.
처음 보는 스미레의 장난스러운 모습에 신유성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스미레.”
스미레가 이런 행동을 한 건, 계속 어두워 보였던 신유성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이제 아카데미에선 축제가 코앞.
스미레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유성 씨, 추, 축제에서 제 파트너가 되어 주세요!”
화악-
선언과 함께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스미레. 신유성은 그런 스미레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미안. 오후는 이미 약속이 있어.”
“……에!?”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