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nd the Mad Scientist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왜 그래요?”
응접실에서 나온 후에도 멍하니 서 있는 에스페란사의 뺨을 톡톡 건드린 시더가 물었다. 그 바람에 생각에서 깨어난 에스페란사는 시더의 손목을 끌고 연구실로 들어갔다.
“마벨우드에 던전이 생긴 것, 이상하지 않아요?”
“아…… 그 얘기였군요.”
시더는 짐을 다 싸서 인벤토리에 넣어 버린 바람에 도로 다른 방과 똑같아진 연구실 소파에 적당히 걸터앉으며 대꾸했다.
“이상하죠. 가설이 있어요?”
“모르겠어요. 당신은요?”
시더는 턱을 괴고 눈을 내리뜬 채 생각에 잠겼다. 잠깐 공기의 흐름이 느려질 정도로 고요해졌다. 에스페란사 역시 고민에 빠졌다.
달라진 것은 에스페란사의 존재뿐이다. 하지만 던전은 자연재해 같은 것. 사람이 무슨 짓을 했다고 던전이 생기고 말고 할 일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에스페란사가 이 시기에 별안간 떨어지게 된 것과 관련이 있을까?
에스페란사는 잊고 있었던 퀘스트 창을 켜 보았다.
[퀘스트: 황금 발톱을 찾아라!]진행률: (15/???)
완료 보상
―칭호: 시간의 지배자
―아이템: 황금 발톱, 귀환증(집)
진행률이 올랐다. 이상하게 별로 놀랍지 않았다.
던전을 클리어한 것이 황금 발톱과도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건 퀘스트에 따른 이상 현상인가? 아니면, 반대로 이 이상 현상에 따라 퀘스트가 발생한 건가?
그 생각에 따르면 황금 발톱은, 단순히 던전을 닫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던 건가?
“다 일리가 있지만, 어차피 우리가 가진 단서는 얼마 안 되니까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죠. 다른 생각을 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무슨 생각이요?”
“자.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시더가 의자 팔걸이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빙그레 웃었다.
“당신이 알고 있었던 건 다 믿을 만한 정보가 아니었던 거예요. 나인 호더에 1년 후에 첫 던전이 발생한다든지, 던전은 무작위로, 아무 규칙 없이 발생한다든지.”
전자는 이미 부정된 사실이고, 후자도 도전받고 있는 진실이다. 그리고 모두 에스페란사가 7년 동안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게임의 설정 따위, 의심할 만큼의 관심도 없었던 것이겠지만.
“그럼 뭐가 남죠?”
“사실이 남죠, 에스페란사. 그리고 더 넓은 가능성이 남죠.”
얼토당토않은 말인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에스페란사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더 말해 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기차에서 우리를 쫓던 암살자와, 로드 스털링이 쫓은, 마벨우드 방향으로 향하던 자들,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난 던전. 이게 다 하나로 엮여 있다는 생각은 어때요?”
그게 사실이라면, 던전은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황금 발톱’은, 그것을 가진 자는, 이미 에스페란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모든 건 가설일 뿐이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가설은 증명을 요한다. 증명하고 싶은 자에게도, 반증하고 싶은 자에게도.
“나인 호더로 돌아가야겠네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지? 에스페란사는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인데, 시더는 여유로웠다.
“시더. 우리 아주 위험해진 거예요.”
“아주 재미있어졌죠.”
시더는 손을 뻗어 흘러내린 에스페란사의 머리칼을 귀에 걸어 주며 대답했다. 그리고 놀란 에스페란사가 몸을 빼기도 전에 자연스레 등받이에 기댔다.
“역시 내 마법사. 하루하루 새로운 마법을 가져오네요.”
전날엔 던전, 오늘은 목숨을 위협하는 세력? 에스페란사는 그 자조적인 농담에 따라 웃다가, 물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말해요.”
“내가 왜 당신 마법사예요?”
시더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부드러운 금빛 머리칼이 뺨을 감싸고 흘러내렸다.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 시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당신이 생각해 보고. 자, 한시라도 우리끼리 있으면 벼락이라도 내리는 줄 아는 레이디 코델리아가 기다리겠네요.”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혼자 주인도 없는 연구실에 남은 후에야 뒤늦게 깨달았다.
아, 아무런 근거도 없구나. 공학도 주제에 근거도 없는 걸 우기다니. 에스페란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으면서. 세상에서 유일한 내 마법사. 나쁘지 않은 어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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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폴트 쪽에서 활동하는 헌터임.
황발 오픈 때부터 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류는 처음임. 요즘 가뜩이나 자게에 맵에 표시 안 되는 던전 나온다고 말이 많았잖음? 나는 아직까지 못 봐서 그냥 오류려니 했단 말이야. 근데 시스템이 던전을 인식 못 하는 게 말이나 되냐????
꼴포 이 미친놈들, 중셉 되는 게임도 아니면서 무슨 정신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거임? 던전에 휩쓸려서 내가 몇 년 동안 서던폴트 쪽에서 쌓아온 인맥 싹 날라감. 요즘 놀아주던 꼬맹이도 죽었고 밥 주던 길냥이도 뼈밖에 안 남았더라. 가뜩이나 촌동네라 찾아올 헌터도 얼마 없는데, 과일가게 할머니가 왜 이제야 오냐고 우는데 할 말이 없더라. 엔피씨한테 미안한 건 처음임.
진짜 이 게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현실 같은 세계관 구성이랑 엔피씨한테 정든 것 때문에 7년 내내 붙어 있었는데, 현타와서 탈덕한다.
이렇게 진짜같이 만들질 말든지, 만들 거면 오류는 없게 하든지. 내 잘못으로 늦어서 죽은 거면 어쩔 수 없는데 시스템 오류 때문에 던전 인식을 못 해서 못 구하러 간 게 말이나 되냐??? 꼴에 심의 지킨다고 시체에 모자이크 처리만 하면 다냐고.
이거 진짜 우편함에 꼴랑 보상 몇 개 던져주는 걸로 끝낼 생각 하지 마라. 이것 때문에 탈덕하는 사람 나 말고도 꽤 있는 것 같던데, 꼴포놈들 일 제대로 하길.
댓글 44
└ 안 그래도 문의 넣음ㅋㅋ 롤백 안 된다고 초기부터 못 땅땅 박고 시작했으면 이따위 버그는 없어야 되는 거 아니냐
└ 불통의 아이콘 꼴포가 과연 제대로 답을 할지??
└ 7년이나 이 망껨 탈출 못한 내 죄다ㅅㅂ
└ 말만 들었는데 진짜로 던전 안 뜸? 아예 안 보여?
└ (글쓴이) 보이긴 보임. 내 눈에는ㅋㅋㅋ 근데 맵이랑 시스템에 안 떠ㅋㅋㅋ
└ 그럼 어떻게 찾아감?
└ (글쓴이) ㅅㅂ 찾아갔으면 내가 이 난리를 쳤겠냐. 다 끝나고 나서 알았음.
└ 요즘 시스템 문제 많은 듯. 몇 번 던전 공략 중에 튕겨져 나왔음. 좃든포 ㅅHㄲi들 문의 넣어도 복붙대답함ㅋㅋㅋㅋㅋ
└ 와이파이 문제 아님?^^
└ 아님^^
└ 이거 수습이 됨??
└ 방법 없을 듯. 보상 아이템 뿌리겠지 뭐
└ 그래도 보상은 존나 잘 주잖음. 저번에 오십만 테롯 받은 적 있음
└ 50만???? 뭐야 나도 버그 줘ㅠㅠㅠ
└ 와 미쳤다. 나도 지역 기반 헌턴데 내 지역 저 꼴 난다고 생각하면 멘탈 깨질 거 같음ㅋㅋㅋ
└ 이 껨에서 엔피씨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통째로 날리게 만드냐ㅋㅋㅋ 원글러가 접속 안 하던 중도 아니라면서??
(중략)
└ ★ 안녕하세요, 헌터님! 불편을 겪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던전이 시스템에 표시되지 않는 문제는 현재 확인 중에 있습니다. 게임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 *
“설리번 박사.”
백발의 박사가 흠칫 몸을 떨었다. 키가 큰 여자가 냉랭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금 발톱은 아직도 그대로입니까?”
“그게…… 대체 왜 이런 오류가 생긴 건지.”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에요. 내가 알 바는, 박사가 언제 이걸 원래대로 고쳐 놓는지, 그것 하나입니다. 알아들어요?”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넓은 연구실을 꽉 채운 기계 장치들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톱니바퀴와 빈 공간마다 뿌연 연기.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황동빛 기계 부품들 사이에서 선명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분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번에 왔을 때는 적어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겁니다.”
문을 열고 나간 여자가 허공에서 무언가를 누르는 시늉을 취했다. 다음 순간, 여자의 의식은 커다란 기계 안에서 눈을 떴다. 기계를 열고 나온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수트 차림이었다.
탁자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다.
“나야. 다음 주까지 출장이니까, 설리번 박사 일은 네가 종종 확인해. 괜한 생각 하지 말고. 일시적인 오류일 뿐이야…… 그래. 갔다 와서 보자.”
여자가 망설임 없이 사무실을 나섰다. 도시의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고층 빌딩 꼭대기의 사무실에는 누에고치처럼 생긴 커다란 기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윙윙거렸다.
그리고 전화의 반대편. 인적이 드문 골목의 지하에도 똑같은 기계가 있었다. 전화를 끊은 남자가 기계 안으로 몸을 넣었다.
“설리번 박사님.”
이 남매를 하루에 두 명이나 상대해야 하다니. 설리번 박사는 그런 감정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였다.
“제 마력으로 이 기계를 몇 번이나 움직일 수 있습니까?”
“저번의 ‘사고’가 워낙 컸습니다. 사이러스, 당신에게 남은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실수할 수 있는 기회 같은 것은 없다. 한 번에 ‘에스페란사’가 있는 곳에 도착해야 한다. 사이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사이러스가 기계 안으로 몸을 넣었다. 그의 마력에 반응한 기계가 덜컹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톱처럼 길게 휘어진 황금빛 부품을 움켜쥔 손에 힘줄이 섰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증기가 가득 찼다.
설리번 박사가 콜록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흰 증기가 모두 방 밖으로 날아가고 난 후, 방 안에 남은 사람은 백발의 박사 혼자였다.
“연구고 나발이고, 저 빌어먹을 것들 비위 맞춰 주느니 대학원을 한 번 더 다니고 말지.”
박사가 험악하게 뇌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