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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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교도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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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콰앙!
“크으윽!”
아이언 골렘에게 강렬한 일격을 먹인 노구덕은 도리어 그 반동에 비척비척 물러났다. 건틀렛의 안이 윙윙 울리며 주먹이 깎여나갈 듯 아파왔다.
‘씨팔! 뭐가 이리 단단해?’
가공되지 않은 조악한 철광석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아이언 골렘의 방어력은 이제껏 상대했던 카름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단단함의 원천은 아마도 내외일체(內外一體)의 신체 구조일 터. 통짜 광석으로 만들어진 놈의 육체는 불필요한 내부공간이나 장기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까앙!
“읏! 칼이 안 박혀요!”
뒤이어 날아든 신소율의 레이피어도 번쩍이는 불똥만 요란했지, 놈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아이언 골렘은 두 사람의 일격을 맞고도 맞은 부위를 물끄러미 바라만 봤을 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귀찮은 모기에 물린 것처럼 시답잖은 반응이었다. 아마 놈이 인간이었다면 이쪽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짓지 않았을까.
그것이 두 사람의 자존심에 빠직 금이 가게 만들었다.
“…저놈, 우린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안중에 있게 만들어야죠.”
뿌드득 이를 간 신소율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 스르륵 녹아들었다.
골렘이라고 해서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골렘소환사 장상기가 멤버로 있는 아이리스 헌터들은 골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가령, 골렘의 눈. 핵을 이루고 있는 마력석과 연결되어 있는 골렘의 눈은 타 부위보다 무른 재질로 되어 있다. 이 아이언 골렘의 경우에는 그 눈을 이루는 물질이 흑운모 같은 반들거리는 광석이었다.
‘눈을 노려야겠군.’
신소율이 어둠속의 창이라면, 자신은 그 창이 제대로 명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창출하는 미끼였다.
그러자면 돌부처처럼 서 있는 놈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수.
‘정면대결은 위험해. 적당히 치고 빠지자.’
다시 말하지만 노구덕의 방어력은 그 파워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취약했다.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킹스콜피온의 갑각을 등에 이식했지만, 아직 동조술에 완전히 융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서 무리하게 갑각을 타 부위로 전이(轉移)시키면 데모나가 말했던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런 몸으로 아이언 골렘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초전부터 그런 모험을 하는 것은 하책. 노구덕은 고전적인 힛 앤 런(Hit and run)으로 놈의 심기를 살살 긁을 작정이었다.
“어디까지 그렇게 쿨하게 있을 수 있나 보자. 모기가 얼마나 짜증나는 녀석인데!”
쾅! 쾅! 쾅!
발등에 한 방, 정강이에 한 방, 무릎에 한 방. 일직선을 그리며 작렬한 삼연타에 적중 부위가 우그러지며 돌가루가 푸스스 휘날렸다.
거대한 덩치를 지탱하는 다리가 미미하게 흔들리자, 아이언 골렘은 비로소 반응다운 반응을 보였다. 우묵하게 자리한 까만 눈알이 노구덕을 향해 데굴데굴 움직인 것이다. 마치 그의 모습을 락온(Lock-on)하듯 새겨두는 것 같았다.
“이놈이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으헉!”
퉁명스레 지껄이던 노구덕은 깜짝 놀라서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부우웅!
좀 전까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공성추처럼 육중한 주먹이 휩쓸고 지나갔다. 단지 지면을 얕게 스쳤을 뿐인데도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 바람에 바로 옆에 있던 노구덕은 먼지구름을 거하게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콜룩! 콜룩!”
‘이런 젠장!’
목구멍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먼지 때문에 쉴 새 없이 기침이 나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놈이 한 번 더 공격을 해 온다면…….
‘아냐. 먼지구름 때문에 놈도 날 보지 못할 수도…….’
슈우웅!
“염병할!”
노구덕은 생각할 것도 없이 다시 한 번 거칠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놈의 주먹에 살짝 스친 종아리가 저릿저릿했다.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형편없이 짜부라진 찐빵 신세가 되었을 터. 이건 완전히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더지가 자기 자신인 게임.
“소율아! 아빠 죽겠다!”
“누가 아빠예요!”
뾰족한 음성과 함께, 아이언 골렘의 면전 앞 공간이 활짝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귀신 같이 모습을 드러낸 신소율이 양팔을 번개같이 교차하자, 달빛에 반사된 은빛 검광이 벼락처럼 번뜩였다.
쨍! 쨍!
헌터가 되었을 때부터 한시도 쉬지 않고 단련해 온 백전연마의 찌르기는,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간격을 두고 정확히 놈의 두 눈을 꿰뚫어버렸다. 담뿍 마력을 담은 레이피어는 놈의 안구를 완전히 박살내버리고도 모자라 손잡이만 남도록 깊숙하게 틀어박혔다.
“쇼크웨이브!”
신소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칼끝에 모인 마력을 일거에 폭발시켰다. 오닉스의 화산에서 써먹었던 수법의 재현이었다.
쿠우웅!
암만 단단한 골렘이라도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는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신소율이 방출한 강렬한 충격파는 촘촘히 붙어 있던 광석 구조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놈은 쩍쩍 갈라지는 머리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소율의 모습을 쫓았으나, 치명적인 일격을 선사한 말벌은 이미 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후우… 아저씨. 지금이 기회예요.”
어느새 노구덕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소율이 숨을 고르며 말하자, 노구덕은 휘등그레 뜬 눈으로 그녀의 옆얼굴을 응시했다.
“너 진짜 세졌구나.”
은신의 묘(妙)가 더해진 무호흡의 고속이동과 고속연타. 거기에 마력을 실은 것도 모자라 마법으로 확실한 마무리까지. 어지간한 상대는 이 기습 한 번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절묘한 콤보였다.
하지만 신소율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아직 멀었어요. 이 콤보를 쓰면 네 호흡 정도… 후, 숨을 돌려야 하거든요. 리스크가 조금 있죠. 됐어요. 지금 가요.”
“그래.”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아이언 골렘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력을 잃어버린 놈이 무작정 주먹을 휘둘러대는 통에 오히려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운 없이 눈 먼 주먹에라도 스치면 두 사람 다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자명했기에, 노구덕과 신소율은 애써 만든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골렘의 주위를 맴돌았다.
“신의 가호!”
그때, 시기적절하게 나타난 황금빛 장막이 아이언 골렘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허문수의 것보다는 농도가 옅지만, 원형의 띠로 변형된 장막은 그대로 밧줄이 되어 골렘을 꽁꽁 묶어버렸다.
“좋았어!”
“실렌 언니, 고마워요!”
한 손을 치켜들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실렌에게 엄지를 들어 보인 두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언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위태롭게 금이 간 놈의 머리였다.
“이거나 먹어라!”
“…쇼크웨이브!”
충왕각인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노구덕의 돌주먹과 아이시클에서 방출된 묵직한 충격파가 보기 흉하게 벌어져 있는 균열을 강타했다.
콰득! 쩌어억!
깨지기 직전의 유리처럼 금이 가 있던 놈의 머리통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머리를 잃어버린 아이언 골렘은 힘없이 털썩 무릎을 꿇은 채, 비스듬히 몸을 앞으로 숙였다. 마치 단번에 참수당한 죄수와 같은 형상이었다.
‘죽었나?’
죽은 듯 꼼짝 않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탓에, 노구덕은 자기도 모르게 신경줄을 느슨하게 했다. 덕분에 그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골렘은 마력석이 파괴되지 않는 한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일순 방심해버린 것은 노구덕뿐만이 아니었다. 놈이 축 늘어진 것을 본 실렌은 장막을 유지하던 신성력을 반쯤 거둬들였고, 그것이 아이언 골렘에게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주었다.
파직!
양 팔을 벌리는 것만으로 신성력의 띠를 끊어버린 아이언 골렘은 곧바로 근처에 있는 노구덕에게 손을 뻗쳐왔다. 워낙 거리가 지척이었기에 노구덕으로서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기습이었다.
“아앗!”
“아저씨!”
“……!”
실렌과 신소율의 새된 비명이 고막을 울리기도 전, 노구덕은 반사적으로 두 팔을 십자로 교차했다. 충왕각인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고, 머슬컨트롤로 팔뚝에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부풀렸다. 극도로 팽창한 근육은 그 자체로 무쇠와 비슷한 경도를 지닌 방패나 다름없었다. 그것이 한 겹도 아니고 두 겹.
정말이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방어였으나… 아이언 골렘의 주먹 한 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콰직!
“끄아아아악!”
섬뜩한 파육음이 들림과 동시에, 노구덕의 거구가 풍선처럼 붕 떠올랐다. 아이언 골렘의 주먹을 정면에서 맞받았던 그의 팔은 호미라도 된 듯 무참하게 꺾여있었다. 한참을 체공하던 그의 몸은, 그나마 운이 좋게도 실렌이 있는 근처에 철퍼덕 떨어졌다.
“미, 미안해요! 큐어! 큐어! 큐어! 나아라! 다 나으란 말야!”
실수를 범한 실렌은 사색이 되어 언령과 마법이 엉망진창으로 섞인 회복 주문을 난사했다. 그녀의 손은 심한 자책으로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노구덕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본인의 잘못도 한몫했지만, 어쨌든 그녀 또한 일조한 것이 사실. 자칫하면 이번 일로 임대 복귀를 시켜버려도 할 말이 없는 실수였다. 아니, 어쩌면 그때처럼 다시 한번 목줄기를 잡힐지도 몰랐다.
‘으으! 그건 죽어도 싫어!’
그것이 실렌이 공황에 빠진 까닭이었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 빠져 몇 번이나 오줌을 지렸을 정도니…….
“아저씨! 괜찮아요?”
“그으으으… 죽겠다. 내 팔… 감각이 없어. 어떻게 됐냐?”
“…사마귀가 친구하자고 하겠어요. 실렌 언니, 잠깐만요. 뼈부터 맞춰요.”
“응? 아, 아, 그래.”
어찌나 당황했는지, 골절상은 뼈부터 맞추고 치유해야 한다는 기본마저 잊어버린 실렌이었다. 그녀가 허겁지겁 뼈를 맞추는 걸 확인한 신소율은 낮게 가라앉은 얼굴로 아이언 골렘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눈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정확히 아저씨가 있는 곳을 노렸어.’
노구덕을 날려버린 아이언 골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과 같이 무릎을 꿇은 모습이었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놈이었다.
“당장 움직일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럼… 잠깐 빼도록 하자. 다른 곳은 어때?”
“치열한데요. …조금 우세한가? 아, 방금 데모나 언니가 합류했어요. 저쪽도 곧 정리될 것 같아요.”
레귤러가 만들어낸 스톤 골렘들은 장상기가 평생을 바쳐 진화시킨 골렘 못지않게 강한 놈들이었다. 그 때문인지 노엘, 장상기, 치프니르, 도리안, 김진솔, 이두식 등 쟁쟁한 멤버들이 투입됐음에도 전장 정리에 애를 먹는 것 같았다.
신소율은 머리가 깨진 놈을 남겨두고 퇴각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작은 입술로 투덜거리며 분을 삭였다.
“이씨, 나쁜 놈. 두고 보자.”
“그러지 마라. 꼭 우리가 도망치는 악당이 된 것 같잖아.”
“우리가 왜 악당이……에요오…….”
뚝 끊어졌다가 작게 늘어지는 말소리. 신소율은 멍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먹구름이 진 것처럼 짙은 그늘이 세 사람 위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두 팔과 머리가 달린 사람의 그림자였다. 세 사람을 가볍게 뒤덮을 정도로 큰 그림자를 가진 사람.
“어, 어어…….”
하늘 위를 올려다 본 실렌은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어버버거렸다. 그녀의 동공에는 얼굴을 뒤덮은 그늘만치 어두컴컴한 절망이 드리우고 있었다.
세 사람의 바로 뒤, 퇴로를 완전히 가로 막은 채 유령처럼 나타난 거인은… 또 한 기의 아이언 골렘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스포방지를 위해 하지 않겠습니다.
가식적썩소 / 저도 궁금하네요! 오타댓글이 아니라 다행 ㅎㅎㅎ
호야[虎夜] / 그런 주옥같은 명언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슈퍼테크닉 / 어? 세트효과 그거 괜찮네요!
에보커 / 반점왕 노구덕…
은신설야 / 감사합니다!
hohokoya1 / 연참이라 생각해주시다니… 하루 한편인데요 뭐 ㅠㅠ 조만간 진짜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론느 / 사람 입의 크기를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구덕이 존슨은 무슨 괴물처럼 큰게 아니라 적당한 흑형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크면 여자들 가랭이 찢어져요 ㅠㅠ
장마와방 / 존슨은 격려를 받았다!
MrX / 어.. 음… 궁금하신 점은 앞으로 몇편 이내에 거의 푸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방지! 그래도 짧게 답변드리자면 벌레교단은 스퀘어 전역이라기 보다 ‘서부 지구’에서 성세를 떨쳤던 교단입니다. 아이리스가 있는 서부 지구에 관련 유적이 많은 것도 그 이유에서죠. 답변은 여기까지만…
dbss / 감사합니다!
Blood╋Moon / 구덕바라기 ㅠㅠ
벌레 / 벌레도 정력이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하니 뭔가 웃기네요
콜마 / 미약, 페로몬 종류는 뭔가 사건사고가 너무 쉽게쉽게 넘어가게 해주는 치트키느낌이라 자제하려고 해요. 이번에 쓰인 페로몬도 그냥 향수 수준이었죠… 실렌 덮친거는 그냥 구덕이가 자제하지 못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