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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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울지 말아요
머리를 숙인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실렌은 한참 만에 대답을 내놓았다.
“…싫어요. 안 할래요.”
그녀가 거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노구덕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싫어? 이거 봐라, 정작 자기는 하지도 못할 일을 소율이한테 시켰단 거야?”
홱!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실렌이 번쩍 얼굴을 치켜들었다. 분함과 원통함, 억울함으로 점철된 눈가는 흠씬 젖어들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찌나 어금니를 세게 악물었는지 잇새로 바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잔뜩 흥분한 그녀는 노구덕이 뭐라 말할 겨를도 없이 그간 쌓인 울분을 폭발시켰다.
“소율이한테 시켜놓고 나는 못한다고요? 틀렸어요! 당신 발등을 핥기까지 했는데 그깟 벌레 몇 마리 더 묻히는 게 대수일까봐요?! 더러운 건 그 입술이 아니라 오너가 날 대하는 태도예요! 경고하겠는데, 계속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한다면?”
“……!”
기세 좋게 따지고 들던 실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렸다. 각본대로라면 여기서 무어라 결정타를 날려야 하는데,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아이리스를 탈퇴? 안된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오너나 클럽이 중대한 계약위반을 하지 않는 이상 자의적인 탈퇴는 힘들었다. 보상금 문제도 그렇고.
블랙 랩터로 복귀? 그것도 안된다. 이미 살롱에서의 일로 블랙 랩터 오너 메이슨과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관계였다. 거기로 복귀하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으리라.
가장 중요한 건, 이미 그녀의 ‘신앙’을 걸고 노구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제가 신앙을 걸고 맹세를 한 이상, 그 맹약을 지키지 못하면 굉장한 페널티를 받게 된다. 심하면 신성력을 상실할지도 몰랐다.
암만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타개책이 없었다. 자포자기한 실렌은 눈을 꼭 감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차라리 주, 죽어버릴 거예요!”
“…허.”
노구덕은 기가 찼다. 제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할 거면 좀 제대로나 해 볼 것이지, 저렇게 어색하게 말을 더듬고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 누가 당해주겠는가. 비장미나 결연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삼류 극단의 싸구려 배우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간 너무 막 대했나 하는 약간의 자책감이 일기도 했다. 생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더니, 오죽하면 고분고분하던 실렌이 저리 나올까? 그래봐야 모기 눈물만큼의 죄책감이긴 했지만.
하여튼, 그녀의 눈물겨운 반항은 노구덕으로 하여금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었다. 방향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 의도만큼은 제대로 먹혀든 셈이었다.
‘가끔은 당근을 주는 것도 괜찮겠지. 너무 괴롭혀서 망가지면… 큼, 이러면 안 되는데.’
“어허, 그러면 안돼. 죽는다니…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냐. 내가 미안하다.”
“…에?”
너무 순순히 과오를 인정하는 그의 태도가 얼른 믿기지 않는지, 실렌은 다소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노구덕은 부드러운 말투를 유지하며 그녀를 살살 달래었다. 그러면서 호주머니에 넣어 둔 손수건으로 더러운 입가를 깔끔하게 훔치는 걸 잊지 않았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역시 그동안 내가 좀 심했지?”
“마, 맞아요.”
“그래도 언령 사제라면 꽤 우수한 인재인데… 게다가 이제는 교단의 하나뿐인 내 전속 사제이기도 하고.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너무 막 굴린 감이 있는 것 같아.”
“…….”
분명 듣기엔 좋은 말들인데, 점점 불안해지는 이 심정은 뭐란 말인가. 실렌은 깍지 낀 손가락을 초조하게 꼼지락거리며 노구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은 네 말에 따를까 한다.”
“제 말… 이요?”
“섹스파트너로 하자며. 지금은 그 정도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음, 이건 어감이 좀 그러니까 애인으로 할까? 유진이에게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알리기로 하고.”
“애인…?”
실렌은 노구덕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그녀로서도 임유진이나 신소율 같은 부인 대접을 바라고 있던 게 아니었으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애매하긴 해도 붕 떠있던 자신의 포지션이 적당히 확립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임유진이나 신소율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 정도는 후발 주자로서 마땅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안심시키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래, 애인…이니까. 더 이상 심하게 대하진 않겠지.’
그건 두고 봐야할 일이었지만, 실렌은 멋대로 단정지어 버리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좋아.”
말을 마친 노구덕은 갑자기 허리춤을 끄르기 시작했다. 가죽 벨트가 풀어지고, 스르륵 흘러내리는 헐렁한 바지춤 위로 통나무처럼 육중한 허벅지와 튀어나올 듯 팽창해 있는 검은 속옷이 드러났다.
기겁한 실렌은 두 눈을 가리며 마구 소리를 쳤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이 변태!”
“미안, 내가 지금 좀 많이 쌓여있거든.”
“이 파렴치한 오크 같으니! 당장 바지 올리지 못해요?”
“애인 사이에 뭘 빼고 그래? 그러지 말고 입으로만 해 줘. 소리 나지 않게.”
“이, 이이……!”
실렌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치를 떨었다. 저게 방금 전까지 울던 여인을 달래던 남자가 할 말이란 말인가. 잠깐이나마 달콤한 사탕에 도취되어 착각을 했던 자신이 바보였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 저질! 치한!”
실렌의 비난에도 노구덕의 뻔뻔한 낯짝은 미세한 변화조차 없었다. 오히려 장대하게 용트림하고 있는 남근을 꺼내서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쿡쿡 찌르기까지. 이건 아예 창녀 취급이었다.
‘이래서야 변한 게 없잖아! 확 깨물어 버릴까보다!’
수치심이 가득 차다 못해 흉흉한 생각까지 떠올랐으나, 곧 이어진 노구덕의 말은 그녀의 사고를 조금 바꾸어 놓았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견디기 힘들어서 그래. 밖에 있을 때는 최소한 3일에 한 번은 했었는데, 여기 들어와서는 일주일째 쌓아만 두고 있으니… 이 나이에 몽정이라도 해야 겠어? 그렇다고 매번 녹초가 되어 있는 소율이랑 할 수도 없고. 네가 좀 이해해 주면 안되겠냐?”
이전까지의 명령조가 아니라 간곡히 부탁하는 어조였다. 물론 경우 없이 남근을 들이대고 있는 행위 자체는 열 받기 짝이 없었지만……. 기실 노구덕이 저번처럼 강제로 한다고 해도 반항할 수 없는 게 그녀의 입장이었다. 그나마 부드러운 말이라도 해 주는 게 어디인가… 라고, 그녀는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오크는 워낙 성욕이 강하니까… 오너도 많이 참았을 거야. 정 중에도 떡정(?)이 무섭다는 말도 있잖아. 이렇게 해결해주다보면 차차 대우도 좋아지겠지. 으응, 그럴 거야.’
사람이 뒤가 없으면 뭐든지 자기 좋을 대로 합리화하게 되는데, 현재의 실렌이 딱 그런 경우였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좀 신사적으로 부탁하면 안돼요?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애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강압적으로 요구하면 어떤 여자가 좋다고 하겠어요?”
‘옳지.’
딴에는 튕긴답시고 새침하게 눈을 흘기지만, 노구덕은 그녀의 작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내심 무릎을 탁 친 그는 짐짓 상냥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하다. 이후로는 유념하도록 하지.”
“…흥. 이런 부탁을 들어주는 건 이번만이에요.”
쌀쌀맞게 대꾸한 실렌은 천천히 눈을 돌려 시큼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그의 남근을 쳐다보더니, 조금 하얘진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흡사 보디빌딩을 한 근육질의 구렁이가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한 흉측한 형상. 저 괴상망측한 것을 입에 넣어야 한다니… 미지의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쿨하게 말하긴 했어도 그녀의 이쪽 분야 지식은 겨우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노구덕에게 코치를 해달라고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실렌은 껄떡이고 있는 남근을 똑바로 마주하며 각오를 굳혔다.
‘어려울 거 없어. 그냥 아이스크림 먹을 때처럼… 빨면 되는 거야.’
아이스크림 치고는 규격 외 사이즈이긴 했지만… 비장한 각오를 다진 실렌은 조심스럽게 남근의 첨단 부분을 입 안에 머금었다. 천천히 맛을 보듯 그 주위를 입술로 훑던 그녀는, 이내 입을 크게 벌리고 목구멍 깊숙하게 남근을 빨아들였다.
“우움… 움…….”
“오… 좋은데. 아주 좋아.”
노구덕은 앞뒤로 움직이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솔직히 실렌의 펠라치오 기교는 여러 번의 관계로 다져진 신소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서투른 솜씨 자체가 또 풋풋한 맛이 있었다. 더욱이 몇 번이고 눈물을 쏟은 탓에 붉어진 눈자위로 그의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남근을 애무하는 그녀의 얼굴은, 사내의 원초적인 가학성을 고조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드는 이유가 있었어. 어렸을 때 그 누구더라… 무던히도 괴롭혔던 한 살 어린 동네 여자애가 있었지. 사실 좋아해서 그랬던 거지만… 그 애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데, 어쩐지 묘하게 닮은 느낌이란 말이야.’
오랜만에 오붓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남자라면 흔히 가지고 있을 법한, 좋아했던 여자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괴롭히곤 했던 추억이었다. 그 시절 그 여자아이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가슴 속에 애틋하게 묻혀 있던 울림은 남아 있었다. 괴롭힐 때마다 앙앙 울던 그 여자아이가 말끝마다 붙이곤 했던 그 단어.
“좋아, 결정했다.”
“…으움?”
“이제부터 둘이 있을 때는 오빠라고 불러라. 알았지? 이왕이면 구덕 오빠~라고 해주면 좋겠어.”
“푸하!”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실렌은 기가 막힌 나머지 물고 있던 남근을 뱉어버렸다.
“후으… 사람이 양심도 없지! 그 나이를 먹고도 오빠란 소리가 나와요?”
“네가 서른 살, 내가 마흔 아홉 살. 음, 열아홉 살 차이면 오빠라고 해도 돼. 허용 범위야.”
“그건 누가 정한 기준이에요? 내 수비 범위는 더 좁거든요? 세상에, 오, 오빠라니…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정말!”
“둘만 있을 때라고 했잖아. 그래서 싫단 거야?”
노구덕의 째리는 눈길을 받은 실렌은 찔끔해서는 목을 수그렸다.
“…그건 아니고요… 저, 저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건데…….”
“호칭 하나 부르는데 무슨 마음의 준비야? 자, 불러봐. 오.빠.”
“…빠….”
“뭐라고? 안 들려. 다시.”
“오빠아!”
모든 것을 체념해버린 실렌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어둠에 휩싸인 시야가 꼭 앞으로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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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셧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다음 파트 코앞에서 끊다보니 부득이하게 이번화의 분량이 조금 짧아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소제목 수정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파트는 다음 파트로.. 실렌이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에 있어서 주인공과 신소율 같은 인물들과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분량 다소 잡아먹더라도요.
다음화도 가급적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흐아아암 / 감사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에보커 / 조교의 맛.. 소피아 이후로 그 기질이 눈을 뜬 걸까요?
코드표 / 은근히 ㄴㄴ 대놓고 ㅇㅇ
호야[虎夜] / 때리진 않았는데요!
카론느 / 옳지 옳지!
은신설야 / 마초적인 남자 좋아합니다
코이오스 / 악당이라뇨 마초라고 해주세요
프리맨 / 취향이 비슷하신듯 ㅎㅎㅎ
북치네 / 마초마초맨
장마와방 / 기대를 배신해서 죄송합니다..
너구리는너굴 / 괴롭히는 재미가 있잖아요?
엠파이어3 / ㅎㅎㅎ 코멘 감사합니다!
너보단잘할껄 / 많이 불쌍해졌네요.. 실렌..
트릭스타 / 이 정도면 드럼인가요?
샤오린 / 덧글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