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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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반등(反騰)
35# 반등(反騰)
아이리스 오너가 돌아왔다!
이 소식은 금세 커다란 파도가 되어 딕툼 전역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어진 또 하나의 호외.
아이리스 오너, 내일 아침 대대적인 공개 기자회견을 가지기로!
늦은 저녁에 터진 호외였지만,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곧 딕툼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보게, 그 소식 들었나? 아이리스 오너가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더군.”
“뭔 소린가. 자정이 넘었으니 오늘이지.”
“허, 이 사람. 그런 시답잖은 농담을 할 땐가?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마당에!”
“겨우 기자회견가지고 호들갑 떨지 말게. 하여튼 자네는 그게 문제야. 얼핏 들으니 떠돌이 카름의 습격을 받았다던데, 뭐 그에 관한 얘기나 주절주절 늘어놓겠지.”
“이런, 정국(政局)을 볼 줄도 모르는 사람 같으니! 겨우 그런 사안 같았으면 호외까지 날리면서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알리겠나? 분명 뭔가가 있다고!”
이렇듯, 딕툼 번화가나 술집에서는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의견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일 아침을 학수고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기실 아이리스 오너, 즉 노구덕이 가진 파급력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기자회견 소식이 이토록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번질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가능했다.
먼저, 리그 소속의 클럽 오너가 두 달이 넘도록 행방불명이 된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점. 이른바 화제의 인물이라는 이점에 더해, 고착화되어 있는 딕툼의 정세가 은연중 깨져버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한 덕분이었다.
오랜 세월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는 레인저스, 세인트 나이츠, 정무문의 3강 구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이어지는 이 정세를 너무나도 지루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사건이 터지기를, 그 사건이 이 굳어진 판국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리기를 무의식중에 바라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노구덕의 기자회견이 작은 돌멩이가 되어, 잔잔한 호수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리 예고했던 날이 밝았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 어슴푸레한 빛이 감도는 아이리스의 정문 앞은 새벽부터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과 할 일없는 구경꾼들로 인해 벌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봐! 새치기하지 말라고!”
“새치기라니? 어디서 헛소리를! 여긴 내가 새벽 두 시부터 있던 자리야!”
“너 이 자식, 얼굴 기억했다! ‘일간 파랑새’ 기자지? 찌라시나 써대는 주제에 어디서 큰 소리야!”
목이 터져라 고함치는 소리,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 아침이 빚어내는 고요는 온데간데없었다.
노구덕은 집무실 창가에 서서 수많은 군상들이 뒤엉켜 있는 광경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임유진이 타다 준 뜨거운 찻잔이 들려 있었다.
“쯧. 아침부터 시끄럽게…….”
“이럴 줄 알고 부르신 거잖아요?”
상냥한 음성과 함께, 부드러운 살갗이 그의 옆구리를 따뜻하게 감쌌다. 얇은 잠옷을 입고 있는 임유진이었다.
노구덕은 여전히 마뜩찮은 기색을 지우지 않은 채, 비어있는 팔을 뻗어 그녀의 육감적인 몸을 더욱 깊숙하게 끌어안았다.
“그거야 그렇지만, 가희가 깰까봐 그러지.”
노구덕은 널찍한 침대 한가운데 대(大)로 누워 곤히 잠들어 있는 가희를 힐끔 보며 말했다. 어젯밤, 울고불고하며 매달리는 가희를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임유진의 말을 들어보면, 실종 일주일이 넘어간 뒤부터 아이가 눈만 뜨면 아빠를 찾았단다.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앳된 얼굴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한번 잠들면 어지간해서는 깨지 않는 아이니까 괜찮아요. 당신도 아시면서.”
“그럼 밤중에 한번 할 걸 그랬나?”
노구덕의 손이 아래로 스르륵 미끄러지자, 임유진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교묘하게 몸을 빼냈다.
“그건 안돼요. 혹시 모르잖아요?”
“쩝.”
그는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마침, 넓게 퍼트린 감각에 사용인 하나가 방문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갈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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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다! 아이리스 오너야!”
“아이리스 오너! L양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한 말씀만 해주시죠!”
어느 질문이 심기를 건드렸는지, 잠깐 발걸음을 멈칫거리던 노구덕은 이내 똥 씹은 표정을 감추지 않고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단상 위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착석하고 몇 번 헛기침을 하자, 건수를 잡기 위해 아우성치던 기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노구덕은 사위가 조용해진 틈을 타 비즈니스 스마일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침부터 시끌벅적하군요. 아이리스 오너 노구덕입니다.”
“…….”
사람은 많은데, 그의 말에 반응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서 본론이나 얘기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손에서 펜대를 놓지 않은 채 그의 입술을 주시하는 기자들. 괜한 헛소리로 시간을 잡아먹느니, 이렇게 나오는 게 그로서도 편했다.
“먼저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간 저의 실종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을 것으로 압니다.”
말만 많다 뿐인가.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억측과 음모론이 난무했었다. 잘 나가는 클럽의 오너가, 그것도 카름에 의해 강제로 납치당하는 식의 실종은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저는 딕툼 헌터 하우스 기준, A+등급의 레귤러 ‘코놀룽가의 갱도’를 탐사하는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언 골렘에 습격을 받았고, 강제로 납치되었습니다. 본 클럽 소속의 실렌 헌터도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저희를 구하기 위해 추적을 하던 신소율 헌터 또한 불의의 기습을 받아 같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어제 저녁 아이리스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사실관계로, 이곳에 모여 있는 언론인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꿀꺽.
모여 있는 이들 중 누군가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본론은 지금부터였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그 아이언 골렘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떠돌이 카름이 아니라 주인이 있는 개체였습니다. 또한, 탈출 과정에서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수의 습격자들과 싸워야만 했죠. 즉… 이번 습격은 ‘코놀룽가의 갱도’에서 아이언 골렘이 출현하는 것을 아는 누군가, 혹은 조직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웅성웅성.
그가 잠깐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사이, 기자석은 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난리가 났다.
“사, 사고가 아니었단 말인가?”
“계획된 습격? 이봐, 지금 받아 적고 있어?”
“이 사람들이!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조용히 좀 해봐! 아이리스 오너, 계속 말씀하시죠!”
영향력 있는 기자들은 주도적으로 나서서 소란을 잠재운 뒤, 노구덕의 발언을 재촉했다. 노구덕은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절 습격한 자들이 무엇을 노리고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아마 클럽에 소속된 헌터들, 아니면 사업체… 혹은 클럽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그들의 정체 또한 오리무중입니다. 저와 두 헌터는 탈출에 온 힘을 쏟은 나머지 습격자들을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었습니다.”
“…휴우.”
누군가 살짝 김빠진 듯한 한숨을 토해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아이리스 오너가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원흉을 지목한다면, 그야말로 초대박이었을 텐데. 이곳에 모인 기자들은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맥이 빠진 좌중의 반응을 감지한 노구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습격자들은 제 부재를 틈타 무언가를 꾸미려고 했다는 거죠. 제 탈출로 인해 그 무언가는 도중 무산되었겠습니다만…….”
“으응?”
그의 말에서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낀 것인지, 감이 좋은 몇몇 기자들이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사실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죠. 스몰리그에서 말입니다. 당시 저희 아이리스에게 원한이 있었던 벤젼스라는 클럽에서, 탐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아이리스 탐사대를 리버를 가장하여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너 이하 벤젼스의 거의 모든 헌터들이 연루되어, 크래들타운 헌터 하우스에도 정식 보고된 큰 사건이죠. 다행히 여러분이 잘 아시는 헌터의 활약으로 겨우겨우 그들의 습격을 막아내고 사태를 무마할 수 있었습니다.”
‘붉은 봉황.’
그녀의 이름이 퍼뜩 떠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노구덕이 지금 이 자리에서 갑자기 벤젼스의 사건을 들먹인 것은 모두 의도한 바가 있기 때문일 터. 그게 무엇일까? 상상력이 풍부한 기자들은 금방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습격자가 클럽 단위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구나.’
‘앞서 했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부재중 무언가를 꾸미려고 한 자들이라면… 컨소시엄에 참여한 클럽들을 저격하는 발언인가? 하긴,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컨소시엄 정도지.’
‘이거, 이거… 이 인간, 컨소시엄에 참여한 오너들에게 하는 말 같은데?’
교묘한 화술이었다. 직접적으로 컨소시엄의 오너들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들을 저격해서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상황입니다. 저는 살아서 돌아왔고, 아이리스는 건재합니다. 적들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굴하지 않습니다. 저와 아이리스는 총력을 다해 습격자들의 정체를 밝힐 것이며, 그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천명합니다.”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끝났지만, 기자들의 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껏 노구덕이 한 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주석으로 달아 놓느라 정신이 없는듯했다.
“그러면… 이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수하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노구덕은 가장 먼저 손을 든 중년의 기자를 지목했다.
“그쪽 분, 말씀해주시죠.”
“예. ‘일간 크래들’의 앙드레 기자입니다. 입장표명 잘 들었습니다만… 혹시 지금 하신 말씀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오너들을 겨냥한 것인지요?”
시작부터 돌직구였다. 이 정도 질문 수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노구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로 답변했다.
“컨소시엄…? 아하, 그러니까… 제가 부재중인 동안 아이리스를 인수하려고 했던 모임 말씀이군요. 촤하핫, 전혀 아닙니다. 오너가 오랫동안 부재한 클럽이 공개입찰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매물로 나온 클럽을 인수하기 위해 클럽 간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건 흔한 일 아닙니까. 전 그런 걸 문제 삼을 정도로 꽉 막힌 사람이 아닙니다. 뭐, 인간적으로 조금 서운한 감은 있지만요.”
“…….”
긍정도, 부정도 아닌, 능구렁이처럼 요리조리 핵심을 피해가는 답변이었다.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한 앙드레는 뭔가 더 물어볼 게 남았는지 입술을 씰룩였지만, 이내 한숨을 지으며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더 질문해 봐야 노구덕이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음 분.”
“예! ‘딕툼 이코노믹’ 기자입니다! 습격자들이 뒤에서 뭔가를 꾸몄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들이 아이리스 오너를 왜 살려두었을까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라 여겼는지, 기자의 얼굴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이 또한 노구덕의 예상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질문이었다. …사실은 소피아의 예상이지만.
“흠, 글쎄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그들은 저를 잡아둔 동안에도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계속 질문을 던져도 답은 일절하지 않았고, 신원이 노출될만한 언행은 극히 삼갔죠. 아마 제가 빈털터리가 되어 딕툼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정식으로 받아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 어디까지나 습격자들이 ‘클럽’일 경우 말입니다.”
이젠 대놓고 습격자들이 ‘클럽’이라고 말한다. 기자들 입장에서, 이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습격자들의 클럽에서 아이리스 오너를 받아준다고요? 무엇 때문에 말입니까?”
“흐흐… 헌터로서 본다면 전 별 메리트가 없는 인간이지요. 하지만 제게 딸린 식구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절 영입한다면 두 명의 헌터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습격자들은 그걸 노린 게 아닐까요?”
“두 명의 헌터라니…?”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한 기자의 귓전에, 어쩐지 득의양양한 노구덕의 음성이 파고들었다.
“신소율 헌터와 임유진 헌터 말입니다. 그 두 사람은 제 아내니까요. 임유진 헌터와는 아이도 있고요.”
“…그, 그럼 붉은 봉황이 아이리스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또 하나의 의문이 풀리며, 기자회견장은 다시 한 번 파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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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 연참예고를 했지만 월요일은 달성하지 못했으니.. .내일도 연참갑니다. 무능한 작가를 욕해주세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연참기간 도중 부득이하게 리리플을 달지 못하는 걸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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