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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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딕툼의 맹주
44# 딕툼의 맹주
“끄으으으…….”
노구덕은 목에서 쇳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그는 반사적으로 침대 옆을 더듬거려 물컵을 찾았다. 밤새 냉기가 달아나버린 물은 시원하진 않았지만, 목의 갈증을 축이는 데에는 충분했다. 입 안을 적셔 여유가 생긴 그는 조금 침침한 시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조금 이르게 깨어난 것일까. 아직 햇살이 희미한 방 안은 어둑어둑했다. 그러나 ‘파리의 초감각’을 지닌 노구덕에게는,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세 여인의 형상이 똑똑하게 느껴졌다.
“난장판이구만…….”
어지럽혀진 방 안의 정경을 보고 낮게 중얼거린 노구덕은 다시 한 번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어제 ‘황금 분수쇼’ 이후의 뒷일을 생각하니 다시 목이 말라왔기 때문이다.
어제는 정말… 굉장했다. 사방에 오줌을 흩뿌린 실렌은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얼굴에 때 아닌 물벼락을 두 번씩이나 임유진과 신소율은 크게 화를 냈다. 아니, 신소율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묵묵히 얼굴을 닦아내던 임유진은 정말이지 무서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러도 묵묵부답. 그래서 더 무서웠다. 함께 샤워를 할 때는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결국 자기 전까지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했다.
‘저걸 좀 늦게 줄 걸 그랬나…….’
노구덕의 시선이 우측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임유진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가 선물한 ‘아비가일의 소망’이 어두운 와중에도 새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쯔쯧… 이런 생각부터 하다니. 확실히 속물은 속물이군.’
가볍게 자책한 노구덕은, 이번에는 좌측에서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는 신소율의 등허리를 어루만졌다. 참고로 실렌은 신소율의 뒤에서 사지를 대(大) 자로 뻗은 채 누워있었다. 물론 세 여인은 전부 알몸이었다.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신소율을 만지작거리던 노구덕은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참 호강하는군.’
4P라니… 접대용 퇴폐업소에서 어느 대기업 부장에게 두 명까지는 꽂아준 적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즐긴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상대는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전도유망한 미녀 헌터들. 세상 어디를 찾아봐도 이 이상의 호강은 없으리라.
그러고 보면, 임유진이나 신소율이나 큰 결단을 내려준 것이었다. 실렌은 지구가 아닌 다른 곳 출신이니 일단 논외로 쳐도, 그녀들은 일부일처가 상식으로 통용되는 지구의 대한민국 출신이었다. 아무리 이곳이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가 빈번한 세상이라곤 해도, 정작 본인들이 그 입장이 되면 싫을 게 분명할 터. 하물며 같은 침상에서 뒹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니… 소율이는 좀 다른가…….’
어제의 ‘할짝’ 장면을 떠올린 노구덕은 살짝 불끈하는 기분이 들었다. 천사처럼 쿨쿨 자고 있는 신소율을 보고 있자니, 저 살짝 벌어진 입술과 소담스런 젖가슴을 마음껏 빨고 싶어졌다.
‘에이, 어제 고생들 했는데, 오늘은 푹 자게 내버려… 으으음!’
가까스로 욕구를 참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더니, 이번에는 입 안에 절로 군침이 돌게 하는 먹음직스런 살덩이가 보인다. 갓 쪄낸 찐빵처럼 하얗고 팽팽한 두 개의 융기. 옆으로 누워 있어서인지 안 그래도 거대한 그것이 한쪽으로 쏠려 더욱 커 보였다. 물론 임유진의 젖가슴 이야기다.
“으으…….”
노구덕은 어제의 실렌처럼 앓는 신음을 흘렸다. 다시 말하지만 임유진은 그가 첫눈에 보고 반했을 정도로 완벽한 이상형이다. 신소율, 실렌도 부족한 외모는 아니지만… 아니, 어딜 가나 선망 받는 미모의 아가씨들이지만 그래도 노구덕 기준에 가장 부합한 미녀를 한명만 꼽으라면 틀림없이 임유진이다.
그러니 신소율을 보고 참을 수 있었던 욕구를 이번에는 참지 못해도 어쩔 수가 없다. 당연한 귀결이니까.
한동안 허벅지를 꼬집으며 인내하던 노구덕은 결국 어린양을 덮치는 늑대의 표정이 되어 쏠려있는 임유진의 젖가슴에 손을 뻗었다. 저 발칙한 살덩이를 마구 주무르고, 일그러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그녀의 피부에 닿기 전, 그는 빤히 뜬 임유진의 비취색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
“…….”
“어… 음… 일어났어?”
“아니요. 덕분에 깼어요.”
노구덕은 슬그머니 손길을 거두었다. 보아하니 아직 어제의 응어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 더 주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노구덕은 다소 힘 빠진 어투로 말했다. 중요한 회의. 어제의 강렬한 자극에 잊고 있었지만 그녀 말대로 오늘은 정말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임유진의 몸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건, 슬프도록 충실한 수컷의 본능 때문이리라.
“…더 자자.”
“…반지, 고마워요.”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확 파고들었다. 향수나 비누 냄새가 아닌, 임유진 특유의 달콤한 체취였다.
노구덕은 갑작스레 품 안으로 안긴 임유진의 따스한 촉감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기꺼이 그녀를 끌어안으면서도, 하복부에서 치솟는 혈기를 주체하기 어려웠다.
“커흠! 이러면 참기가 힘든데.”
“잠깐이라면… 괜찮아요.”
노구덕은 잘못 들었나 싶어 턱 아래의 임유진을 내려다보았다. 약간 부스스한 기색이 남아 있는 창백한 얼굴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홍조가 어린 눈동자에는 다소의 부끄러움이 남아 있을지언정, 경멸이나 성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부처가 따로 없었다.
그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들뜬 마음을 추스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해도 되겠어?”
“애들 깨지 않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노구덕은 뜨거워진 하체 일부를 그녀의 몸속에 성급하게 밀어 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통증을 참는 듯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늘씬하고 하얀 종아리가 녹색의 건장한 어깨 위에 걸쳐짐과 동시에, 색정어린 뜨거운 숨결이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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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오자, 숙면을 취한 노구덕은 서둘러 헌터하우스로 갈 채비를 끝마쳤다. 오늘은 헌터하우스의 주최로 딕툼의 모든 클럽의 장들이 모이는 월례총회 날이었다.
트로이카가 붕괴되고, 그들 파벌에 속한 오너들이 오라클에게 구속되면서 딕툼의 세력판도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었다.
우선적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호크 레인저스, 세인트나이츠, 정무문으로 나뉘어져 있던 파벌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었다. 트로이카와 선을 대고 있던 오너들은 그들과 접촉을 일절 끊었고, 혹여 오라클에서 자신들을 트로이카와 엮지 않을까 좌불안석이었다. 오라클의 고문실에서 트로이카의 세 오너들이 처참한 고깃덩이 신세가 되었다는 풍문이 돌고 있는 마당이니 벌벌 떠는 것이 당연했다.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마티아스가 대동한 오라클 단원들에게 끌려간 세 사람의 소식이 그 뒤로 뚝 끊어진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딕툼을 삼등분했던 세 클럽의 장은 연맹에서 파견한 감찰관이 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대리업무라고 해봤자 클럽의 자산을 매각하여 헌터들에게 밀린 급료를 지불하는 한편, 아이리스에게 배상금을 무는 것이 주 업무였으니, 사실상 해체 수순이라고 봐야 옳았다.
아이리스는 공개입찰의 매물로 나온 호크 레인저스를 인수했다. 본래는 정무문과 세인트나이츠도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마티아스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한 도시에서 한 개의 클럽이 지나치게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확실히 보는 눈도 있었으니, 지나치게 세를 불리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드러나지 않게 한다면 모르겠지만.
호크 레인저스를 합병하고, 세 클럽의 주요 헌터들을 쏙쏙 빼간 아이리스는 명실상부한 딕툼의 패자였다.
그리고 오늘은, 묵시적인 그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자리.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트로이카의 뒤를 잇는 왕의 대관식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이리스 오너.”
임유진과 소피아를 대동한 노구덕이 헌터하우스에 다다르자, 접객을 맡고 있는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 나와 그를 맞이했다. 일개 직원이라고는 해도, 헌터하우스에서 이런 식으로 클럽의 오너를 맞이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처사였다.
“조금 늦은 것 같은데, 어디로 가면 됩니까?”
“아! 절 따라 오십시오!”
새로 부임한 마스터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어차피 딕툼이 안정화 될 동안 단기로 부임하는 자인데다, 마티아스의 수족이니 노구덕이나 다른 오너들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터. 노구덕으로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니면 이미 회담 장소에 가 있는 건가?’
그 예상은 맞았다. 직원을 따라 회담 장소에 도착하니, 분분히 일어나는 클럽 오너들이 보였다. 그 중에는 헌터하우스의 마스터 스벤도 섞여 있었다. 마티아스가 감시역으로 보낸 자이니, 회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짧게 목례를 한 노구덕은 비어 있는 자리에 가 앉았다. 그 자리에는 최상석. 얼마 전까지 딕툼의 연고클럽을 맡고 있던 세인트나이츠의 카라케스가 앉아있던 자리였다. 딕툼에 처음 입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문과 가장 가까운 말석에 앉았던 걸 생각해 보면, 대단한 발전이었다.
동행인으로 따라온 임유진과 소피아가 그 뒤에 조용히 시립하자, 노구덕의 등장으로 잠시 시끄러워졌던 회장의 분위기는 다시금 차분해졌다.
“그럼, 시간도 되었고 하니 이제 월례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참석하실 수 있는 분들은 전부 모이신 것 같군요. 따로 명부는 체크하지 않겠습니다.”
아마 노구덕이 마지막 참석자였던 듯, 스벤이 담담한 음성으로 개회(開會)를 알렸다. 참석자는 마스터 스벤을 포함하여 총 13명. 딕툼에 20개의 클럽이 있으니, 트로이카 삼인방과 그들의 심복이었던 컨소시엄의 오너들이 빠진 전인원이 모인 것이었다.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움찔거리는 오너들을 휙 둘러보니, 카라케스의 파벌, 이진양의 파벌, 막심의 파벌 등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끈 떨어진 연 신세.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아직 오라클의 조사는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리그는 그럭저럭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이번 사건은 헌터들이 엮인 일이 아니었으니 당연합니다만…….”
스벤의 노골적인 조롱에, 몇몇 오너들의 눈매가 좁혀지며, 불독처럼 늘어진 볼살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것을 대놓고 표출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스벤은 왕처럼 군림하던 트로이카를 한순간에 와해시킨 그 마티아스의 수하였으니.
“일단, 리그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제쳐두고……. 아이리스 오너? 하실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스벤의 사무적인 눈길이 담담히 앉아 있는 노구덕에게 향했다. 마티아스와 약속한 바를 이행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아무래도 스벤은 직접적으로 오너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겠단 건가. 그래, 그편이 나한테도 편하지.’
주최자가 노구덕을 바라보자, 자연히 모든 시선들이 노구덕의 너른 낯짝에 쏠렸다. 두꺼운 턱을 어루만지고 있던 노구덕은 잠깐 뜸을 들인 후, 무거운 숨을 토해냈다.
“지금까지 딕툼이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
“저는 그 세 개의 파벌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바로 마티아스 님의 파벌입니다.”
일순간 숨소리마저 멎을 정도의 정적이 회장 안을 물들였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오너들 중에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자도 있었고, 도마뱀처럼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는 자들도 있었다. 마티아스와는 다른 파벌(정무문, 세인트나이츠)에 속해 있던 자들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데모나 관련 코멘들만 통합적으로 답하겠습니다.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히로인들은 관련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습니다. 작품 초반부는 임유진 에피소드, 중간에는 소율이 에피소드, 가장 최근에는 실렌 에피소드가 있었죠. 구더기 여자가 되려면 이 에피소드를 거치는 게 거의 공식입니다. 제 작품에서는요.
데모나는 아시다시피 꽤 일찍 등장한 히로인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드래프트 당시 오린과 만나서 과거사 떡밥 좀 풀어놓은 게 전부죠. 저도 데모나 에피소드를 빨리 풀고 싶습니다만… 눈치빠른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데모나 에피소드는 본작에서도 상당한 대형 떡밥입니다. 무리해서 일찍 쓰게 되면 스토리 전체가 뒤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모나 비중은 저도 늘리고 싶지만.. 아직 데모나가 구더기한테 별다른 감정이 있는 게 아닌지라… 있다면 소중한 실험체 정도? 겠죠. 그래도 리플을 보니까 늘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코멘트 감사합니다!
마선 / 없습니다… 없을 겁니다…
카론느 / 엥? 무슨 오타죠???
스르오 / 후기 참조해주세요!
ZERO4 / 후두둑..으로 해야 맞으려나요?
호야[虎夜] / 오르가슴이나 오르가즘이나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실렌이 좀 마조끼가 있는 캐릭터인지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가식적썩소 / 항상 감사합니다! 수정완료!
留덉〈 /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