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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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다시 퀸즈가든으로
45# 다시 퀸즈가든으로
노구덕은 이마에 몇 가닥의 주름살을 만들었다.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퀸즈가든?”
“네. 장비를 마련한다면 그곳만큼 확실한 곳은 없으니까요.”
“흐음…….”
소피아의 낭랑한 대답에, 노구덕은 낮게 침음했다.
“…칼립스는?”
“칼립스도 좋죠. 하지만 장비의 다양성 면에서는 아무래도 시온을 따라올 수 없어요. 시온에는 퀸즈가든 말고도 큼직큼직한 쇼핑센터가 줄줄이 들어서 있으니까요.”
“음.”
노구덕은 대놓고 내키지 않는 기색을 내비쳤다. 퀸즈가든에는 아무래도 좋은 추억이 별로 없었으니까. 십존의 일좌, 서리여왕 하유라에게 당한 것도 그렇고, 노예를 쓰니 마니 해서 처음 다툼이 일어난 곳도 퀸즈가든이었다. 그곳에 다녀온 이후부터 한창 잘 나가던 아이리스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미신이라고 해도 좋았지만, 어쨌든 퀸즈가든에 가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겨우 그런 연유 때문에 소피아의 말을 딱 잘라 거절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녀의 의견은 합리적이고 타당했으니까. 솔직히 말해, 퀸즈가든 만큼 쇼핑에 최적화된 곳도 달리 없었다. 오죽하면 전 대륙의 상인들이 퀸즈가든으로 통하는 유통망에 군침을 흘리겠는가. 그만큼 설비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다.
아이리스는 이번 대폭로 사건 이후, 거액의 배상금을 손에 쥐면서 자금줄이 줄줄 넘쳐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달리 거액을 쓸 곳이 없다면, 이 주체 못할 정도로 넘치는 돈을 놀려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해서 임유진과 소피아가 건의한 것이 장비의 업그레이드였다. 마침 겨울이적시장을 기점으로 새로운 헌터들이 합류하니, 장비를 보충하기에도 적당한 시점이었다.
잠시지간 고민하던 노구덕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십존 뭐시기 하고도 또 만나야 되냐?”
“유라 언니요? 아뇨. 원하시면 한번 주선은 해 보겠지만… 아마 힘들 거예요. 저랑도 만나주지 않을 걸요.”
“너는 왜?”
“가치가 떨어졌으니까요.”
하긴, 언니라고 부르긴 해도 그건 소피아의 일방적인 호칭일 뿐, 하유라와 소피아는 당시에도 별로 친하게 보였던 건 아니었다. 소피아는 퀸즈가든의 상권, 하유라는 소피아의 머리. 서로 필요한 게 있었기에 관계를 맺었을 따름이다. 그렇게 납득한 노구덕은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차라리 다행이군. 그 여자와는 별로 얽히고 싶지 않거든.”
“후후… 괴팍한 사람이긴 하죠.”
괴팍? 초면부터 사람을 문 밖으로 날려 보내는 여자를 단지 괴팍하다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노구덕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힘이 전부인 세계, 그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자라면, 차라리 그 정도인 게 다행일 수도 있었다.
‘하여튼 십존이란 것들은 죄다 그런 괴물들만 있나…….’
속으로 투덜거린 노구덕은 다시 현안으로 돌아갔다.
“그럼 퀸즈가든에 가는 걸로 결정됐고… 누굴 데려갈까?”
“음, 어차피 품목은 정해두고 가는 거라… 누가 가더라도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요. 웬만한 물품감정은 제가 할 수 있고요.”
“그래? 그러면…….”
탕!
“아저씨! 나! 나! 나나나나나나!”
방문을 발로 차듯 열고 튀어나온 날다람쥐는 다름 아닌 신소율이었다. 우당탕탕 등장한 신소율은 노구덕의 책상 정면으로 슬라이딩을 할 것처럼 뛰어 오더니, 폴짝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면서 그의 품에 사뿐히 안겼다.
“나 갈래요! 오케이?”
“…….”
너른 품에 안긴 채 살포시 윙크를 하는 신소율. 어이가 도망간 얼굴로 그걸 바라보던 노구덕은 미간을 좁히며 꿀밤을 먹였다.
딱!
“으아아! 뭐, 뭐예요! 왜 때려요!”
“너야말로 뭐냐? 세상에 오너 집무실 문을 발로 차고 뛰어 들어오는 헌터가 어딨어? 공사 구분 좀 해라.”
노구덕이 엄중하게 타이르자, 신소율은 댓발 튀어나온 입술을 삐죽였다.
“흥. 헌터가 아니라 아내로서 온 거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회의 중이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안 데려간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노크 확실히 하고 허락 받은 뒤에 들어오도록 하겠습니다. 헤헤.”
방실방실 웃는 신소율. 남자라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결국 노구덕은 이번에도 따끔하게 타이르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다음부터 조심해. 알았지?”
“네에!”
“대답은 잘해요.”
노구덕은 한숨을 쉬며 신소율의 아담한 몸을 내려놓았다. 슬슬 클럽의 핵심 전력이 되어가고 있는 신소율이었지만 고작해야 22살. 해가 거의 바뀌었으니 곧 23살이다. 전투력은 몰라도,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나이였다. 선을 넘었으면 모르되, 아직까지는… 하고 애교로 넘기는 노구덕이었다.
“많은 인원이 갈 필요는 없지. 인선은 여기서 한두 명만 추가하는 걸로 하자. 출발은 내일 오전이면 되겠지, 소피아?”
“네, 주인님.”
“소율이 너는?”
“예써!”
“좋다. 이만 해산!”
두 여인의 대답에 노구덕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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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존, 서리여왕 하유라의 영토인 퀸즈가든은 언제나와 같은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도시의 풍광은 어지간한 소도시를 넘어서는 규모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촌티를 팍팍 풍기며 구경에 여념이 없던 아이리스 멤버들을 상기한 노구덕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조금 그립구만.’
김정인, 윤희지… 상처를 남기고 떠나간 녀석들이지만, 그때엔 나름 알콩달콩한 맛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이 싫은 건 절대 아니지만.
옆에서 걷고 있는 신소율도 그 시절을 떠올린 것인지, 호들갑을 떨며 매달린 것 치고는 살짝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퀸즈가든에 처음 발을 들인 실렌은 촌티를 팍팍 풍기며 눈을 둘 곳을 찾지 못했다.
“흐와아아… 이, 이게 건물이야? 어떻게 저렇게 크게 지을 수 있는 거지?”
“아휴, 실렌 언니, 그만 좀 해요. 내가 다 창피하네.”
“뭐가 창피하니? 신기한 걸 어떡하라고.”
쇼핑 원정대(?)의 구성원은 노구덕, 소피아, 신소율, 실렌, 그리고 짐꾼 이두식. 이렇게 5명이었다. 다소 의외라면 의외라 할 수 있는 인선.
그날 밤, 모두의 앞에서 오줌 줄기를 뿜어내며 또 한 차례 칙칙한 흑역사를 쌓아올린 실렌은 식음을 전폐한 채 한동안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단식 시위(?)는 방 안에 들어간 임유진의 설득으로 이틀 만에 끝나버렸다. 임유진이 뭐라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별 어두운 기색이 없는 걸 보니 천성적으로 얼굴가죽이 두껍거나 이런 일은 쉽게쉽게 잊어버리는 성격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
어쨌거나,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퀸즈가든에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실렌은 한달음에 달려와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시온의 쇼핑센터에 가 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거의 십년 간 중소도시의 클럽들만 전전한 탓에 대도시, 그것도 중부 지구의 시온에는 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긴, 지구 간 워프게이트는 그 이용료부터가 터무니없이 비싸니, 그저 그런 헌터들에게는 지구 이동 자체가 굉장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당시 아이리스 전 멤버를 퀸즈가든으로 초청한(개인 사유로 빠진 데모나를 제외하고) 소피아는 상당한 출혈 서비스를 해 준 셈이었다.
“놀러온 거 아니다. 소피아, 어디 먼저 가는 게 좋을까?”
형식상 묻긴 했지만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소피아가 중상급 흡혈귀가 되어 정령술을 되찾은 직후, 두 사람의 심령연결은 이전보다 훨씬 진일보하여 간략한 텔레파시까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처음 중상급 흡혈귀가 된 그녀와 마주했을 땐, 처음 권속으로 받아들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정보의 물결에 눈앞이 아찔해졌을 정도였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손금 보듯 그녀의 모든 기억을 훑어 내릴 수 있는 노구덕이었지만, 그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자제했다. 괜히 잘 하고 있는 소피아의 의욕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으니까.
소피아는 액상 사탕이 들어있는 파이프를 깊게 흡입하며 말했다.
“휘유우… 아무래도 무기 먼저 처리하는 게 좋겠죠? 주인님과 이두식 헌터 치수도 재야 하고요.”
“예?”
뜬금없이 지목당한 이두식은 어리둥절해 했다. 그 옆에서 걷고 있던 신소율은 이두식의 굵은 팔뚝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에이, 말해줬잖아요! 그새 잊었어요?”
“그, 그랬나?”
뒷목을 긁적이는 이두식을 본 신소율은 답답한지 작은 가슴을 탕탕 쳤다.
“두식 오빠는 변신 전이랑 변신 후랑 체형이 크게 다르니까, 장비 전부를 맞춤형으로 해야 된다고요.”
“그런 거 없어도 되는데……. 난 지금이 편해.”
“있으면 더 편할 거예요. 큼큼! 그럼 무기 거리로 가는 거죠? 내가 앞장설게요. 길은 기억하고 있으니깐!”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내 이두식의 입을 다물게 한 신소율은 에헴 헛기침을 하며 무리의 선두로 나아갔다.
‘’남성불신‘ 특성이 사라졌군.’
스카우터의 눈으로 신소율의 저널을 살펴 본 노구덕은 괜스레 안도감이 들었다. 이성빈 사건 이후, 남성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같은 클럽 멤버들에게도 날을 세우던 신소율이다. 오죽하면 특성에 ‘남성불신’이란 게 생겼겠는가. 하지만 여태 모습을 지켜본 결과,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나쁜 일을 겪긴 했지만, 천성이 밝은 아이라 회복도 빠른 것이리라.
“아, 신소율 헌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엥?”
성큼성큼 걸어가던 신소율은 왜 그러냐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소피아. 그녀는 방금 전, 무리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서 어떤 남자에게 쪽지를 전해 받았다. 그 남자는 노구덕과 소피아가 거느리고 있는 노예상 조직의 정보원으로 퀸즈가든 주변의 정세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그 쪽지의 내용과 관련이 있으리라.
“소피아, 왜 그래?”
“주인님, 아무래도 무기 거리는 나중에 가는 게 좋겠어요.”
“네? 소피아 씨, 왜요?”
“무기 거리에 지금 늑대왕이 행차한 모양이에요.”
“늑대왕…!”
소피아의 말에, 노구덕과 실렌의 안색이 급변했다. 반면, 신소율은 약간 반응이 느렸다. 그녀는 가만히 그 이름을 곱씹다가, 비로소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짝 쳤다.
“늑대왕…? 아! 그 십존의 한 명이요?”
“네. 별명처럼 아주 알아주는 호색한이죠.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러나 소피아의 설명은 신소율을 납득시키기엔 조금 부족했다.
“여긴 퀸즈가든이잖아요. 아무리 그 사람이 십존이라고 해도 그렇지, 지나가는 여자를 막 해코지하고 그럴 수 있을까요?”
“흐휴우… 대놓고 하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프라임리그의 루나틱스는 얽혀서 좋을 게 없는 클럽이에요.”
액상 사탕을 빠는 건지, 한숨을 쉬는 건지. 소피아의 맥 빠진 음성을 들은 신소율은 여전히 아쉽다는 표정이었지만, 무턱대고 고집을 피우진 않았다.
“참, 그 사람이 루나틱스의 리더였죠…. 그럼 어쩔 수 없죠. 소피아 씨 말에 따를게요.”
“후후… 잘 생각했어요.”
신소율이 한발 물러나자, 일행은 우선 장비 거리 먼저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던 노구덕은 어깨를 으쓱하곤 그녀들의 결정에 따랐다. 그렇게 방향을 틀어 장비 거리로 향하는 와중이었다.
“신소율…?”
“응?”
귀에 익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 음성. 신소율은 반사적으로 음성이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에 짧게 깎은 스포츠머리의 남자. 남자는 고개를 돌린 신소율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역시 특정 지을 것도 없는 평범하게 낮은 음성이었다.
“오랜만이군.”
“어어…….”
놀란 눈을 토끼처럼 뜬 채, 남자를 유심히 살피던 신소율의 얼굴에 왈칵 반가운 기색이 번졌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지, 곤혹스런 기색으로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자 노구덕이 나서서 그녀의 곤란을 해결해주었다. 남자는, 그와도 안면이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허리춤에 매달린 저 손도끼는 2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다.
“이정한! 오랜만이다!”
“그쪽 아저씨도.”
담담하게 머리를 끄덕이는 남자는 드래프트 때, 그와 한 조를 이루어 싸웠던 동기 이정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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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하태경에 이어 두번재 재회네요..
벌레 / 그렇습니다. 이미 다리는 중요하지 않죠!
은신설야 / 넹 감사합니당~
장마와방 / 킹스맨에도 소피아가 있나요? 혹시 가젤?
asd메이지/ 그렇죠! 신체재구성까지 가려면 아주 최고위급 흡혈귀가 아니면 안되겠죠!
hohokoya1 / 넵 언제나 감사합니다!
호야[虎夜] /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는나의것 / 언젠가 볕들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꽤 가까워진 것 같아요!
에보커 / 오랜만에 뵙네요! 감사합니다! 다리재생은 아마 그쯤 되어야지 싶습니다!
스르오 / 어차피 마법사라 다리는 별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요!
트릭스타 / 다리가 없어도 이뻐할 수 있거등요!
우낄푸핫 /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입니다!
Tantania / 어…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렇게 할까요? 임신공격…? 죄송합니다
북치네 / 미들리그는 정치싸움을 주로 했으니까요. 미들리그는 중간에 낀 만큼 몹들의 강함 같은게 좀 애매해서, 리그 탐사는 두루뭉술 지나가려고 합니다. 스몰리그처럼 첫 경험 같은 것도 아니고, 빅리그만치 강한것도 아니라… 미들리그 편은 탐사보다는 클럽 성장의 가교라는 느낌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UrDREAM / 허허.. 딱히 제 취향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 다리가 돋아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약간 징벌적 의미도 있지요
#혼랑 / 성숙했으니 따먹을 때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