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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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스트(Joust)
인정사정없는 주먹세례를 받은 임혁진은 준수한 얼굴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피떡이 다 되어서 실려 나갔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와중에도 ‘내가 고자라니…….’라는 말만 수없이 중얼대는 게, 어지간히 정신적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우수한 치유사가 있다면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알이 터졌던 경험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몰랐다.
이제 스코어는 2대 2 동점이었다. 노구덕이 시합 중 보여준 행동들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비열하기는 해도 규정상 제지할 명분이 없고, 앞서 최종배가 신소율을 상대로 보여준 역겨운 언행들도 만만치 않았던지라 레드 고르곤 측은 조용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남은 것은 이제 승부를 결정 짓기 위한 연장전. 레드 고르곤의 대표로 나온 것은 최종배였다. 해럴드와 임혁진은 전투불능이고, 마법사인 케샤는 소모한 마력이 온전히 회복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인선이었다. 일행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일행 측에서는 당연하게도 김정인이 대표로 나섰다.
두 사람이 천천히 시합장에 입장하는 사이, 관중석에서는 승부의 향방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누가 이길까? 도저히 예상을 못하겠군.”
“글쎄……. 연차나 명성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최종배지만, 저 신인도 만만치 않던데? 정체불명의 수도 감추고 있고 말이야. 주스트가 끝나면 여기저기 오퍼가 많이 오겠어.”
“아. 마지막에 해럴드를 끝장낸 그 기술? 하긴 그건 아직도 짐작이 안가더라.”
레드 고르곤 수뇌부에게 호되게 한소리를 듣고 온 최종배는 비위가 틀어지다 못해 아주 뒤틀릴 지경이었다. 이대로 주스트가 레드 고르곤의 승리로 끝난다 해도 이미지 실추가 너무 컸다. 최종배 본인의 명예나 클럽 내에서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것에 그리 얽매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두고 뒷소리가 나오는 게 기분 좋을 리 없지 않은가.
‘해럴드, 임혁진. 이 병신새끼들. 저딴 놈들 하나 처리를 못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패배한 녀석들이 눈앞에 있다면 찢어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욱 아니꼬운 것은 앞에서 건방지게 칼을 뽑아들고 있는 김정인이란 놈이었다. 놈은 해럴드를 이긴 것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노구덕처럼 편법을 동원한 게 아니라 제대로 정면대결에서 승리 했으니,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클럽들에서 오퍼가 쏟아질 터였다. 어쩌면 레드 고르곤보다 좋은 클럽으로 이적할지도 몰랐다. 그게 미치도록 부러웠고, 시샘이 났다.
‘놈! 죽인다. 죽여주겠어.’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전력을 끌어올린 최종배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땅을 박차는가 싶더니, 어느새 김정인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건틀릿으로 무장한 무쇠주먹이 안면을 노리자, 김정인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틀어 피해냈다.
“그럴 줄 알았지!”
최종배는 주먹을 날린 방향 그대로 몸을 빙글 회전하며 왼쪽 발로 공중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예리하게 명치를 노리는 일격이었다. 김정인은 급히 검을 휘둘러 발차기를 막아냈다.
까아앙!
부츠 뒤축의 쇠로 마감된 부분과 검면이 부딪치며 요란한 쇳소리를 토해냈다. 두 번의 공격을 간단히 무력화시킨 김정인이었지만, 그의 미간은 심하게 좁혀져 있었다. 최종배의 발차기가 상당히 묵직했던 탓에, 검을 쥔 손이 저릿저릿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일방적으로 당할 김정인이 아니었다.
뒤돌려차기 같은 큰 공격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대신, 실패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따라오는 기술이다. 그것은 최종배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최종배의 빈틈을 짚어낸 김정인은 주저하지 않고 전광석화 같은 찌르기를 먹였다. 대기석에서 구경하던 신소율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찌르기였다.
그러나 김정인의 찌르기는 최종배의 옆구리를 꿰뚫지 못했다. 겉에 걸친 가죽은 찢어버렸지만, 정작 피부를 뚫지 못한 것이다.
까가강!
말랑말랑한 인간의 피부와 첨예한 칼끝이 강하게 맞닿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피가 튀기고 피부가 쭉 찢어질 것이다. 질기디 질긴 오크의 피부라도, 적어도 칼이 튕겨져 나오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최종배의 피부는 칼끝으로 찔렀음에도, 오히려 칼끝을 튕겨냈을 뿐 아니라 하얗게 살짝 긁힌 흔적만이 전부였다.
“바위 피부(Stone skin)란 기술이다. 애송아.”
득의만면한 최종배는 김정인이 놀라서 주춤거리는 틈을 타 강력한 로우킥을 먹였다.
“크윽!”
정강이를 거세게 걷어차인 김정인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이런 경험의 차이는 쉬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광폭화로 초인적인 근육 수축을 보였던 해럴드와는 또 다른 성질의 신체 변화. 역시 클럽의 헌터들은 만만히 볼 작자들이 아니었다.
슬며시 정강이를 매만진 김정인의 얼굴에 심각함이 스쳐 지나갔다. 뼈는 금이 갔는지, 얻어 맞은 부위가 짧은 시간에 심하게 부어있었다. 최종배가 이걸 노리고 다리를 찼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되면 좀 전과 같은 빠른 몸놀림을 보일 수 없었다.
“왜 자꾸 피하는 거야? 앙?!”
공격 주도권을 잡은 최종배는 김정인이 거리를 벌리며 도망치기만 하자 승냥이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군. 놈, 이제 끝장이다.’
김정인의 뼈마디를 잘게 다져 줄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를 짜릿함이 감돌았다. 그는 상처 입은 먹잇감을 쫓는 하이에나가 되어 느긋하게 김정인을 뒤쫓았다.
그때였다. 도망치기만 하던 김정인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몸을 반대로 돌려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최종배의 품 안으로 돌진했다. 인파이팅이 주무기인 권법가와 초근접전을 하겠단 건가? 미치지 않고서야! 최종배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기꺼운 얼굴로 가슴을 활짝 폈다.
“멍청하기는! 죽사발을 만들어 주마!”
깡! 깡! 까가강!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세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짓쳐드는 김정인의 검을 손등으로 쳐낸 최종배는 반대쪽 주먹으로 그의 명치를 노렸고, 아슬아슬하게 허리를 비틀어 공격을 빗겨낸 김정인은 힘든 자세에서도 검을 놀려 최종배의 허벅지를 길게 베어버렸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돌처럼 단단한 피부에 가로막힌 무효타였다.
“소용없다니까!”
‘소용없다면 막을 리 없어. 약점은 분명히 있다.’
최종배의 조소와 김정인의 속내가 교차했다. 김정인은 좀 더 검로를 다양하게 바꾸었다. 어찌 보면 마구잡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공격에 일관성이 없었다. 집요하게 머리를 노리는가 싶다가도 어깨를 치기도 하고, 무릎을 베나 했더니 사타구니를 찌르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다.
반면 최종배는 꾸준히 김정인의 몸에 피해를 누적시켰다. 옷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옆구리와 왼팔에 공격을 적중시켰다.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아픔 속에서 싸우고 있겠지.
“진짜 헌터란 말이야, 바로 이런 거다. 애송아, 알겠냐?”
막 김정인의 오른쪽 어깨 윗부분의 살점을 한 움큼 뜯어낸 최종배는, 핏물이 흐르는 살덩이를 바닥에 던진 뒤 꾹꾹 짓밟았다. 김정인은 묵묵히 어깨를 눌러 지혈했지만, 얼굴에는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애송이 주제에 제법 애를 먹였지만, 템빨에는 당할 수 없지.’
그는 시합에 들어가기 전, 새롭게 두 종의 장비를 보강하여 착용한 상태였다. 가속(加速)을 도와주는 부츠와, 마력량을 늘려줌과 동시에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최고급 반지가 그것이었다. 갑작스레 몸놀림이 빨라지고,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건 그런 까닭에서였다. 클럽 내에서도 최고급 장비들을 급히 대여해 줄만큼 레드 고르곤으로서도 다급한 상황이었다.
최종배는 이제 대미를 장식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김정인에게서 반격의 여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항복을 안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독한 놈이었다. 하긴 그 일행이란 것들도 다 그랬지만.
“이제 그만 끝내자. 나도 지겹다.”
“……속까지는 막지 못하나 보군.”
“뭐어?”
개미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무슨 소릴 하나 싶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던 최종배는, 문득 자신의 오른팔이 불에 달군 듯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뭐, 뭐야? 내 팔이 왜……!”
퍼어엉!
내부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른 그의 오른팔은, 금세 피부까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새빨갛게 변하더니, 별안간 요란한 폭음과 함께 통째로 폭발해 버렸다.
최종배는 이 비현실적인 일에 고통마저 잊어버렸는지, 허공에서 철벅철벅 눈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는 자신의 핏물과 살점들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2초? 3초? 마침내 현실을 인지한 그의 입에서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렬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크, 쿠와아아아아아아악—! 우아아악—-!”
털썩 무릎을 꿇은 최종배는 지혈할 생각도 못한 채 광인처럼 울부짖었다. 그의 머릿속은 도화지처럼 하얗게 물들어 버려, 승패 따윈 떠올릴 계제도 없어 보였다. 권법가가 오른팔이 통째로 폭발해 버렸으니, 그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사실상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 시합 끝! 김정인 헌터의 승리입니다!”
심판은 서둘러 시합 종료를 선언하고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요청했다.
막판 뒤집기로 승리를 얻어 낸 김정인은 무너지듯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전신의 상처도 상처지만, 아직 수발이 자유롭지 않은 기운을 무리하게 썼더니 몸에 과부하가 와 버렸다. 시합 전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기실 김정인은 해럴드와의 시합에서 소모한 힘을 많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형편이 좋았다면 케샤처럼 휴식을 취했을 테지만, 상황이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폭경……. 자주 쓸 것은 못 되네.’
어찌 보면 마법과 비슷한 힘, 폭경은 드리안이 내가중수(內家重手)라는 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착안한 기술이었다. 이는 자신의 마력을 상대에게 심어 폭발시키는 것으로, 세밀한 조절과 특수한 마력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반드시 대상과 직접 접촉을 해야 했기에, 김정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최종배와 근접전을 해야만 했다.
애당초 순수하게 검술로만 승부했다면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인은 최종배가 바위 피부라는 기술을 들고 나오자, 검으로는 이겨도 치명상을 입히기 힘들다 판단하고는 체내에서 공격하는 폭경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동안 온갖 패악을 일삼아 온 최종배에게 김정인이 내린 철퇴였다. 그에게 걸려 신세를 망친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팔 하나라면 오히려 관대한 처벌이었다.
“휴우우…….”
과부하 탓에 몸에 힘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김정인은 바닥에 대 자로 누운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왔다.
작은 여아(女兒)가 혼자 쭈그리고 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제법 그럴듯한 두꺼비집을 만들어 놓고 콧노래를 즐겁게 흥얼거리는 게, 혼자 노는 데도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니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한동안 떨어져서 아이가 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걸어갔다.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아이의 앞까지 걸어간 그는 상당한 저음의, 꽤 듣기 좋은 목소리로 물었다.
“얘야. 재미있니?”
“으응. 재밌어요.”
또랑또랑한 대답에 남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항상 이렇게 혼자 노니? 친구는?”
질문을 잘못한 것일까. 아이의 표정이 조금 우울해졌다.
“친구는 없어요…….”
시무룩한 아이의 말에 남자가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데, 갑자기 밝은 얼굴이 된 아이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저씨가 저녁에 같이 놀아주니까요! 오늘은 일 있다고 다 나갔지만요.”
“아저씨? 아빠가 아니라?”
“응! 가희는 아빠 없어요. 그래서 다들 놀렸는데……. 헤헤, 이젠 괜찮아요. 아저씨가 비행기도 태워주고, 재밌는 놀이도 많이 알려줬어요.”
아이는 앙증맞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아저씨랑 같이 했다는 놀이들을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 발 뛰기, 얼음땡……. 익숙한 명칭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아저씨란 사람은 한국 출신인 모양이었다.
남자는 아저씨란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래……. 가희는 좋겠구나. 그런데 엄마는 집에 계시니?”
“엄마요? 으응, 저녁밥하고 있어요. 아! 엄마다!”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남자의 어깨너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아아! 나 여기이이!”
“가희야! 밥 먹어야지! 어머?”
문을 열고 나와 두리번거리며 목장 마당에서 놀고 있을 딸을 찾던 임유진은, 반갑게 손을 흔드는 딸아이 앞에 낯선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더니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필 손에 쥔 것이 부엌칼이 아니라 국자인 게 아쉬웠지만, 그녀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조바심어린 발걸음으로 딸아이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아이는 엄마가 오자 쪼르르 달려가 버릇처럼 풍성한 앞치마를 부둥켜안았다.
“엄마. 밥 다됐어? 나 배고파.”
“응. 그래. 밥 먹자.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시니?”
“가희도 몰라. 처음 보는 아저씨야.”
그때까지도 남자는 뒤돌아 선 채 말이 없었다. 그래도 딸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임유진은 내심 안심하면서도 수상쩍은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 남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누구시죠? 농장에 묵으러 오셨나요?”
“아이가 참 예쁘네. 이름이 가희라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 임유진은 뭔가 떠오를 듯 말 듯한 느낌에 슬며시 인상을 썼다. 그녀가 바로 대꾸하지 않자 남자는 서서히 몸을 돌렸다.
“모르겠어?”
“대체 누구신데……. 아!”
툭, 손에 쥔 국자가 떨어졌다. 임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부릅뜨고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격한 파랑에 휩싸인 채 요동치는 그녀의 눈동자는 완전히 돌아 선 사내의 얼굴에 그대로 틀어박혀 있었다. 수정처럼 깨끗한 동공에 비친 사내의 얼굴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주, 주, 주, 준혁 씨……?”
임유진이 그녀답지 않게 더듬더듬, 가까스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그녀를 얼싸안았다.
“하하하! 이제야 알아보네. 유진아, 잘 지냈어? 고생 많았지?”
남자에게 안겨 실 끊어진 인형처럼 흔들리는 임유진의 눈은 여전히 흐리멍덩하여 초점이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은 줄 알고 슬픔 속에 묻었던 사람이 바로 지금,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햇수로 따지자면 자그마치 9년. 부부(夫婦)는 강산이 한 번 바뀌기 직전에야 비로소 재회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fewfqew / 고춧가루보다 더 잔인한 짓도 했는데요 뭐..
티렌 / 허허 이기려면 별짓을 다해야 하죠
장마와방 / 연참은 저도 하고 싶습니다 시간만 된다면요 ㅎ
슈퍼테크닉 / 졸젬 ㄳㄳ 꿀잼 기대해주세요
빙뢰(氷雷) / 더 노련해지고 더 교활해져야 합니다
소녀가 좋은데 / 꾹꾹꾹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