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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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복귀
‘…애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부녀 플레이라니, 하여간 허술하기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소피아의 눈에 똘망똘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가희의 얼굴이 들어왔다. 저 아무 것도 몰라요~ 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 순수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예전의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 같았다.
‘뭐, 조기교육도 괜찮잖아?’
가지런하던 입매가 짓궂게 비틀린다. 조금이지만, 예전에 노구덕에게 당했던 일의 앙갚음도 겸해서… 이 순진무구한 아이에게 살짝, 어른의 세계를 알려줄 요량이었다.
“우후후훗….”
“……?”
“가희 님, 그건 말이죠. 개 짖는 소리가 아녜요. 더불어 신소율 헌터도 주인님의 딸이 아니죠. 이건 출생의 비밀 따위와 전혀~ 관계가 없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예요.”
작은 귀가 솔깃하게 쫑긋거린다. 가희는 티 없이 깨끗한 얼굴을 더더욱 가까이 들이밀었다.
“정말?”
“그럼요. 그러니까 그건, 부녀 플레이라고 하는 건데… 말하자면 소꿉놀이 같은 거랍니다. 주인님이 아빠 역할, 신소율 헌터가 딸 역할을 맡은 거예요.”
“소꿉놀이…? 아빠가 소율이 언니랑 소꿉놀이 한 거야…?”
“네에. 그런 셈이죠.”
“나는 왜 안 해줘? 나도 아빠랑 놀고 싶은데!”
금세 그렁그렁 물이 차오르는 눈망울. 금방이라도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자, 여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소피아의 얼굴에 급격한 당황의 빛이 어렸다. 책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그녀였지만 보모 경험은 전무. 울기 직전의 아이를 달래는 재주는 없었다.
“어, 음, 그게, 어른들이 하는 놀이라서…….”
“나도 소꿉놀이 할 줄 안단 말이야!”
포동포동한 볼살에 공기가 가득 들어차며, 입술을 꾹 앙다문 가희의 얼굴이 보였다. 톡 건드리면 와앙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모양새. 소피아는 다급히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가, 가희 님은 할 수 없어요. 왜냐면 어른이 아니니깐!”
“나도 딸 할 수 있어!”
“그…야 물론 진짜 딸이긴 하지만… 어휴! 아, 답답해!”
‘요 꼬맹이가 왜 나한테 성질을 부리는 거야?’
형언키 어려운 답답함과 스트레스에 가슴을 팡팡 치던 소피아는 정말 모든 것을 놔 버리는 심정으로 진실을 실토하고 말았다.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거든요? 평범한 소꿉놀이가 아니에요.”
“번식…?”
갓 열 살이 되어가는 꼬맹이한테는 조금 어려운 단어였으려나. 그래도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 자신도 처녀인 주제에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소피아는 이제 될 대로 되란 심정이었다. 그래도 앙앙 울고 있는 애를 달래느라 심력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번식이 뭐야?”
“그게 말이죠,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이런 거예요.”
소피아는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고, 왼손의 검지는 일자로 똑바로 세운 뒤, 오른손으로 만든 동그라미 안에 일자로 세운 검지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왔다 갔다 왕복하는 시늉을 했다.
“…이런 거죠. 이해 돼요? 움직이는 게 남자, 가만히 있는 게 여자예요.”
“……?”
“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알몸의 남녀가 으쌰으쌰해서 새끼를 낳는…….”
“…너, 뭐하는 거냐.”
가희에게 신대륙의 문물을 새록새록 심어주고 있던 소피아는, 전면에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그대로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관절에 녹이 잔뜩 낀 골렘처럼 뚝 뚝 끊어지듯 고개를 돌린 소피아는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전면, 어느새 활짝 열린 집무실 문틈에는, 양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아연실색하고 있는 임유진과, 세상에 다시없을 꼴불견을 보고 있는 듯한 눈빛을 한 노구덕이 그녀의 치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언제 오셨어요…?”
“뭐하고 있었어?”
“…맙소사, 소피아 씨! 애한테 무, 무슨 짓을…!”
“…….”
소피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했다. 양손으로 남자와 여자의 심볼마크를 만들고 신나게 쑤셔 대고 있는 자신과, 그걸 학구열 넘치는 낯빛으로 열심히 감상하고 있는 가희. 게다가 노구덕과 임유진의 반응을 보아 하니 자신이 했던 말까지 모조리 다 들었음에 틀림없었다.
한마디로, 생생한 성교육 시간을 적나라하게 들켜버린 셈이다. 그것도 빼도 박도 못하는 현행범이었다. 강의(?)에 너무 심취해서 노구덕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소피아가 돌연한 사태에 합죽이가 되어버린 사이, 열렬히 그녀의 강의를 듣고 있던 가희의 얼굴에는 기쁨의 꽃이 활짝 피어났다.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린 가희는 냉큼 문가로 달려갔다.
“엄마! 아빠!”
“응, 가희야! 엄마 왔어!”
“헤헤헤!”
임유진은 얼른 몸을 숙여 달려오는 아이를 마주 안아주었다. 더없이 푹신한 임유진표 가슴 쿠션에 얼굴을 묻은 가희는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말갛게 미소를 내비쳤으나, 임유진의 예리한 눈썰미는 가희의 눈언저리에 남은 눈물자국을 정확하게 포착해냈다.
안 그래도 흉흉하기 짝이 없는 불법 사교육 현장을 접한 터라, 크게 심란해져 있던 임유진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가희, 울었니? 어쩌다가?”
“울었다고?”
“네. 여보, 여기 좀 보세요. 가희 눈에 눈물 자국이…….”
정말로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노구덕의 매서운 시선이 총탄이 되어 소피아의 전신에 틀어박혔다.
“가희 데리고 방에 가 있어. 그리고 소피아, 넌 잠깐 나 좀 보자.”
“…네…….”
암만 생각해도 잠깐 보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코앞에 닥쳐온 시련을 예감했음인지, 양갈래로 맵시 있게 땋은 소피아의 머리가 물에 젖은 날개처럼 맥없이 추욱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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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네.”
“많이 아프냐?”
“네. 머리통이 작살나는 줄 알았어요. 조금만 더 강했다면 제 소원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네요.”
“…….”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처럼 따끔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날카롭게 쏘아 붙이는 소피아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노구덕. 불과 삼십분 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며 태도였다.
‘음… 내가 봐도 저건 좀 심했군.’
미안함이 가득한 노구덕의 시선이 소피아의 머리 위에 맞닿았다. 소피아의 정수리 부근에는 달걀만한 혹이 불룩한 동산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홧김에 사정도 듣지 않고 대뜸 꿀밤부터 먹인 흔적이다. 가희에게 한 행동이 괘씸해서 살짝 쥐어박으려고 했던 것뿐인데, 무의식중에 힘이 조금 실렸는지 저런 처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거듭 말하지만 노구덕의 주먹은 그야말로 돌주먹. 어지간한 흉기도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다. 반장난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주먹에 쥐어 박혔으니 그 통증이 오죽하랴. 용케 울지는 않았지만, 붉은 눈에 눈물이 핑 돌아버린 모습이 어찌나 처연해 보이던지.
그 뒤로는 줄곧 저렇게 찬바람이 쌩쌩 날리는 상태였다. 노구덕은 집무실에 만연한 어색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작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러게 왜 애한테 이상한 소리를 늘어놔서.”
“어느 파렴치한 남녀가 애가 지나가는 앞에서 부녀 플레이를 가장한 섹스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아, 생각해 보니 제 잘못이네요. 죄송합니다. 주인님.”
“…….”
“개 짖는 소리도 났다고 하던데, 우리 클럽 홀에 개를 기르는 사람이 있었던가? 언제 한 번 그 암캐 얼굴 좀 보고 싶네요.”
“…커허험!”
연신 엄한 기침만 토해내는 노구덕의 콧등에 솔방울 같은 땀이 맺혔다. 입은 멀쩡하되 할 말이 없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소피아만 탓할 일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아무리 관계에 몰두했다고 그렇지, 감지능력으로는 클럽 내에서 톱을 다투는 그가 어린애가 지나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책이었다.
꿀밤을 먹고 성미가 틀어질대로 틀어진 소피아가 한없이 후벼 파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부분.
“주인님, 이 아둔한 노예가 두 번 다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올바른 지침을 내려주세요.”
“…….”
“작은 주인님이 오늘과 같은 질문을 또다시 하신다면, 소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아, 차라리 ‘섹스! 그건 섹스야! 네 엄마의 XX에 아빠의 YY가 꾹 하고 들어가는 거라고! 알아먹겠어?’ 라고 말해서 다음번엔 아예 머리가 수박처럼 펑! 깨져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약간 불명예스러운 죽음이긴 하지만, 어쨌든 소원은 성취…….”
“미안하다. 내가 좀 심했어. 그러니까 그만하자. 머리는… 그래, 지금 실렌을 호출하마.”
마침내 떨어진 항복선언. 노구덕은 소피아가 더욱 심한 폭언을 퍼붓기 전에 서둘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됐어요. 흡혈귀한테 치유 주문은 듣지 않는다고요. 수혈팩이나 좀 넉넉히 챙겨주세요.”
금간 유리처럼 살벌하던 표정에 비로소 미지근한 온기가 감돌았다. 그래도 쌀살맞은 태도는 여전해서, 그녀는 퉁명스럽게 노구덕의 말을 받아쳤다. 그의 충실한 권속이 된 이후, 이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삐딱한 말투였다. 이제 슬슬 조교의 효과가 다한 것일까 생각될 정도로.
노구덕은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이번 건은 명백히 그의 경솔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일이었다. 즉, 따질 것도 없는 그의 잘못이란 뜻이다. 때문에 노구덕은 소피아의 시건방진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 모름지기 존경받는 상관이란 스스로의 잘못을 대범하게 인정하고, 부하의 상처가 솔솔 아물 수 있도록 보듬는 것이니까. 적어도 노구덕은 그런 ‘척’을 할 줄 아는 위인이었다.
어쨌든, 신선한 피를 좀 더 많이 공급해 주는 것을 대가로, 유능한 부하와의 사소한 갈등을 매듭 지은 노구덕은 소피아에게 그간의 업무 보고를 지시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한 게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이미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소피아는 순순히 그의 뜻에 따라주었다.
“클럽 내, 외부적으로는 별달리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없었어요. 탐사도 잘 돌아가고 있고, 리그 랭킹은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 겨울이적시장 때 영입할 헌터들과도 사전 협상을 완전히 끝냈어요. 다만…….”
“다만?”
소피아는 테이블 위를 뒤적거려 서류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가희가 막 집무실에 난입하기 전, 그녀가 읽고 있었던 바로 그 서류철이었다. 서류철의 겉표지 색은 검정색. 클럽과 관련한 문건이 아닌, 노구덕과 소피아가 거느리고 있는 정보조직에서 취합한 정보, 혹은 그와 관련한 안건을 다루는 문서들을 의미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가정인데, 이 주변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봐. 우리 클럽과 관련한 일인가?”
“확신할 수 없어요. 그래서 개인적인 가정이라 말씀드린 거예요.”
평시와는 달리 신중해진 그녀의 어조에, 노구덕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소피아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닐 터. 그에게 얘기를 꺼냈다는 건 이미 속으로 모종의 결론을 냈다는 뜻이다. 최소한 들어볼 가치는 있었다.
“얘기해 봐.”
“카르믹스톤… 기억하시죠? 그와 관련한 괴물이 조만간 또다시 출현할 것 같아요. 아마도… 이 근방에서요.”
“뭐?”
노구덕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카르믹스톤의 제조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데모나의 아버지 바이론이 아니던가. 아직까지는 단순한 추측이었지만, 데모나는 카르믹스톤의 제조자가 바이론이라는 것을 백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그와 데모나, 단 두 명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티아스에게 바이론의 존재에 대해 전해들은 소피아는 노구덕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노구덕은 데모나에게 카르믹스톤의 연구를 맡기며 지나가는 말로 바이론의 존재를 흘렸다. 그리고 데모나는… 지금껏 그에 관해 일언반구도 없다가, 얼마 전에야 바이론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노구덕에게 넌지시 털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작자와 관련한 괴물이 이 근방에서 나타난다니… 쉬이 믿기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흘려듣기에는 거의 단정을 짓는 듯한 말투였다. 노구덕은 슬며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자세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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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아침나절에 잠깐 일어나서 또다시 투척을 하고 오침을 하러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우낄푸핫 / 대신 이렇게 열심히 연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호야[虎夜] / 하하.. 왠지 이 또래 애들은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요.
은신설야 / 순진무구한 아이의 귀에는 소율이가 앙앙대는 소리가 개소리로 들렸나 봅니다…
코카콜라중독 / 가희가 타락할뻔했어요!
북치네 / 이미 예정되어 있던… ㅠㅠ
말랑말랑조랑말 / 감사합니다! 이런 코멘트 하나하나가 저를 건필하게 만들어요!
트릭스타 / XX를 YY에 처넣어!… 말이죠?
콜마 / 애마라고 하시니 순간 못알아들었네요 ㅎㅎ 그렇죠 폭력집단이라는 점, 사업체들을 따로 거느린다는 점에서 보면 마피아… 일 수도.
벌레 / 데모나 턴 받고 데모나 아빠 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