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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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자매(姉妹)
‘본래는 이두식 헌터만 데리고 오려 했는데…….’
소피아는 옆에서 닭살 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두고 픽 헛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극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동부지구행. 따라서 소피아는 최소한의 인선으로만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것이 이두식이었다. 우직하고 과묵한 성격인데다 투술의 스페셜리스트인 이두식은 보디가드로서 더할 나위 없는 존재. 하나 단점이 있다면 머리가 단순하다는 것이겠으나, 그 점은 자신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단지 소피아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두식에게는 한참이나 진도가 나아간 애인이 있다는 것. 소피아가 달랑 이두식 하나를 지목하여 동부 지구로 가려고 하자, 나타샤는 절대 단둘이 보낼 수는 없다며 강경하게 그 안건에 제동을 걸었다. 이두식을 데려 간다면 일심동체(?)인 자신도 데려가라는 게 그녀의 조건이었다.
결국 쓸데없는 일로 심력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소피아는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렇게 세 사람이 동부 지구로 오게 된 것이었다.
‘하아… 상관없겠지. 나타샤 헌터야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할 사람이고…… 저런 눈으로 날 쳐다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피아는 이두식에게 매달려 힐끔힐끔 경계심어린 눈으로 자신을 곁눈질하는 나타샤의 태도에 기가 찰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자기를 연적쯤으로 여기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나는 저런 노처녀는 되지 말아야지.’
‘흥! 이 여우같은 엘프 계집애가 어딜 넘봐? 두식이는 내 꺼라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이두식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이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오키도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의 정문, 비트레이의 클럽 홀에 다다랐다.
정문에는 두 명의 문지기가 좌우로 서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정식 헌터가 아니라 고용된 사용인들임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중년인과 새파란 젊은이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정석대로 고참과 신참을 같은 조에 편성한 것 같았다. 아마도 경험 많은 고참이 접객을 하고, 신참이 문을 여닫는 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을 터였다.
“소피아 씨, 어떻게 할 건가요?”
“다행히 아는 사람이 있네요.”
“아는 사람…?”
소피아는 고개를 갸웃하는 나타샤를 내버려둔 채, 성큼성큼 정문으로 걸어갔다. 좌측에 서 있는 나이 든 문지기를 향해서였다.
근무가 꽤나 지루했던지 신참과 실없는 잡담을 나누고 있던 중년 문지기는 외부인이 접근하는 걸 보자 금세 표정을 굳히고는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오키도를 대표하는 거대 클럽의 수문장다운 자세였다.
“어서 오십시오. 클럽 비트레이에는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요?”
“에밀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예에? 제 이름은 어떻게…….”
얼떨떨한 눈으로 소피아를 쳐다보던 중년 문지기는, 그녀가 머리를 덮고 있던 털가죽 후드를 내리자 그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래졌다.
“자…자, 자, 작은 아가씨! 정말 작은 아가씨 맞으십니까?!”
“네에. 제가 소피아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그나저나 예전에는 아저씨가 부사수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긴 많이 흘렀나 봐요.”
소피아의 담담하고도 태연스런 대꾸에 중년 문지기, 에밀은 아직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허, 허허! 당연하잖습니까. 벌써 십 년 가까이 흘렀는걸요. 허어, 세상에! 저는 아가씨가 어떻게 된 줄 알았습니다! 워낙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아서…….”
“에이, 제 능력 잘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한동안 호들갑을 떠는 에밀의 말을 웃는 얼굴로 받아주던 소피아는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이두식과 나타샤가 하품을 하기 전에 본론을 꺼내 놨다.
“아저씨, 언니는 안에 있겠죠? 제가 왔다고 전해주세요.”
순간, 감격에 차 있던 에밀의 얼굴에 한줄기 그늘이 아로새겨졌다.
“큰 아가씨… 아니, 오너는……. 휴우, 예. 알겠습니다. 이봐, 뭣하고 있어! 오너의 친동생 분이시다! 어서 문 열어드려!”
“안에 기별은… 예, 예에!”
“어허!”
어리숙하게 되묻던 신참 문지기는 에밀의 도끼눈을 마주하고 나서야 뜨끔한 얼굴로 육중한 정문을 열어젖혔다. 그 나름대로 절차를 지키려고 한 듯, 상당히 억울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절차 따윈 던져버리고 눈치껏 행동해야 할 때도 있는 법. 그게 고참과 신참의 차이였다.
“들어가죠. 참, 에밀 아저씨. 이분들은 제 수행원들이에요.”
“하하, 알겠습니다. 응접실 위치는 기억하시지요? 거기서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물론 기억하고말고요. 고마워요, 에밀 아저씨.”
“뭘요.”
넉넉한 웃음으로 배웅하는 에밀에게 살짝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한 소피아와 그 일행은, 마침내 적진인 비트레이의 심장부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그때, 감회가 새로운 듯 무심코 정원 일대를 둘러보던 소피아의 눈에 커다란 이채가 어렸다.
‘저건…….’
우선 눈에 띈 것은 장대 위에 드높이 걸려 펄럭이고 있는 깃발이었다. 푸른 늑대의 형상이 선명하게 박혀 있는 큼지막한 깃발 아래로, 기다란 쇠 깃대를 품에 끌어안고 주저앉아 있는… 거대하고도 낯익은 녹색의 카름.
“오우거잖아…?”
황당하게 벌어진 나타샤의 입에서 놈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깃대를 품에 안은 오우거 뒤로, 네 명의 노예가 이끄는 걸로 보이는 가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윽고 사태를 파악한 나타샤의 얼굴이 서리가 낀 듯 파리해졌다. 상식이 풍부한 나타샤는 지금 누가 이곳에 와 있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이 대륙에서, 푸른 늑대 깃발을 든 오우거 기수를 앞세우며, 노예가 끄는 사인교(四人轎)를 타고 다니는 존재는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십존의 일좌, 프라임리그의 루나틱스를 대표하는 최강의 헌터 늑대왕이 선객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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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일행이 비트레이의 안뜰로 들어서고 있는 그 시간, 클럽 홀 최상층의 창가에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시선이 있었다.
“호오…….”
점점 가까워지는 소피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시선의 주인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의 사내였다. 얼핏 보면 왜소해 보이는 작은 체구이나, 그 몸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근육질이었다.
살짝 붉어진 눈으로 창가 아래를 내려다보던 잿빛 머리의 사내는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이거… 엄청난 미인이잖아…. 그런데 너와 아주 닮았어. 설마 여동생이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비스듬히 창가에 기대어 있던 남자의 말에,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특대 킹 사이즈급 침대에서 한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사내와 마찬가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은 흡사 사내의 정기를 모조리 앗아간다는 전설 속의 몽마, 서큐버스(Succubus)의 현신인 것처럼 뇌쇄적인 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풋사과의 속살과도 같은 새하얀 피부와 청초하게 파여 있는 쇄골, 그리고 그 아래로 더없이 완벽한 반구를 그리고 있는 두 개의 젖무덤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상흔처럼 남아 있었다. 얇은 이불로 대충 하체를 가린 미녀는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벌꿀빛 머리카락을 유유히 쓸어 넘기며 사내의 곁으로 다가왔다.
조신하면서도 엉덩이를 방울처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의식적으로 사내의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요부였다. 그 음탕한 걸음걸이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창가에 기대있던 사내의 숨결이 살짝 거칠어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여인의 매끈한 등허리를 휘감았다.
그러자 여인은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기며 달짝지근한 교태를 부렸다.
“아이, 지치지도 않으셨어요? 벌써 세 번이나 하셨잖아요.”
“과하하핫! 내가 지친다고? 이 늑대왕 가리발디가?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로군!”
“어머, 제가 무례를 범한 건가요?”
“암, 무례를 범했지. 이 대가는 바로 치르게 해주마.”
“어떻게요?”
“침대에서!”
“꺄아아!”
호탕하게 외친 가리발디는 그리드를 끌어안고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최고의 장인이 정성을 들여 제작한 고급 침대는 두 남녀의 거친 행위를 끄떡없이 받아주었다. 허나, 늑대왕에겐 음심으로 달아오른 와중에도 해결해야 할 의문이 있었다. 대륙에서 알아주는 호색한인 그가 거사보다 앞세우는 의문은 물론, 여자와 관련된 일이었다.
“방금, 너와 똑 닮은 여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던데…… 누구야?”
“네에?”
애욕으로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그리드의 붉은 동공이 점차 초점을 되찾았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가리발디가 여동생 어쩌구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다만 가리발디가 바로 다시 침대로 끌고 온 탓에 보지 못했을 뿐이다.
“아, 보지 못했겠군… 뭐,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으니 곧 기별이 오겠지. 그래서 말인데, 여동생이라면 자매가 같이 날 모시는 건 어때? 너도 그렇지만, 동생 쪽도 아주 괜찮은 것 같아…. 그리 한다면 내 힘이 허락하는 한,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지.”
“…….”
제 흥에 취해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던 가리발디는, 응당 곧바로 들려와야 할 대답이 없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아양을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휘몰아치는 북풍한설처럼 싸늘하게 굳은 표정의 그리드가 있었다.
“…뭐야?”
“죄송하지만…….”
딱딱하게 얼굴을 경직시킨 그리드가 입을 열려는 찰나, 문밖에서 작은 소음이 일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오너, 손님…이 오셨습니다.”
사용인의 말에, 안 그래도 바위처럼 굳어있던 그리드의 얼굴색이 쇳물을 먹인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가 일을 보고 있을 때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정문 쪽에서 기별도 없이 문을 열어버린 것 같습니다…….”
“흥, 됐다. 누가 온 거야?”
“저… 동생 분이 오셨다고…….”
바드득!
그리드가 순간적으로 낸 잇소리를 들은 것인지, 우물거리며 말하던 사용인의 음성은 중간에 뚝 끊기고 말았다.
“…그래서? 응접실로 갔어?”
“예, 예… 일단은 응접실에…….”
마치 소피아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험악한 눈초리로 문쪽을 노려보던 그리드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가리발디는 여전히 침대에 대(大) 자로 누운 채로 말했다.
“…역시 동생이었군? 그런데 동생을 반기는 눈치가 아닌걸, 그리드.”
“내게 동생은 없어요. 죽이고 싶은 계집은 있지만.”
“흠, 이왕 죽일 거면… 내게 주는 건 어때? 네가 섭섭하지 않도록 충분히 귀여워해 줄 수 있는데.”
막 상의를 걸쳐 입던 그리드의 손이 멈칫거렸다.
“그건… 고려해 볼게요.”
“오호, 좋아…. 고마워. 너만 괜찮다면 나중에 자매를 한 번에 안아보고 싶단 말이지. 너희들 같은 미인 자매는 대륙을 뒤져도 찾기 어려우니까. 뭐, 그전에 네 동생이 망가지지 않았을 때의 얘기겠지만.”
능글맞게 화답한 가리발디는 이미 소피아를 손에 넣은 것처럼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잠시 그에게 무심한 눈길을 준 그리드는 대충 옷을 차려 입은 뒤 문을 열었다. 소피아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타고 있는 것처럼 끓어오르는 듯했다.
‘큭.’
제멋대로 펄떡이는 심장 부근을 꽉 움켜쥔 그리드는 새파란 독기를 뿜어내는 눈을 번뜩였다.
“안내해. 당장.”
“힉… 예, 예에!”
눈으로 사람을 죽일 것만 같은 그 독살스런 모습에 질겁한 사용인은 불쌍할 정도로 몸을 벌벌 떨었다. 그 눈은, 도저히 혈육을 맞이하러 가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악의에 자기 자신마저 먹혀버린 광인(狂人)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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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리리플을 달 수 없을 것 같네요… 예약기능으로 올리는 거거든요. 예약기능은 처음 써보는데 떨리네요 ㄷㄷ
문의하시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오늘 저녁화에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리스 주요 멤버 저널창은 따로 정리중인데.. 작품설정란에 올리는 게 좋겠죠? 그런데 작품설정란에 올려논거 따로 찾아보시는 분들이 계신지 궁금하네요.. 사실 저도 잘 안보거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