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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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흑막(黑幕)
‘마티아스 그 작자가 관련되어 있어.’
소피아는 확신했다. 그러면 모든 일에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예전부터 날 견제하고, 언니의 뒤에서 비트레이를 꼭두각시로 삼고 싶어했던 자야. 지금 그 야욕을 다시 드러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그녀는 이전에 보고서에서 봤던 내용을 기억해냈다. 그와 더불어 김정인이 퀸즈가든에서 노구덕에게 전해주었던 말도.
‘박준혁이 붉은봉황을 제거하기 위해 크래들타운에 방문했을 때, 그 옆에는 마티아스가 있었어. 그 모녀를 제거하려고 했던 건, 비트레이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려고 했기 때문이고.’
‘소드시커는 언니에게 정보를 준 사람이 마티아스라고 했어. 그것도 아마 맞을 거야. 저번에 ‘대폭로’ 때 만났을 때도 나에 대한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지만… 그걸 순순히 지켜줄 정도로 입이 무거운 작자는 아니지.’
마티아스가 비트레이를 노린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뻔했다.
‘언니를 통해 우릴 견제하는 건 부수적인 이득에 지나지 않아.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본격적으로 상급직을 노리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겠지. 야심이 끝이 없는 자니까.’
연맹위원인 마티아스의 영향력은 서부의 대도시 칼립스에 국한되어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연맹위원이라도, 그 영향력은 한정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트레이를 손에 넣게 되면, 동부의 대도시 오키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칼립스를 넘어 보다 위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각 대도시마다 으레 있는 연맹위원이 아니라, 보다 깊은 연맹의 심층부… 권력의 정점. 마티아스의 목표는 그것일 게 분명했다.
‘오키도의 연맹위원은… 별 도움이 안 되겠네.’
현 오키도의 연맹위원은 현역 연맹위원들 가운데서도 가장 연로한 사람이다. 병석에 드러누워 골골 앓고 있을 그를 떠올린 소피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 사람에게 가 봐야겠네요. 가치가 없어진 카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라면… 아, 그 사람이요?”
“네. 그 사람이에요.”
“알았어요. 바로 가도록 하죠. 두식아, 뭐해?”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던 이두식은 나타샤의 재촉에 깜짝 놀라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뭐가 뭔 말인지 두루뭉술해서 도통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밤늦게 또다시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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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장막이 짙게 드리운 밤의 뒷골목은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허나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가다 보면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죽은 듯 누워 거칠게 숨을 내쉬는 부랑자들이 눈에 띄었다.
든든한 떡대를 앞세워 성큼성큼 걸어가던 이두식은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거적때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날씨에 저렇게 자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뒷골목은 어느 도시에나 있어.”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는지 이두식은 동전 하나를 튕겨 거적때기 위에 올려놓았다. 은화 한 닢. 그가 저 부랑자에게 보내는 동정의 값어치였다.
“우리 두식이, 아까 얘기는 무덤덤하게 듣더니… 의외네.”
“예전 일이 떠올라서요. 그리고 비트레이 오너는 적이잖습니까.”
“참, 고아원을 후원했다고 했지? 뭐, 1실버로 위안이 된다면 남는 장사니까.”
“…….”
주변 이목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도중에 마주치는 노숙자들은 마치 일행이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도 그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면 일행은 제각기 몸 주위에 뭉클뭉클한 검은 구름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는데, 이 구름의 정체는 소피아가 소환한 어둠의 정령이었다. 마법으로 치자면 베일 오브 다크니스(Veil of darkness)와 같은 효과로, 일종의 광역 은신이라 볼 수 있었다.
은밀하게 이동한 소피아 일행이 도착한 곳은 오키도 외곽의 허름한 움막이었다. 버려진 폐가처럼 보이는 그곳은 이미 부랑자들의 아지트가 된지 오래인 듯, 곳곳에 낡은 옷가지나 부서진 가재도구 같은 더러운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안에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자 이두식도 ‘그 사람’이 누군지 깨달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오키도에 와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이었으니.
“여긴… 아, 그러면 그 사람이라는 게 그 사람이었군요.”
“뭐야, 여태 그것도 몰랐어?”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동안, 소피아는 집 뒤편으로 돌아가 얼기설기 박혀 있는 판자 하나를 들어올렸다. 따로 못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 듯, 판자는 너무나 쉽게 떨어져 나갔다.
투둑.
판자가 박혀 있던 자리에 나타난 것은 낡은 나무문이었다. 아마 움막 아래의 지하실로 통하는 입구인 것 같았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 통로의 너비가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비좁다는 것. 기골이 장대한 이두식이 지나가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두식아, 너는… 알지?”
“여기서 보초를 서고 있겠습니다.”
“미안해요. 이두식 헌터.”
이두식은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처음 왔을 때도 부득이하게 보초를 섰으니, 새삼 아쉬울 건 없었다.
소피아는 이두식에게 붙여 놓은 어둠의 정령에 좀 더 정령력을 불어 넣은 뒤, 나타샤와 함께 낡은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진입했다.
지하실은 겉보기완 달리 꽤 긴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소피아와 나타샤는 거의 오 분이 넘게 걷고 난 뒤에야 좁아터진 통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아이리스 클럽 홀의 개인실보다 작아 보이는 방 하나가 나왔다.
나타샤는 통로에서 나오자마자 폐부를 확 씻어낼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 내쉬었다. 어지간히 통로 안이 갑갑했던 모양이었다.
“어휴,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이런 걸 폐쇄공포증이라고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입구를 좀 넓게 만들 걸 그랬어요. 원래 단순 대피용으로 만들어 놓은 안가라…….”
변명하듯이 말한 소피아는 이내 방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위에 있는 움막에 못지않게 누추한 방 안에는, 걸레처럼 늘어진 남자 한 명이 사슬에 묶인 채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크크. 보아하니 협상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군.”
“어라, 아직 안 자고 있었네.”
“너희들이 엉금엉금 기어오는 소리가 워낙 시끄러워야 말이지.”
“그거 잘됐네. 어차피 흠씬 두들겨서라도 깨울 작정이었으니까.”
오자마자 남자와 기 싸움을 벌이는 나타샤. 그리고 그녀에게 서슬퍼런 눈빛을 뿌리고 있는 남자는 이전에 이정한과 함께 노구덕을 습격했던 마법사, 헨더슨이었다.
이정한에게 버림받은 뒤, 헨더슨은 그 자리에서 제압당해 모종의 안가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흘 밤낮 동안 모진 심문이 가해졌다. 처음에는 입을 꾹 다물고 버티며 기개를 떨치던 헨더슨이었으나, 잠도 재우지 않고 교대로 가해지는 고문에는 끝내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고문을 담당했던 사람이 바로 나타샤였으니,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헨더슨이 나타샤에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날 두들긴다고? 어디 해봐라. 다시는 네년에게 굴복할 일은 없을 테니까.”
“흐흥, 그러셔. 눈물 질질 짜면서 묻지도 않은 것까지 죄다 나불거리던 건 어디의 누구시더라?”
“크으으…! 이 망할 계집!”
두 사람의 기싸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소피아는 재빨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나타샤 씨, 지금부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았어요.”
나타샤도 일개 포로와 별 영양가도 없는 말다툼을 지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순순히 물러나 소피아의 뒤에 시립했다.
“어이, 까만 계집아, 도망가는 거냐? …쳇.”
다시 한번 나타샤를 도발하던 헨더슨은 그녀가 자신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자, 재미없다는 듯 낮게 혀를 차더니, 지그시 소피아를 노려보았다.
“그래… 작은 아가씨, 오너는 뭐라고 하던가? 내게 포로로서의 가치가 있었나?”
“미안하지만 말을 꺼내볼 틈도 없이 클럽 홀에서 쫓겨났어요.”
“후흐흐… 그럴 줄 알았지. 지금 오너는 어설픈 포로교환에 응할 상황이 아니거든.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거야.”
소피아의 눈매가 한층 더 가늘어졌다. 방금 헨더슨은 그리드가 어설픈 교환에 응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말인즉, 그리드가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자백한 셈이다.
헨더슨이 뭔가 알고 있는 걸 확인한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돌직구를 던졌다.
“비트레이의 내부사정이 아주 개판이더군요. 언니가 고립되어 있는 게 제 눈에도 보일 정도로 말이에요. 아마 비트레이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헌터들은… 아마도 비트레이를 주무르고 있는 암중세력에게 포섭되어 있겠죠. 클럽을 이탈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
“…….”
“지금 비트레이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예요. 그들은 언니를 부추겨 아이리스를 견제하는 부수효과를 의도한 것 같은데, 그조차도 언니의 행동이 도를 넘으면서 한계에 달한 상황이죠. 이건 아마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일 거예요.”
그리드가 벌인 학살극은 이미 동부를 넘어 대륙 곳곳에 대서특필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만약 그 배후가 비트레이의 오너라는 게 밝혀진다면, 클럽 비트레이도 막대한 타격을 받으리라. 그건 암중세력으로서도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만신창이가 된 비트레이가 아니라 온전한 비트레이일 테니까. 헌터들을 사전에 포섭하여 이탈을 막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언제든지 언니를 끌어내릴 준비가 된 그들이, 왜 언니를 처리하지 못하는 걸까요? 뭐가 두려워서?”
“다 죽어가는 줄로만 알았던 오너쪽에서, 느닷없이 정체불명의 세력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죠. 그들은 아직 그 미지의 세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행동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가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 수수께끼의 세력… 벌레교단과의 연락책 헨더슨 씨?”
소피아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헨더슨을 내려다보았다.
“…….”
그때까지도 헨더슨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소피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동요가 물결치고 있었다. 소피아는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첨언했다.
“처음엔 당신이 단순한 연락책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언니의 상황을 알고 난 뒤에, 생각이 좀 바뀌었죠. 언니는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해요. 그 고립무원에서, 존재 자체가 범죄나 다름없는 벌레교단과의 연계를 맡길 정도의 사람이라면, 아마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요.”
절정에 달한 노을처럼 찰랑거리는 소피아의 눈.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헨더슨은 다소 힘이 빠진 얼굴이었다.
“…작은 아가씨, 당신은 정말 무섭도록 똑똑한 사람이로군. 하나만 묻겠는데, 작은 아가씨는… 오너를 도우려는 거요?”
“제 대답에 따라 당신의 대답도 달라지는 건가요?”
“그건…….”
망설이며 입술을 달싹이던 헨더슨은, 문득 속에 얹힌 것을 토해내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우… 하긴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달라질 건 없겠지. 어차피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니까.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그 말은 제 예상이 맞다는 거군요.”
“그렇소. 작은 아가씨의 말대로 오너는 궁지에 몰려 있어. 헌터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포섭된 상태고… 지금까지는 그나마 벌레교단과 연계해서 그 시기를 늦추었지만, 그것도 미봉책이었을 뿐이야. 게다가 일이 터져버린 지금은…….”
‘그 일’이라는 것은, 아마 그리드가 자행한 학살극을 말하는 것일 터. 그 사건이 앞으로 촉발될 어떤 일의 도화선이 된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그토록 말렸지만, 오너는 말을 듣지 않았어. 오너는 ‘그들’이 작은 아가씨라 여기고 있는 것 같거든… 솔직히 그동안은 나도 긴가민가했지만, 지금 작은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적어도 당신은 아닌 것 같군. 아마… 조만간 일이 벌어질 거요.”
“역시….”
“그 역시가 맞소. 비트레이의 수장이 바뀌게 될 테지. 이미 구체적인 계획은 다 짜여져 있소. 나 역시 그에 가담했었으니까. 이중첩자… 그게 내 역할이었지.”
씁쓸하게 중얼거린 헨더슨은 강하게 못을 박았다.
“…쿠데타가 일어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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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빨리 연참으로 이 파트를 넘어가서 구더기네를 등장시켜야 겠네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ㅠㅠ
MrX / 그러니까 주인공 아니겠어요? ㅎㅎㅎ
만능의자 / 차도살인지계!
St0 / 핫산… 감사히 받는다… 꿀꺽!
북치네 / 감사합니다~!
벌레 / 모르고 있었답니다 ㅎㅎ 적대관계는 아니더라도 미지의 관계쯤?
아토므스크 / 이 파트를 어서 풀어나가야 소피아도…
호야[虎夜] / 요새 오타 안내는 실력이 물이 오른듯…???
트릭스타 / 만악까진 아니고 십악 정도로 해두죠. 아직 헤쳐나갈 보스들이 많습니다..
연북갤 / 아니요 광역시장 정도로 보면 됩니다. 마티아스가 노리는 상급직은 도지사 이상급이고요.
Tantania / 후딱후딱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우낄푸핫 / 어떻게 되는지는 파트가 끝나면 알 수 있겠죠? 어쨌든 소피아 파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