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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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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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해라!”
“큐어!”
시동어는 달랐지만, 효과는 같았다. 목화솜처럼 새하얀 빛무리와 거기에 붉은색을 섞어 놓은 듯한 선홍색의 빛무리. 두 사람의 손에서 뻗어나간 각기 다른 색의 빛무리들은 바로 앞에서 힘겹게 숨을 할딱이고 있는 토끼 두 마리에게로 스며들었다. 자세히 보니 뱃가죽 부분에 기다란 자상이 나 있는 토끼들이었다. 상처 자체는 그리 깊지 않았으나, 출혈이 과해 생명이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
“…….”
치유의 빛이 몸에 와 닿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던 토끼들의 숨소리가 점차 편안해졌다. 다만, 그 차이는 확연했다. 새하얀 빛무리가 스며든 토끼의 상처는 비교적 천천히 아물고 있는 반면, 선홍색 빛무리가 스며든 녀석의 환부는 순식간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빠르게 회복되었다. 마치 바퀴벌레급 생명력을 자랑하는 노구덕의 재생력을 보는 것 같았다.
불과 7초, 8초 정도가 지났을까. 힘에 겨워 발라당 누워 있던 녀석은 이내 귀를 쫑긋 세우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코를 킁킁거리며 앞에 놓인 풀때기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이 아직도 축 늘어져 있는 것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그림이었다.
문득, 녀석의 보송보송한 머리위에 가냘픈 사람의 손 하나가 얹어졌다.
“그래, 이젠 아프지 않지? 매번 미안해.”
실렌은 측은한 눈초리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할 건 다 해놓고 이러는 게 기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녀석들은 주문 연습에 주로 사용되는 토끼였다. 분야로 따지자면 이렇게 치유 주문의 실습대상으로 사용되는 토끼는 그나마 양반인 편. 불행하게도 공격 주문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에는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값이 싸고 인간을 그나마 대체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짐승들을 상대로 한 실습은 헌터들 사이에서 매우 일상적인 행위였다.
누군가는 굉장히 잔혹한 짓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은 매일매일이 목숨을 내건 사투나 다름없는 대부분의 헌터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인간을 연습 대상으로 삼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뭐, 형편이 넉넉한 클럽이나 헌터들은 생체 노예들을 대상으로 실습, 혹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런 건 대다수 하위 헌터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짓이다.
“허허, 이제 나는 상대도 안 되는구나.”
뒤에서 가벼운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실렌은 얼른 손을 거두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에요. 아직 부족한걸요.”
“쯧쯧. 너무 겸손한 것도 때로는 흠이 되는 법이다. 사제로서 지금 네 수준은 전성기적의 나를 훨씬 뛰어넘으니까…….”
탓하는 말과는 달리 허문수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친손녀처럼 사이가 가까운 실렌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고 있으니 당연히 흡족할 수밖에.
뒤늦게 발현된 언령의 재능과 노구덕으로부터 얻은 벌레교단의 오리지널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 실렌은 진정한 대기만성형 헌터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요즘 허문수의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면, 실렌의 곁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는 것이었다.
허문수는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널 보니 소싯적에 빅리그 헌터라고 자부하던 내가 초라해지는구나. 슬슬 은퇴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 말씀 마세요. 아직 정정하신데요.”
“예끼! 내년이면 여든인 사람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올해 허문수의 나이는 79세. 물어볼 것도 없이 미들리그 최고령 헌터였다. 새삼 그가 연로했음을 자각한 실렌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세까지만 채우시는 건 어떠세요?”
“그렇잖아도 손주 볼 때까지는 끈덕지게 살아있을 생각이니, 걱정 말거라.”
“손주요? 아하, 자식이 있으셨구나. 왜 여태껏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허문수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뚱한 눈초리를 보냈다.
“무슨 소리냐. 내가 달리 자식이 어딨다고. 당연히 널 말하는 거지.”
“네? 네에?”
“조금 있으면 오너가 해금 자격을 얻게 되잖느냐. 헌터로서 후사를 남길 수 있다는 건 보통 특권이 아니지. 그러니 너도 힘을 내거라. 난 이왕이면 널 닮은 손녀를 보고 싶구나.”
“그, 그…….”
허문수의 늙수그레한 눈은 농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진지했다. 그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실렌은 삶은 홍당무처럼 된 얼굴을 푹 숙이고 말았다. 노구덕에게 임신 공격(?)을 하라며 대담한 조언을 했던 그녀도 막상 자기가 그 입장이 되고 보자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내 아이라고… 오크가 나오면 어떡하지? 아냐, 종족이 무슨 상관이람. 내 새끼니까 당연히 예쁘겠지.’
별의별 망상을 하며 화끈거리는 볼을 비비적거리던 실렌은 문득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는 ‘핫!’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오너는 제게 별 관심도 없으니까요.”
“그러냐? 내가 보기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리고 얘야, 매번 오너 탓만 할 게 아니라 너도 임유진 헌터에게 쏟는 애정의 반만이라도 나눠주는 게 어떠니? 여자가 너무 깍쟁이 같으면 못 쓰는 법이란다.”
“아, 알고 계셨어요…?”
이젠 숫제 귀까지 벌겋게 익어버린 실렌은 창피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보수적인 면모가 다분한 허문수가 자기를 어떻게 여기고 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창피해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 그때, 실렌에게 뜻밖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아이리스의 헌터라면 상시 가지고 다니는 호출기가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구덕이 두 사람을 호출했다는 뜻이었다.
“허어… 사제 두 명을 동시에 호출하는 건 드문 일인데, 뭔가 큰일이 터진 것 같구나.”
“네… 빠,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얘야.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니?”
“네, 네? 그…럼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그러나 그 말과 표정은 전혀 딴판이었다. 자신없는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허문수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비해 지금 삶이 나아졌다고… 행복하다고 느끼느냐?”
예전… 아마 스퀘어에 오기 전의 그 삶을 말하는 것이리라.
“……네.”
조금 긴 머뭇거림 끝에 나온 대답. 그러나 허문수는 그걸로 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되었다. 네 마음이 가는대로 살거라. 네 마음이 가는대로…….”
밋밋한 노래를 흥얼거리듯 마지막 구절을 되풀이하는 허문수. 그 말에 담긴 의미심장함 때문일까. 아니면 그 모습이 꼭 저녁노을을 낀 해바라기를 보는 것 같아서일까. 작게 고개를 치켜 든 실렌은 그의 주름진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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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허문수와 실렌에게 떨어진 호출은 아이리스의 주요 멤버 전원에게 해당하는 것이었다. 허문수와 실렌이 회의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대부분의 헌터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착석해 있었다.
허문수와 실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입구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헌터들이 분분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어찌 보면 오너인 노구덕보다 더한 예우를 받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허문수는 아이리스뿐 아니라 이 근방 헌터계의 원로로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만한 인물이었으니까.
그것은 상석에 앉아 있던 노구덕도 마찬가지. 그는 허문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형님, 오셨습니까.”
“허, 내가 너무 늦은 것 같군. 미안하게 되었네.”
“아닙니다. 이제 막 소집이 완료된 참이니까요.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알겠네.”
허문수와 실렌이 착석하자, 노구덕은 주위에 모인 면면들을 빠르게 훑었다. 소집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노구덕이 추기경으로 있는 신생 벌레교단의 세례를 받은 인물들이다. 말인즉슨, 교단의 비밀을 공유한, 그가 가장 신뢰하는 이들이란 뜻.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데모나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인데, 그녀는 지금 한창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데 몰두하고 있는 터라, 일부러 호출명단에서 제외한 것이었다.
데모나를 뺀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노구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부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상황이…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더군요.”
“……?”
“비트레이 오너 그리드가 중범죄자가 되어 클럽에서 축출당하고, 오키도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 추살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모여 있던 헌터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모두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들이었다. 오키도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오늘 아침. 이미 동부 지구는 그에 관한 소식들로 크게 들끓고 있었으나, 정 반대편에 있는 서부 지구는 잠잠하기만 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관련된 소식들이 쏟아지며 한바탕 난리가 날 테지만, 아직은 모르고 있는 게 정상이었다.
“오너가 자기 클럽에서 쫓겨나다니… 허, 별일이 다 있군요.”
“그럼 오너 자리는 공석이에요? 헤, 그렇게 제멋대로 날뛰더니 꼴좋다. 천벌이네, 천벌이야.”
노구덕은 슬쩍 손을 들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질문공세를 미연에 차단했다.
“질문이나 잡담은 나중에. 지금은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특히…….”
“…칫. 내가 뭘 어쨌다고…….”
노구덕의 찌릿한 시선을 받은 신소율은 불만스레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타샤 헌터의 보고에 따르면, 차기 비트레이 오너는 계승원칙에 따라 그녀의 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일곱 살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클럽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헌터하우스와 비트레이의 헌터진이 상의를 해서 적합한 인물에게 대리를 맡길 것 같다는군요. 후보로는 여러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데, 아직 상의중이라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비트레이의 후계 안건을 대충대충 흘려버린 노구덕은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듯, 갑작스럽게 신중한 표정이 되었다.
“…아, 여기서부터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니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당시 연행을 앞두고 있던 비트레이 오너를 구출해 간 사람이 있는데, 소피아는 그를 벌레교단의 인물이라 추측하더군요. 벌레교단에서는 아직 그녀가 쓸모가 있다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사실, 이 비트레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서로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저도 보고서를 읽어보고 알게 되었죠. 자세한 사정은 설명하기 길어지니 짧게 말씀드리자면, 비트레이 오너의 축출에 관여한 배후 인물은 현 칼립스의 위원 마티아스입니다.”
여기저기서 급히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티아스는 비트레이 오너를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었고, 헌터들을 부추겨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아마도 비트레이의 오너 대리는 마티아스측의 인물이 맡게 되겠죠. 이건 우리에게 있어 결코 반길만한 일이 아닙니다.”
노구덕은 가까운 장래에 마티아스와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은연중에 마티아스와 반하는 파벌을 일구어 냈으며, 특히 그의 목표가 마티아스가 꿰차고 있는 ‘연맹위원’인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마티아스와 적대한다는 건 기정사실이라 해도 좋았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미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사실상 오키도는 마티아스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리드는 누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녀가 자행한 짓은 분명한 범죄 행위. 그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그녀는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을 터.
“이제와 비트레이 오너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동부 쪽에 파견된 인원들은 그리드의 뒤를 쫓겠다는 전언을 보내왔습니다. 일방적으로 말이죠.”
일방적인 전언. 이건 명백한 월권이자, 명령불복종으로 간주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주제 넘는 행동이다. 그것을 자각했는지 몇몇 이들이 노구덕의 낯빛을 살폈지만, 그는 그리 기분 나쁜 얼굴이 아니었다.
지금껏 목각인형처럼 시킨 일만 반복하던 소피아가 처음, 자기 의지로 친언니의 뒤를 쫓고 있다. 소피아를 계속 복종시키려했던 그간의 태도와는 모순되는 심정이었지만, 뭔가 그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헛똑똑이 녀석. 도대체가 요령이 없군. 그냥 도와달라고 말하면 될 것을.’
“…해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지원대를 파견하려고 합니다. 물론 대장은 제가 직접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연맹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입니다. 위험도도 높고,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원자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희미하게 띠었던 미소를 지워낸 노구덕은 살짝 가라앉은 투로 말했다. 만족스런 기분과는 별개로, 당면한 과제에서는 무척이나 위험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이 지원대 파견은 논리적인 이유라기보다, 오롯이 제 개인적인 의지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탐사처럼 부수적인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전혀 강요할 생각이 없으며, 지원을 하시더라도 제가 보기에 부적합하다 싶으면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
“아무쪼록, 스스로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여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상입니다. 지원대 신청은, 앞으로 1시간 동안 제 집무실에서 따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무거운 울림을 토해낸 노구덕은 헌터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해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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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네 / 그 추천 잘 받았습니다. 받고 죽을지 콜을 할지는 일주일 뒤에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식적썩소 / 감사합니다! 건필할게요!
St0 / 덮밥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호야[虎夜] / 어떤 힘을 얻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ㅎㅎ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아마테라스† / 과연… 얻을 수 있을까요?
벌레 / 위험… 위험… 12등급 로리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마존이 / 하하.. 조만간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덮밥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요!
콜마 /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ㅎㅎ그 오크 여기 나왔습니다!
여젠 / ㅠㅠ 감사합니다! 계속 올리다보면 순위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건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