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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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파멸의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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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응…….”
유혜정은 부스스한 눈을 떴다.
‘언제 잠든 거지….’
가지런한 긴 속눈썹을 흔들며 눈을 깜박이던 그녀는 천천히 오늘 하루의 기억을 되짚어나갔다.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던 하루였다. 그리고 기다리던 숙원을 비로소 풀었던 날이기도 했다. 듬직한 오라클 대원들과 함께 난입한 헌터하우스의 마스터는 그간 방약무인한 행동을 일삼던 오너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고, 그에 더해 오너 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던 2군 리더 이재호까지 등을 돌려버렸다. 쿠데타는 별다른 무력 충돌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뜬금없는 늑대왕의 등장으로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늑대왕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 사내가 오너를 데리고 탈출에 성공했다. 최대한 빠르게 추격대를 꾸린다고 꾸렸지만, 그들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필시 미리 확보한 도주로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사냥개를 풀고, 감지에 일가견이 있는 헌터들이 총동원되어 오키도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나 저녁이 다 되도록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직 그들이 오키도 주변에 숨어 있을 거라는 결론을 얻어낸 것 정도였다.
한겨울 아침부터 온종일 수색에 동원되었으니, 사람인 이상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 특히 상대적으로 체력이 빈약한 마법사나 사제 클래스의 헌터들 중에는 초저녁부터 단잠에 빠져든 이도 있었다.
정령사 클래스인 유혜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복귀하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그녀는 연인인 조재환이 엉큼한 신호를 보내는 것도 뿌리친 채 바로 침대에 몸을 묻었다. 초저녁에 잠깐만 눈을 붙이고 조재환을 위로해 줄 생각이었는데, 창밖이 어두컴컴한 걸 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지금… 몇 시지?”
유헤정은 불의 정령을 불러내 꺼진 램프에 불을 붙인 뒤, 어스름한 불빛을 비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아직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재환이 오빠한테 가 봐야 하나…….”
아마 초저녁에 거절을 한 것 때문에 기분이 꽤 상해있을 터. 안 그런 척 해도 사내들이란 다 뻔하다.
“에효, 가 봐야지.”
따스한 이불 속과 조재환의 방. 둘 사이에서 갈등하던 유혜정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이대로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오너의 후임으로 그 꼬맹이 여자애가 취임하게 되면, 1군 리더인 조재환의 입지는 철벽 같이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도 어떻게든 그 눈에 들어 보려고 꼬리를 치는 계집들이 산더미인데, 자칫 소홀히 하다가는 그 옆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렇겐 안 되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유혜정은 눈에 불을 키고는 옷을 갖춰 입었다. 오늘은 특별히 승부 속옷을 골라 입을 작정이었다. 그동안 조재환의 뒷바라지를 한 게 얼마인데, 이제 와서 딴눈을 팔게 놔둘 순 없었다.
쉬익… 쉭…….
“응?”
줄인지 천 쪼가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야시시한 속옷을 들고 있던 유혜정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마치 길쭉한 뱀이 땅을 스치듯이 기어가는 듯한 소리였다.
“뱀…? 에이, 설마. 바퀴벌레도 나오지 않는 곳인데….”
주기적으로 사제들이 정화주문을 밥 먹듯이 써대며 관리하는 클럽 홀이다. 어디서 멍청하게 길을 잃어 흘러들어온 녀석이 아닌 한 벌레 한 마리를 보기도 힘든 곳인데, 뱀이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아닌가.
“잘못 들었…….”
쉬이이익….
유혜정의 낯빛이 석회를 칠한 것처럼 경직되었다. 이건 암만 들어도 환청이 아니었다.
“…….”
뱀이라면 질색을 넘어 극도로 혐오하는 그녀다. 유혜정은 말없이 불의 정령을 소환했다. 뱀꼬리라도 보이면 바로 불태워 없애 버릴 작정이었다.
‘까짓 거, 수리비야 급여에서 까라고 하면 되지.’
단단히 작심한 유혜정은 사냥감을 포착하는 맹수처럼 자세를 낮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 동안에도 쉭쉭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방향을 가늠해 보니 소리의 근원지는 그녀의 방문 앞이었다.
‘사용인 녀석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방문 앞에서 뱀 새끼가 얼쩡거리는데…! 나중에 단단히 따져야겠어.’
대충 가운을 걸친 유혜정은 살금살금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녀석이 지나가길 기다릴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번에 확실히 결판을 짓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잠자리가 불안할 터. 여기서 싹을 뽑아놔야만 했다.
‘거의 코앞에 있는 것 같은데…. 헉!’
유혜정이 문을 앞에 두고 열까 말까 고민하던 그 순간, 문턱 아래로 길쭉한 그림자가 스며들더니, 번개처럼 위로 솟구쳐 올랐다. 유혜정은 두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그림자의 속도가 더 빨랐다.
“꾸웁!”
촉수처럼 화한 그림자는 그대로 유혜정의 벌어진 입 안에 틀어박혔다. 꽉 막혀버린 목구멍은 어떤 소리도 발성할 수 없었다. 애타는 비명도, 간절한 도움의 외침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목구멍이 막혀버린 유혜정이 부들부들 경련하는 동안, 문틈에서 두 개, 세 개의 촉수다발이 뻗어와 그녀의 팔과 다리를 거미줄처럼 옭아맸다. 미리 불러냈던 불의 정령은 어느새 역소환이 되어버린지 오래. 오키도에서 손꼽히는 불의 정령사도 이 그림자 촉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촉수에 닿자마자 온 몸에서 기력과 마력이 급속도로 빨려나간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기력이 바닥을 드러냈으나, 아직 의식은 남아 있었다. 돌돌말린 고치 신세가 된 유혜정은 불안하게 눈알만 굴릴 뿐,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자기가 이 지경에 처했는데 다른 헌터들은 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사용인들은? 조재환은?
우지직! 쾅!
수십 개의 촉수다발이 가하는 압력을 이기지 못한 탓인지, 촉수와 유혜정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방문이 종이처럼 접히며 찌그러지더니 앞쪽으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유혜정은 볼 수 있었다. 이 정체모를 촉수 다발을 뽑아내고 있는 근원을.
‘…말도… 안 돼… 오, 오너…?’
뭉클거리는 심연에 휩싸여 있긴 해도, 한때 그녀가 질투했던 그 하얗고 선명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비트레이의 오너직을 꿰차고 있었던 그리드… 그녀는 시커먼 안개 속에 얼굴만 동동 떠다니는 기괴한 몰골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저건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저렇게 입이 귀까지 찢어져 있지는 않을 테니까.
“크키히히히히히히…….”
쭉 찢어진 입에서 소름끼치는 괴소가 흘러나왔다. 썩은 생선의 그것처럼 뿌연 백태가 덧씌워진 그리드의 눈동자는 연신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듯해, 유혜정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오, 오너가 왜 저렇게 된 거지? 저건 완전히… 괴물이잖아….’
그러나 그녀에게는, 끔찍하게 돌변한 그리드의 몰골을 두려워할 찰나의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끄……!”
붉게 불거진 유혜정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치떠졌다. 몸을 칭칭 휘감고 있는 촉수들이 그녀를 터뜨려버릴 듯 억세게 조여오기 시작한 것이다.
“끄흐… 으그그극…!”
피가 쏠려 얼굴이 벌겋게 변한 유혜정은 공포에 질려서는 다급히 도리질을 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온몸이 산산이 바스러져 곤죽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오너, 제발 살려줘… 살려주세요…!’
뿌드드득!
등골이 오싹해지는 파골음이 방 안에 고요하게 울리자, 유혜정의 튀어나온 눈에서 시뻘건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촉수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나머지 뼈와 관절이 박살난 것이다.
“억… 어억… 컥…!”
‘씨발… 나, 죽어… 정말 죽는다고…!’
그러나 그리드는 유혜정의 간절한 애원을 묵살했다. 애초에 괴물로 변한 그녀가 알아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크히… 크히히힛…….”
그저 길쭉하니 찢어진 입가를 씰룩이며, 허공에 칭칭 감아올려진 그녀를 조롱할 따름이었다.
잠시 후, 그조차 지겨워졌는지, 그리드는 촉수를 움직여 애꿎은 입술만 덜덜 떨고 있는 유혜정의 검붉은 얼굴을 스멀스멀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안 돼… 겨우 이렇게… 죽기 싫어!’
암울하게 젖어든 눈동자마저 완전히 닫혀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둑! 뿌드드드득! 콰지직!
칭칭 감긴 고치 아래로, 살점 섞인 핏물이 흥건하게 흘러내리며 진득한 피웅덩이를 만들어냈다.
“…크… 흐흐…….”
유혜정을 손쉽게 처치한 그리드는 예의 그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며 스멀스멀 움직이며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기어갔다. 복도의 입구에서 유혜정의 방문 앞 바닥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지나온 길은 온통 처참하게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저 낭자한 선혈들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으리라.
그때, 다음 목표를 향해 몸을 질질 끌며 기어가던 그리드의 움직임이 돌연 정지했다. 다음 순번인 방문이 살짝 열린 채, 그 사이로 두 개의 작은 눈동자가 빤히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누구…?”
한없이 작고 미약한 존재. 그러나 분명히 생기(生氣)를 품고 있다. 더없이 맛있는 그 기운. 벌써 수십 명의 생기를 먹어치웠으나, 무한한 허기를 채우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모자랐다.
허나, 그리드의 앞에 선 여아는 그 살의에도 아랑곳 않고 천연히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엄마…?”
“키에에에에…….”
굶주린 괴물의 아가리가 볼을 쫘악 찢으며 탐욕스럽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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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 클럽 홀이 피에 물들고 있는 그 시각, 때아닌 난리를 겪는 곳이 또 있었으니, 다름아닌 오키도의 헌터하우스였다.
“마스터! 이, 이, 이레귤러가 발생했습니다!”
“뭐라고!”
노곤한 몸을 막 침대에 눕히려던 우룬은 벌떡 일어났다.
“어디? 이레귤러 위치가 어디야? 징조는?”
“이, 이곳입니다!”
“뭐?”
“오키도 도심에서 초대량의 카르마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
잠깐 정신이 출타했다 돌아왔는지, 우룬은 멍한 낯짝으로 입을 헤 벌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정도가 있지,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레귤러가 도시에 일어나면 해당 도시는 초토화가 된다. 피해를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원주민들이 모조리 카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헌터들이나 하프들은 괜찮다고는 하지만, 카름들이 우글거리는 아수라장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자, 잠깐… 그런데 왜 너는 멀쩡하냐? 너, 원주민 아니었냐?”
우룬의 말대로, 그에게 보고를 하러 달려온 직원은 대대로 이곳 오키도의 토박이였다. 보고대로 이레귤러가 일어났다면, 지금쯤 이 남자는 보고가 아니라 우룬 자신을 잡아먹으러 와야 정상 아니던가.
우습게도, 남자 또한 이유를 모르는 눈치였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자식아! 일을 무슨 그따위로 하냐! 이레귤러가 일어났다면서! 대체 어찌 된 영문이야!”
혹시라도 이레귤러가 아니라는 기대를 한 것일까. 사내를 타박하던 우룬은 왠지 모르게 적잖이 안심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안도는 불과 몇 초를 가지 못했다.
“부… 분명 시스템에서 이레귤러에 육박하는 카르마 누출을 확인했습니다. 지금 바로 상황실에 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정말이냐? 등급은?”
“거의… 재앙급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이건 도시 내에서 해결할 수준이 아닙니다. 속히 원군을 요청해야 합니다.”
사내의 음성은 거의 울 듯이 절망적이었다. 반면, 우룬의 머리는 찬물을 뿌린 듯 차가워졌다.
“…일단 상황실로 간다. 그리고 너, 즉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십존을 수배해! 오키도에 재앙급 카름이 출현했다고 알리란 말야!”
우룬은 다급히 외투를 걸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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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거의 못 올릴뻔 했는데, 간신히 시간을 맞췄네요.
요 이틀간 갑자기 가게가 바빠져서 연참을 하지 못했습니다. 휴, 내일은 또 금요일인데 걱정이네요. 이번 주 내로 에피소드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오늘 리리플은 달지 못할 것 같습니다. ㅠ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