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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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파멸의 전주곡
헌터하우스 심처에 있는 상황실은 난장판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고 있던 인원들은 물론이고, 교대를 마치고 한창 잠에 취해 있을 인원들까지 튀어나와, 안 그래도 비좁은 상황실을 번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스터!”
“제기랄! 상황 보고해!”
“예! 앞서 들으셨겠지만, 오키도 도심, 정확히는 클럽 비트레이의 클럽 홀에서 엄청난 수준의 카르마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 현재 상태는 미동 없음! 감지 당시에는 D등급 카름 수준이던 것이,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급속히 에너지를 증폭, 현재는 SS등급을 훨씬 넘어선 상태입니다!”
“에너지 증폭은 아직도 진행 중인가?”
“그렇습니다!”
아니길 바랐건만. 우룬은 거칠게 머리를 쥐어뜯었다. 난데없이 도심에 나타나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급성장을 이루는 카름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 괴물이었다.
“가만, 비트레이는? 비트레이는 어떻게 됐지?”
다급히 비트레이의 현황을 캐묻던 우룬은 아차하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방금 전의 보고 내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카름이 최초로 출현한 곳은 비트레이의 클럽 홀. 비트레이의 헌터들이 성공적으로 초기 대응을 했다면 놈이 에너지가 증폭될 일도 없었을 터. 놈의 에너지가 지금 이토록 팽창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비트레이도 당했단 건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우룬은 이를 악물었다. 상황은 최악. 도시를 방비하는 가장 강력한 전력이 초전에 이탈해 버렸다. 비트레이의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헌터가 아직까지 한 명도 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토록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던 비트레이의 전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재앙급 카름이란 그런 존재였다. 단신으로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상식을 벗어난 괴물들.
그런 괴물들에게는 이쪽도 마땅히 상응하는 괴물들로 대응해야 하는 법. 우룬은 다시금 수하를 채근했다.
“십존, 십존들과의 연락은 어떻게 됐지?”
“예. 아마 지금 통신에 들어갔을…….”
“마스터! 통신이… 통신이 되질 않습니다! 도시 주변에 광범위한 마력장이 펼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우룬의 낯빛에서 혈색이 사라졌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그나마 여유가 있었던 것은, 조금만 견딘다면 십존이라는 든든한 카드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 최후의 보루가 지금 이 순간 사라진 것이다.
악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워프게이트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통신, 워프용 장비들이 불통입니다!”
“…망할.”
우룬은 이마를 짚었다. 재앙급의 카름만으로도 충분히 절망적인데, 거기에 통신과 워프를 교란하는 마력장이라니. 이건 아무리 봐도 누군가 고의적으로 도시를 노리고 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가당키나 한 소린가? 누군가 카름을 움직여 도시를 노리고 있다고?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카름이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마력장이라고 가정하는 게 옳아.’
그렇다면 아직 희망은 있었다.
“놈이 아무리 강력한 카름일지라도 이 광범위한 도시를 전부 아우르는 마력장을 발산하는 건 무리다. 이봐, 거기! 지금 당장 통신용 수정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라!”
“예?”
“뭣들 하고 있어! 이 마력장은 아마도 그 카름이 발산하는 거겠지! 그러면 최대한 놈이 있는 쪽에서 벗어나서 구원을 요청하면 되는 거야! 한시가 급하다! 어서 빨리 갓!”
“예, 옙!”
“그리고 너희들! 너희들은 가까운 곳의 클럽 홀에 달려가서 마법사계열 헌터들의 지원을 요청해라! 지금쯤이면 클럽들도 상황파악이 거의 다 됐을 거다!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설명하고, 마력장을 깨야 한다고 말해! 이 마력장을 없애지 못하면 오키도는 오늘로 끝이다!”
“알겠습니다!”
열 명이 넘는 직원들이 허겁지겁 헌터하우스 밖으로 뛰쳐나갔다. 일단 최우선 과제를 해결한 우룬은 형형한 눈빛으로 나머지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나머지도 필수 잔류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밖으로 나간다! 통신이 안되면 발품이라도 팔아야지! 치안청, 행정청에 현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 그리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거다! 놈이 날뛰기 전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때, 시스템이 출력하는 영상판을 보고 있던 직원 하나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에, 에너지가… 카름이 움직입니다!”
“…빌어먹을. 그놈 타이밍 한번 죽이는군.”
쾅! 우룬의 주먹이 테이블에 거칠게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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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둘러 오키도로 복귀한 소피아 일행은 도시에 진이하지 못하고 발길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활짝 개방된 성문 너머로 다수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색을 보니 오키도에 거주하는 도시민들인 것 같은데, 오밤중에 대체 어디로 몰려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 하나 기이한 점은, 성문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병사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시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이봐요! 어딜 가는 거죠?”
나타샤는 몰려나온 사람들 중 만만해 보이는 남자를 골라잡아 정황을 캐물었다. 덜미가 잡힌 남자는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려다가, 나타샤를 비롯한 일행이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것을 보고는 서둘러 표정을 바꾸었다.
“…모르고 있는 거요? 오키도 전체에 비상대피령이 선포됐소. 도심에 강력한 카름이 출현했으니 서둘러 몸을 피신하라고…….”
“도시에 카름이라고? 이레귤러라도 일어난 거야?”
나타샤의 반말이 불편했는지, 남자는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크험! 험! 그건 나도 모르겠소. 헌터하우스 직원이 광장을 돌아다니며 고래고래 육성으로 상황을 전파하기에 서둘러 집을 나온 것뿐이오. 이 근처에서 경과를 지켜보다가, 별일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가야지.”
“뭐야, 그게… 너무 애매한데.”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요. 그래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알아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궁금하면 댁이 도시 안에 직접 들어가서 물어 보든가. 그럼….”
팔목을 잡고 있던 나타샤의 힘이 약해지자, 남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제 갈 길로 가버렸다.
“이레귤러가 일어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랬다면 이처럼 피난민들이 생기지도 않았겠죠. 도시에 카름이 출현했는데도 피난민이 적은 건, 아무래도 이 애매한 상황 때문일 테고요. 그리고 상황을 육성으로 알리고 있다니… 헨더슨 씨?”
“…광범위한 마력장이 펼쳐져 있군. 이건… 딱 도시를 뒤덮을 수 있을 정도의 마력장이야.”
“음… 세기는요?”
“그리 강력한 수준은 아니야. 딱 워프게이트와 통신을 방해할 만한 수준이로군.”
마력장이 펼쳐져 있다고 그 안에서 주문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전 거리가 장거리이고, 마력 컨트롤의 세밀함을 요구하는 통신 주문이나 이동 주문은 약간의 간섭만 받아도 그 시전 자체가 무효화되거나 중단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대강 상황을 파악한 소피아의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다행히 그녀는 우룬에 비해 한결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카름이 누군가의 손에 조종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목격한 덕분이었다. 도시에 출현했다는 카름과, 절묘하게도 오키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마력장… 이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오키도가 침공당하고 있군요. 누군가 이곳을 노리고 있어요.”
“산 넘어 산이네.”
일행은 약속이나 한 듯 소피아를 쳐다봤다. 행동 방침을 정해달라는 뜻이었다.
“…변수는 없애는 편이 좋겠죠. 헨더슨 씨, 마력장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나요?”
조속히 마력장부터 걷어내야 최악의 경우에도 지원군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는 생각에 의거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렇잖아도 찾아보고는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굉장히 분산된 느낌이군. 아마 여러 곳에서 파장을 펼쳐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키도처럼 큰 도시를 단 하나의 마법진으로 교란시키는 것은 확실히 말이 되지 않는다. 헨더슨의 말처럼 여러 곳에서 구역을 분담해 마력장을 발산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그렇다는 건… 저곳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머리를 들어 도시 외곽의 요소를 살피던 소피아의 눈길이 어느 한 지점에 머물렀다. 그것은 오각형 성벽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도시를 에워싼 다섯 개의 경계첨탑 중 한 곳이었다.
“경계첨탑이 이미 적들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겁니까?”
“네. 아마 다섯 곳 모두요. 고도가 높아 수성에 유리하고, 마법진을 설치해 도시를 공격하기에도 최적의 지형이에요.”
“도시를 방비하기 위한 첨탑이 오히려 도시를 고립시키는 감옥이 돼버리다니… 허, 참.”
“어쩐지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좋아요. 그럼 첨탑부터 공략하죠. 그런데 소피아 씨, 정말 괜찮겠어요? 언니부터 찾지 않아도?”
소피아는 나타샤의 염려를 고마워하면서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오키도에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다른 단서가 없잖아요?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제 직감이지만, 이 일과 언니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와중에 소피아의 뇌리에 스쳐지나간 것은, 비트레이 클럽 홀에 홀로 남겨진 그리드의 딸… 그녀의 조카였다. 카름의 출현으로 도시에 난리가 난 와중에, 그 아이는 잘 대피했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소피아는 이내 그것을 뒤로 미루었다.
‘그 아이는 비트레이의 차기 후계자야. 그 아이를 잃게 되면 비트레이는 공개매각에 들어가겠지. 그건 마티아스도 원치 않을 테니… 이후를 위해서라도, 비트레이의 헌터들이 위험하게 내버려 둘 리 없어. 지금은… 언니를 찾는 게 우선이야.’
비트레이는 오키도 최강을 자랑하는 클럽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아이는 현재 오키도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가슴 어림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듯한 것은 왜일까?
“…가죠.”
애써 불안을 떨쳐 낸 소피아는 어둠의 정령을 소환해 일행을 어둠으로 감싸는 한편, 바람의 정령으로 자기 몸을 둥둥 띄우고는 앞장서서 오키도 성벽 안으로 진입했다.
첨탑으로 가는 길은 혼란의 극치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오키도 치안청 소속의 병사들이 첨탑 입구에서 언성을 높이며 대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쪽은 첨탑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결사적으로 입구를 사수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
“네놈들! 안에서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우린 이곳 입구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에에잇! 말이 통하지 않는군! 비켜라! 제2부대장님을 뵈어야겠다!”
“그럴 순 없다.”
“총대장님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
“나는 직속 상관의 명만을 따른다.”
붉으락푸르락하며 열을 내는 사내와는 달리, 입구를 막고 있는 병사는 뉘 집 개가 짖느냐는 듯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아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죽어버린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새파랗게 젊은 말단 병사의 시건방진 태도에 자극을 받은 사내는 그 점을 눈치 채지 못했다.
“건방진 입을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저것들을 모두 끌어내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사내는 기어코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잠시 후, 첨탑 입구에서는 같은 오키도 치안청 소속의 병사들끼리 죽고 죽이는 잔혹한 상잔이 벌어졌다.
“우오오오! 죽어라!”
“이 미친놈들! 적당히 하란 말이다!”
미친개처럼 눈을 까뒤집고 덤벼드는 병사들과, 돌변한 그들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살기 위해 병기를 휘두르는 병사들.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은밀하게 그 옆을 지나치던 일행은 그 피비린내 나는 풍경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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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금욜이라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좀 일찍 올려 놓습니다. 아마 내일은 연참이 가능할 것 같네요 🙂
은근히 촉수를 쓰는 괴물들이 많은데, 그건 제가 촉수매니아라서가 아닙니다.. 촉수와 동동 떠 있는 얼굴… 모 괴물과 비슷하지요?
트릭스타 / 자세한 사정은 아마 다음 편에?
은신설야 / 감사합니다유~
코카콜라중독 / 하하..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지.. 토요일에 두 편 올릴 테니 봐주세요~
호야[虎夜] / 는 통신두절이라고 합니다..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대대로는 안바꿔도 될 것 같네요~
St0 / 일단은 협력관계라고 보는 편이 좋겠죠?
김도리131 / 괴물덮밥…?
우낄푸핫 / 덮밥 가면 전개가 너무 억지스러워져서요. 어쩔 수 없죠 ㅠ
그눈건 / 찢어진 입으로 펠라.. 죄송합니다. 농담인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