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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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대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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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중에서 그나마 작은 편에 속하긴 해도, 오키도는 딕툼에 비할 수 없는 거대한 도시다. 많은 수의 시민들이 재앙 초기에 대피했다곤 해도, 모든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연고가 없는 노약자, 부랑자를 비롯하여, 무신경한 사람들 중에는 설마 별일이야 있겠냐는 심정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도시에 남은 이들도 있었다.
경우가 좀 다르긴 해도, 최후방 막사에 머물던 사람들도 온전히 빠져나가지 못한 건 마찬가지. 소피아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절반 이상의 시민들이 성공적으로 대피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숫자의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도시 내에 갇혀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환자이거나, 그런 이들을 가족으로 둔 시민들이었다. 수천… 아니, 거의 일만에 달하는 인파가 모두 빠져나가기엔, 소피아가 목숨을 걸고 번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들에게 있어, 아트로포스가 내린 칠흑의 비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선고였다.
“아, 아버지!”
“엄마아아—!”
“안 돼, 안 돼애애–!”
오키도 시내에 지옥이 재림했다. 다리를 절며 가족을 이끌던 아비가 순식간에 바짝 마른 미이라가 되고, 그 사체를 부여잡고 울부짖던 어미 역시 검은 살점에 먹혀 같은 꼴이 되었다. 삽시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았지만,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다들 제 살기에 바빠 아이들을 외면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아트로포스의 양분이 되었다.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추산하면 일천이 아득히 넘어갈지도 몰랐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이 뻗쳐왔다. 새까맣게 먹구름이 진 상공을 뚫고 성스러운 빛의 기둥이 솟아오른 것이다. 눈부신 광휘로 휘감긴 불길은 사악한 살점들을 태우고, 태우고, 또 태웠으며, 끝내는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동쪽을 장대한 빛의 파도로 뒤덮었다.
겨우 살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죽긴 했어도 비로소 이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른 생각을 하던 사람들은, 성벽을 새까맣게 채우며 넘어오는 검은 물결을 보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검은 물결로 화한 아트로포스는 무척 집요했다. 아니, 더욱 절박하고, 탐욕스러워졌다. 예상 밖의 빛의 에너지로 많은 수의 분신체들이 소실된 까닭이다. 그러나 놈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가공할 빛의 에너지가 뻗친 곳은 고작 한 방향에 불과했다. 그 지역이 생체 에너지가 대거 몰려 있는 지역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다른 구역에서도 에너지를 꽤나 보충할 수 있었다.
놈은 머리를 썼다. 저 인간들이 이 땅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성벽 아래의 통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트로포스는 영악하게도 다른 구역의 분신들을 끌어 모아 성벽을 점거했다.
일단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가둬 놓는 게 먼저다. 포식은 나중에 천천히 즐기리라. 이것이 놈의 속셈이었다.
그러나, 만사가 놈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계산 밖의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노도와 같은 기세로 시민들을 덮치던 검은 물결을 가로 막은 것은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벽이었다. 얼핏 보기엔 군데군데 비쩍 갈라져 허술해 보이는 고목의 벽. 아트로포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장벽이었다. 어차피 나무 또한 생체 에너지를 품고 있는 존재. 단숨에 빨아들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
기세 좋게 고목의 벽을 기어오르던 검은 물결이 힘없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이상하다 싶어 재차 진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검은 물결은 고목의 벽을 오를 수 없었다. 마치 기름이라도 발린 것처럼.
분신체에 널리 퍼져 있는 아트로포스의 의식은 어리둥절해졌다. 홧김에 에너지 흡수를 시도해 보았으나, 딸려 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고목(古木)의 안은 한 줌의 에너지도 없이 텅 비어 있어, 오래 전에 썩어 문드러진 고목(枯木)을 보는 듯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예측 못한 문제에 직면한 아트로포스의 의식이 당혹스러워하는 찰나, 한 줄기 싸늘한 조소가 놈의 정신을 일깨웠다.
“생긴 것 만큼이나 멍청한 피조물이네.”
요염하면서도 퇴폐적인, 그러나 어쩐지 힘이 실려 있지 않은 여인의 음성. 그 목소리는 고목의 장벽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틈새로 백옥 같은 다리를 무릎 위까지 노출한,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로브를 걸친 흑발의 여인이 보였다.
“소울 트랩을 모체로 한 괴물이라지? 흥… 저급한 영혼 따위를 갈취하며 연명하는 피조물이 내 영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를 비웃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분노한 아트로포스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장벽에 머리를 들이박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놈은 이 얼기설기 엮인 나무 벽을 통과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고목의 장벽을 일으키며 놈을 도발하는 여인은 데모나였다.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 든 데모나는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곰팡내 나는 늙은이가 도움이 될 때도 있네.”
-네 이년! 고, 곰팡내? 까마득한 선조에게 말본새가 그게 뭐란 말이냐!
“시끄러워. 너절한 늙은이가 주절주절 말만 많아서는.”
고운 아미를 찌푸린 데모나는 품 안에서 부들부들 떨며 진동하는 봉인석을 윽박질렀다.
-나쁜 년! 예의를 밥 말아먹은 년!
“…흥.”
데모나는 한 차례 코웃음을 친 뒤, 봉인석의 리치가 떠들어대는 말을 무신경하게 흘려버렸다. 그래도 평소처럼 베로니카의 의식을 몰인정하게 꺼트려버리지 않는 걸 보면, 그녀의 도움을 인정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소울 트랩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고, 그 영력과 생기를 흡수하여 취하는 주문이다. 그러나 데모나는 ‘썩어버린 숲’과 ‘저주받은 마녀의 혈통’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숙련된 주술사. 그녀가 다루는 고목줄기는 개별적인 혼이 없으며, 오로지 그녀의 영력으로만 존재한다. 더욱이 데모나는 마녀회의 정통을 잇는 최고의 순혈(純血). 뼈를 깎는 수련과 최고최악의 혈통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영력은 소울 트랩으로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영력은 아트로포스에게 천적과도 같이 작용했다. 아트로포스는 자기보다 농도가 짙은 힘을 흡수하지 못 한다. 말인즉, 게오베르그의 어둠을 흡수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데모나가 소울 트랩의 약점을 간파하고 그 허를 찌른 것은 상당 부분 리치 베로니카의 조언에 따른 덕분이었다.
힘없이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은 놈이 안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아아… 사, 살았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됐어.”
어린 아이와 젊은 남녀, 그리고 구부정한 노인… 딱 꼬집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데모나는 속에서 전해지는 생소한 기분에 찌릿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크크크! 쑥스러운 게냐? 앙칼진 계집애가 이럴 때도 다 있구나! 요 새침데기 같으니… 깔깔깔!
“닥쳐.”
-그래, 너도 여자라면 모름지기 귀여운 맛이… 끼에엑!
안에서 추근대며 데모나의 화를 돋우던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이내 아련히 멀어졌다. 데모나가 봉인석을 조작해 베로니카의 의식을 강제로 꺼트려버린 탓이다.
핏기 없이 창백하던 볼에 미미한 혈색이 돌았다. 왠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목 방벽 쪽으로 시선을 돌린 데모나는 돌연 낯빛을 굳혔다. 잠시 소극적인 자세로 물러나 있던 검은 물결이 스멀스멀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여기서 힘을 빼기보다 다른 곳을 노리려는 것 같았다.
“하, 네 생각대로 되진 않을걸.”
물끄러미 놈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있던 데모나는 품에서 통신용 수정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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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타샤와 이두식, 헨더슨은 시내에 남아 있는 벌레교단의 잔당들과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으으으! 이놈들,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 자기들 목숨은 생각지도 않나!”
“누님! 먼저 가십시오!”
“갈 데가 어디 있어! 사방이 먹물 천진데!”
날카롭게 외친 나타샤는 재빠르게 단검을 던져 달려드는 사내의 이마를 꿰뚫었다. 이걸로 벌써 일곱 명 째. 아직도 적의 숫자는 열 명이 넘게 남아있었다.
소피아와 헤어진 뒤, 첨탑 위의 마법진을 해제한 나타샤 일행은 그 와중에 모든 경계첨탑이 적들의 수중에 떨어졌으며, 각 첨탑을 담당하는 부대장들이 벌레교단에 의해 조종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피아를 만나러 지휘부가 있는 헌터하우스로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첨탑을 돌며 마력장을 걷어낼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일행이 고민에 빠졌을 때, 지휘부가 습격당해 엉망이 되었다는 정보가 수정을 통해 전해졌다. 마력장을 없애 일행이 있는 곳의 통신이 복구된 덕분이었다.
통신의 복구 사실을 알게 된 나타샤는 마침 경계첨탑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온 헌터들에게 수정을 빌려 지휘부에 연락을 취했고, 헌터하우스에 소피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결정을 내렸다. 경계첨탑을 돌며 마법진을 파괴하기로.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두 번째로 향한 첨탑에서, 한창 치열하게 헌터들과 싸움을 벌이던 산발 사내와 맞닥뜨린 것이다. 그는 일전에 카우하이드 농장에서 노구덕을 습격했던 벌레교단의 척살대장이었다. 산발 사내는 구면인 나타샤 일행과 마주치자마자 도통 알아듣기 힘든 괴성을 내지르더니, 눈알을 무섭게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이 길고 긴 추격전이 이어진 것은. 놈들은 다른 헌터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스스로의 목숨까지 도외시하며 끈질기게 나타샤 일행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 미친 자식이 왜 우리만 쫓아오는 거야! 다른 놈들도 많이 있는데!”
“아이리스의 잡것들! 그리고 배신자 헨더슨!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미치겠네, 진짜!”
“먼저 날 버린 놈에게 배신자 소리를 듣다니… 신선한 기분이군.”
“이 망할 마법사야, 지금 그런 한가로운 소리가 나와!”
이두식의 등에 업혀있던 헨더슨은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깜둥이, 날 버리고 가라. 그럼 약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다. 마력을 쥐어짜면 큰 거 한 방 정도는 가능할 것 같거든.”
“그럴 순 없습니다!”
“싫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들려오는 외침. 헨더슨은 헛웃음을 머금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꽉 막힌 인간들이군… 따라잡히면 죽을 거다.”
“싫다고 했잖아, 이 인간아! 너 같은 놈 미끼로 내던져서 살아남을 정도로 내가 약해빠진 줄 알아!”
나타샤가 신경질적으로 면박을 주자, 나름 비장하게 나섰던 헨더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얼마 전까지 난 너희들의 적이었다. 이해할 수가….”
“에이 씨! 숨 가빠 죽겠는데 자꾸 말 시키지 마, 이 자식아! 태평한 거 자랑해?”
“…….”
헨더슨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와중에도 살갗이 베일 것 같은 살기는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나마 기력이 있는 이두식은 자신을 업고 있고, 전위를 뚫고 있는 나타샤는 슬슬 힘이 달리고 있다. 이대로 있다간 셋 다 목숨을 잃게 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역시 무리다. 내가 시간을 끌어야…….’
허락은 구하지 못했지만, 애꿎은 이들까지 개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헨더슨은 손아귀에 남은 마력을 집중했다.
‘응? 이, 이게 뭐지?’
넓어진 기감으로 적들과의 거리를 재고 있던 헨더슨은 전방에서 감지되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뒤를 쫓는 사마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힘. 만약 적이라면… 이쪽에 승산은 없었다.
도망치는 데 여념이 없는 나타샤와 이두식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주문을 취소하고, 가늘게 뜬 눈으로 전면을 확인한 헨더슨은 나직한 탄식을 흘렸다.
“…이봐, 멈춰도 돼.”
“헉! 헉! 뭐야! 말 시키지 말라고 했잖아!”
“도망치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뭐라고?”
“앞을 봐라.”
‘이 자식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짜증을 내며 얼굴을 돌린 나타샤의 눈이 돌연 화등잔만 하게 치떠졌다. 그건 바쁘게 다리를 놀리던 이두식도 매한가지. 어느새 두 사람은 도망가는 것도 잊고 걸음을 멈춰 선 채였다.
“나타샤 씨! 이두식 씨!”
멀리서 보았다면 천상에서 강림한 봉황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앞을 가로막은 검은 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아니, 불타오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광염으로 이루어진 한 쌍의 날개를 창연하게 펼치고, 불꽃의 여신처럼 현신한 인물은 아이리스의 최고전력, 임유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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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지원군이 속속들이 당도했네요.. 이제 다 모여서 싸우면 결판이 나겟죠?
트릭스타 / 아.. 알터가 그 알터였군요. 고질라는 킹 기도라밖에 몰라서 ㅋㅋ
가식적썩소 / 감사합니다~!
sprtmxj / 머리가 하얘지면… 그곳도…?
북치네 / 기대에 부응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한펴 ㄴ투척!
†아마테라스† / 머리만 변한 거예요 ㅠㅠ
월병인 / 질로 안되면 물량으로 승부한다!
우낄푸핫 / 오크 구더기라고 하니깐 되게 없어보이네요…
Velos / 드디어…??? 뒤에 뭔가 생략된거 같은데..
호야[虎夜] / 주말에 보실 예정이라면… 이번 파트는 끝날듯 하네요!
달음누리 / 머리… 아니아니아니 체모만 변한 거랍니다 ㅠㅠ
벌레 / 그렇지요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