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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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드래고니안(Dragonian)
73# 드래고니안(Dragonian)
**이번 화는 작품 후기에 임시 공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후기를 꼭 읽어주세요!**
일행은 그날의 야영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에야 당초 목표로 삼았던 남부 지역의 야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반나절 정도 늦어진 도착이었다. 워프게이트가 있었다면 보다 일정을 앞당길 수 있었겠지만, 이 주변에는 워프게이트가 있을 만한 도시나 마을이 없었다. 예상보다 조금 더 시일이 걸린 것은, 순전히 행군으로만 이동해야 했던 탓이었다.
서리여왕이 일방적으로 드레이크를 때려잡았던 격전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산의 초입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계곡의 한축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무너져 있었으니까.
“완전히 쑥대밭이네.”
“여기서부터 천천히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노구덕이 이끄는 조사단은 그 쑥대밭이 된 계곡을 기점으로 삼아, 어딘가에 숨어 있을 카름의 추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하우스의 직원이 말했던, 또 다른 카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발자국이었다. 서리여왕이 잡은 드레이크의 발자국에 비해, 사분의 삼 정도로 작은 크기의 발자국. 얼핏 드레이크의 앞발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처음의 드레이크와는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정석대로 그 발자국을 따라 이동한 일행은, 계곡을 건너 반대편 산등성이까지 이동했다가 금방 난관에 봉착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던 거대 발자국의 흔적이 갑자기 뚝 끊긴 것이었다.
그러자 헨더슨이 툭 던지듯이 한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날개가 있는 개체인 것 같은데.”
“날개라고요?”
“그래. 그만한 덩치를 가진 놈이 크게 뜀박질을 했다면 이 근방에 분명 흔적이 남았겠지.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건 없었어.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잖아. 놈은 여기서 날아간 거야.”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던지라,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신소율은 갑자기 흠칫 몸을 떨었다.
“가만, 날개가 있다면… 드레이크가 아니라 드래곤급이라는 거잖아요? 이거 위험한 거 아녜요?”
“모르는 소리. 드레이크라고 해서 꼭 날개가 없는 종만 있는 건 아니야. 레귤러 탐사를 하면서 몇 번 봤을 텐데? 엄밀히 말하면 와이번(Wyvern)도 드레이크의 일종이야. 수준이 지나치게 낮긴 하지만…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요새 드레이크급은 용종 카름이라 치지도 않는 추세야. 개체 간 힘의 차이가 심한 것도 있지만, 지나치게 아종이 많기 때문이지. 진정 드래곤이라 불리는 괴물들은 역사에 수록된 서른 마리 정도뿐이라고.”
“그럼 다행이지만…….”
신소율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를 하는데, 이번엔 김진솔이 조심스레 거수를 하며 질문을 했다.
“저… 근데 날아오르려면 날갯짓을 해야 하지 않나요? 여기 나무들을 보면, 몸체에 쓸린 건 보여도 홰를 친 것 같은 흔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김진솔의 지적은 꽤 날카로운 데가 있었다. 날짐승, 그것도 드레이크급의 육중한 괴물이 단번에 날아오를 수 있을 리 없다. 필연적으로 사전에 날갯짓을 하는 동작이 필요할 텐데, 김진솔의 말대로 이 근방에는 무거운 동체에 꺾이거나 짓눌린 흔적들만 보일뿐, 거센 풍압이나 날개에 맞아 쓰러진 것으로 짐작되는 흔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흠. 듣고 보니 그렇군. 이제 3년차라고 했지? 네가 쟤보다 나은 것 같다.”
“뭐, 뭐예요! 왜 갑자기 날 끌어들여요!”
“음음. 저 아저씨가 맞는 말 했는데 왜 그래? 찔려?”
“지현 언니까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신소율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동안, 노구덕이 끼어있는 다른 그룹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진솔이 말대로 날아오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어디로 사라진 거지?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 테고…….”
“마력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아요.”
“소피아, 너는?”
“저도 아직은 딱히… 짐작이 가질 않네요.”
마력 감지를 일으킨 임유진이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고, 믿고 있었던 소피아마저 달리 떠오르는 게 없는 듯 말을 아끼자, 답답해진 노구덕은 습관적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오랜만에 늑대탈을 뒤집어 쓴 데모나가 서 있었다.
“데모나?”
“이걸 봐.”
데모나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노구덕에게 손바닥 크기만한 돌멩이를 내밀었다.
“돌멩이? 이게 뭐?”
“멍청하긴. 눈이 옹이구멍이야? 이게 돌멩이처럼 보여?”
“으음?”
쓸데없이 빈축을 사고서야 눈에 힘을 주어 그 돌멩이(?)를 살피던 노구덕은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조각인 듯, 한쪽이 거친 절단면으로 되어 있는 돌멩이. 그 절단면은 겹겹이 층이 쌓인 지층과 흡사한 구조였다. 그 위의 표면은 물결이 치듯 유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반들거리는 빛깔과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꼭 물고기의 비늘과 유사한 모양이었다. 이 경우에는 어류가 아니라 파충류(?)겠지만.
“이건… 드레이크의 비늘인가? 이 지층 같은 건 나이테 같은 거고?”
“그래도 눈이 아주 장식은 아닌데?”
“데모나, 이걸 어디서 주웠지?”
“바닥을 뒤져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걸. 너희 바보들은 쓰러진 나무 같은 거나 신경 쓰느라 전혀 몰랐겠지만. 아니면 너처럼 굴러다니는 돌멩이라 여기고 그냥 지나쳤겠지.”
데모나의 신랄한 비난을 익숙하게 흘려 넘긴 노구덕은 그것을 소피아에게 건넸다. 그 순간 늑대탈을 쓴 데모나의 코 주변에서 씨근덕거리는 숨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다들 비늘에 온통 신경이 팔린 터라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임유진과 함께 비늘조각을 유심히 살피던 소피아는 큰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이건… 정말 비늘조각이네요. 뭔가 강제적인 힘으로 떨어져나간 것 같은데….”
“혹시 탈피를 한 게 아닐까?”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드레이크가 탈피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다고 해도 탈피를 했다면 덩어리 진 표피의 허물이나 비늘뭉텅이가 남아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요….”
임유진도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는지, 역시 그렇구나 하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짐작가는 건 없고?”
“…죄송해요, 주인님.”
“아니, 죄송할 건 없지. 나도 다를 게 없는데.”
소피아가 송구스럽다는 듯 머리를 숙이자, 노구덕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으니, 그녀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기껏 단서를 찾아냈음에도 또다시 조사가 미궁에 빠지려는 분위기로 접어들려는 찰나, 가만히 팔짱을 끼고 서서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던 데모나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하… 한심해서 못 봐주겠어.”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거친 어조. 아마 노구덕에게 무시를 당하고 난 뒤 홀로 분을 삭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노구덕 본인이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를 것이다. 그저 늘 배배 꼬여 있는 그녀니 이번에도 으레 그렇구나 여길 따름이었다.
“데모나,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는 거니?”
상냥하게 물어오는 임유진 쪽을 힐끗 쳐다본 데모나는, 이윽고 섬뜩할 정도로 생생한 늑대의 눈에서 노란 빛을 번뜩였다.
“…작아진 거야.”
“…작아졌다고? 탈피를 말하는 거냐?”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노구덕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일별한 데모나는 나지막이 혀를 찼다.
“탈피 따위가 아니야. 그보다 더 진보되고 세련된 방법이지. 벌레 같은 네 지능으로는 이해를 못하는 것 같으니, 알기 쉽게 말해주자면, 이건 폴리모프(Polymorph)의 일종이야. 이 비늘은 용의 근육과 골격이 급격히 축소하면서 떨어진 부산물이지. 육체가 소형화할 때, 자기들끼리 부딪쳐 깨지면서 파편이 튄 거야. 대부분의 비늘들은 몸에 맞게 작아진 형태로 여전히 붙어 있을 테고.”
“과연…! 그거라면 설명이 가능해요!”
노구덕에게 쏟아지는 독설에 슬며시 인상을 찌푸리던 소피아는, 이어진 데모나의 설명을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손뼉까지 치며 수긍하는 빛을 띠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폴리모프라는 가능성을 떠올린 소피아는 금세 신중한 낯빛이 되었다.
“만약, 정말로 이 개체가 폴리모프를 했다면, 이건 단순한 드레이크가 아니에요. 어쩌면 정말로 드래곤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콰아아아앙–!
소피아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 돌연 먼 곳에서 강렬한 폭음이 일행의 고막을 강타했다. 그와 함께 계곡 건너편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보였다.
“뭐, 뭐야?”
“흑색의 불꽃?”
사방에 퍼져 비늘 조각을 찾고 있던 일행들이 노구덕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진형을 갖추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곡 건너편에서는 계속해서 폭음과 불길이 연거푸 터져 나오고 있었다. 특이한 건, 간간이 치솟는 불길이 먹물처럼 새카만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콰앙! 쾅! 콰쾅!
“…마법사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기라도 한 건가?”
“대체 무슨 일인지…….”
“일단 가 봐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드레이크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가 눈매를 좁히며 계곡 건너를 주시하고 있을 때, 후미에 있던 헨더슨은 무언가가 떠오를 듯 말 듯한 느낌에 인상을 확 찡그렸다.
“가만, 가만. 저거,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 뭐였더라…?”
“헨더슨 아저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시꺼먼 불꽃 말이야. 분명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단 말이지. 그게… 아! 맞다!”
불이 켜진 듯 번뜩이는 얼굴로 손바닥을 짝 마주친 헨더슨. 낯짝이 환하게 변한 헨더슨은 금세 으스대려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봤으나, 불행히도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일행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저 먼 곳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딜 보고 있는… 어…? 저게 뭐지?”
일행의 시선을 따라 불만스레 눈을 돌리던 헨더슨은 금방 다른 이들처럼 멍한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 방금 전까지 연달아 폭음이 터졌던 건너편 계곡의 바로 위 상공,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구름처럼 둥둥 떠 있었다.
기본적인 형태는 사지가 달린 인간과 흡사했다. 그러나 짐승처럼 구부러진 그 다리는 인간이라기보다 말이나 영양의 그것처럼 비대하게 발달해 있었고, 척추가 휠 정도로 부풀어 오른 상체 근육은 괴력의 대명사인 오우거를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괴한 것은 어깻죽지 뒤쪽 부근에서 돋아나, 박쥐처럼 활짝 펼쳐진 피막의 날개였다. 굵은 뼈대 밑에 시커멓게 그슬린 피막을 매달고 있는 커다란 날개는 본체의 두세 배는 될 것처럼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모자라 도마뱀처럼 살랑이는 꼬리까지 달고 있는 그 괴물은, 전신이 물결치는 청록색의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용인(龍人)? 아니면, 도마뱀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뭐라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존재였지만, 일행의 말을 잊게 만든 것은 괴물의 기형적인 외형이 아니었다.
바로 얼굴. 괴물의 얼굴은, 다름 아닌 완연한 인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마에 굵직한 뿔이 돋아나 있고,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긴 하지만, 그건 분명 인간의 얼굴이었다.
그것도… 일행 중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얼굴.
“저 사람은…….”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첫 말문을 연 것은 박지현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괴물의 얼굴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얼마 뒤, 아연히 벌어진 붉은 입술이 달싹이며 ‘얼굴’의 이름을 읊조렸다.
“배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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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연재는 개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휴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전 오후에 걸쳐 매우 바쁠 것 같아서요.. 거기에 금욜이기도 하니, 가게에서도 짬이 날 것 같지 않고.. 휴재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_ _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길 바라며,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stigma / 첫등장 이후 거의 200화 만에.. 소피아 공략 성공…
달음누리 / 네 그렇습니다. 대장정 끝에 겨우 첩실을.. GET
호야[虎夜] / 감사합니다! 오타 수정 완료! 소피아랑 소율이라면… 소율이는 소피아를 ‘울보’ 소피아는 소율이라는 그냥 이름으로 부르겠죠?
월병인 / 충왕각인도 죽창 한 방이면…
asd메이지 / 유진이도 은근히 질투심이 강하다니까요
우낄푸핫 / 정신을 차리면 하렘이 안 되는데… 어떡하죠..
트릭스타 / 그래도 금방 재생을..!
벌레 / 소피아의 가랑..이.. 죄송합니다
킹덤브라더스 / 전혀 몰랐습니다 ㅠㅠ 댓글 보고 알았어요
이벡러그 / 아마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테라스† / 아마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나올 것 같네요! 300화 기념??
차아칸앙마 / 분위기를 보니 데모나도 거의 기정사실로 알고 있으신 분들이 많군요.. 여기서 작가가 뒤통수를..!
은신설야 / 장기간에 걸친 소피아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밥을 떠먹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