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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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파국(破局)
“명을 받듭니다!”
열두 개의 백색 그림자가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연맹산하 오라클, 그 백전대원이라 함은 어중이떠중이나 달 수 있는 직함이 아니었다. 굳이 강함을 논하자면, 빅리그에서도 상위권 이상의 실력자들만이 백전대에 들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고작 좀비들로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없다는 소리다.
백전대원들은 수림을 드글드글 한가득 메우고 있는 좀비들 사이로 짓쳐들어, 야밤을 활공하는 흰두루미처럼 날아올랐다. 그들은 펄럭이는 망토자락을 날개처럼 펼치며 좀비 무리들 한 가운데로 착지하는 듯하더니, 물컹물컹한 좀비들의 머리통을 디딤돌 삼아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머리를 짓밟힌 좀비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썩은 호박처럼 대가리가 터져나갔다. 넓게 산개한 열두 명의 백전대원들이 좀비무리의 머리를 짓밟으며 나아가는 광경은 굉장한 위압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덜미를 잡힐 것이 분명한 상황. 마른 입술을 꾹 깨문 데모나는 잔뜩 쉰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주문을 발동했다.
“…부패의 사슬!”
“조심해라! 독안개다!”
데모나의 손에서 뻗어 나온 진득한 녹색 연기가 전면을 에워싸자,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백전대원들도 그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산개에서 밀집대형으로 전환한 백전대원들은 신속히 품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화르륵–!
찢어진 스크롤에서 선연한 불꽃이 일며 백전대원들의 주위를 활활 타오르는 홍염으로 감쌌다. 불의 방벽으로 시전자를 보호하는 플레임 실드(Flame shield)였다.
독을 태우는 것은 불. 데모나가 쏘아 보낸 녹색의 안개도 그 이치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스멀스멀 다가온 독연이 플레임실드에 가로막혀 거뭇하게 타버리는 것을 확인한 백전대원들은 그대로 불꽃의 바퀴(火輪)가 되어 돌진을 감행했다.
“헉, 헉….”
낯빛이 새하얗게 탈색된 데모나는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몸 안이 깡그리 비어버린 깡통처럼 허전하기만 했다. 이미 소환에 모든 힘을 써버려 더 이상 버틸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빠르게 엄습해 오는 죽음을 무력하게 바라보고만 있는 찰나, 칼칼한 호통이 밤중의 야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리었다.
-이놈들! 멈춰라아아아!
귀가 먹먹한 호통을 내지르며 백전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으스스한 마력을 흩뿌리는 리치 베로니카였다.
“리치다!”
-여기서 마녀회의 맥이 끊어지게 둘 수는 없다!
달랑 해골만 남아 있는 탓에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천둥처럼 울리는 그 음성만으로도 베로니카가 얼마나 급박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글거리는 화염을 휘감은 채 달려오는 백전대원들과 마주한 베로니카는 손을 떨쳐 전면에 거대한 빙벽(氷壁)을 세웠다. 동쪽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또 다른 강력한 언데드, 듀라한이 지원을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작전은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에 의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시간끌기인가. 조악한 작전이군.”
-브, 블링크? 카학!
블링크로 순식간에 공간을 도약, 베로니카의 얼음벽을 뛰어넘어버린 자는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던 백전대장이었다. 빛살처럼 등장한 그는 베로니카가 지껄일 틈을 주지 않고 주저 없이 그녀의 가슴팍에 칼을 박아 넣었다.
성스러운 광휘가 흐르는 칼날은 단숨에 베로니카의 갈빗대를 잘라내고, 그 본체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이차원에 보관되어 있는 라이프베슬이 있는 한 죽을 염려는 없었지만, 한동안 거동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일격이었다.
-전투 마법사…? 아니면, 마검사인가? 컥! 아, 안 돼!
비틀거리는 베로니카의 몸을 발로 차, 박혀 있는 칼날을 빼낸 백전대장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베로니카를 내버려두고 그 뒤의 데모나에게 향했다.
나무 밑동에 기대 서 있는 데모나는 고개를 까딱하는 것도 힘에 겨운지, 저벅저벅 다가오는 인기척에도 머리를 늘어뜨린 채 거센 숨을 헐떡이고만 있었다.
“끝이다. 마녀… 흠?”
데모나의 어깨에 칼을 가져다 댄 백전대장은 갑자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눈에 비치는 데모나의 모습이 기이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창백한 얼굴 아래, 일부 하얗게 드러난 피부 곳곳에 암녹색의 얼룩이 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이상한 반점들 중에는 피부를 뚫고 뭔가 새싹 같은 게 돋아난 것도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어둠에 파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와서 보니 문둥병 환자처럼 심각해 보이는 몰골이었다.
“…식물? 몸이 식물로 변하고 있는 건가?”
“…잔말 말고… 죽이러 왔으면 어서 죽여.”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흑발 사이로 첨예하게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백전대장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어리석기는… 분에 넘치는 힘을 사용한 대가인가. 어차피 가만 내버려둬도 죽을 몸이었군.”
데모나가 보이고 있는 이상증세의 원인을 멋대로 단정 지은 백전대장은 뒤에서 느껴지는 여러 명의 인기척에 힐끗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싸움은 끝나 있었다. 숲을 가득 메우던 좀비와 해골, 다수의 언데드들은 모두 그 힘을 잃고 역소환이 되거나 평범한 시체로 돌아가 버렸다. 언데드 군단을 지탱하는 리치 베로니카와 데모나의 힘이 다하자, 군단 전부가 역소환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일주일 가깝게 쫓겨, 기력이 쇠잔한 몸으로 이만큼이나 시간을 끌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기량이 대단하다는 방증이었다.
“백전대장, 마녀는 어떻게 됐습니까?”
“보다시피 저 꼴이오. 이래서야 죽일 맛도 나지 않는군.”
수하들에게 전장정리를 맡기고 온 게돈은 비참한 꼴을 하고 있는 데모나의 모습을 보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조금 전까지 팔팔하게 날뛰던 계집이 왜 이렇게 되었답니까? 꼭 곰팡이가 슨 것처럼….”
“지나치게 힘을 과용한 대가이지 않겠소?”
“그렇군요… 허면, 이 계집을 어떻게 처분하실 건지…?”
백전대장은 게돈의 멧돼지 같은 낯짝에 서려 있는 음흉함을 알아채곤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문둥이나 다름없는 꼴을 보고도 그런 마음이 들다니, 어찌 보면 대단하기까지 했다.
‘하긴, 얼굴은 꽤 반반한 계집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내버려 둬도 곧 죽을 계집이다. 데모나의 처우를 두고 잠시 고민하던 백전대장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저토록 무기력한 상대를 베는 것도 찝찝했고, 무엇보다 애초 오라클의 목표는 오래전부터 수배령이 떨어진 바이론이었지, 저 마녀가 아니었다.
“난잡한 짓거리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으니, 우린 이대로 다른 목표를 찾아보겠소.”
백전대장의 말에 잠깐 뜨끔한 표정을 지은 게돈이었지만, 그는 이내 넉살 좋게 신색을 회복했다.
“하하… 그 바이론의 뒤를 쫓을 생각이십니까?”
“그래야하지 않겠소? 어쩌면 이 근방에서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어쩌면 이 계집이 놈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백전대장의 차갑게 내려앉은 시선이 축 늘어져 있는 데모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어지럽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여전히 스산한 독기를 발하고 있는 눈동자가 보였다.
“…죽음을 앞둔 계집이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군.”
“흠, 그러시다면야.”
“그럼 이만.”
“예에. 건투를 빌겠습니다.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우선 이 계집을 데려가야 할 것 같아서…….”
허울 좋은 말을 가벼이 흘려 넘긴 백전대장은 휘하 열두 명의 백전대와 함께 곧 자취를 감추었다. 험상궂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넉넉한 웃음을 짓고 있던 게돈은 백전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단번에 표정을 뒤집어버리고는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킁. 연맹의 개 주제에, 고고한 척 하기는.”
조직도 상으로는 같은 연맹의 산하이나 위원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경무대와 연맹 ‘직속’이라 할 수 있는 오라클 백전대. 같은 자식이라도 해도, 적자와 사생아 만큼의 차이가 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처지가 다르다. 게돈의 투덜거림은 경무대와 백전대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의 차이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장님 이 계집은 어쩔까요? 꼴이 영 말이 아닌데….”
“이 자식이, 뭘 빼고 그래. 그래도 구멍은 달려있을 거 아냐. 아직은 멀쩡한 부분이 더 많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흐흐, 그렇긴 합니다.”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주고받은 게돈과 경무대원들은 음충맞은 소리를 내며 늘어진 데모나에게 다가섰다. 곳곳에 녹색 반점이 피어난 데모나는 그렇다 쳐도, 사방에 썩은 악취를 풍기는 시체가 널려 있는 가운데서 일을 치를 생각을 하다니, 그 대장에 그 부하들이라고, 확실히 비위가 보통은 아니었다.
그때, 음탕한 모의를 하는 게돈과 그 일당들의 뒤쪽에서 비웃음어린 가냘픈 음색이 들려왔다. 나무 밑둥에 힘없이 기대어 앉은 데모나였다.
“…내 이런 모습을 보고도 발정하다니, 너희들… 참 대단하네. 먹을 수 있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처먹는 돼지새끼들 같아.”
“이 계집이… 상황 파악이 덜 됐나 보군.”
경무대원 하나가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앞으로 나서자,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을 힘겹게 쓸어올린 데모나는 피식 입매를 터뜨렸다.
“내 처지는 아주 잘 알고 있어. 요컨대 너희는 나와 하고 싶다는 거잖아? 안 그래? 내 다리를 벌리고, 거기 껄떡이는 물건을 쑤셔 넣고 싶은 생각뿐이겠지.”
“그, 그렇지….”
윤간 당하기 직전의 여자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한 태도에, 기세 좋게 나섰던 경무대원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말을 더듬었다. 자기는 상관없다는 듯 말하는 것이, 꼭 남 일을 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좋아. 마음대로 해.”
“뭐, 뭐라고?”
“죽기 전에 알아서 처녀 딱지를 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너희들의 너절한 낯짝은 보기만 해도 역겹지만, 보다시피 내가 이런 꼴이니 그 정도는 감수하겠어.”
“…….”
“뭐해? 너 따위는 평생 가도 못 먹어 볼 미녀가 대주겠다잖아. 차려진 밥상도 못 처먹는 멍청이냐, 너는?”
협박을 하러 나섰다가 도리어 욕을 얻어먹은 경무대원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게돈을 쳐다봤다. 도움을 구하는 강아지처럼 끙끙대는 눈빛을 받은 게돈은 어이쿠야 신음하며 이마를 짚었다.
‘저 등신새끼. 곧 뒈질 년한테 기선을 제압당하면 어쩌자는 거야. 저런 년을 어떻게 길들이는지, 내가 올바른 예시를… 어? 잠깐만.’
직접 나서서 데모나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던 게돈은, 갑자기 걸음을 떼다 말고 묘한 눈빛으로 수하와 데모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수하에게 지시를 했다.
“좋다. 우리도 나무토막을 안는 것보다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와야 흥이 살거든. 이봐, 운 좋은 녀석.”
“예?”
“네가 먼저 해라. 아, 아랫입 말고, 윗입으로 해. 첫 개통은 내가 할 거니까.”
“저, 정말입니까?”
지목을 받은 수하는 이게 웬 떡이냐 하는 표정으로 바지춤을 풀어 내렸다. 아래가 아닌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다른 놈들을 제치고 일 순위가 된 것만 해도 굉장한 특혜였다. 적어도 딴 놈들 것으로 질척질척해진 곳에 물건을 넣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 마녀야, 내가 네 첫손님이다.”
“흥….”
뭔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고 있는 데모나를 보자, 경무대원은 하반신에 더욱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본래 나긋나긋한 여자보다는, 이렇게 도도하고 건방진 여자가 사내의 정복욕을 더 자극하는 법이니까.
바지를 내리자,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처럼 고개를 쳐든 남근이 드러났다. 새삼 자신의 분신을 자랑스럽게 내려다 본 경무대원은 추하게 덜렁거리는 그것을 데모나의 눈앞에 들이댔다.
“빨아라. 네 소원대로 서방님이 오셨… 끄아아아아–!”
득의양양하게 지껄이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이었다. 아랫도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신이 천 갈래로 쪼개지다 못해 분말로 빻아지는 듯한 격통을 체감한 경무대원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나뒹굴었다. 부릅떠진 시야로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퉷!”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어대던 데모나는 피투성이가 된 입술 사이로 시커먼 고깃덩이를 핏물과 함께 내뱉었다. 그녀가 물어뜯은 경무대원의 남근 일부였다.
처절하게 울부짖는 경무대원을 앞에 둔 데모나는 피가 흥건한 입매를 말아 올려, 그린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첫 손님은 안타깝게도 조루였나보네. 자, 다음 손님은 누구?”
“역시… 그렇게 나오셨다 이거군.”
우드득!
흉흉한 뼛소리를 낸 게돈은 무섭게 굳어진 얼굴로 데모나에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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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피곤해서 아침화를 올리지 못했네요.. 내일은 올릴 수 있을지.. 어떨지.. 당연히 최소 한편은 올라가지만요.
추운 날 감기 조심하세요!
소렐라 / 은근히 아이리스에는 기구한 애들이 많네요… 작가 탓인가?
월병인 / 회광반조 같은 거죠.. 몸상태가 정상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찍
가식적썩소 / 감사합니다. 오타 수정했어요~!
cxz778 / 네. 몸에 무리가 많이 가서..
asd메이지 / 작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초반부에 시체 많다고 떡밥 깔아둔 것도 있고..
†아마테라스† / 일단 스스로 시간은 좀 벌었네요…
은신설야 / 데모나 강아지라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물어뜯는..? 호두까기..?
니오그타 / 오! 회원님의 지식에 오늘도 감탄하고 갑니다!
호야[虎夜] / 다시 한편을 투척합니다.
북치네 / 넵 항상 감사합니다~!
Na-Ru / 어째 자꾸 덮밥으로 귀결되는 것 같은건… 기분탓인가요?
너굴2i / 그간 보인 비중을 생각하면 좀 그렇긴 합니다만, 질질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벌레 / 그렇게 그곳을 뜯겨버리고 마는데..
신수[神手] / 바이론도 알고 보면… 흠흠…
사소허 / 쿠폰 감사합니다~! ntl이라는게 또 따로 있었군요!
보쌈 / 지지부진하고 개고생하는 건 1부로 적당하다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