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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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십존쟁탈(十尊爭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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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과 에드가, 두 초인의 대치 국면을 지켜보던 이진주는 불안스레 눈을 굴렸다.
“이…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길 거야. 반드시.”
“우으….”
추호의 의심조차 느껴지지 않는 즉답. 윤희지의 눈동자는 오로지 김정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계획을 입안한 사람은 바로 윤희지, 그녀였다. 윤희지는 오로지 김정인을 위하는 일념으로 이 계획을 준비했다. 사전에 하태경의 도움을 얻어 에드가의 성벽과 취향을 조사하고, 김정인의 추종자라 할 수 있는 이진주와 크라벨을 밤낮으로 설득하여 동의를 구해냈으며, 본인이 직접 에드가를 유혹해 교섭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인은 크게 화를 냈지만, 윤희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의 순종적인 면모를 내던지고 전심전력을 다해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었다.
‘우리의 꿈을 위해서예요. 이건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예요.’
‘제가 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정인 씨의 실력은 제가 잘 알아요. 절대 지지 않아요. 저희는 신경 쓰지 말고 전투에만 집중하세요. 저도, 진주도, 크라벨도 동의한 일이니까요.’
‘…….’
‘이제… 더 높이 날아오를 때가 되었어요. 수리가 되어 큰 날개를 떨치고, 저 하늘을 단번에 움켜쥐는 거예요.’
그리하여, 윤희지는 김정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는 윤희지 혼자만의 독단이 아닌, 클럽의 또 다른 두뇌라 할 수 있는 하태경과의 충분한 합의를 거친 끝에, 분명한 승산이 있다 생각하여 시행한 계획이었다.
김정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몸뚱이 정도는 기꺼이 판돈으로 걸 수 있는 독한 배짱. 그리고 조금도 그의 실패를 의심하지 않는 광신(狂信)에 가까운 믿음. 얼핏 보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점으로 보였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윤희지는 스스로의 이런 점들을 훌륭히 장점으로 승화시켜 김정인의 뒷바라지를 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십존쟁탈이야말로 후에 그녀의 내조를 평가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터였다.
이진주는 윤희지의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반면, 같은 담보 신세인 크라벨은 자기의 운명이 이 한 판 싸움에 걸렸다는 걸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인지, 하품까지 쩍쩍 해대며 무사태평한 모습이었다.
“후아아암… 소심이, 무슨 걱정이에요? 우리 리더가 질 리가 없잖아요. 저런 쓸데없이 살찐 몸으로 리더를 어떻게 잡는다고?”
“크라벨 언니… 사, 상대는 십존이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헌터!”
“헷. 가장 강한지 어떤지는 붙어보지 않으면 모르지요. 그리고 난 리더보다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소심이, 리더가 지는 거 본 적 있어요?”
“아, 아뇨…. 그런 적은 없지만….”
“그럼 이번에도 안 지겠지요. 너도 참, 걱정을 사서 하네요.”
어쩜 이리도 태평할 수 있는지. 크라벨에게 한 소리를 들은 이진주는 뭔가 굉장히 억울한 느낌이었지만, 달리 할 말도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보다 윤희지 헌터, 조건은 확실한 거지요? 리더가 이기면 유혹해도 아무 소리 않기. 오케이?”
크라벨의 직설적인 말에 윤희지의 미려한 눈썹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어쩌겠나. 애초에 그 조건으로 크라벨과 이진주, 두 사람의 동의를 구한 것을.
“…알고 있어요. 어차피 정인 씨는 저 혼자서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니까요.”
“우으응~ 난 그런 어려운 생각은 안 해요. 내가 아는 건 딱 하나, 리더가 최고의 남자라는 거지요. 그치만 리더는 여자에 관해서는 담백한 편이니… 오, 맞아! 소심이랑 알몸으로 육탄 공세를 펼치면 성공률이 두 배로 올라갈 지도?”
“그, 그런 짓은 안 해요!”
“조용히.”
소란을 피우는 두 사람을 넌지시 타이른 윤희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대무투장 한복판을 가리켰다.
“…싸움이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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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헤모스 에드가의 기술은 론다리온 교단의 신성 주문이 주를 이룬다. 이 론다리온 교단은 전쟁의 신을 숭배하는 집단답게 매우 호전적이어서 달리 ‘전쟁교단’이라 불리는데, 전쟁교단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에드가는 교단 내 기존의 모든 기술을 집대성하여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신성 병기(Holy weapon)라 할 만한 존재였다.
“누오오오오옷–!”
선공은 에드가였다. 전신에서 아지랑이 같은 신성력을 발산한 에드가는 머리 높이 치켜든 워해머를 대뜸 땅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땅거죽이 뒤집히며, 그 충돌면에서 수십 개의 벼락 줄기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천둥 망치!”
승천하듯 솟아오른 벼락이 폭죽처럼 쪼개지며 대무투장 전역에 광범위하게 내리꽂혔다. 벼락을 다스리는 천신의 위엄이 이러할까. 수백, 수천 갈래로 나뉘어진 번개 폭풍은 번개의 신 인드라가 사용한다는 인드라망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살갗을 통째로 튀겨버릴듯한 전하의 폭풍이 반경 이백여 미터에 달하는 대무투장 전 지역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그럼에도 김정인은 폭포 수련을 하는 고승처럼 고요히 서 있기만 할 뿐, 미동조차 없었다.
이대로 번개 폭풍에 휩쓸려 통구이가 되나 싶은 순간, 고고하게 하늘을 우러르던 검이 달빛처럼 휘영청한 반사광을 토해냈다. 이윽고, 우윳빛의 검신이 자아내는 유려한 장막으로 주변을 둘러친 김정인은 셀 수 없이 내리꽂히는 번개 다발을 모조리 튕겨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번개폭풍을 무위로 되돌리는 검의 춤사위도 대단했지만, 베헤모스 에드가는 벌써 그 다음 공격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검막이로군!”
눈 깜짝할 사이에 김정인과의 거리를 좁힌 에드가는 거대한 워해머를 휘둘러, 김정인을 검막째로 후려쳐버렸다.
뚜캉!
“크으으읍!”
김정인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실로 내장을 뒤흔드는 무지막지한 충격. 물리적인 타격도 엄청났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신체 내부를 찌릿찌릿 저리게 만드는 전기 충격이었다.
“푸하하하하! 어업?”
여세를 몰아 김정인을 몰아치던 에드가는 거구를 휘청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거인의 힘 과도 같은, 굉장히 강력한 압력이 불시에 그를 뒤로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북왕 아이벤은 자기도 모르게 흥겨운 감탄성을 발했다.
“호오! 거검(巨劍), 기간틱 소드로군! 검압을 다루는 저 검술이 소드시커에게 이어졌을 줄이야….”
북왕이 즐거워하거나 말거나, 예기치 못한 기술에 당해 상대에게 숨 돌릴 틈을 주고 만 에드가에게는 짜증나는 잔재주일 뿐이었다.
“이런 애송이 놈이!”
고함과 동시에 김정인이 있던 자리에 다시 한 번 벼락이 내리쳤다. 두터운 암반을 사정없이 쪼개버리고, 그 주변을 시커멓게 그을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위력을 지닌 벼락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김정인은 없었다.
김정인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에드가는 본능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우측면을 방어했다.
깡!
유령처럼 나타나 에드가의 목줄을 노린 김정인의 동공이 가는 떨림을 보였다. 분명히 검이 일러주는 선을 따라 깔끔하게 베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에드가의 완갑(腕鉀)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나운 흉성을 발하는 한 쌍의 광망이었다.
“검술이 전부인 시시한 놈. 베이지 않는 상대를 마주 대한 느낌은 어떠하냐?”
꽈르르릉! 쿠릉!
김정인은 감히 답할 새도 없이 급히 몸을 빼야만 했다. 에드가의 주위에서 먹먹한 천둥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가 발을 디디는 곳에 어김없이 불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그저 미약한 번갯불이 아니라, 번개 하나하나가 집 한 채 정도는 너끈히 잿더미로 만들 수준의 강맹한 위력이었다.
이후로는 지지부진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에드가가 대무투장을 난장판으로 짓쑤시며 종횡무진하는 사이, 김정인은 특유의 민첩성을 살려 번개를 피하는 한편 틈이 보일 때마다 예리한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번개마저 짓뭉개버리는 그의 검압도 에드가의 신성 무장 앞에서는 무용지물. 격전이 지속되는 동안 에드가의 몸에는 미세하게 긁힌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우하하하하!”
콰르르… 콰앙!
경이적인 신위를 보이는 에드가의 기세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무대가 된 대무투장은 난장판이 되다 못해 황폐한 잿더미로 화해 있었다. 아마 그 어떤 고위 마법사도 이 만큼이나 많은 주문을 난사하지는 못할 터이다. 그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전장 전역을 번쩍이는 벼락으로 물들이면서도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에드가는 마치 김정인을 상대로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 벼락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성력의 최고 장점은 숱한 교단이 품고 있는 고유 성질에 따라 어느 속성으로도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힘은 사용하기에 따라 단단한 방패가 되기도, 날카로운 창이 되기도 했다.
그 육신에 측정불능의 무한한 신성력을 지닌 베헤모스 에드가. 그는 김정인의 검으로도 베어낼 수 없는 금강석의 몸뚱이를 지녔을 뿐 아니라, 의지만으로 대지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권능을 동시에 가진 괴물이었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도망치는구나!”
번개로는 김정인의 날랜 몸놀림을 따라잡을 수 없다 여겼는지, 에드가의 갑주에서 서슬 퍼런 빛을 발하고 있던 전하가 안개처럼 흐려졌다. 그 뒤, 곧바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였다.
“홀리 썬더(Holy thunder)에 이은 홀리 프리즈(Holy freeze)인가. 성갑의 효능을 잘도 이용하는군. 이건 좀 골치 아프겠어.”
“흥. 그래봐야 진짜에겐 미치지 못해.”
관전하던 북왕의 말처럼, 전장을 날래게 휘젓고 다니던 김정인은 점점 발밑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에드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오는 냉랭한 오오라가 그의 움직임을 서서히 둔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저주인가.’
이건 단순히 추위로 인한 근육의 수축이 아니었다. 마치 사악한 주술이나 저주처럼, 그의 육체에 강력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역시 좀 전의 번개폭풍처럼 필드 전역을 뒤덮고 있는 터라, 달리 속박을 벗어날 방도도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는 시간을 끌수록 그만 불리해질 뿐이다. 김정인은 전법을 바꿔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민첩성을 살린 치고 빠지기에서, 힘과 힘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정면 대결로.
천천히 다가오는 김정인의 얼굴을 일별한 에드가는 두꺼운 갑주를 들썩거리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피라미 녀석! 이제야 제대로 붙어 볼 마음이 생겼나보군!”
“…….”
업신여기는 말투와는 달리,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한 에드가의 눈길은 김정인의 칼끝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 또한 백 번, 천 번의 전장을 넘나든 역전의 용사. 상대가 아무리 경력 없는 애송이라 할지라도, 멍청하게 방심을 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하물며 절정에 이른 검사는 암만 수세에 몰렸더라도 언제나 최후의 한 수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지.’
수천에 이르는 번개다발의 파상공세를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피해내고, 그 와중에 몇 번이나 기습적인 검격을 날린 상대다. 자신과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그 참격엔 그가 이제껏 상대한 자들 중 수위에 꼽힐 만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오너라!”
그의 거구를 감싼 성갑에서 눈부신 무지갯빛의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신체가 발휘하는 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포스(Force) 오오라와, 온갖 물리, 마법적 능력에 대해 최고조의 저항을 부여하는 인듀어런스(Endurance) 오오라였다.
삽시간에 에드가의 지척까지 도달한 김정인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분했다. 이 순간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삼색의 오오라도, 두개골을 깨버릴 듯 짓쳐드는 워해머도 아닌, 갑주의 틈 사이로 선명히 드러난 에드가의 목 동맥이었다.
그리하여, 불과 두세 걸음을 사이에 두고 두 초인의 시선이 교차한 찰나….
스각!
에드가의 배후, 전면 백여 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가로로 양분되며, 일(一) 자 모양의 직선이 뚜렷하게 아로새겨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일요일에 오랜만에 올려보네요! 에드가는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이번엔 리리플 대신, 답글 중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몇 가지를 답해드리겠습니다. 몇몇 분들의 리플이 계기가 되었어요!
1. 김정인이 응응(..)한 것은 희지 하나인가?
예. 맞습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다만 크라벨이나 진주가 가지고 있는 건 연애감정이라기 보다 강자에 대한 존경, 경외, 혹은 동경이죠. 차후 이 둘이 정말 김정인과 응응을 할지는 작가도 모릅니다..
2. 희지는 원래 정인이 덤으로 라이오넬에 들어간 겉절이가 아니었나? 그런데 갑자기 이스턴리그 최고의 마법사로 갑툭튀하다니?
처음에는 겉절이 맞았습니다. 다만 희지 재능은 절대 나쁜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준수한 편이죠. 정령, 마법 재능을 고레벨로 동시에 가지고 있고, 심지어 언령(S) 재능도 있었습니다. 거기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유진이에게 어떤 마법사의 비전 수련법까지 전수받았죠.
떡밥 없이 강해진 게 아니라, 예전에 정인이 희지가 여관에서 같이 자고 난 뒤였나요? 그 에피소드에서 희지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묘사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얘, 알고 보면 정말 독한 얘예요..
그리고 하나 더! 정인이를 비롯해 희지 등 라이오넬은 프라임리그 제외하면 최고위급인 이스턴리그에 있으니 그만큼 아이리스보다 얻은 성과나 수혜도 많습니다.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건 다음화에 언급될 예정입니다!
3. 토레토레 ??? 토레토레님께 리리플은 달아드린 건 기억나는데.. 이게 본문에 나와 있나요? 찾을 수가 없네요…
피드백은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하신 점은 언제나 가감없이 리플로 달아주세요! 작품 오류를 고쳐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