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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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진감래(苦盡甘來)
담담히 대답한 드리안은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데모나는 그의 위엄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흐응, 그럼 어쩔 수 없지. 근데 내 궁금증은 안 풀어줄 거야? 난 궁금해. 당신이 정말로 그 여자를 죽인 이유가 뭔지.”
번쩍 눈을 뜬 드리안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헛소리 그만해라! 난 단지 배신자를 죽였을 뿐이야!”
“정말?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시술 안 해줄 거야.”
“크으으으!”
드리안은 온 얼굴로 분노를 표출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생애를 통틀어 이런 조롱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였다. 몸이 성했으면 당장에라도 저 얄미운 입을 쫙 찢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엎드려 빌어서라도 삶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
‘내가 살아나면 네 년부터 죽이고 말겠다.’
반쯤 체념한 드리안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녀란 족속은 제멋대로에다 괴팍하고 변덕이 심해서, 거짓을 고할 경우 정말로 나몰라라 나가버릴 수도 있었다. 드리안은 차마 자신의 목숨을 놓고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 내가 사주했다. 임혁진이 노구덕을 제거해주길 원했지만, 놈은 멍청하게도 패배하고 말았지. 그래서 죽여서 입막음을 했다. 그런데 케샤가 어떻게 알았는지, 날 암습한 거다. 그 계집이 떠벌리기 전에 머리를 날려버린 거고.”
“당신도 어지간하네. 그냥 자기 손으로 죽이면 될 것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놈이 죽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지.”
완전히 체념했는지, 드리안은 묻는 대로 술술 대답해 주었다.
“구더기한테 무슨 원수라도 진 거야?”
“후후. 원수라고? 오히려 내가 놈의 원수겠지. 놈은 그냥… 걸림돌이야. 밖의 김정인을 보았나?”
데모나는 우유를 홀짝이다 말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 착한 척 하는 인간?”
“그래, 제대로 봤군. 김정인은 원래 그런 놈이야. 후, 전부 말해주지. 그는 이전 세계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던 시한부 인생이었어. 난 그 재능을 알아보고 스카우트를 제의했지. 스퀘어에 오면 몸이 재구성되면서 이전 세계에서 가지고 있던 질병은 전부 사라지니까. 김정인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어.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뵙고 오겠다고, 기다려달라 했지.”
길게 말하는 것이 힘겨운 듯, 드리안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원래 그래서는 안 돼. 헌터 후보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평해야 하니까. 하지만 난 그 자리에서 스카우트를 마무리 짓지 않고 그 요구를 들어줬지. 근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어. 김정인이 돌아오는 길에 발작을 일으킨 거야. 그가 몰던 차가 사람을 치어버린 거지. 그게 저놈, 노구덕이야. 난 뒤늦게 그걸 보고 다급하게 차원이동을 시켰어. 시간이 촉박해서 좌표도 어림짐작에, 모든 게 엉망이었어. 덕분에 노구덕까지 스퀘어에 딸려오게 된 거지.”
데모나는 ‘차’가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대충 문맥상으로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의 내용은 뻔했다. 유례없는 재능을 가진 김정인과, 그 발목을 잡는 노구덕. 드래프트에서부터 전속 계약, 주스트까지. 드리안이 노구덕을 제거하기 위해 벌인 모든 일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되었다. 데모나는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신부처럼 갖은 추임새를 넣어가며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한참이 지난 후, 드리안은 한층 더 초췌해진 얼굴로 데모나를 올려다봤다.
“자,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네 차례다. 어서 날 치료해줘.”
하지만 데모나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데?”
“…….”
어느새 깨어나 찢어 죽일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노구덕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 드리안은, 그대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병신처럼 말을 더듬으며 쉴 새 없이 눈을 굴려댔다.
“이게, 이게 대체……?”
“드리안! 이 개새끼! 너였구나! 네가 날 여기로 오게 한 거였어! 이 찢어 죽일 놈!”
“그래. 마음껏 떠들어. 소리가 밖에 새어 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
눈에서 시뻘건 불길을 토해내며 화산 같은 분노를 표출하는 노구덕과 천언덕스럽게 앉아 그를 부추기는 데모나. 드리안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데모나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불쌍하게 눈만 굴리는 드리안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그냥, 구더기가 궁금해 하더라고. 내 충실한 하인이 될 몸인데, 그 정도 궁금증은 풀어줘도 될 것 같아서.”
“이, 이, 이 년! 처음부터 날 살릴 생각은 없었구나!”
데모나는 빨갛고 작은 혀를 쏙 내밀었다. 그 모습이 꼭 얄미운 소악마 같았다. 드리안에게는 얄미운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악몽이었지만.
“그걸 이제 알았어? 잠깐 자고 있어. 그럼 모든 게 끝나.”
“아, 안 돼!”
히죽 웃는 마녀의 얼굴.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강력한 마취제로 드리안을 잠재운 데모나는 눈처럼 하얀 장갑을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벌겋게 달궈진 눈으로 드리안을 노려보던 노구덕은, 수술 직전의 의사처럼 손가락을 쥐었다 펴는 그 모습을 보고 꺼림칙하게 말했다.
“정말…… 그거 해야 되는 거냐?”
“이제 와서 무슨 소리? 아니면 대신 죽을래? 아, 어차피 이 작자는 오래 살지 못할 테니 둘 다 죽겠구나.”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닥치고 보고 있어. 아프진 않을 테니까. 이거부터 끝내고 팔도 손봐줄게.”
데모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에서 몇 가지 도구를 꺼냈다. 크기별로 다양한 손칼들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 감씨 비슷하게 생긴 씨앗들이었다.
“이식 수술은 오랜만인데…….”
자신 없는 말투였지만 손놀림은 과감했다. 손칼을 쥔 그녀의 손은 슥삭슥삭 외과의사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드리안의 눈가를 살짝 째고, 흉이 남지 않도록 미세하게 벌려 논 다음, 작은 손바닥으로 가리듯이 덮었다. 그녀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좁히자, 무슨 술수를 부린건지 뻑! 하는 기음과 함께 드리안의 눈알이 뽑혀져 나왔다.
“…….”
‘사람의 눈이 저렇게 쉽게 뽑히는 거였나?’
노구덕은 숨을 죽이며 데모나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조금 후에는 자신도 저 비슷한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또, 비록 증오의 대상이긴 하지만, 인간 마루타가 되어 산 채로 눈이 뽑히고 있는 드리안이 불쌍하게도 느껴졌다.
데모나는 미리 꺼내놓은 유리병에 눈알 하나를 담갔다. 그리고 또다시 바쁘게 손을 움직여 드리안의 남은 눈알 한쪽마저 뽑아버렸다. 신경다발이 그대로 붙어있는 눈알은, 마녀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필사적으로 동공을 굴려댔다.
“뽑힌 눈깔 주제에 뭐 이리 눈을 굴려?”
어이없게 중얼거린 데모나는 남은 눈알 하나도 유리병에 집어넣은 후 드리안의 퀭하니 비어버린 양쪽 눈자리에 간단한 응급처치를 해놓았다.
“자. 이제 구더기, 네 차례야. 네 눈 그대로 저기에다 감쪽같이 넣어줄 테니 누워봐.”
“으으으…….”
노구덕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이를 딱딱 부딪치며 억지로 몸을 뉘였다. 데모나는 그의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정밀한 시술이 어려워. 너도 자고 있도록 해.”
“자, 잠깐……! …쿠울…….”
간단히 노구덕을 잠재운 데모나는 ‘오크는 저항력이 낮아서 편하네.’라고 중얼거린 뒤, 드리안과 똑같은 방법으로 노구덕의 눈알을 뽑아냈다. 애처롭게 뽑힌 그의 눈알들은 드리안의 눈알 두 개와 사이좋게 유리병에서 헤엄치는 신세가 되었다.
“자, 이쁜이들? 이제 이사 갈 시간이야.”
찰랑이는 유리병속에서 유영하는 눈알들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 데모나는 먼저 드리안에게 이식 작업을 시작했다. 드리안의 작업은 쉬웠다. 신경 다발을 이을 필요도 없고, 그냥 원래 있던 눈인 것처럼 자리만 맞춰서 박아 넣으면 그만이었다. 드리안이 다시 눈을 뜰 리는 없을 테니, 그냥 구색만 맞추는 작업이었다.
감쪽같이 드리안의 얼굴에 노구덕의 눈을 이식한 데모나는 자신의 작품이 만족스러운지 팔짱을 끼고 잠시 감상시간을 가졌다. 드리안은 눈가에 미세한 자국만이 남아있을 뿐, 얼핏 보아서는 눈알이 바꿔치기 당했다는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얼핏 보는 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그걸 알아차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아! 눈동자 색이 다르네. 그럼 색소도 조금 넣고.”
드리안의 눈동자와 비슷한 색의 시약을 찾은 데모나는 뚜껑을 열고 그것을 한 방울 정도 드리안의 눈(원래는 노구덕의 눈이었던)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암갈색의 동공이 본래 드리안의 그것처럼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이제 본 작업을 해 볼까.”
이제 노구덕차례였다. 데모나는 텅 비어있는 그의 눈구멍에 상자에서 꺼내 놓은 씨앗을 한 개씩 떨어드렸다. 이 씨앗은 그녀의 비전으로, 사람의 혈액으로 싹을 틔우며 그 줄기로 절단된 신경을 이을 수 있는 효능이 있었다. 데모나는 이 씨앗을 통해 노구덕의 시신경과 드리안의 눈을 이어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녀는 자기 몫의 히드라의 핵에서 작은 덩어리를 떼어 두 개로 나눈 뒤 마찬가지로 씨앗처럼 눈구멍에 뿌려 넣었다. 히드라의 핵은 강력한 재생력의 집합체. 이것이 손상된 시신경을 빠르게 복구하고, 혹시 모를 신경이탈을 막아줄 강력한 아교가 되는 것이었다.
그 뒤 몇가지 주술적 처리를 하고 나서야, 데모나는 드리안의 눈을 유리병에서 꺼내들었다. 그녀는 손칼로 노구덕의 손바닥에 작은 상처를 내서 피를 나오게 한 뒤, 그 혈액을 드리안의 눈에 달린 신경다발의 끝과 노구덕의 눈구멍 안에 묻힌 씨앗에 살짝 발랐다. 그 후 조심스럽게 신경다발부터 눈구멍에 밀어 넣었다.
“…….”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무작정 밀어 넣어서는 신경다발이 서로 엉켜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기에, 마력을 이용해 원래의 신경이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하는 중이었다. 이 작업은 고도로 세밀한 마력 컨트롤 능력과 해박한 해부학적, 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기에,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고난이도의 기술이었다.
“휴우, 다 됐다!”
불과 한 시간도 안돼서 대수술을 끝낸 데모나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실패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런 섬세한 작업은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큰일이 나는 법이니까.
그녀는 턱을 괴고 앉아 코를 골고 있는 노구덕을 바라봤다.
“스카우터의 ‘눈’을 가지게 된 걸 축하해. 구더기에게는 분에 넘치는 선물인 것 같지만.”
노구덕이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가량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눈이 정말 뒤바뀌긴 한 건가?’
정신을 잃기 직전의 데모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눈이 분명 바뀌긴 한 것 같은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약간 시야가 뿌연 느낌은 있었지만, 그냥 잠깐 자고 일어난 이후의 그것과 비슷한 정도였다.
“빨리 일어났네?”
“어, 어……. 그래…….”
계속 거기에 있었던 것인지, 정신을 잃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태연히 말을 거는 데모나였다. 노구덕은 어색하게 대답하며 눈을 깜박였다. 깜박이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이물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흠. 잘 이식된 것 같은데. 좋아. 그럼 그걸 해보자. 날 보고, 저널을 보는 것처럼 떠올려 봐.”
사전에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노구덕은 당황하지 않고 데모나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에 대한 정보가 반투명한 글씨로 허공에 출력되었다.
[저널 번호(Journal Number) : N237-45349] [이름(Name) : 데모나] [종족&인종(Tribe&Race) : 인간(Human)] [클래스(Class) : 주술사(Shaman)] [재능(Talent) : Lv5 주술(R), Lv4 마법(UC), Lv4 의술(UC), Lv4 숲(R), Lv4 피(R)] [특성(Characteristics) : 저주받은 마녀의 혈통, 썩어버린 숲, 만성빈혈, 요술사]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을 때에나 볼 수 있는 정보들이, 그것도 타인의 정보가 한치의 숨김도 없이 버젓이 까발려졌다.
“허억!”
“잘 보이는 모양이네. 그게 스카우터의 눈이라는 거야.”
데모나는 헛바람을 들이키는 노구덕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것이 그녀가 산을 내려와 이곳에 머문 이유였다. 그녀가 달리 인정심이 넘쳐서 드리안과 노구덕의 치료를 자청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산을 내려왔고, 마침내 성공했다. 그녀는 뿌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본래 그 눈은 이곳에서 쓸 수 없는 능력이야. 타차원에서 스카우트를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스퀘어에 복귀하는 순간 봉인되지.”
“그, 그럼 난 어떻게 쓸 수 있는 거지?”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거든. 말하자면 불법 시술이야. 그러니까 티 내지 마. 윗대가리들이 알면 널 죽이려고 할 테니까.”
죽는다. 그 말이 노구덕의 들뜬 마음을 착 가라앉게 만들었다. 드리안이 저 모양 저 꼴이 돼서 이제 좀 편하게 사나 했더니, 또다시 죽음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게 생겼다.
노구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는지, 데모나는 픽 하고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표정관리 잘 하란 소리야. 아무리 구더기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래……. 그럼 내가 이 눈으로 네게 뭘 해주면 되는 거냐?”
“어려운 건 아니야. 한 사람을 찾아주면 돼.”
노구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이런 능력을 얻었다고는 해도 대뜸 사람을 찾아달라니. 백사장에서 모래알 찾기가 아닌가.
하지만 데모나는 그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듯, 몇 마디 말로 노구덕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 사람은 스카우터야. 저널 번호 S051-00083. 이름은 몰라. 알고 있지만 본명은 아니라서. 넌 이 번호만 외우면 돼.”
노구덕은 다행스러운 얼굴로 데모나가 알려준 저널 번호를 암기했다.
“다행이군. 혹시 왜 이 사람을 찾는지 물어봐도 될까?”
“별 거 아냐. 그 사람이 내 아버지거든. 어머니의 목을 자른 장본인이기도 하고. 그래서 찾는 거야. 내가 죽이려고.”
“…그러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 치고는 굉장히 섬뜩한 내용이었다. 할 말을 다한 데모나는 기지개를 켜며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노구덕은 멍하니 그녀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득, 데모나는 문고리를 잡다 말고 노구덕을 돌아봤다.
“방금 본 내 정보는 비밀인거 알지?”
노구덕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데모나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싱겁게 웃었다.
“혹시 배신할 생각은 하지 마.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눈이 빵! 터져버릴 테니까. 팔은 나중에. 오늘은 좀 피곤해서.”
“…….”
살 떨리는 협박을 농담조로 얘기한 데모나는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노구덕을 내버려 둔 채, 그대로 가녀린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