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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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남부 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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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컫길, 남부 지구는 마법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무예나 마법에 대해 문외한인 지구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동부, 서부와는 달리, 남부 지구의 헌터들은 애당초 그들의 고향에서부터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남부 출신의 마법사들이 전쟁에서 큰 활약을 보임에 따라, 그들의 마법 체계는 자연스럽게 스퀘어 전역으로 흘러들었고, 곧 뼈대만 남아 있던 기존의 부실한 고유 마법을 눌러버리고 주류(主流)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대륙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고, 기본적으로 재능이 출중한 동부와 서부의 인재들이 북부와 남부가 갖추어 놓은 기술 체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북부와 남부에서는 동부와 서부를 배척하며 기술 유출을 꺼리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동부와 서부의 행태가 자신들이 다 일구어 놓은 텃밭에 그저 숟가락을 얹으려는 얌체 행위로 보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북부와 남부의 헌터들은 전통적으로 타 지구로의 이적은 거의 하지 않으며, 설령 이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건 수준미달의 스몰, 미들 리그의 헌터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실력이 있고 독자적인 비전을 갖춘 강자들은 기존의 관례를 준수하여 해당 지구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타 지역에 배타적인 남부 지구였기에, 그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사막지대의 정보 역시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노구덕은 최우선적으로 사막지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막 인근의 접경 도시인 콜튼으로 이동했다.
이번 사막행에 동행한 멤버는 노구덕이 공언한대로 그와 브리트라, 임유진, 데모나의 4인. 당연한 말이지만, 소수 정예인 만큼 각자 확실한 차출 이유가 있는 멤버들이었다. 길잡이 역할을 할 브리트라는 당연히 포함시켜야 했고, 불을 다루는 상대와 싸우기엔 임유진보다 제격인 사람은 없다. 그리고 데모나는 마법사 클래스의 유용성, 즉 유틸리티적 측면에서 차출된 멤버였다. 공간이동과 광역 은신, 정신계 마법 등, 그녀의 쓰임새는 무궁무진 했으니까.
덕분에 이번 원행에 참가하지 못한 소피아와 신소율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노구덕은 필요 이상으로 명단을 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멤버가 늘어나면 그만큼 행적이 노출되기 쉽고,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아예 대놓고 아이리스의 노구덕이 남부 지구로 간다고 광고를 할 게 아니라면, 서넛 정도의 인원이 눈에 띄지 않고 활동하기에 딱 알맞았다.
소도시 콜튼은 남부 사막지대에서 나는 사암(砂巖) 및 광물 자원을 가공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장인들의 도시로, 특히나 폐쇄적인 사막 부족들과 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후우웁…. 이 건조한 공기. 실로 반갑구나.”
워프게이트를 통해 콜튼에 도착한 브리트라는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했다. 옛 고향(?)에 돌아오니 묻어두었던 추억이 뭉실뭉실 되살아나, 무척 기분이 고양된 모양이었다.
“과연, 사막이라는 느낌이네요.”
“그래. 햇살이 엄청나게 뜨겁군. 어서 터번부터 두르지 않으면 살이 익어버리겠어.”
노구덕은 메고 있던 가방에서 큼지막한 터번용 천을 꺼내어 여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데모나는 머리에 터번을 두르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당장 터번을 두르지 않으면 그녀의 창백한 피부가 토마토처럼 벌겋게 익어버릴 판인지라 별 수 없이 자존심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어색하게나마 터번을 두른 일행은 다시 커다란 망토와 후드로 팔다리를 꽁꽁 감싼 뒤에야 워프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워프게이트를 빠져나온 일행을 반긴 것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황금빛 사막과, 그 위에 드문드문 쌓아 올려진 장엄한 건축물들이었다. 사막의 장인들이 모여 있는 도시답게, 콜튼의 시가지는 거대한 암석을 통째로 깎아 만들거나, 큼지막한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호쾌한 양식의 건물들이 주를 이루었다. 다만 그 모양과 크기, 장식은 모두 제각각으로, 마치 건축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것 같았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에 잠시 주춤한 일행은 이내 처음 정해두었던 대로, 장인 조합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인 조합의 본부는 도시 내에서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터라, 따로 길을 물을 필요 없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일행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이국적인 사막의 풍경을 구경하기 바빴다. 간만에 고향의 정취를 음미하는 브리트라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임유진이나 터번 안에서 두 눈만 간신히 내놓은 데모나도 아닌 척 새침하게 도시의 이모저모를 힐끔거렸다.
한참을 정신없이 도시의 풍광을 눈에 새겨두던 임유진은 갑자기 나란히 걷고 있는 노구덕의 옆에 몸을 살짝 밀착시키며 말했다.
“…저희, 조금 눈에 띄는 것 같지 않나요?”
“…그렇군.”
아닌 게 아니라, 휘적휘적 걸음을 옮길 때마다 행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다. 아예 몇몇 남자들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대놓고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콜튼은 거친 장인들이 모여 있는 남자들의 도시다. 여성이라고 해봐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우락부락한 야생말 같은 여자들 밖에 없었으니… 미끈하고 하늘하늘한 미녀들을 구경할 기회가 있기나 하겠는가.
망토와 터번으로 꽁꽁 몸을 싸매고 있어도, 그 늘씬한 윤곽이 그려내는 여성미를 감출 순 없다. 하물며 그런 이가 하나도 아니고 셋인 마당이니, 거리의 시선을 온통 독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인들 중 특히 고역을 치르는 것은 임유진이었는데, 그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의 괘씸한 볼륨감 때문이었다.
“저 도드라진 엉덩이 좀 보라지. 아주 탄력 있어 보이지 않나? 건강한 사내아이 열 정도는 순풍순풍 잘 낳아줄 수 있을 것 같구먼.”
“투실투실한 젖은 어떻고? 우리집 젖소보다 더 튼실해 보이는디… 모유를 하루 종일 짜내도 마르지 않을 것 같으이. 헐헐. 임자만 없었어도 우리 손주놈을 가져다 비벼보는 건데…….”
후미진 골목 어귀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노인들의 담소. 딴에는 들리지 않게 자기들끼리 수군댄다고 하지만, 임유진이나 노구덕에게는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만큼이나 또렷하게 잘 들렸다.
순간 안색이 불처럼 달아오른 임유진은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이더니, 노구덕의 곁에 꼭 달라붙어 팔짱을 꼈다. 창피함으로 거칠어진 그녀의 호흡을 감지한 노구덕은 혀를 차며 구석진 곳의 노친네들을 노려보았다.
‘허 참, 저 늙은이들이 남의 마누라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군. 저걸 따질 수도 없고…….’
노인들이 자기들끼리 농담조로 주고받는 말 가지고 구구절절 따지고 들기엔 너무 치사한 감이 있다. 딱히 악의도 없어 보이고. 죄가 있다면 사막에서 으뜸으로 치는 순산형 몸매를 가진 임유진의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더불어 귀가 밝은 죄까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세 여인을 대동한 노구덕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어설프게 수작을 거는 자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수의 여인을 거느리는 건 사막에서도 지위가 높거나 부유한 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그런 관례에 비추어, 노구덕을 적당히 높은 신분을 가진 자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대로를 가로지르기를 오 분 여. 어느새 위풍당당한 장인 조합의 본부에 도착한 일행은 다른 곳은 눈길도 주지 않고 접수창구로 향했다. 다행히 한산한 날이었는지, 접수창구엔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바로 창구원과 통할 수 있었다.
“어서 옵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헛….”
창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강퍅한 인상의 사내는 노구덕 곁의 세 여인을 보자마자 왕방울 만하게 치뜨며 두꺼비 같은 입을 헤 벌렸다.
“무,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군침을 흘리는 헤벌레한 낯짝이 썩 보기 좋지 않았기에, 노구덕은 거센 콧김을 뿜어내며 그 커다란 얼굴을 창구에 쑥 디밀었다.
“헉!”
“본부장을 만나고 싶은데. 지금 자리에 있나?”
“누, 누구신데 갑자기 본부장님을 찾으시는지….”
“나, 이런 사람일세.”
품 안을 뒤적인 노구덕이 형형한 금빛으로 번쩍이는 배지를 내보이자, 경계어린 눈길을 쏘아보내던 창구원은 크게 기함했다.
“여, 여, 여, 연맹……!”
“쉿. 조용히.”
“예, 예, 옙!”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겠나. 아연실색한 창구원은 몹시 허둥거리며 목이 부러질 기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묻겠네. 본부장, 자리에 있나?”
“무, 물론입지요! 바로 연통을 넣겠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하지?”
“1분… 아니, 30초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직접 데려오겠습니다!”
좀 전까지 병든 닭처럼 나른히 졸고 있던 모습은 어디가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허겁지겁 뛰어 올라가는 꼴이 꽁지에 불이 붙은 생쥐가 따로 없다. 역시 권력이란 있고 볼 일이었다.
잠시 후, 쿵쾅거리는 소음과 함께 뛰어내려온 조합 본부의 본부장은 맨들맨들한 머리에 구슬땀을 흘리며 일행을 정중히 영접했다. 본부장은 그 지위를 상징하는 금빛 배지를 확인하고서도 연맹위원이 이런 오지의 소도시까지 왕림한 게 도무지 믿겨지질 않는지, 연신 노구덕의 얼굴을 힐끔거리기 바빴다.
본부장은 일행을 조합 본부의 가장 아늑한 심처로 안내했다. 귀빈용 응접실이라곤 하지만 아이리스나 연맹총회의 위원실에 비하면 꽤나 단출한 실내였다. 큼지막한 바위를 대충 깎아, 그 위에 푹신한 가죽 깔개를 덮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친 노구덕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본부장을 적당히 다독였다.
“너무 긴장하게 말게. 내가 꼭 귀신이라도 된 것 같잖나.”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연맹위원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중년의 본부장은 어떻게든 이 만남을 빨리 끝내고 싶은 듯, 거북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구덕도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가능하다면 그의 바람을 최대한 들어줄 참이었다.
“우선 물건부터 보도록 하지.”
“예? 물건이라니… 허어억!”
노구덕이 커다란 배낭을 꺼내는 것을 어리둥절하게 지켜보고 있던 본부장은 곧 엄청난 경악성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느닷없이 나타난 연맹위원. 그가 탈탈 털어대고 있는 배낭에서 무수한 광물들이 솔방울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광물들이 단지 평범한 것들이었다면 그가 이토록 동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광물 따위야 이곳 콜튼에도 지천으로 널렸으니까. 그러나 연맹위원이 내보인 저 광물들은 달랐다.
“세, 세상에! 아다만티움에, 이, 이건 미스릴이잖아!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미스릴과 아다만티움. 솜씨에 자신이 있는 장인이라면 모두 꿈에서라도 한 번쯤 다뤄보길 소망하는 지고의 광물들이다. 그런 광물들이 길거리 돌멩이인 양 우수수 굴러다니는 모습이라니. 본부장은 멀쩡히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눈가를 비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사막의 부족들 중에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많다지? 자네가 괜찮다면 거래를 터 줬으면 하는데…….”
나지막한 노구덕의 말을 들은 본부장의 얼굴에 작은 실망감이 어렸다. 간만에 눈호강을 하나 했더니만, 결국 만져보지 못할 떡이란 걸 알아챈 것이다.
본부장은 은은한 광채를 발하고 있는 광물들에게서 좀처럼 아쉬운 눈길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자리를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사막 부족들은 워낙 폐쇄적인지라 위원님의 의뢰를 받아들일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교섭은 내가 하지,”
“그러시다면야…….”
“그렇다곤 해도, 그들을 잘 아는 자네가 조언을 해준다면 고맙겠군. 내게 도움을 준다면, 이 광물들 중 일부를 장인 조합에 기부토록 하겠네. 어떤가?”
그러자 광물 쪽에 머물러 있던 본부장의 머리가 번개처럼 돌아갔다.
“저, 정말이십니까?”
“나 연맹위원일세. 한 입으로 두 말하지는 않아.”
“감사합니다!”
본부장은 살짝 거드럭거리는 노구덕의 태도에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숙였다. 희귀 광물 앞에서 사족을 못 쓰는 그 모습이, 과연 천생 장인다웠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분량상 살짝 애매한 곳에서 끊게 되었네요. 오늘은 일단 확정적으로 한편 더 올라가고,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유진이는 차기 십존으로 꼽혔던 재능이었죠. 아니,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코카콜라중독 / 어떻게 하다보니 다 여자가 되었습니다…
Velos / 크흠! 성물 관련해서는 노코멘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Na-Ru / 작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니오그타 /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
북치네 / 이유라면 북치네님이 말씀하신 그게 맞습니다. 그 내용은 355화 후반부쯤에 그대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레츠고고 / 넵. 감사합니다!
월병인 / 크흐흐흠..
은신설야 / 하앙상 감사합니다!
asd메이지 / 아마 어비스 쉬랑니이 등장하게 된다면, 갑툭튀형식으로 나올듯…
불타는고기 / 뱀고기….?
호야[虎夜] / 오타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여연 / 과연 구더기가 파워파워하게 될까요?
노루찡 / 넵 감사합니다~!
whomi / 기정사실화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ㅠㅠ
무꾸914 / 이렇게 예상들을 하시면 통수를 치고 싶어지는데!
그눈건 / 더이상 강화되면 백첩으로도 부족하게 됩니다..
연북갤 / 데모나 귀엽죠. 저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