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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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밤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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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이 파하고, 자하드의 안내를 받아 지정된 숙소로 간 노구덕은 다시 한 번 사막의 스케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킹사이즈 침대는 우습게 보일 정도로 커다란 침대가 중앙에 놓인 숙소는 퀸즈가든이나 크리스탈라운지의 숙소와 비교해 봐도 훨씬 크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모고르 족의 왕족들은 뭐든지 큼직큼직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예외라면 침대 머리 맡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작은 양초 정도?
숙소에는 임유진, 데모나, 브리트라가 먼저 도착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그와 헤어진 뒤 곧바로 이곳에 안내되어 감시 아닌 감시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오면서 둘러봤지만, 별로 특이한 건 없었어. 왕뱀은 보다시피 이런 꼴이고.”
데모나는 침대에 엎어져 쿨쿨 자고 있는 브리트라를 가리켰다. 세 여인만 덩그러니 남아 노구덕을 기다리는 상황이 굉장히 지루했던 것인지, 브리트라는 널찍한 침대 가운데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살짝 벌어진 입가에 희멀겋게 말라붙은 침 자국이 보였다.
“이 녀석이…….”
눈살을 찌푸린 노구덕이 브리트라를 흔들어 깨우려고 하자, 임유진이 그를 제지했다.
“그냥 두세요. 브리트라 님도 오늘 많이 피곤했을 거예요. 어머, 여기 침 좀 봐.”
임유진은 떠 놓은 물에 손수건을 적셔 브리트라의 입매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갑자기 찬 기운이 민감한 입술에 닿자 브리트라의 매끄러운 이마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입매를 기분 좋게 씰룩이던 브리트라는 이내 이불 속을 두더지처럼 파고들었다.
“적진에서 잘도 자는군.”
“브리트라 님의 체력은 그리 좋지 못하니까요. 말은 안 했지만, 종일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랬던가?”
“하여간, 너무 무심하세요.”
임유진에게 한소리를 들은 노구덕은 입맛을 다시며 화제를 돌렸다.
“데모나, 내궁에 별다른 게 없었다고? 브리트라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단 말이냐?”
“아니. 느껴지긴 느껴지는데, 정확한 위치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던데? 아마 모종의 결계가 쳐져있는 것 같아.”
“결계라고…….”
듣고 보니 더욱 더 수상했다. 사람이 생활하는 내궁에 결계를 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혹시 태양신의 성물이 내궁에 보관되어 있는 건가? 가능성이 제일 높기는 한데…….”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음. 어쨌든 이곳에 좀 더 머물게 되었으니, 천천히 살펴보는 게 좋겠군.”
본래는 짧게 정탐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기왕 하루를 더 묵게 된 마당이다. 하루라는 시간을 더 투자하는 만큼, 최소한 본전 이상은 뽑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찍 자지 말란 소리는 뭐지?”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씻고 올게.”
고개를 저은 노구덕은 임유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임유진은 촛불이 비쳐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눈동자로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날 밤, 곤히 자고 있는 브리트라를 가운데에 낀 채 임유진, 데모나와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노구덕은 조용한 노크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실례하겠습니다. 자하드입니다.”
문 밖에서 들려온 음성은 오늘 낮에 그를 안내해주었던 모고르 족의 왕자, 자하드였다. 임유진 등과 눈빛을 교환한 노구덕은 잠옷 차림으로 문가에 다가갔다.
“무슨 용무인가?”
문을 여니, 가벼운 평상복 차림의 자하드가 송구한 듯 살짝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항상 대동하던 수행원들조차 없는 홑몸이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대족장께서 야찬을 같이 들고 싶으시다 하시기에…….”
“야찬?”
노구덕은 머리를 모로 기울였다. 뜬금없이 이 늦은 저녁에 웬 식사란 말인가? 그가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자하드는 수려한 얼굴에 뜻 모를 미소를 띠며 말했다.
“태양궁의 야찬은 각별하기로 이름 높지요. 동행하신다면,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대족장님의 뜻도 그렇고, 저 역시 꼭 위원님을 모시고 싶군요.”
“그렇다면 거절할 수 없지. 잠시만 기다려주게.”
자하드의 말을 듣고 보니 짐작가는 바가 있긴 있었다. ‘바로 잠들지 말라.’는 하쉬미르의 마지막 말은 아마 이 야찬을 같이 하자는 뜻인 것 같았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노구덕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옷을 갈아입으려다,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이번에도 나 혼자 가는 건가?”
“죄송합니다. 부족의 전통이 그러한지라…….”
“아니, 책망하는 건 아니네.”
난처해하는 자하드에게 손을 내저은 노구덕은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벽에 걸어 놓았던 옷을 걸치고 방을 나섰다.
“어디로 가면 되는 건가?”
“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손수 램프까지 받쳐 든 자하드는 앞장서서 노구덕을 안내했다.
밤의 내궁은 창밖에서 쏟아지는 별빛과 어스름하게 밝혀진 램프의 불빛이 어우러져, 낮에 봤을 때와는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다. 특히 휘영청한 달빛이 매끈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모래 언덕을 뒤덮어, 설야(雪野)처럼 반짝이는 광경은 대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
“사막의 밤은 춥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만도 않군.”
“밖은 꽤 추울 겁니다. 하지만 태양신의 은혜가 깃든 궁전 내부엔 한기가 침투할 수 없지요.”
“호오. 과연, 신앙의 힘이란 건가.”
“하하하… 뭐, 그런 거지요.”
대충 말을 얼버무리던 자하드는 돌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실, 야찬이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흐음?”
“어떤 의미로 보면 성대한 연회라고 할까요…. 방금 전에는 부인들이 계신 자리라 자세히 말씀드리진 못했습니다만. 대륙과 사막의 관습은 많이 다르니까요.”
“혹시…….”
“다 왔습니다. 직접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자하드가 멈춰 선 곳은 그야말로 평범해 보이는 방문 앞이었다. 낮에 다녀왔던 접견실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방문. 다만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만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긴 뒷문입니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우두커니 서 있는 노구덕을 뒤로 한 자하드가 문을 연 순간, 별천지가 펼쳐졌다.
“이건….”
노구덕의 눈이 개구리처럼 치떠졌다.
주지육림(酒池肉林)…. 방 안에서는 늦은 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찬이 마련되어 있었다. 상석의 하쉬미르를 비롯해, 좌우로 죽 늘어서 있는 테이블에는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는 중늙은이들이 저마다 붉어진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좌우로 열린 식탁 한가운데에는 잠자리의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홑옷을 걸친 무희들이 유려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속이 있는 그대로 거의 다 비쳐져, 격렬하게 출렁이는 젖가슴이며 가랑이 사이의 비처가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군무(群舞)를 선보이고 있는 무희의 숫자는 자그마치 백여 명. 모두 눈이 번쩍 뜨일 법한 가인들로,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막의 미녀들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피부와 머리색을 지닌 여인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궁 밖의 담백한 정경이 무색해지는 사치의 온상. 야밤의 태양궁은, 고대 중국의 시황제가 지었다는 아방궁(阿房宮)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였다.
“어서 오시오.”
생전 처음 접하는 기름진 연회에 잠시 넋을 빼고 있던 노구덕은, 하쉬미르의 가래 끓는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내 다시 소개하지. 연맹위원, 노구덕 님이시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우에 앉아 있던 중늙은이들이 비대한 몸을 부랴부랴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연맹위원이시라니!”
“오오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자하드를 따라 연회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노구덕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자들이 친한 척 말을 걸어오는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벌거벗은 아랫도리를 덜렁거리며 흔들어댈 것은 뭐란 말인가.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이곳에 모인 거의 전부가 반라, 혹은 옷을 모두 벗어던진 나체 상태였다.
‘이게 사막의 하렘인가….’
사막의 하렘. 데모나의 말마따나, 정말 여러 사람이 어울려 성행위로 친목을 다지는 난교 파티인 모양이었다.
‘그럼 저 여인들이?’
그러고 보니, 낮에 자하드에게서 들었던 말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신을 즐겁게 해 줄 무희가 아니면 내궁에 출입할 수 없다고. 아마도 그 무희란 저 여인들을 말하는 것일 터.
노구덕은 새삼 하쉬미르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무대 중앙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미녀들 가운데에는 엘프도 있었고, 지구 출신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도 있었다. 말이 무희지, 실상 접대부와 다를 게 뭐란 말인가.
‘하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이곳이 위원님의 자리입니다.”
자하드가 안내한 곳은 하쉬미르의 바로 옆자리였다. 노구덕은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알몸인 하쉬미르 쪽에 최대한 시선을 향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작게 헛기침을 했다.
“흐흠…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막의 하렘인 모양이군요.”
“허허헛… 잘 알고 계시는군. 어떻소? 흥겹지 않소이까? 위원께서 원한다면 저 아이들 중 아무나 골라 시중을 들게 해도 괜찮소. 원래 그런 아이들이니까.”
“그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누굽니까?”
“아, 이들은 이 사막의 유력한 토호(土豪)들이오. 작은 부족의 족장도 있고, 접경 도시에 있는 클럽의 오너들도 있지.”
“제 신분에 관한 건 최대한 비밀로 해 주셨으면 했습니다만…….”
노구덕이 언짢은 기색을 내보임에도 불구하고, 하쉬미르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지 않소? 모두 얼굴을 알아서 손해될 게 없는 사람들이오. 실상 저들이야말로 사막지대의 실세들이라 할 수 있으니까. 노구덕 위원에 대한 일은 내 비밀을 지키도록 신신당부 하였으니, 이 자리의 일이 새어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요.”
“…그렇습니까.”
노구덕은 뒤집히려는 속마음을 겨우 추슬렀다. 이미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낸 마당에 무슨 비밀을 지킨단 말인가. 알면 알수록 얄미운 늙은이가 아닐 수 없었다.
“자자.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연회를 즐기도록 하시오. 모처럼 사막에 왔으니, 이 하쉬미르의 하렘 정도는 즐겨봐야 하지 않겠소? 대륙에서는 절대로 즐길 수 없는 유흥이오. 듣자 하니 오크의 정력은 대단하다고 하던데, 어쩌면 내 오늘 노구덕 위원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커허험! 확실히 색다르긴 합니다만…….”
“어색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오. 모름지기 사내들이 친목을 다지는 데에는 술과 여자 아니겠소? 호오오… 저기, 저 아이들도 노구덕 위원의 늠름한 자태에 벌써부터 몸이 꼬이는 모양이구려.”
“음?”
하쉬미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춤을 추는 무희들 중 일부가 자기들끼리 무어라 소곤소곤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깔깔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개중에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감탄하고 있는 여인도 있었고, 빨간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입맛을 다시는 불여우 같은 여인도 있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는 곳은 바로 노구덕, 그 자신. 정확히 말하면 그의 하체 쪽이었다.
무희들의 시선을 따라 눈을 아래쪽으로 이동한 노구덕은 어색한 기침을 연발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이놈이 언제 또 이렇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금방이라도 하의를 뚫고 나올 듯 팽팽하게 솟아있는 분신을 보자니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긴, 전라나 다름없는 미녀들의 군무를 보면 돌부처라도 벌떡 일어날 텐데, 성욕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오크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자, 천천히 즐기도록 하십시다. 기나긴 사막의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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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그걸로 게이트볼 치는 장면을 넣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게이트볼이란 종목이 없네요.. 아쉽..
†아마테라스† / 감사합니다!
한따가리 / 내부자들.. 소설판..?
니오그타 / 그럴 시간이 왔습니다.
북치네 / 항상 감사합니다.
asd메이지 / 음… 지극히 정상입니다.
월병인 / 다행히 그건 아니었네요 ㅋㅋ
신수[神手] / 거하게 받네요 ㅋㅋ
은신설야 / 넵. 감사합니다!
audduf11 / 자랑할거라곤 정력밖에 없는..
테윌 / 오오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가식적썩소 / 저번화는 오타가 많았네요 ㅠㅠ 수정했습니다
벌레 / 영양가없는 하렘은 가질 필요 없습니다! 여자는 양보단 질!
포식활자 / 구더기 능력은 정력 말고는 없습니다..
펄미스트 / 먹는건 구더기인데 왜 설레시는 거죠…?
호야[虎夜] / 이런 오타가.. 수정했습니다 ㅠㅠ 데모나가 하쉬미르를 치료해줄 의리는 없지용
레츠고고 / 넵 감사합니다!
kil12 / 과연 내궁에선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