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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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밤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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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헉!”
“아아아앙…!”
“이년! 이년! 찰지구나!”
“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어쩌다 이런 꼴이 되어버렸을까. 곳곳에서 들려오는 헐떡이는 소리를 듣고 있던 노구덕은 마시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내는 아주 가관이었다. 노구덕이 나타난 뒤, 처음에는 그래도 눈치를 보며 술을 마시던 자들은 무희들 쪽에서 적극적으로 엉겨 붙자 밀물에 휘말린 모래집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후는 본능에만 내맡긴 동물의 왕국이었다. 그나마 점잖게 무희들의 애무를 즐기는 자는 양반인 축에 속했다. 개중에는 술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여인의 가랑이를 벌려 껄떡이는 물건을 박아대는 자도 있었고, 여자를 엎드리게 한 뒤 미친놈처럼 엉덩이를 때려대는 자도 있었다.
“노구덕 위원, 내 하렘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남녀가 뒤엉켜 질펀하게 놀아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노구덕은 옆에서 들려오는 쇳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쉬미르는 권좌에 앉아 네 명의 여인의 봉사를 즐기고 있었다. 양 다리와 양 어깨에 한 명씩. 있으나 마나한 날개옷을 스스로 벗어버린 여인들은 수치심도 없는지, 개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혀를 날름거리며 그의 푸석한 피부를 핥는 중이었다.
“기분이 나쁘군. 내 소장품들의 어디가 어때서? 오크 여인이 없어서 그런거요?”
그 노곤한 얼굴에는 마뜩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구덕은 지금까지 어떤 여인의 시중도 거부했던 것이다.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달려들던 무희들은 그의 완강한 거절에 모두 어깨를 늘어뜨리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장이 사전에 알려준 대로, 모고르 족은 손님의 접대를 매우 중시 여긴다. 초대에 대한 거절은 물론이고, 기껏 하렘에 초대해 놨더니 점잖을 떠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하쉬미르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상대가 그와 비슷한 권세를 지닌 연맹위원이 아니라 어정쩡한 신분을 지닌 토호였다면 이미 불호령이 떨어져도 진즉에 떨어졌을 터.
노구덕은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신중한 어조로 대꾸했다.
“오크 여인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농담은 말아주시지요. 저도 눈은 제대로 달려있는 사람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요?”
“모두 어여쁜 여인들입니다. 다만 그게… 사전에 아내들과 약속을 했는지라.”
노구덕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자, 하쉬미르는 기가 찬 탄성을 토해냈다. 여자의 신분이 낮은 사막 부족의 관점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한심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아내들과의 약소오오옥? 허어어! 천하의 연맹위원이 이런 공처가였단 말인가! 개탄할 일이군!”
“크흠!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사내가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사실, 저도 죽을 지경입니다.”
노구덕은 자기의 하체를 가리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닌 게 아니라, 불기둥처럼 치솟아 뻣뻣하게 천장을 향해 있는 그의 분신은 금방이라도 용트림을 할 것처럼 검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죽하면 바지가 찢어질까 염려스러워 탈의까지 했을까.
기실, 그 역시 당장이라도 저기 있는 무희들을 깔아뭉개고 싶을 만큼 욕정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최근에 데모나를 받아들이면서 임유진의 심기가 좋지 않은 것을 뻔히 아는 데다, 이곳에 오면서 자길 믿지 못하냐고 큰소리까지 뻥뻥 쳐 놓은 상황이다. 여기서 저 여인들을 안았다가, 혹시라도 그녀가 아는 날에는…….
‘안 되지, 절대 안 돼.’
적어도 한 달은 임유진과 냉전 체제에 돌입해야 할 터. 그것만은 절대 사양이었다.
‘제길, 내가 어쩌자고 그런 큰소리를 쳐놔서는…….’
노구덕은 뒤늦은 후회에 빠졌다. 나름의 입장이 있다지만, 다들 몰캉몰캉한 여체를 끼고 흥에 취해 있는데, 자신만 솜털 보송보송한 애송이처럼 점잖을 떠는 것도 어지간히 꼴불견이라 여겨졌다.
“…아내들이 드센 모양이군. 흠, 대륙의 여인들은 사막의 나긋나긋한 여자들과는 또 다르단 말이지.”
“그렇게 드센 편은 아닙니다만…….”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참을 만합니다.”
참을 만하지 않다. 여건만 된다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숙소에 가서 임유진이든 데모나든 붙잡고 뒹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모처럼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연회에서, 주빈이 일찍 자리를 뜨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구덕은 어쩔 도리 없이 허벅지만 꼬집고 있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군. 사정이 그러하다는데 내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것 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오. 내 노구덕 위원의 인내심에 크게 감복했소. 그래서 말인데, 괜한 짓을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구먼.”
“예? 그게 무슨…….”
“내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길 바라겠소.”
따악!
하쉬미르가 손을 튕기자, 벽면 한쪽을 가리고 있던 붉은색 휘장이 걷히며 두 명의 여인이 걸어 나왔다. 장내에서 사내들과 놀아나고 있는 무희들처럼, 몸의 굴곡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차림을 한 여인들. 그녀들의 발끝에서부터 홀린 듯이 시선을 위로 올리던 노구덕은 그 얼굴에 이르러서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억?”
얼굴 대부분이 면사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뒤에 숨은 얼굴은 지금쯤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임유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옆은 데모나. 수줍게 걸음을 떼는 모양새나, 치렁치렁하게 흔들리는 갈색과 검은빛의 머릿결을 보더라도 틀림없는 그녀들이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노구덕의 귓가에, 너털웃음과도 같은 하쉬미르의 음성이 들려왔다.
“부인들에게 의향을 물어봤는데, 흔쾌히 승낙하더군. 모르는 여자들이라면 몰라도, 부인들이라면 문제없을 것 아니오?”
“아,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기다릴 게 뭐 있소? 혹시 민망하다면, 저 베일 뒤에 마련된 침대를 써도 무방하오.”
“그게 아니라.”
당황한 노구덕은 흘러내린 바지를 추켜올리며 허둥지둥 임유진과 데모나에게 달려갔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이야?”
“내가 뭐랬어? 자랑할 게 정력밖에 없다고 했잖아.”
“…설마 했는데, 재밌게들 놀고 계셨군요?”
면사 위로 샐쭉하게 찢어진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정절(?)을 지켜낸 노구덕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절대로 아무 일 없었어. 그보다 대체 이 옷차림은… 이럴 게 아니지,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두 여인의 손을 잡고 휘장 속으로 도로 들어간 노구덕은 그제야 커다란 한숨을 터뜨리며 두 여인을 마주보았다.
임유진과 데모나. 두 여인의 옷차림은 평소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파격적이었다. 휘장 밖의 무희들처럼 속이 그대로 내비치는 야한 옷은 아니었지만, 안에 걸친 속옷의 윤곽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홑옷인 것은 마찬가지. 그런 옷을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두 여인이 입었으니 사내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건 당연지사였다.
무르익은 홍시처럼 성숙한 몸매를 지닌 임유진과, 마른 듯 하면서도 은근한 볼륨감이 있는 데모나의 얼굴을 정신없이 번갈아보던 노구덕은 자기 눈가를 철썩 후려쳤다.
“젠장. 정신 차리자. 유진아,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이 왜…….”
“어떻게 되다뇨? 걱정돼서 나와 봤죠.”
“걱정이라니? 야찬에 초대받은 건데 무슨 걱정을 해?”
“야찬을 먹는 거야 문제는 아니지만, 반찬이 문제였어요. 말을 듣고 안에 들어와 보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그녀의 날 선 어조에 잠시 움찔거린 노구덕은 임유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말했잖아. 이런 건 그 뭐냐, 어쩔 수 없는 접대 같은 거라서…….”
“물론 그렇죠. 당신 직위도 있으니, 당연히 이해해요.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그리고… 이, 이런 식으로 수십 명의 여자를 낀 난교 파티는 용납할 수 없어요. 정도라는 게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곳 방과 질펀한 잔치가 벌어지는 연회장 사이에 있는 것은 얇은 휘장 하나뿐이다. 중늙은이들이 여자를 끼고 헐떡이는 소리며, 난잡하게 뒤섞인 비릿한 냄새가 사방에 안개처럼 퍼져있다는 의미다.
이 파격적인 접대에 닳고 닳은 노구덕조차 한동안 적응을 하지 못했을 정도니, 담백한 심성과 가치관을 지닌 임유진이 받은 충격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속눈썹을 부르르 떨던 임유진은 노구덕의 가슴팍에 살포시 얼굴을 기댔다.
“…사실 거의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요. 이곳 휘장 속에서요.”
“뭐?”
“당신이 나간 뒤, 시녀들이 찾아와서 말해줬거든요. 내궁의 하렘에서 연회가 벌어지고 있다고… 혹시 당신의 시중을 들 의향이 있느냐고 묻길래…….”
말끝을 희미하게 흐리는 임유진이었지만 일의 앞뒤 사정을 아는 데에는 충분했다. 비로소 사태의 전말을 파악한 노구덕은 임유진을 떼어놓으며 그녀의 야한 옷차림을 가리켰다.
“그럼 그 옷차림은?”
“이, 이건… 내궁엔 원칙적으로 무희들만이 출입가능하다고 해서… 형식적으로나마 무희의 복장을 할 수밖에… 그, 그래도 가장 수수해 보이는 걸로 골랐어요.”
“…….”
창피한지 마구 고개를 흔들며 가슴께를 가리는 임유진. 그러자 그렇잖아도 풍만한 젖무덤이 이리저리 출렁이는 게, 마치 머리 세 개가 도리질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일순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녀의 가슴어림을 보고 있던 노구덕은 퍼뜩 이성을 되찾고는 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는 눈이 한둘도 아닌데 어디 그런 차림을…!”
“구더기 주제에 말이 너무 많아.”
“데모나? 아니, 너도 말이다. 유진이를 말리지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꼴……”
“닥쳐. 너는 내 거야. 싸구려 창녀들에게 줄 순 없어. 네가 저 여자들하고 같이 놀아나면, 내가 딱 저 수준이 되는 거잖아? 나보고 그런 걸 참으라고?”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한 살덩이가 팔에 한가득 밀착했다. 붉은 기가 감도는 눈을 요부처럼 치뜬 데모나는 까치발을 들어 노구덕의 아래턱에 달착지근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 바람에 순식간에 옆으로 밀려나버린 임유진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데모나를 바라보았다.
“데, 데모나…?”
“조용히 해. 네가 하도 말을 빙빙 꼬니까 내가 대신 말해주고 있는 거잖아?”
“빙빙 꼬다니?”
“일일이 설명해줘야 아는 걸까? 여자가 이런 옷차림을 하고, 이 난잡한 섹스 파티에 왔어. 이게 무슨 뜻일까?”
노구덕을 침대 쪽으로 밀어 넘어뜨린 데모나는 그 위에 걸터 앉아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봤다고 말했잖아. 바로 넘어갔으면 이런 행운은 누리지 못했을 거야. 이건 칭찬해줄게. 잘 참았어. 이제는 상을 받을 차례야.”
“자, 잠깐만!”
데모나의 촉촉한 입술이 점점 노구덕과 가까워지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임유진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크게 팔을 허우적거리며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하는 거야?”
“데, 데모나!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무슨 짓이니!”
“조신? 네 옷차림부터 살피는 게 어때? 하, 혹시 먼저 하고 싶은 거야?”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면 방해하지 말고 지켜보고 있어. 괜히 순서를 양보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문이 막혀버린 임유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가, 이윽고 눈을 질끈 감으며 데모나의 옆을 밀치듯이 파고들었다.
“내가… 내가 먼저야!”
자신을 두고 다투는 여인들이 꿈결처럼 아른거렸다. 치밀어 올라 콧속을 휘젓는 육향(肉香), 숙소에 있는 것과 똑같이 일렁이는 머리맡의 양초, 음탕함을 연주하기 바쁜 주변의 신음 소리……. 이 모든 게 그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범하라고. 참지 말라고.
안 그래도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팽배해 있던 욕망은 이 달콤한 속삭임에 쉽게 넘어가고 말았다. 멍하니 누워 있던 노구덕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이성의 끈을 끝내 놓아버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접대로 룸싸롱에 갔는데 알고 보니 도우미로 마누라가 온 상황
간만의 3p… 임유진과 데모나의 조합이라. 상세 묘사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되게 만드네요. 적당히 마무리 지었으니 여기서 슬쩍 다음날 아침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구더기 무조건 덮치고 보는 그런 짐승 같은 인간 아닙니다..
흐아아암 / 추천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입간판 / 하렘은 하렘이지만.. 못 먹는 떡…
asd메이지 / 이번 기회로 신뢰도가 좀 올라갔겠죠?
월병인 / 혹시 그 호구 둠 말인가요?
Personia / 저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아마테라스† / 에이, 아시면서..
코카콜라중독 / 소설판 내부자들..?
은신설야 / 기승전도 없이 그냥 정력정력정력정력이군요… 감사합니다!
노루찡 / 무엇이 뎅겅일까요? 그래도 금방 돋아날텐데!
ZERO4 / 다행히 유진이가 부들거리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포식활자 / 어쩌다 오크가 정력 최강이 되었는지.. 역시 번외편의 힘인가??
북치네 / 항상 감사합니다 꾸벅!
호야[虎夜] / 오타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벌레 / 그래도 남이 먹고(?) 있는 것도 있는데… 예의가 아니잖아요!
Velos / 그렇게까지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ㅠㅠ
DarkFlames / 참은 덕분에 3p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