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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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진감래(苦盡甘來)
*****이번 화는 성애에 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샤워를 한 노구덕은 드리안과 사이좋게 누워있던 병실이 아닌, 본래 묵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 대 자로 누워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간신히 추슬렀다. 그런데 이놈의 입꼬리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책없이 계속 히죽히죽 웃는 것이 아닌가. 필사적으로 표정관리에 들어간 노구덕은 몇 번의 시도에도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얼굴 근육의 통제를 포기했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경망스럽게 히죽거리고 있는 채였다.
그 정도로 좋았다. 지금 그는 하늘 높은 곳에 붕붕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가희 아빠다!’
할 수만 있다면 크래들타운 광장에 서서 그렇게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고성방가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내가 가희 아빠고, 임유진 씨는 가희 엄마니까……. 푸허허허! 아이구 좋다!’
임유진은 단지 가희의 아버지가 되어 달라 했을 뿐,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지만 어쨌든 상상은 자유. 노구덕은 헤벌쭉한 표정으로 발칙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꿈속을 노닐었다. 그러다 문득, 잔뜩 성을 내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타구니의 분신을 인지하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서라, 이놈아. 그러다 오늘도 사고 칠라. 안 그래도 예전 그 일 때문에 쪽팔려 죽겠는데…….”
노구덕이 분신에 대고 푸념을 하던 그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청아하고 맑은 음성이 귓전으로 흘러들었다.
“노구덕 씨? 안 주무시죠? 들어가도 되나요?”
“어, 어, 어……? 임유진 씨? 그, 그래, 들어와.”
속옷 한 장만 달랑 걸친 노구덕은 황급히 담요를 아랫배까지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불룩 튀어나온 뱃살이 보기 좋은 건 아니었지만,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임유진을 대하는 것보단 나았다.
‘임유진 씨가 이 시간엔 웬일이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온 임유진을 본 노구덕은 크게 기함하고 말았다.
등불에 비친 임유진의 모습이 알몸에 가까운, 기다란 수건 한 장만 몸에 두른 파격적인 차림새였기 때문이다. 기실 얇은 수건 한 장으로 임유진의 굴곡진 몸매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수건으로 가린 위치도 절묘해서 농익은 젖가슴이 절반 가까이나 드러났고, 통통하고 탄력 있어 보이는 하얀 허벅지도 훤히 개방되어 있었다.
“…….”
노구덕은 그대로 혼이 달아나 버린 것인지, 턱 밑으로 침이 줄줄 새는 것도 모른 채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임유진은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땅에 닿을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촉촉하게 젖은 머릿결이 살랑이며 상큼한 비누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녀는 대담하게도 노구덕이 덮고 있는 담요 속으로 몸을 실었다. 침대가 크게 들썩이고 나서야 눈의 초점을 찾은 노구덕은, 홍조어린 얼굴로 옆에 누워있는 임유진을 보며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떨어지고 말았다.
“아, 아니……. 임유진 씨? 이게 무슨…?”
임유진은 별빛을 닮은 눈으로 노구덕과 시선을 맞추었다.
“곧 있으면 데모나가 돌아와요. 노구덕 씨도 클럽 홀로 가시겠죠.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니?”
말을 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무언가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노구덕이었다. 임유진이 이런 차림으로 방에 들어온 걸 보면, 그 의도야 뻔했다. 노구덕은 그걸 모를 정도의 숙맥은 아니었다. 도리어 날 잡아잡수 하고 품에 들어온 물고기를 놓아주기는커녕 살을 싹싹 발라 먹을 위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가 미진한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찝찝함은 임유진의 말을 빌어 점점 구체화되었다.
“저, 노구덕 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모른 체할 정도로 염치없는 여자는 아니에요. 거기다 저희 모녀의 목숨도 구해주셨고요. 한참을 고민했죠. 대체 어떻게 하면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결론은 하나였어요. 달리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런 것 밖에 없기도 하고요……. 물론 많이 모자란 몸이지만…….”
“대체 무슨 소리야?”
임유진은 멍한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당연히 한 번으로 끝내지는 않아요. 노구덕 씨가 원하시면 언제라도…….”
“이런 제기랄! 대체 왜 이래?”
가슴을 옥죄어 오던 영문 모를 찝찝함은 바로 이 때문이었던가. 임유진의 눈은 여전히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평소의 총기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좀 전에 술잔을 나누는 것으로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철저한 오산이었다. 그 정도로 치유될 정도로 얕은 상처가 아니었던 것이다.
‘붉은 봉황’ 임유진의 자존감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믿었던 남자의 배신, 처음부터 철저히 조작되었던 만남, 심지어 그 남자는 자기 손으로 그녀와 딸아이마저 죽이려고 했다. 그와의 추억을 소중히 가슴에 묻고 9년을 살아왔던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녀가 이렇듯 자신을 창녀처럼 다루는 것도 그 자존감이 형편없이 부서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구덕이 원하는 것은 인형처럼 망가진 임유진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를 안아봤자 화대를 주고 창녀의 하룻밤을 사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래서야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었다.
“왜……. 왜 화를 내시는 거예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저 처녀는 아니지만, 한 번밖에 안 해봤어요. 그 남자랑……. 흐흐흑…….”
해소하지 못한 괴로움이 마음에 사무쳤는지, 말미에 박준혁을 언급한 그녀의 눈가에 한가득 맑은 물이 괴였다.
“이제 아무래도 좋아요……. 노구덕 씨, 저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가희만, 가희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몸을 덮고 있던 수건을 사르륵 벗어 던진 임유진의 몸이 바짝 밀착해왔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의 촉감이 직접 맞닿은 피부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서게 했다. 그러나 임유진을 품에 안은 노구덕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자신은 임유진과 부부라도 된 것처럼 들떠있었는데, 정작 그녀가 자신에게 바란 것은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부부로서의 관계는 철저히 배제한, 딸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아버지’로서의 노구덕이었다. 서로의 이해가 완전히 엇나간다는 걸 알았으니, 당연히 입맛이 쓸 수밖에.
“임유진 씨. 하나 물어보자.”
“네. 말씀하세요.”
그녀는 노구덕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말했다. 옅은 숨소리가 가슴께를 간지럽히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로서 좋아?”
“네?”
“그러니까, 가희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임유진이라는 한 여성으로서, 나 같이 나이 많고, 못생기고, 이렇게 뱃살까지 튀어 나온 오크랑 자고 싶냐는 거야.”
마지막에는 손수 퉁퉁한 뱃살까지 집어서 덜렁덜렁 흔들어 보이는 노구덕이었다.
임유진은 어깨를 움츠리며 즉답을 피했다. 솔직히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노구덕이 가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그에게 목숨빚을 지지 않았다면 그녀와 같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뭐가 아쉬워서 그에게 안기려고 할까.
“싫지? 하긴 싫은 게 정상이지.”
“아, 아니에요……. 저는…….”
“유진아.”
임유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레 노구덕이 부르는 호칭이 바뀐 탓이었다.
“그거 보여줘. 박준혁이 그놈이랑 싸울 때 다다다 날린 거 있잖아.”
“그거라니… 스칼렛 엣지요?”
“그래, 그거. 이름 한번 폼나네. 나한테 쏘지는 말고, 그냥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
“관상용이라면 어렵지는 않지만…….”
뜬금없는 요구였지만 임유진은 두말없이 마력탄을 소환했다. 노을을 연상케 하는 진홍빛을 띤 구체는 임유진의 손바닥 위에서 살짝 몸을 띄운 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저 작은 덩어리가 총알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홀린 듯 마력의 구체를 감상하던 노구덕은 크게 박수를 치며 다른 주문들을 했다. 주로 임유진이 ‘붉은 봉황’으로 활동하던 시절 사용하던 기술들을 보고 싶다는 요구였다.
임유진은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관상용으로 보여줄 만한 기술이 있는지 고민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요. 이건 단검이 있어야 되는데…….”
“단검 대신 이건 어때?”
“아! 이 송곳니라면 가능해요. 이 기술은 단검을 마력의 실로 엮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기술이에요. 제가 한창 활동할 때에는 서른 개의 단검을 조종할 수 있었어요. 그 이상은 들고 다니기가 거추장스러워서 시도해보지 못했지만요.”
모처럼 임유진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그녀는 노구덕에게서 받은 송곳니를 허공에 띄우고 이런저런 묘기를 선보였다. 공중 3연속 회전은 기본이고 수직으로 방향꺾기, 허공에다 이름쓰기 등. 앞서의 겸손과는 달리, 그녀는 고난이도 기술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노구덕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관객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오오오옷! 이런 것도 할 수 있단 말이야? 역시 전설의 헌터답구만! 정말 대단해!”
“후훗, 이건 그리 고급 기술은 아니지만, 다르게 응용할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이렇게…….”
노구덕의 독려에 더욱 신이 났는지, 임유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화려한 춤사위를 보이며 허공에 자그마한 불꽃의 축제를 그려냈다. 그녀는 과거에 애용했던 기술들을 차례차례 되짚어나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포 깊숙이 침잠되어있던 헌터로서의 본성을 일깨우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알껍질에 실금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아아아…….”
공연이 끝났다. 약식으로 선보일 수 있는 모든 기예를 내보인 임유진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과거의 여운을 음미했다. 이토록 즐겁게 마력을 다루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예전 열과 성을 다해 훈련에 매진하던 때가 생각났다. 작은 마력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목표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었을 때 기뻐하던 나날들.
‘그때도 이런 기분이었어.’
그녀는 나직하게 감았던 눈을 떴다. 눈자위에 서린 붉은 기운은 비취색 눈동자와 어우러져 황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기분이 어때? 좀 풀렸어?”
“노구덕 씨……. 어마!”
임유진은 그제야 노구덕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잘 익은 감처럼 빨간 얼굴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아까는 도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그리 대담하게 행동했는지! 그녀는 너무나 남사스럽고 창피하여 몸 둘 곳을 모를 지경이었다.
“아까는 만사 다 포기한 것 같아 보였는데, 지금이 훨씬 낫구만. 정말 멋있었어. 붉은 봉황이란 별명이 붙을 만해.”
“놀리지 말아 주세요…….”
이불 속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한 임유진은 슬며시 손을 뻗어 벗어 놓은 수건을 집고는, 서둘러서 다시 몸에 둘렀다. 이윽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임유진은 노구덕을 향해 꾸벅 머리를 숙여보였다. 잠깐이지만 전성기의 붉은 봉황을 되새기며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그것이 노구덕의 배려 덕이었음을 아는 것이다.
“노구덕 씨에게는 매번 신세만 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제가 너무 무례했죠. 다음번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재차 고개를 숙인 임유진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한밤의 해프닝은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상대가 노구덕이라는 것. 앞서 말했듯이, 노구덕은 다 잡은 물고기를 눈 뜨고 놓아주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덥썩!
“노, 노구덕 씨?”
“허허, 가긴 어딜 가? 하나도 안 무례하니까, 이리 와.”
“자… 잠깐만요! 꺅!”
한시름 놓고 방을 나서려던 임유진은 억센 손길에 이끌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뿌리치려면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굳이 그의 손길을 떨쳐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푸흐흐흐흐…….”
“이게 무슨 짓이에요?”
억지로 침대에 몸을 실은 임유진이 짐짓 화난 목소리로 따지자, 노구덕은 음흉함이 철철 넘치는 괴소를 흘리며 말했다.
“겨우 보기 좋은 얼굴이 됐잖아. 그러니 하던 일 마저 해야지. 내가 원한 건 아까의 임유진이 아니라 지금의 임유진이라고.”
“그런……. 아앗!”
임유진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어느새 몸을 가린 수건이 저만치 나가 떨어져 있었던 탓이다. 능숙한 손동작으로 어설픈 울타리를 멀리 치워버린 노구덕은 임유진의 작은 몸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뭉클하고 말랑말랑한 감촉과 함께, 콩닥콩닥 뛰는 작은 심장소리가 귓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러시면… 안 돼요…….”
“어허, 내가 가희 아빠고, 유진이가 가희 엄만데, 아빠랑 엄마가 같이 자는 게 뭐 잘못된 건가?”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니면, 역시 내가 나이 많고 못생겨서 싫어?”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아까보다 분명하고 확실한 어조. 만족스런 대답을 얻어낸 노구덕은 임유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두 사람은 옆으로 누운 채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의 손은 길게 늘어진 생머리를 따라 느릿느릿 움직였다. 임유진은 미미하게 몸을 떨었지만,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무언의 허락인 것일까. 그에 자신감을 얻은 노구덕이 매끄럽고 잘록한 허리를 살살 매만지자, 그녀의 앙다물린 입술에서 희미한 비음이 새어나왔다.
“하아아…….”
옴폭 파인 허리어림을 희롱하던 발칙한 초록색 손은 이내 급격한 상승곡선을 만나 위로 거슬러 올라갔다. 탱탱하고 탄력 넘치는 살덩이가 손에 착 감기자, 노구덕은 저도 모르게 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와락 움켜쥐었다.
“학!”
흡사 엉덩이를 꾹 쥐어짜는 느낌. 아프다기보다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짜릿한 감각이었다. 임유진은 가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붉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이내 노구덕의 가슴에 스르륵 이마를 기댔다. 허리와 엉덩이를 오가며 꼼지락대는 노구덕의 손이 바빠질수록, 그녀의 숨도 점차 가빠졌다.
‘그래, 이 맛이야.’
얼마 전까지 결코 범접할 수 없었던 성역(聖域)을 멋대로 휘젓고 있다는 쾌감에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찹쌀떡처럼 달라붙는 촉감은 그저 만지는 것만으로도 중독될 것만 같다. 풍만하고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한참이나 조물락거리던 노구덕은, 임유진의 어깨를 잡고 바른 자세로 눕혔다. 덕분에 긴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깐 홍조어린 얼굴은 물론이고, 누워 있는데도 괘씸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젖가슴이 한눈에 들어왔다.
임유진은 부끄러운 듯 양팔을 올려 부푼 가슴을 가렸다.
“……너무 보지 마세요.”
“커흠. 예뻐서 그래. 예뻐서. 어디 여긴 어떨까…….”
노구덕의 시선이 배꼽 아래로 내려가는 듯하자, 임유진은 기겁하며 사타구니를 가렸다.
“거, 거긴 보면 안 돼요! 제발…….”
생각보다 완강한 저항에, 그녀의 여성성과의 직접 대면은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허나, 노구덕이 그냥 물러만 난 것은 아니었다.
“끼약!”
침대위에 일어나 앉은 노구덕은 임유진의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그런데 그것이 임유진에게는 심히 민망한 자세였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껴안는 자세다보니, 매끈한 다리가 한껏 벌어져 그의 허리를 휘감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마시멜로처럼 말캉말캉한 젖가슴이 물컹물컹한 뱃살에 닿았다. 두 사람의 체격차가 상당하다보니, 임유진의 여리고 아담한 몸이 거대한 초록색 덩어리에 파묻힌 것처럼 보였다.
“자… 자세를 좀 바꾸면 안 될까요? 이건 좀…… 너무 민망해서…….”
“뜨뜻하고 좋기만 한데 왜 그래? 유진이는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다 알아서 해 줄 테니까.”
임유진 씨가 유진이로 바뀐데 이어서 이제는 오빠란다. 그새 얼굴에 깔린 철판의 두께가 한 겹 늘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 품에 안긴 임유진의 얼굴은 빨갛게 익다 못해 펄펄 끓고 있었다. 수많은 부위(?) 가운데서도 젖가슴과 엉덩이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노구덕의 손길이 지나치게 탐욕스럽고 노골적이었던 탓이다.
도저히 눈 뜨고 그 치태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그저 눈을 꾹 감고 뺨을 그의 심장에 가져다 댔다. 그러다 묘한 숨소리를 토해냈다. 두근두근하는 세찬 심장 박동이 그녀의 뺨마저 들썩이게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사내의 가슴께를 원을 그리듯 어루만졌다. 노구덕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껏 보여준 그의 배려심이라면 딸아이나 자신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조금 음충맞고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더없이 소중히 여겨주는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상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무언가 굉장히 뜨거운 것이 사타구니 바로 위, 아랫배에 묵직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내려 그것의 실체를 대면한 임유진은 한순간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오크…… 이 사람 오크였어!’
남성기를 보는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저게 일반적인 사이즈가 아니라는 건 안다. 암녹색 껍데기 위로 지렁이 같은 핏줄이 툭툭 불거진, 흉물스럽게 껄떡이는 저 물건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임유진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노구덕 씨…….”
“음, 그래. 너무 끌었나? 슬슬 넣어도 되겠지?”
그녀는 황급히 몸을 밀착시키며 크게 도리질 쳤다. 평소의 차분함은 어디가고, 다급함에 새된 소리가 튀어나왔다.
“자, 자, 잠깐만요! 이건 너무 커요!”
그러나 노구덕은 별로 대수롭잖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예전보다 확실히 꽤 커지긴 했지만, 이 정도는 뭐…….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준다니까. 중년의 노련미를 보여주지.”
“대체 뭘 알아서……. 아히힉!”
임유진은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를 내며 크게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폴짝 뛰어올랐다. 슬금슬금 엉덩이 골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노구덕의 손가락이, 예민한 점막지대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기 때문이었다.
공들여 한 애무가 말짱 헛일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여성기는 미끈한 물기를 잔뜩 머금어 축축이 젖어 있었다. 임유진이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 노구덕은 즉시 임전 태세에 돌입,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는 우람하게 솟은 분신을 그 사이로 곧장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임유진의 교구가 활어처럼 펄떡였다.
“아으, 아흐으으윽–!”
불방망이의 첨단, 거북이 대가리 모양의 살덩이가 입구에 첫 진입했을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 사이즈에 비해 작은 고리가 대가리가 끼워진 놈은, 무자비하게도 억지로 고리를 찢어발기며 더 깊숙하게 진입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 거침없이 파고든 놈은 이내 가장 깊은 심처에 세워진 궁전에 도달했다.
“우오오오!”
결국 기둥뿌리 끝까지 삽입에 성공한 노구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저릿저릿한 감각이 전류가 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것을 느끼며 크게 포효했다. 그것은 성취감, 정복감, 만족감 등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승리의 함성이었다.
비좁고 미끌미끌한 주름과 그의 분신이 임유진의 가랑이 안에서 덩굴처럼 뒤엉켰다. 눅진눅진한 젤리로 가득 찬 열탕. 임유진의 안은 이와 같았다. 그 아늑함에 취해 이대로 가만히 담그고만 있다가는 얼마 가지 못해 가진 전부를 토해내고 말 것 같았다.
위기감을 느낀 노구덕은 서둘러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면서 임유진의 엉덩이를 떠받친 손으로 그녀의 움직임도 컨트롤했다. 경험이 얕아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임유진에 대한 배려였다.
처음에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통을 감내하던 임유진이었다. 그러나 노구덕이 리드미컬하고도 노련한 행위로 리드하자, 그의 목에 팔을 걸고는 점차 달뜬 숨을 내뱉으며 상체를 바짝 붙여왔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사내의 몸에 젖가슴을 문지르며 더 큰 쾌락을 갈구하고 있었다.
“학! 학! 학! 아아! 아흐……! 아흐! 아흐응……!”
여왕의 궁전을 목전에 둔 놈은 육중한 충차가 되어 성문을 공격했다. 충차는 파죽지세로 달려와 굳건한 성문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쿵! 쿵! 쿵! 놈의 대가리가 거세게 성문을 두들길 때마다 임유진은 사지를 펄떡이며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헐떡이는 숨을 노구덕의 귓가에 불어넣으며 간절히 애원했다.
“하아앙! 더, 더, 더! 더 세게—!”
놈은 집요했고,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어떤 때에는 폭풍 같은 속공으로 몰아치다가도, 어떤 때에는 얄미울 정도로 느릿하게 들어와서는 툭툭 노크하듯 문을 두드리고 뒤로 내뺐다. 그 간교한 술책에 애가 탄 여왕은 결국, 스스로 성문의 빗장을 풀고 놈을 맞아들였다.
개선장군처럼 입성에 성공한 놈은 그대로 여왕을 끌어안고 격렬한 입맞춤을 나누었다. 임유진의 눈이 반쯤 뒤집어진 것도 그때였다.
“히야아아앙–! 하악-! 학! 학! 학! 학!”
빳빳하게 다리를 펼친 임유진은 사타구니와 사타구니가 부딪칠 때마다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신음성을 냈다. 무더운 여름날, 길게 혀를 빼 문 강아지가 헐떡이는 듯한 교성이었다. 발딱 성이 난 젖꼭지가 거친 질감의 피부와 마찰할 때마다, 젖가슴에 뜨거운 열꽃이 피는 듯했다.
‘이, 이상해! 내가 아닌 것 같아!’
박준혁과의 관계는 어땠더라. 상황이 긴박하여 제대로 즐길 새도 없었다. 그저 처녀막이 찢기는 고통뿐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뻐근한 아랫배 속, 빈틈없이 들어찬 불방망이가 난장을 쳐 놓을 때마다 머릿속의 퓨즈가 펑펑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후우웃!”
“학! 학! 아흑! 아흐흐… 아히힉……!”
사정의 순간이 가까워졌음인지, 노구덕의 허리놀림이 급격히 빨라졌다. 그에게 매달린 임유진도 죽는 소리를 내며 노구덕의 어깨를 힘껏 깨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얗게 비어버린 머리가 백치가 되어 그대로 바보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유, 유진아–!”
“음으으므으으윽—-! 흐므으으으—!”
마침내 절정의 순간, 두 사람의 성기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맞물리고, 임유진의 가랑이 깊숙한 곳에 다다른 분신이 위태롭게 껄떡였다. 임유진은 그의 어깨를 문 이빨에 더욱 힘을 주었다. 높이를 측정할 수 없는 쾌감의 파도가 줄지어 뇌리를 마구 강타해대는 감각이었다. 그녀는 팽팽히 긴장의 끈을 당기며 감각의 파도에 맞섰다. 귀여운 발가락이 꼭 오므라지고, 노구덕의 등 뒤로 돌아간 손톱도 암고양이처럼 곤두섰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윽고, 활짝 열린 성문에 대가리를 쑤욱 들이민 놈의 목젖이 한바탕 크게 꿀렁이더니, 화산처럼 거대한 폭발을 쏘아냈다. 분홍빛으로 고고하게 빛나던 여왕의 궁전은 놈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순식간에 허옇고 누리끼리하게 물들었다.
네뷸라의 붉은 봉황이 음충맞은 늙은 오크의 품에 둥지를 트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첫 성애 묘사가 끝났는데, 조아라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겠네요 최대한 애둘러서 표현하긴 했는데… 예전에 조아라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보다 수위높은 작품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게 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요.
항상 코멘트 / 추천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늘에서 오는비 / 뉴페이스 반갑습니다 코멘트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군인아씨 / 허허허허…
올리고당내리고당 / 감사합니다!
양산형마법사 / 오, 오메!!
장마와방 / 물어드렸습니다
티렌 / 무슨이라뇨.. 그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