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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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Primal phoenix
95# Primal phoenix
노구덕은 퀸젤과의 회담을 통해 자하드로부터 알아낸 남부 반란 세력의 정보를 위원회 측에 넘기는 한편, 자하드를 새로이 연맹위원으로 추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기존의 모고르 족이 가진 자치권은 계속해서 용인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거기에 더해, 모고르 족의 영토가 다시 반군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다수의 병력과 물자까지 제공될 예정이었다. 퀸젤이 위원회에서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자기 산하의 병력이라도 보내주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으니, 자하드와 모고르 족으로선 최소한의 병력은 갖춘 셈이었다.
오전 내내 퀸젤과 회동을 가진 노구덕은 오후에 들어서 자하드의 군막으로 모고르 족의 남은 유력자들을 끌어 모아, 회담에서 결정된 내용을 공표했다. 주요 내용은 전횡을 일삼던 태양왕의 실체와 사망, 자하드의 연맹위원 선임, 위원회 병력의 주둔과 워프게이트의 완전 개방이었다.
이미 노구덕이 태양왕을 죽이고, 간밤에 피의 숙청을 진행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귀띔 받아 알고 있었던 유력자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그의 공표를 받아들였다. 애초에 군막에 모인 자들은 태양왕의 치하에서 노선이 달라 도태되거나 그를 마뜩찮게 생각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큰 불만을 품은 자들은 그리 없었다.
다만, 이번에 위원회에서 파견된 병력이 주둔함으로써 오랫동안 자치를 누려온 모고르의 주권이 침해될까 저어하는 이들은 있었다.
몇몇 이들이 그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자, 노구덕은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대관절 당신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모고르의 주권이 무엇인가? 반동 세력에 가담한 태양왕의 통치 아래에서 장님처럼 눈을 꾹 감고 있었던 게 당신네들이 말하는 주권인가? 원칙대로 하자면, 반군의 보급기지를 자처한 이 땅은 개미새끼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쓸려나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원회는 자하드 왕자의 눈물어린 호소를 받아들여 소수의 책임자들만을 잘라내는 것으로 처벌을 마무리 지었다. 당신들은 여기서 주권타령을 할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부족민들의 목숨을 지켜낸 자하드 왕자에게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하는 게 옳을 것이다!”
부릅뜬 두 눈에서 유황불을 내뿜는 노구덕의 무시무시한 위세에 멋모르고 나섰던 유력자들은 그대로 자라목이 되어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맨손으로 태양왕과 맞서 그를 형체도 없이 짓이겨 놓았다는 소문이 도는 장본인이다. 일부 부족민들 사이에선 ‘악귀 오크’라 불리기도 한다던가. 그런 그에게 감히 맞설 배포를 가진 인물은 없었다. 혹시 그런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배포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꼭두각시인 자하드를 앞세워 설득 반, 협박 반으로 무너진 모고르의 체계를 바로잡은 노구덕은 퀸젤 산하의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하루를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그와 일행이 훌쩍 떠나버리면 기껏 바로 잡은 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우려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모든 일을 끝마친 그날 저녁, 노구덕은 자하드와 데모나, 임유진, 브리트라를 막사 안으로 불러들였다. 온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바빴던 노구덕과 자하드를 제외하면 개인 막사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던 그녀들은 꽤나 따분했는지 호출을 하기 무섭게 막사 안으로 모여들었다.
자하드를 옆에 앉혀 놓고 두 개의 구슬을 이리저리 장난치듯 손바닥 위에서 굴리던 노구덕은 세 여인이 동시에 들어오자 반갑게 머리를 들었다.
“오, 어서 와.”
“수고하셨어요. 여기, 차를 가지고 왔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어떻게 그 사이에 뜨거운 차까지 달인 것인지. 과연 가장 오랫동안 노구덕의 내조를 도맡아 왔던 맏언니다운 준비성이었다. 노구덕은 머쓱한 얼굴로 임유진에게서 찻잔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씁쓸한 약향이 코밑을 은은하게 감싸고 도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약재를 넣어 달인 약차(藥茶)인 모양이었다.
“유진이 너는 은근히 잔걱정이 많아. 난 정말 괜찮다니까.”
“그런 광경을 눈앞에서 봤는데, 어떻게 안심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런 모습’이라 하면 거의 뼈다귀만 남은 노구덕이 기적처럼 소생하는 광경을 말하는 것일 터. 그 과정의 끔찍함을 상기한다면, 임유진이 아직까지 충격에 빠져있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아니, 그게 정상이리라.
금세 토라져서 고개를 팩 돌리는 임유진의 엉덩이를 은근슬쩍 어루만지려던 노구덕은 그녀의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데모나의 모습에 재빨리 발칙한 손을 뒤로 거둬들였다.
“임유진에게 들었어. 재생(再生)에 성공했다고? 동조술 하나는 완숙한 경지에 이른 것 같네. 그래도 아직 한참 멀었어. 사 년을 넘게 하나만 반복하면, 그 정도는 원숭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거 칭찬이냐, 비아냥이냐? 좀 헷갈린다.”
“좋을 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때?”
“큼. 고맙다.”
노구덕은 의미가 분간이 되지 않는 데모나의 축사를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일행은 임유진을 제외하면 정상인이 드물었다. 어둠의 주술을 쓰는 검은 마녀와 천년을 푹 묵다 못해 유아퇴행을 겪고 있는 왕뱀을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을 테니까.
임유진, 데모나와 차례로 대화를 한 노구덕은 자연스럽게 그 다음 순번인 브리트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쩐 일인지 그녀는 아까부터 뭐라도 마려운 것처럼 좌불안석, 눈에 띄게 초조해하고 있었다.
“저, 저기….”
“왜? 무슨 일이라도 있냐?”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하던 브리트라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하게 되었다. 많이 반성하고 있느니라.”
“뭘?”
“이…이번 일 말이다. 이 몸의 경솔한 약속 때문에 곤경에 처하지 않았느냐?”
“음, 태양왕 따위는 자기 권능으로 어찌어찌 쉽게 상대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누구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하기는 했지. 실제로 거의 죽을 뻔했었고.”
“며, 면목이 없구나. 내 심장을 흡수한 그대라면 충분히 그자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자가 그렇게 강할 줄은 미처 몰랐다.”
더 몰아붙이면 고개를 숙이다 못해 땅까지 파고 들어갈 기세인지라, 노구덕은 적당한 선에서 브리트라를 용서해주었다. 막 태양왕을 제압했을 때에는 그저 희희낙락하더니, 오전 오후에 걸쳐 쉬는 동안 데모나나 임유진으로부터 호되게 꾸중을 들은 모양이었다.
노구덕은 시든 벼처럼 축 늘어진 브리트라의 정수리를 가볍게 톡톡 건드렸다.
“뭐, 그 정도로 반성하고 있다면 됐다. 용서해주지.”
“저, 정말이냐?”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라.”
“알겠다! 내, 열심히 노력하겠다!”
금방 또 환하게 얼굴을 밝힌 브리트라는 불끈 쥔 주먹까지 흔들어 보이며 새로이 각오를 다졌다. 그런 그녀를 보는 노구덕은 꽤나 묘한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브리트라는 무상으로 착취를 당하는 신세가 아니었던가? 그런 처지에 저렇게 밝을 수가 있다니 천성이 명랑한 건지, 아니면 그냥 천연 바보인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때로는 바보인 게 나을 때가 있는 법이지….’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마음의 짐을 덜고 즐거워하는 브리트라를 바라보는 임유진과 데모나, 자하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개장수에게 덜미를 잡힌 강아지를 보는 듯한 연민어린 시선이었다. 정작 그 불쌍한 강아지는 자기 처지도 모르고 폴짝폴짝 뛰면서 기뻐하고 있었지만.
‘저 녀석, 이렇게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한데…. 괜히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아. 밥은 제때제때 굶기지 말고 꼭 먹여야겠어. 이참에 전용 요리사를 고용할까? 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을지도…….’
그나마 브리트라에게 다행인 점이라면, 그녀의 발랄한 행동이 노구덕의 쥐꼬리만 한 연민을 자극하여 앞으로의 처우 개선에 이바지했다는 것이었다.
브리트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노구덕은 마지막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자하드를 돌아보았다.
“자하드.”
“예.”
“내가 원망스럽겠지? 강제로 종속이 된 데다, 성물을 빼앗겼으니, 아마도 이가 갈릴 거야. 비록 네가 날 끌어들였다고 해도 말이야.”
갑자기 왜 이런 불편한 얘기를 꺼내는 것일까. 자하드는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억누르며 노구덕의 저의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가, 그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자 헉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태양왕의 폭정에서 부족을 구원해주신 은혜만 해도 제게는 헤아릴 수 없는…….”
“입 발린 소리는 됐다. 네겐 미안한 말이지만, 태양신의 성물을 모고르에 남겨둘 순 없어. 우리 쪽도 만만찮은 수고를 들였으니,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겠지. 처음 날 끌어들일 때부터 각오했던 것 아니었나?”
“…그렇지요. 이해합니다.”
힘없이 답하는 자하드의 낯빛을 힐끔거린 노구덕은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주 남이면 모르되, 넌 자의든 타이든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곧 내 수족으로서 위원이란 감투도 쓸 테고, 이 도시를 다스리는 지배자가 되겠지. 그래서 말인데, 보상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호의를 베풀 생각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태양왕이 수족들에게 성화를 나누어 줄 수 있었던 건, 지하의 그 정체모를 연구시설 덕분이었다. 너라면 알고 있겠지?”
바짝 말라버린 지하 별궁의 거대 나무를 떠올린 자하드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 힘을 복제해 인위적으로 성화를 부릴 수 있는 방식이었지요.”
“우리 쪽에도 그 비슷한 방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나무를 이용한다면, 어쩌면 연구시설의 복원까지 가능할지도 몰라.”
“그, 그 말씀은…….”
그제야 노구덕의 의도를 깨달았는지, 눈이 번쩍 뜨인 자하드는 말까지 더듬거리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래. 주기적으로 네가 추천하는 인물들에게 한해, 성화를 쓸 수 있도록 힘을 주입해주마. 데모나, 가능하겠지?”
“아마도. 시간은 좀 필요하겠지만, 그 나무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그 원리를 이용하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아.”
사전에 노구덕에게 언질을 받아 지하의 연구시설을 살핀 데모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오늘 하루 임유진이 회복에 전념하는 동안, 그녀는 브리트라를 데리고 지하 별궁의 잔해를 둘러보고 왔던 것이다.
“…그렇다는군. 자하드, 어떠냐? 이 방법이면 모고르의 전통을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너무 좋아하진 마라.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건 충전식이다. 주기적으로 힘을 주입받지 못하면 성화의 힘은 사라지고 말 거다. 한마디로, 성화를 쓰려면 계속 내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얘기다.”
“저는, 저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주인님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든지 잃어버렸을 때에야 그 소중함이 절실히 다가오는 법이라고, 자하드는 영영 빼앗긴 줄로만 알았던 성화의 힘을 일부나마 계속해서 사용하게 해 준다는 노구덕의 말에 크게 감읍하여 연신 머리를 땅에 쿵쿵 내리찧었다. 조건부이기는 하나, 계속해서 충성을 다하면 지속적으로 성화의 힘을 공급해 주겠단 의미였으니, 완전히 낙담하고 있었던 그로서는 뛸 듯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 마음가짐, 잊지 않는 게 좋아. 난 유능한 수하에게는 무척 관대한 사람이니까. 오늘 회의에서도 괜히 널 띄워준 게 아니다. 앞으로 기대가 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이미 그의 종이나 다름없는 자하드였지만, 수하를 부릴 때에는 적당히 떡고물도 던져줘야 일의 능률이 오르기 마련이다. 성화를 밑밥으로 하여 자하드의 완전한 굴종을 받아낸 노구덕은 손아귀에서 놀고 있던 구슬 두 개를 또르륵 굴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이제 이 구슬들을 처리 할 차례인데….”
두 개의 구슬 중, 찬연히 빛나는 백색의 구슬을 집어든 노구덕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임유진에게 불쑥 그것을 내밀었다.
“유진아. 이건 역시 네가 가지는 게 좋겠다. 이 자리에서 바로 복용하도록 해.”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번화는 작품 예약으로 올라갑니다..
니오그타 / 아마도… 요?
노루찡 / 생각해보니 그 정도에 굴할 구더기였으면 유진이 하나로 만족했겠죠?
아키츠키 / 그 기술이 제가 생각하는 그 기술인지..!
월병인 / 갈수록 철저해지고 비정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 ㅠㅠ 그래도 너무 냉혈한이 되지 않도록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하겠죠
머머겅 / 하도 많이 데였다보니…
audduf11 / 끝까지 간다..?! 여기서 끝이라믄…
노여연 / 퀸젤은 스팽킹 예약인가요…!
북치네 / 감사합니다. 추쿠. 오늘도 팡팡 가겠습니다!
Velos / 퀸젤… 엉덩… 철썩… 예약….
은신설야 / 거기도 근육이라면 가능하겠죠? 제가 알기론 그냥 해면체라고 알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들어가 있을때 커지면…
NineBreaker / 강한 여자 페티쉬…?
럭시벨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엉덩이에 침이 발린 퀸젤…
벌레 / 데모나는 덮밥 필수 재료인가요 ㅋㅋ 쌀밥 같은 존재?
아토므스크 / 젖치기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젖.. 짜기..??
호야[虎夜] / 오타 수정했습니다! 그럼요 이쪽에 관해선 구더기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죠
펄미스트 / 퀸젤… 의문의… 덮밥행….
쌈커 / 코멘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mxdmdmd / 마당쇠가 안방마님을 덮치듯…? 어떻게 될까요?
카론느 / 이미 소냐가 꼬인 시점부터 개족보의 조짐이..
코카콜라중독 / 유진이 부들부들하기전에 어서 달래줘야겠어요
메르카츠 / 찰싹! 찰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