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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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위험한 불장난
하여튼 이 두 사람 사이를 빗대자면 견원지간이라는 말로도 모자랐다. 첫 대면부터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무럭무럭 드러내더니, 나름대로 가까운 동료가 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둘 사이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절대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이라고 할까. 대체 서로의 어느 점이 그렇게 안 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정말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진정으로 미워했다면, 그리드가 사고를 치고 소피아가 핀치에 몰렸을 때 데모나가 성심껏 도와줄 리도 없었을 테고, 소피아 또한 데모나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정성껏 과일을 준비해서 달려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애증(愛憎)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하지 못하다고 해야 할지. 꼭 한바탕 크게 싸우고 어떻게 화해를 할지 몰라 답답하게 질질 끄는 사춘기 소녀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속내가 어떻든 간에, 계속 이렇게 티격태격하기만 하는 것은 보기에 영 좋지 않다. 한동안 골똘히 고민하던 노구덕은 불현듯 무릎을 탁! 세게 쳤다.
“그래, 그게 좋겠군!”
“……?”
“주인님…?”
노구덕은 어리둥절해하는 소피아의 동글동글한 어깨에 기분 좋게 팔을 걸치며 말했다.
“오늘은 셋이서 같이 자도록 하자.”
“꺼져.”
“싫어요!”
바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데모나는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냐는 듯 눈을 매섭게 치떴고, 볼을 찐빵처럼 부풀린 소피아도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너무하세요! 오늘은 저랑 같이 있기로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이 마녀가 끼어서는…!”
이따가 보자는 것이 어떻게 오늘 같이 있기로 약속했다는 말로 와전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피아의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을 보니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야말로 여기로 데려다 달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난 내 방으로 돌아갈 테니, 지지든 볶든 맘대로 하시지.”
데모나 또한 선약이 있었다는 말에 쌍심지를 켰다. 화가 난 그녀가 아직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낑낑거리며 일으키려고 하자, 노구덕은 서둘러 그녀의 상체를 내리눌러서 도로 앉혔다.
“그 몸으로 가긴 어딜 가?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라.”
“그러니까 닥치라고…!”
“어허.”
고슴도치처럼 마냥 쏘아대기만 하던 데모나는, 노구덕이 엄한 눈빛으로 나무라자 낮은 신음을 흘리며 신경질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기력이 팔팔한 여느 때였다면 고작 이 정도로 데모나의 기가 꺾일 리 없다. 그녀는 짧은 말싸움조차 힘들 정도로 기가 쇠해 있었다.
“주, 주인님…….”
“소피아, 너도.”
“우으웃….”
소피아의 설득은 데모나보다 훨씬 쉬웠다. 애초에 그가 진심으로 말한다면 거부할 수 없는 그녀였으니까. 다만, 정말로 싫긴 싫은 것인지 계속해서 불만스럽게 눈을 흘기는 소피아였다.
무사히 두 여인의 동의(?)를 얻어낸 노구덕은 비로소 흡족함이 철철 넘쳐흐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한 이불 덮고 같이 자면 그래도 좀 사이가 좋아지겠지. 너희들도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다투기만 할 셈이냐. 그래, 소피아, 네가 데모나 옆에서 자는 게 어떠냐?”
“…죄송하지만, 그건 좀….”
“…….”
조금 들뜬 나머지 너무 무리한 제안을 들이밀었나보다. 영 심기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내젓는 소피아는 둘째 치고, 죽일 것처럼 도끼눈을 부릅뜬 데모나를 보니 실현가능성이 없는 제안 같았다.
그래도 개와 고양이 같은 두 사람이 최초로 같이 동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게 어디인가. 노구덕은 일단, 그의 공헌으로 기념비적인 화해의 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의 동침이 웃음이 만개한 화개장터가 될지, 물고 뜯는 수라장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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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드넓은 침상 한 가운데 드러누워, 슬쩍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한 노구덕의 얼굴은 어쩐지 상당히 떨떠름해 보였다.
“…….”
“코오…….”
쥐 죽은 듯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누워 있는 데모나와, 작게 귀여운 콧소리를 내는 소피아. 이상한 일이었다. 좌우에 아름다운 한 떨기 꽃들을 두고 잠을 청하는 사내의 얼굴이 어찌 이다지도 불편해 보이는 것일까?
‘젠장….’
거의 2시간이 가깝도록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노구덕은 자신의 짧은 생각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원수지간처럼 으르렁거리는 데모나와 소피아의 사이를 조금이라도 진전시켜주고자, 둘이 같이 잘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더니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그 두 미녀 사이에 낀 그 자신. 오크의 들끓는 성욕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데모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반대편으로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었지만, 소피아는 대담하게도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다리 한쪽을 그의 아랫배에 올려놓은 채였다. 물론, 잠결에 안을 것을 찾다보니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자세였지만… 그 향긋한 살내음에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입장에선 혹독한 고문이 따로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노구덕은 소피아의 허벅지를 슬그머니 아래쪽으로 밀어냈다.
“후으으응…….”
그러자 소피아의 매끈한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그 입에서 앙탈을 부리듯 작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불편한 자세에 잠시 뒤척이던 소피아는 이내 바른 자세로 드러누워 다시 잔잔한 콧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 노구덕은 신경질적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랫도리에서 어떤 눈치 없는 놈이 자꾸만 묵직한 몸을 벌떡벌떡 일으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야밤에 무슨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는 두 여인이 깊은 잠에 빠져든 내내 이 고문을 감내하고 있었다.
‘참아야 한다……. 젠장, 이놈의 맥주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군.’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맥주가 수면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짜증이 나면 뭐든지 탓을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 그렇다고 치도록 하자.
그 후로도 잠을 자기 위해 머릿속 목장에 구름처럼 운집한 수백 마리 양떼의 암수를 일일이 판별해 보기도 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훈훈한 추억여행을 떠나보기도 한 노구덕이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한 번 불이 붙은 망할 놈의 육체는 정말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듯, 도저히 불길을 꺼트릴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불경이라도 외워야 하나? 난 인간이다. 성욕에 굴복하는 글러먹은 오크가 아니야.’
노구덕은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뜨고 천장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분명히 자기 전에 그냥 잠만 자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스스로가 약속을 어기면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게다가 한 명은 기진맥진한 환자고, 다른 한 명도 온종일 업무에 치여 피곤에 찌들대로 찌든 불쌍한 여인네다. 간신히 휴식을 취하는 그녀들을 괴롭히기엔, 그에게도 마지막 남은 양심이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여인의 육체에 깃든 먹음직스런 방향(芳香)은 그의 예민한 감각을 집요하게 자극하며 파고들었다. 데모나에게서는 갖가지 허브향이 뒤섞인 라벤더에 가까운 향기가 났고, 소피아에게서는 약간 덜 익은 풋풋한 사과향이 났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오크 특유의 역한 노린내가 나고 있겠지.
‘오크… 그래…. 난 인간이 아니라 오크다. 난 오크였어.’
장장 세 시간에 이르는 갈등과 번민, 고뇌를 거친 끝에… 노구덕은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노구덕. 그는 오크였다. 타오르는 성욕에 짐승처럼 몸을 내맡긴 추레한 한 마리 오크.
그는 구더기가 꿈틀거리듯 천천히 몸을 좌측으로 틀어 돌아누웠다. 그러자 옅은 푸른색이 감도는 실크재질의 가운을 걸친 데모나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노구덕의 눈자위가 파리 날개처럼 파르르 떨렸다. 작게 멍울진 어깨 아래로 하늘거리며 늘어진 깃털 같은 곡선이, 달덩이 같은 엉덩이에 이르러 급격히 위로 치솟는 게 보였다. 미동 없이 옆으로 누워 잠든 데모나의 뒤태는 그야말로 조개껍질 속에서 걸어 나온 비너스를 연상케 했다.
그와 함께 더욱 진해진 라벤더 향이 코끝을 유혹하듯 간질이자,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노구덕은 살짝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뒤돌아 누운 데모나의 등에 몸을 밀착시켰다.
“…….”
얇디 얇은 옷감 사이로 데모나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단단한 가슴팍이 구부러진 등에 맞닿았는데도, 데모나는 여전히 자고 있는 것인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붓털처럼 부드럽게 풀어진 검은 머릿결, 거기서 튀어나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호흡을 가다듬는 노구덕의 뺨을 어루만지듯 간지럽혔다. 조금 더운 것일까. 데모나의 머리에서 희미한 땀 냄새가 났다.
노구덕은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데모나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끌어당기지는 않고, 그저 옷감 위로 전해지는 그녀의 아기 피부처럼 보드라운 살결을 음미했다. 옴폭 파인 옆구리를 가볍게 만지작거리던 그의 손은 이윽고 앞쪽의 트임을 비집고 들어가, 앙증맞은 배꼽 부근을 비질을 하듯 살살 쓸어댔다.
데모나가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하긴, 이토록 노골적으로 수작을 부려대면서 그녀가 깨지 않길 바라는 건 말도 되지 않는 바람이다.
그녀는 아랫배 주변을 제멋대로 배회하는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가늘게 들썩이는 어깨 너머로, 평소보다 가라앉은 데모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이게 무슨….”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약간 떨리는 음색으로 미루어 보아 좋은 기분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이미 욕망에 몸을 내맡긴 노구덕은, 데모나가 깨어나자 아예 그녀의 여린 목덜미에 그대로 깊게 입을 맞췄다. 흉악한 오크에게 꼼짝없이 잡혀버린 데모나는 가련한 육신을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조금만. 응?”
“…….”
그의 짧고 은근한 설득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반항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아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모나는 노구덕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힘을 풀어버렸다. 가지런하게 늘어진 귀밑머리 앞에서, 그녀가 한숨과도 같은 옅은 숨결을 내뱉는 게 느껴졌다.
“…짐승.”
아마 이렇게 읊조리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었을 것이다. 노구덕은 굳이 그녀의 힐책에 답하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온통 마음껏 개방된 라벤더의 꽃밭에 쏠려 있었다.
옆으로 돌아 누운 자세는 그대로였지만, 데모나의 웃옷은 노구덕의 집요한 손놀림에 의해 거의 반라나 다름없이 풀어진 상태다.
데모나에게서 반강제적으로 승낙을 얻어낸 노구덕은 주저 없이 찹쌀떡 같은 젖가슴을 그러쥐었다. 말라 보이는 체형에 비해, 손에 한가득 차오르는 충실한 볼륨감이 기특하기만 했다.
그는 그녀가 아프지 않도록,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젖가슴을 애무했다. 손바닥 위로, 빳빳하게 성이 난 젖꼭지가 이리저리 쓸리는 게 느껴졌다. 앞서의 손장난이 꽤 효과를 본 모양이었다.
“하…….”
젖무덤 주위를 부드러이 쓸어주면서, 엄지와 검지로 꼿꼿하게 선 젖꼭지를 가볍게 짓누르듯 자극해주자, 마침내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같은 ‘하’라도, 평소의 쌀쌀맞은 코웃음에 비하면, 이쪽은 심장이 녹아내릴 듯 요염하기 짝이 없다.
그 뒤로도 계속된 노구덕의 희롱을 견디지 못한 데모나는 몸을 옴찔옴찔 움츠리며 외마디 짧은 교성을 냈다. 소리가 억지로 끊기듯 뚝뚝 끊어지는 것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녀가 이를 악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억지로 신음을 참는 드센 여인이라. 사내에게는 그 어떤 만찬보다 훌륭한 식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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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수정, 리리플은 3연참 끝낸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