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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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위험한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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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덕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힘차게 기지개를 켜며 상체를 일으킨 그는 가볍게 목과 어깨 관절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아침 8시. 평소와 별 차이 없는 기상 시간이었지만,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그와 함께 광란의 밤을 보낸 침대 위는 아주 가관이었다. 군데군데 흐릿한 얼룩이 져 있는 시트는 고양이가 할퀴고 가기라도 한 것처럼 여러 곳이 찢어져 있었다. 게다가 냄새는 또 얼마나 나는지. 오크 특유의 누릿한 향과, 정액과 애액이 흥건하게 버무려진 비린내가 사방에서 진동했다.
꼭두새벽까지 그녀들을 재우지 않고 괴롭힌 탓에, 아직도 일부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있을 정도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진한 잔향이 남아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개운하군.”
남아 있던 잠기운을 확 날려버린 노구덕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육중한 무게로부터 해방된 침대가 끼긱거리며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세히 보니 높이도 몇 센티미터는 높아진 것 같다.
그가 조금 전까지 누워 있던 자리에는 구덩이처럼 움푹 파인 흔적이 남았다. 그 옆에는 둥글게 말린 고치 같은 이불 덩어리가 자리했는데, 간헐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복이 있는 걸 보면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덩어리 밑에는 두 쌍의 하얗고 깜찍한 발이 빼꼼히 튀어나와있다.
“덮으려면 제대로 덮을 것이지.”
노구덕은 마구잡이로 말려 올라간 이불 귀퉁이를 내려, 아래에 튀어나온 발들을 덮어주었다.
돌돌 말린 이불을 슬쩍 들춰보니, 새하얀 알몸을 드러낸 데모나와 소피아가 서로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새벽 찬 공기에 뭔가 따뜻한 것을 찾아 끌어안다보니 저리 된 것이겠지만, 연유야 어찌됐든 쉽게 볼 수 없는 훈훈한 광경이었다.
곤하게 자고 있는 여인들의 우윳빛 몸뚱이는 징그러운 이빨 자국으로 붉게 얼룩져 있었다. 특히, 봉긋한 가슴과 목덜미 부근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깨물린 자국이 무수히 남아 있어, 가해자인 노구덕에게 진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적당히 하는 거였는데…….”
쉽게 맛볼 수 없는 플레이에 불이 붙은 나머지, 그만 동이 틀 때까지 섹스에 몰두하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던 데모나는 진작 중간에 나가떨어졌고, 외롭게 혼자서 노구덕을 상대하던 소피아도 밤이 끝나갈 무렵엔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다리가 맥없이 풀려버렸다.
아마 데모나나 소피아나, 오늘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게 분명했다. 지금이야 지친 나머지 완전히 곯아떨어졌지만, 둘 다 음부를 감싸고 있는 살집이 처음에 비해 족히 두 배는 넘을 정도로 땡땡하게 부어올랐으니, 깨어나면 통증이 상당할 터였다.
“시트야 나중에 갈면 될 테고… 점심쯤에 세희나 불러야겠군. …그나저나, 이 녀석들 일어나면 아주 난리를 칠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한창 할 때는 생각 없이 신나게 즐겨놓고, 이제 와서 뒷감당할 생각에 골치가 아파진 노구덕이다.
권속인 소피아야 어떻게 살살 달랠 수 있다지만, 그가 품은 여자들 중 성격이 더럽기로는 따를 사람이 없는 데모나를 그런 식으로 심하게 괴롭혀댔으니… 골머리를 싸맨 노구덕의 시선이 데모나의 초췌한 얼굴에 머물렀다.
소피아를 죽부인처럼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는 데모나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무척이나 초췌했다. 눈 밑에 감돌고 있는 그늘도 평소보다 유독 색이 진하다. 헌데… 그녀의 고운 얼굴 피부 위로, 뭔가 누리끼리하면서 희멀건 것이 밀랍처럼 말라붙어 있는 게 보였다. 꼭 희끄무레한 전분 반죽 일부가 얼굴에 엉망으로 튄 듯한 몰골이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뿐만이 아니다. 베갯잇 위에 미역처럼 풀어진 검은 머리카락도 무언가 끈적한 것이 묻은 듯 여러 군데 꾸덕꾸덕 덩어리가 져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눈으로 그 참혹한 광경을 감상하던 노구덕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쩝… 원래는 저게 아니었는데…….”
잠시 변명을 해보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불운한 사고였다. 그는 원래는 소피아의 미끈한 등허리의 골에 사정을 하려고 했다. 그 전에 벌써 수없이 씨를 뿌린 탓에, 그녀의 안은 이미 용량초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발사된 물줄기의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길었던 게 문제였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진득한 점액덩어리는, 소피아의 머리를 훌쩍 뛰어넘어 그녀의 아래쪽에 깔려 혼절해 있던 데모나의 얼굴에 면사포처럼 사뿐히 안착했다.
…그런 구구절절한 사연이 숨어 있었지만, 데모나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뒷수습에 골몰하던 노구덕은 그냥 편하게 마음을 비웠다. 두 사람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는 남자로서 즐길 만큼 즐겼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세상 살아가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될 대로 되라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대신 오늘은 푹 쉬게 해 주마.”
글러먹은 논리로 스스로를 납득시킨 노구덕은 휘휘 손을 내저으며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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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혹은 혁명군이라 칭하는 군세가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난 지 열흘. 초반부터 치고 나가 급격히 세를 불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동부와 남부 일부 지역을 잠식한 반군의 군세는 그대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마치 겨울잠을 청하는 곰처럼, 삐죽하게 돋아난 발톱을 감추고 점령지에 똬리를 튼 것이다.
이는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초반에 기세가 올랐다면, 그 여세를 몰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대를 흠씬 두들겨 패는 것이 전법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 반군의 태도는 그 기본과는 정 반대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많은 점령지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현재, 반군이 점거한 지역은 동부와 남부의 딱 절반 수준. 면적으로 치자면 좁은 지역은 아니지만, 반대로 넓은 지역이라 보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미적지근하게 굴며 위원회와 연맹이 대응할 시간을 준 넉넉하게 준 덕에, 그 일대는 전선이 고착화된 상태였다.
연맹에서는 이런 반군의 이해할 수 없는 동태를 두고 연일 끊임없는 의견이 오갔다. 여러 목소리들 중,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의견은 두 가지. 이름을 붙이자면 강경파와 신중파였다.
강경파는 반군이 새롭게 받아들인 전력들을 편제하면서 군을 정비하고 있다며, 그들이 정비를 마치기 전에 쳐부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신중파는 반군의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섣부른 행동은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대세는 점점 강경파 쪽으로 기울어지는 중이었지만, 신중파의 목소리도 무시할 게 못되어서, 연맹총단은 연일 높아지는 고성으로 인해 크게 시끄러운 상태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연맹측에서 끌어 모은 대규모 병력이 곧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했다.
이런 사정은 반군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전박살을 기대했던 반군 측 헌터들은 수뇌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자,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는 중이었다. 성미 급한 자들 중에는 벌써부터 수뇌부가 무능하다고 성토하는 자들도 있었다.
“젠장!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쉿! 이봐, 목소리 낮추라고. 좀 진정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씨팔! 벌써 열흘이야, 열흘! 이 전력으로 초장에 몰아쳤으면, 벌써 동부를 장악하고도 남았겠다! 그런데 이게 뭐야? 구석에 처박혀서, 벌벌 떨기만 하고!”
며칠간 누적되어 있던 불만이 드디어 폭발했는지, 거구의 사내는 들고 있던 수통을 주먹으로 쥐어짜듯이 구겨버렸다. 철제 수통을 한 손으로 망가뜨리는 무지막지한 악력은 통상적인 헌터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다. 드넓은 어깨로부터 이어지는 바윗덩이 같은 근육은 절대 폼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내의 행태에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거구의 사내는 반군에 들어오기 전, 이스턴리그에서 매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던 맹자였으니까.
게다가… 사내처럼 드러내 표현하지 못했다 뿐이지, 사실은 그들의 속마음도 저 사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거구의 사내와 대작하고 있던 로브의 사내는 매우 난처한 기색이었다. 그의 불만은 이해하나, 이곳은 수뇌부가 머무는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주점이다. 말인즉, 언제 십존과 대면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좀 더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네, 취했군. 이만 들어가지.”
“뭐라는 거야? 내가 이 정도로 취할 것 같아! 망할 수뇌부 놈들! 뇌는 장식으로 들고 다니는 건지,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이제와 개새끼처럼 쫄리기라도 한 건가!”
“개새끼라니, 말이 좀 심하구려, 형제.”
“뭐? 이건 웬 개뼈다귀 같은…!”
으르렁거리며 눈을 희번덕거리던 거한의 얼굴이 갑자기 돌처럼 굳어졌다. 채 말을 끝맺지 못한 그의 앞에는 가느다란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다. 보라색 바탕에, 동양풍의 금빛 수문이 들어간 장삼을 걸친 사내는 석상처럼 굳어버린 거한을 보며 어깨를 한 차례 들먹였다.
“그렇소. 바로 이 몸이 지나가던 개뼉다귀올시다. 커다란 형제, 듣자하니 불만이 상당하신 것 같은데… 오늘 일진이 좀 사납다고 생각하지 않소?”
“포, 폭풍왕…….”
한 줄기 미풍을 도시마저 날려버리는 거대한 태풍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폭풍왕 라키오라. 조금 전까지 사내가 성토하던 반군의 수뇌 중 하나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어느새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뿔뿔이 흩어진지 오래였다. 거한의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곤 그를 말리던 깡마른 로브 사내뿐. 그마저도 이 최악의 사태에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폭풍왕과 직접 대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터.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입술을 짓씹던 거한은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처벌이라면, 그의 성격상 할 말은 하고 죽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마침 잘 왔소! 때려죽이든, 날려버리든 상관없으니 내 궁금증이나 좀 풀어주시구랴!”
“호오.”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요? 이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장기자랑이라도 할 셈이오? 복장 터지기 전에 좀 속 시원히 말해보시오! 나만 궁금해 하는 게 아닐 테니!”
쩌렁쩌렁 천둥처럼 울리는 사내의 고함 소리는 멀리 흩어졌던 인파를 다시 모이게 했다. 아까처럼 가깝지는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라키오라와 거한의 대화에 귀를 쫑긋 곤두세웠다. 그들 또한 총대를 멘 사내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키오라는 삐죽 솟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광대처럼 머리를 흔들거렸다.
“본인은 기개 있는 사내를 싫어하지 않지. 원래는 적당히 손을 봐주고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좋군, 좋아. 그 담량을 봐서, 내 친히 호기심을 풀어주도록 하지. 마침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시간…?”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네. 형제. 뭐, 자네 같은 말단은 위원회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이해하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라키오라는 더듬거리는 거한의 앞에 서서, 짧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위아래로 까딱였다.
“바꿔 말하면, 열흘이나 필요했던 걸세.”
“……?”
“위원회가 거느린 조직 중 가장 귀찮은 놈들이 뭔 줄 아나? 바로 오라클이야. 대륙에 산재한 그 관음증 환자들의 눈깔은 정말이지… 너무 귀찮단 말이야. 이 열흘 동안, 우리는 놈들의 눈깔을 확 파버렸지!”
“오라클의… 눈을…?”
“길지 않을 거다. 아마도 내일이면, 온 대륙이 깜짝 놀랄 테니까. 푸화하하핫!”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던 라키오라의 웃음 소리가 점차 아득히 멀어졌다. 멍해 있던 거한이 정신을 차렸을 땐, 잔잔한 미풍만이 그가 있던 자리를 쳇바퀴처럼 돌고 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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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에 얼싸까지… 장하다 구덕아..
참, 아마 몇 편 내로 좀 충격적인 씬이 올라올 것 같은데, 미리 위에 경고를 붙여 두도록 하겠습니다. 스킵하실 분은 스킵 하셔도 괜찮을듯!
월병인 / 구더기가 해냈습니다!
쿠루루기스자크○ / 뼈가 있는 말씀이시군요…!
향향공주 / 정인이도 대물에 정력이 강하다는 설정이라면..
은신설야 / 요호호호 항상 감사합니다!
북치네 / 자주 쓸 것은 못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가식적썩소 / 나름대로 구더기만의 신기.. 왠지 눈물이 나네요.
smxdmdmd / 십존 저널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미리 공개해 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약간 스포 같은 것도 있어서요.. ㅠㅠ 다른 건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아마 주말 내에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벌레 / 예전에 주문하셨던 음식 나왔습니다…
asd메이지 / 하하.. 그래도 노블에 떡씬이 없으면 뭔가 팥 없는 찐빵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모그퐁 /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트릭스타 / 쌩유하시다니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츠츠라 / 제가 감사하지요! 좋은 하루 되시길!
꼬마소설가^^ / 기절 능력이 붙어 있는 둔기…!
신수[神手] / 남자의 로망… 결국 해먹고 말았네요..
호야[虎夜] / 맞아도 죽진 않으니까요!
김도리131 / 아직 녹다운 상태..
핏빛순례자 / 제가 꼭 떡신이 끼어 있어서 3연참을 한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헤이바디 / 좋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건필!
토레토레 / 감사합니다! 저녁때 뵐게요!
dud2403 / 캐릭터가 사랑받는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죠!
모욕감 / 위에 모그퐁님하고 아이디가 볼 때마다 헷갈리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