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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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지구총회(地區總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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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의 구조는 중앙의 강단을 중심으로 커다란 부채꼴의 좌석이 널리 퍼져있는 형태였다. 노구덕의 위치는 그 중 딱 중간 열. 그가 자리를 찾아 들어가려는데, 저쪽에서 퀸젤이 팔을 너울너울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어서 와. 노구덕 위원. 그리고 두 분도. 여기 앉으면 돼.”
여느 때처럼 상큼한 붉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노구덕을 살갑게 맞이하는 퀸젤. 그 모습이 바깥양반을 맞이하는 여염집 아낙네의 태도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일까. 말없이 노구덕을 뒤따르던 임유진과 소피아의 안면이 미묘하게 경직되는 것이 보였다.
특히, 안 그래도 한번 성질머리가 뻗쳤던 임유진은 얼굴에 노골적인 경계심을 띄우는 것이, ‘저 여자가 어디서 꼬리를 쳐?’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했다.
“내 지정석은 그쪽이 아닌 것 같은데.”
“뭐 어때? 어차피 자리는 널널한데. 여기 앉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어.”
확실히 자리가 널널하게 퍼져있기는 했다. 드문드문 근처에 무리를 이루고 앉아 있는 이들도 보였고.
앞서 들어간 시먼 일행은 그저 방향이 같았던 것뿐이었는지, 막상 회장에 들어와서는 제각기 따로따로 흩어져 앉아 있었다. 시먼이 앉아 있는 곳은 노구덕 일행의 거의 반대쪽 위치였는데, 그의 옆에는 유메르바인과 함께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느긋하게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게 보였다. 처음 같이 있었던 잘생긴 남자와 우락부락한 사내는 다른 쪽에 떨어져 앉은 채였고.
노구덕은 시먼과 유메르바인의 사이에 앉아 있는 젊은 사내가 신경 쓰였다. 은연중 두 남녀를 호위로 둔 듯한 배치 모양새를 봐서는 시먼과 유메르바인보다 상급자인 것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다.
‘대외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헌터가 아니라는 소린데…. 가만, 근데 왜 얼굴이 익숙하지? 어디서 보기라도 했나?’
뭔가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혼자서 머리를 굴리던 노구덕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자 옆의 소피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소피아, 시먼과 유메르바인의 중간에 앉은 저놈, 누구지?’
‘…죄송해요. 저도 잘…….’
믿었던 소피아마저 젊은 사내의 정체를 알지 못하자, 노구덕의 미간에 작은 고랑이 파였다. 앞서 시먼과의 일도 그렇고, 유메르바인을 휘하에 거느리는 청년의 정체를 이대로 모른 채 지나가기에는 여러모로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직접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노구덕이 정체모를 청년의 정체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그때, 뜻밖에도 퀸젤이 나서서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노구덕 위원, 뭘 그렇게 뚫어져라… 응? 체스터잖아? 설마 그쪽에 관심이 있는 거야?”
“…체스터?”
“아아, 그래. 기억 안 나? 연맹총회에서도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을 텐데.”
“음!”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며 청년의 얼굴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노구덕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얼굴, 분명 그와 첫 대면했던 퀸젤을 데려갔던 그 젊은이였다. 그때는 정말 잠깐 스치듯이 봐서 기억에 별로 남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대단한 신분을 가진 인물이었나 보다. 하긴, 퀸젤과 관련이 있다면 위원회의 인물일 테니 당연한 것일 테지만.
“체스터라.”
“체스터 군다르 악시밀리온. 우리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녀석이야.”
“적통인가?”
“아니. 따지면 방계이긴 한데… 알다시피 직계 쪽에 남자가 없으니까. 조만간 아버님의 양자로 들어올 것 같던데?”
알 만한 사정이었다. 정통 후계자인 발터… 아니, 바이론은 죽었고, 그 동생인 퀸젤은 아직 미혼. 따라서 달리 후계로 삼을 만한 사내아이도 없다. 요즘 세상에 여자 후계자가 뭔 대수랴 싶지만은, 아무래도 수백 년을 이어온 왕가이니만큼 고지식하게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퀸젤은 위원회 노친네들에게 총애를 받는 몸이긴 해도, 정작 악시밀리온 왕가 내의 어른들에겐 그리 달갑게 여겨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 사정을 알고 있는 노구덕은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체스터라…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닌가보군.”
“뭐, 나와는 예전부터 잘 맞는 녀석이 아니라서.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짐작이다. 그런데, 다른 협력자들은 어디에 있지?”
“조만간 올 거야. 노구덕 위원이 좀 빨랐던 거라고. 아, 저기 오네.”
퀸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저쪽 입구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두 명의 남녀가 보였다. 남자는 얼핏 ‘킬러’ 같은 인상을 풍기는 냉막한 얼굴의 사내이고, 여자 쪽은 전체적으로 달걀형의 얼굴에 동글동글하고 순해보이는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나이는 둘 다 어림잡아 삼십대 정도로 보였다.
노구덕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자 쪽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는 소피아가 뽑은 리스트에도 있는 인물로서,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도정섭… 듣던 대로 강자로군.’
“늦었습니다. 퀸젤 위원님.”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호호호.”
퀸젤은 오자마자 깍듯하게 허리를 굽히는 남자와, 곰살맞게 웃으며 목례를 취하는 여인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인사해. 이쪽은 북부 소드챈트리(Sword chantry)의 도정섭 헌터고, 여기는 센티널(Sentinel)의 윤선영 오너야.”
남녀의 이름을 일러준 퀸젤은 다시 노구덕 일행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쪽은… 칼립스의 노구덕 위원, 이번에 새로 십존이 된 레드레인 임유진 헌터, 그리고 아이리스의 소피아 헌터야. 뭐, 말 안 해도 유명한 사람들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퀸젤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이들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누군가는 호기심, 누군가는 경계심, 누군가는 깊이 탐색하는 눈초리로. 가볍게 상대의 면면을 훑어본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노구덕입니다.”
“…도정섭입니다.”
“윤선영이에요. 위명이 자자한 칼립스 위원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네요. 오호호호!”
노구덕과 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이어서 임유진, 소피아와도 차례차례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노구덕은 두 사람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상기했다.
먼저,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인상의 남자 도정섭은 북부 지구에서 꽤나 명망이 있는 헌터였다.
북부에서 열리는 노던 리그에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가진 클럽이 있다. 거의 백년이 넘도록 노던 리그 최상위권을 고수하면서 정작 프라임리그로의 승격을 거부하는 클럽으로, 일명 검의 전당, 혹은 소드챈트리라 불리는 클럽이다.
소드챈트리는 그 이름답게 검에 미친 자들이 모여 있는 무도광들의 집단이었다. 또한 일찍이 검왕이라 불렸던 아이벤도 잠시 소드챈트리에 몸담은 적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했다.
광검(光劍) 도정섭은 그 소드챈트리의 1군 리더이자, 차기 북왕의 뒤를 이어 검왕이란 칭호를 다시 북부에 안겨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남자였다. 비록 김정인이 한 발 앞서 검왕이란 칭호를 꿰참으로서 그 기대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노던 리그에 속해있지만 그 실력은 당장 프라임리그 최상위권에 랭크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했던가….’
서류상의 초상화로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도정섭은 전형적인 무인으로 보였다. 어설프게 굽히느니 차라리 꺾이고 말겠다는 고집이 얼굴에서 물씬 풍겨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건 단순한 짐작이지만 그는 왠지 노구덕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 윤선영이란 여자는… 허, 클럽 센티널의 오너라니.’
스퀘어에는 ‘엘프’하면 떠오르는 대표 클럽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신궁 클라리스가 속해 있던 서부의 클럽 포레스티아(Forestia). 다른 하나는 중부의 클럽 센티널이다. 두 클럽의 성향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는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포레스티아는 정령사, 마법사, 드루이드가 다수인 주문지향적인 집단, 센티널은 레인저, 아처 등의 전사가 다수인 무인지향적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사, 정령사들이 다수 비율을 차지하는 포레스티아에서 신궁 같은 인물이 나왔다는 건 아이러니였지만, 그건 따로 스승에게 사사를 받았다기보다 신기 샤프슈터의 인도 덕이니 논외로 치도록 하자.
어쨌건 센티널은 프라임리그와 센트럴리그를 오가는 명실상부한 거대 클럽이다. 그녀가 정말 센티널의 오너라면, 일개 헌터인 도정섭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퀸젤이 다른 협력자들이 있다며 자신만만해 할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는데, 막상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하나 같이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게다가, 아직 그녀의 세력이 전부 모인 것도 아니었으니.
‘도정섭은 북부, 윤선영은 중부… 그럼 동부와 남부는 어디 있는 거지?’
노구덕이 그런 의문을 가진 찰나, 퀸젤은 그의 속내를 짐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시기적절하게 그의 호기심을 풀어주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결석했어. 아무래도 앞마당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발을 빼기가 좀 힘든 것 같아.”
“그렇군요.”
“하긴, 그럴만도 하겠네요.”
동부와 남부는 반란세력이 들고 일어나 한창 어지러운 마당이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아쉽지만, 나머지 두 사람과 만나는 것은 차후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이들이 지금 한 배를 탄 동료들이란 말이지. …나쁘진 않군.’
퀸젤의 이름 아래 한 자리에 모인 이들. 차후 이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하늘만이 알 일이었다.
그때, 머릿속으로 소피아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이제 공공연하게들 파벌이 갈렸네요.’
‘…그렇군.’
노구덕은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기존에 지정되어 있던 좌석이 무색하게도, 이 작은 부채꼴의 회장에서 모인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어 착석한 상태였다. 지금껏 암암리에 숨겨져 있던 권력자들과 헌터들 간의 유착관계가 대놓고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반란이 진압되더라도… 예전 체제로 회귀하기는 글렀군.’
그간 위원회와 연맹은 사조직의 결성을 극히 경계해왔다. 스퀘어에 국가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군대가 없는 이유는? 그로 인한 도당의 결성, 무력집단의 결성이 결과적으로 위원회에 해가 될 것을 염려한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그런 조항도, 관습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사전모임에서도 공공연히 파벌이 갈릴 정도이니, 다른 곳은 말해봐야 입만 아플 터. 이미 이 회의장에는 각자의 왕을 모시는 소왕국들이 여럿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지. 이쪽은 왕이 아니라 여왕이로군.’
여왕 퀸젤의 휘하에 늘어선 군신(群臣)들. 다른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체스터의 곁에는 시먼과 유메르바인이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도… 퀸젤에게 들었던 유력한 가문의 후계자들이 각기 쟁쟁한 헌터들을 끼고 앉아 있었다. 예컨대 저기 이그니스라는 녀석이라든가, 그룬가르드라는 놈이라든가. 그들 곁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이 소피아가 꼽은 오십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자들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자들 말고도, 다른 숨겨진 세력이 분명히 있을 터. 애초에 수면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을 전부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아홉 가문의 후계자들이니, 위원회의 숨겨진 힘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니까.
지금은 위원회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 이들이지만… 노구덕은 언젠가, 저들과 분명히 칼을 맞대고 싸우게 될 것이란 강한 예감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대대적으로 신캐릭터가 쏟아져 나오고… 작가의 머리는 박살나고…
코카콜라중독 / 띠거운 캐릭터도 하나쯤 있어야.. 하하.. 십존들 저널은 아직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ㅠㅠ
은신설야 /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
smxdmdmd / 지금 여름이적시장이 진행중이니 신캐릭터들, 그리고 2,3군 유망주들은 이적시장 닫히면 신캐 소개와 함께 갇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헨더슨 저널은 나중에 따로 추가하면 후기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트릭스타 / A양.. 불쌍한 A양은 곧…
asd메이지 / 작가의 머리가 뽀개지는 것은 덤…
가식적썩소 / 오타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라쇼2 / 제목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월병인 / 항상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Velos / 목을 따도 죽질 않아??
모그퐁 / 항상 따봉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능의자 / 때려잡을지, 때려잡힐지.. 아마 때려잡아야겠죠?
이상향을꿈꾸며 /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_ _
모욕감 / 고생 많으셨겠어요.. 장염… 정말 고통이죠 ㅠㅠ
북치네 / 감사합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길!
호야[虎夜] / 여기저기 개성 독특한 녀석들이 많이 나타나겠죠!
나락낙 / 조만간 소개코너 비슷하게 열릴듯??
능력Skyey / 저는 다시 부단히 분량을 늘리겠습니다 ㅠㅠ
SW스윈 / 네… 400화 이후.. 본격적인 시작가겠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길!